스칼렛언니는 현재 자신의 수익이 ‘유료 광고 50%’, ‘능동적인 커머스 50%’로 나뉜다고 했습니다. 광고는 신제품을 알리고 싶은 브랜드들이 집행하는 것입니다. 능동적인 커머스는 스칼렛언니가 직접 써보고 팔릴 만하다고 판단한 상품을 골라 쇼핑 태그로 연결하는 큐레이션을 뜻합니다. 콘텐츠 조회수와 연동돼 발생하는 애드센스(유튜브 광고) 수익이 얼마인지는 따로 밝히지 않았습니다. 콘텐츠 그 자체보다 ‘커머스’에서 훨씬 더 큰 수익을 내고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실제로 스칼렛언니가 다루는 뷰티 정보는 ‘커머스’와 궁합이 좋은 편입니다. 구독자 수나 조회수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수익을 낼 여지가 크다는 뜻인데요. 그렇다고 스칼렛언니에게 처음부터 커머스 매출이 많이 났던 것은 아닙니다. 커머스와 전혀 상관없는 일상 브이로그를 올리며 자신의 브랜딩을 쌓아가기도 했고요. 중간중간 콘텐츠로 소개한 제품에 유튜브 쇼핑 태그를 걸어, 거래액에 연동되는 일정 비율의 어필리에이트 수익을 나눠 받는 정도로 가볍게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댓글이 쌓였습니다. ‘언니 이거 잘 안 돼요’, ‘하라는 대로 했는데 뭐가 문제일까요’ 같은 질문이 쏟아졌죠. 전업 유튜버가 되면서 더는 화장품을 만들 수 없다는 게 가장 아쉬웠던 개발자에게, 그 댓글은 기획 아이디어처럼 읽혔습니다. 실제로 그의 커머스는 범위를 넓혔습니다. 지금 그는 브랜드와 함께 화장품을 공동 개발하고 있거든요. 화장품 개발자 출신으로 콘텐츠를 만들던 사람이, 다시 화장품을 만들게 된 겁니다.
저와 함께 이날 객석에 있던 사람들은 대부분 콘텐츠와 커머스를 연결해 돈을 벌고 싶은 크리에이터처럼 보였습니다. 아마 스칼렛언니가 밝힌 여러 잘 파는 노하우를 열심히 받아 적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엉뚱하게도 여기서 ‘물류’를 떠올렸습니다. 이쯤 되면 직업병도 가지가지 한다 싶은데, 정말로 스칼렛언니를 비롯한 유튜브 쇼핑 크리에이터들이 한 걸음 성장할 때마다 누군가 들어야 할 짐이 하나씩 늘어나는 게 머릿속에 그려졌거든요. 그리고 그 짐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사업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도 함께 말이죠.
성장과 함께 커지는 물류 부담
사실 커머스로 돈을 버는 크리에이터라면 앞서 소개한 스칼렛언니의 이야기가 특별하게 보이진 않을 겁니다. 많은 크리에이터가 이와 비슷한 길을 걷거든요.
제가 알고 있는 구독자 3만 명의 다른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그렇습니다. 그는 처음에 직접 만든 숏폼 영상으로 상품을 소개하고, 쿠팡에서 판매하는 상품 태그를 연결해 수익을 냈습니다. 요즘에는 중국 공장에서 상품을 매입해다가 직접 쿠팡에 입점해 팔기 시작했죠. 그렇게 콘텐츠 중개 수수료에 상품 판매 마진이 더해졌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기왕 만든 영상을 유튜브 숏츠에만 업로드 하지 않고 인스타그램 릴스에도 올렸는데, 그중 몇 개가 알고리즘을 타고 대박이 났습니다. 그렇게 릴스에도 수만 명의 팔로워가 모이자 그는 다음 단계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을 상대로 공동구매를 열고, 공동구매로 소개한 상품을 모아 온라인 편집샵을 꾸리는 건데요. 끝내는 자기 이름을 붙인 브랜드까지 만들면 어떨까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길을 따라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크리에이터가 감당해야 할 짐도 하나씩 늘어납니다. 바로 ‘재고’와 ‘물류’라는 이름의 짐입니다.
처음 쇼핑 태그를 걸 때만 하더라도 크리에이터가 질 짐은 거의 없습니다. 물건을 쌓아두는 것도, 포장하는 것도, 반품을 받는 것도 모두 브랜드와 판매자의 일이거든요. 크리에이터는 팔릴 만한 물건을 잘 골라 콘텐츠로 소개하면 됩니다. 물론 그 ‘고르는 눈’을 갖추는 것도, ‘잘 팔리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그 과정을 버텨내고 성장을 만든다면 다음 단계에 도달하게 됩니다.
크리에이터가 직접 상품을 사들여 팔기 시작하면, 이제 재고와 물류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잘 팔리면 다행이지만, 팔리지 않은 물건은 고스란히 크리에이터에게 남습니다. 큐레이션이 고객에게 닿지 못했을 때 치르는 값이 낮은 조회수에서 그치지 않고 ‘창고에 쌓인 박스’로 바뀌는 순간이고, 그 비용은 오롯이 크리에이터가 감당해야 합니다. 3PL에 맡기든 직접 포장해 보내든, 어느 쪽이든 비용과 운영 효율화라는 새로운 고민이 따라옵니다.
혹자는 ‘공동구매’를 하면 이런 복잡한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냐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많은 경우 공동구매에서 재고와 물류를 준비하는 주체는 크리에이터가 아니라 ‘브랜드’니까요. 실제로 크리에이터의 콘텐츠가 대박이 나서 주문이 쏟아지고, 그 주문이 고객에게 잘 배송된다면 이보다 행복한 일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비극은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나옵니다. 크리에이터 커머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 크리에이터와 브랜드가 연 공동구매에서 20여 분 만에 30억 원어치가 팔려나갔는데요. 브랜드가 준비한 물량은 고작 3억 원어치 정도였습니다. 숫자만 보면 대박이었지만, 준비한 물량의 열 배가 넘는 주문이 몰리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클레임이 속출했고, 이미 잡혀 있던 다른 캠페인 일정까지 바꿀 정도로 영향을 줬다고 하죠.
이런 일은 브랜드뿐 아니라, 그 상품을 소개한 크리에이터의 신뢰에도 금을 냅니다. 하물며 크리에이터의 이름을 건 단독 상품이나, 아예 크리에이터가 직접 만든 브랜드라면 문제는 훨씬 커지죠. 크리에이터 커머스 1세대라 불리는 임블리의 ‘곰팡이 호박즙 참사’를 우리는 아직 기억합니다.
꾸준한 판매의 원동력, 원가는 누가 챙기나요?
브랜드를 직접 만들면 재고는 물론 ‘원가’와의 싸움까지 더 치열해집니다. 먼저 만드는 순간부터 계산이 시작됩니다. 공장은 대개 최소 주문 수량(MOQ)을 요구합니다. 적게 만들면 개당 단가가 올라가고, 단가를 낮추려 많이 만들면 그만큼 재고를 떠안을 위험이 커집니다. 얼마나 팔릴지 미리 내다보고 물량을 정해야 한다는 뜻인데요. 예상보다 잘 팔리면 결품으로 매출 기회를 놓치고, 덜 팔리면 재고로 쌓여 비용이 늘어납니다.
만든 뒤에도 비용은 계속 붙습니다. 해외 공장이라면 국내로 들여오는 운송비와 통관 비용을 고려해야 하고, 들여온 물건은 어딘가에 보관해야 합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창고에 보관된 물건을 피킹하고 포장하고, 택배로 출고해야 하고요. 반품이 돌아오면 다시 받아서 검수하고 이걸 어떻게 처리할지 결정해야 합니다. 팔리지 않고 남은 재고는 결국 할인해 털어내거나 폐기해야 합니다. 상품 하나의 원가는 공장 출고가에서 끝나지 않고, 고객의 문 앞에 도착하기까지, 때로는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조금씩 쌓입니다.
문제는 크리에이터 브랜드가 이 원가를 대형 브랜드와 같은 조건에서 관리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대형 브랜드는 물량이 많으니 공장 단가도, 운송비도, 택배비도 더 낮은 값에 계약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제 막 브랜드를 만든 크리에이터는 같은 상품을 더 비싼 원가에 만들고, 더 비싼 값에 보내야 합니다. 팬덤은 처음 한두 번은 ‘언니가 만든 것’이라는 이유로 사주겠지만, 비슷한 상품이 더 싼 값에 넘쳐나는 시장에서 그 마음이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가격을 올리면 팬이 떠나고, 가격을 맞추면 마진이 사라집니다.
여기까지의 이야기는 모두 누군가의 실화입니다. 누군가는 이미 이 짐과 씨름하고 있고, 누군가에게는 곧 닥칠 현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크리에이터는 콘텐츠를 잘 만들어 팬덤을 모은 사람이지, 소싱과 물류를 잘하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어떤 공장이 내가 원하는 제품을 원하는 만큼 만들 수 있는지, 같은 물건을 더 싸게 들여오고 더 싸게 보내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는 콘텐츠와는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입니다.
물류가 만드는 성장의 플라이휠
앞서 본 원가의 딜레마를 풀려면, 결국 이 다른 세계를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소비자에게 경쟁력 있는 가격을 내밀 수 있고, 하다못해 마진이라도 지킬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크리에이터 혼자서는 넘기 어려운 벽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물량’입니다. 대형 브랜드가 더 싼 원가를 누리는 건 물건을 많이 만들고 많이 보내기 때문인데요. 이제 막 브랜드를 시작한 크리에이터 한 명의 물량으로는 그 협상력을 가질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는 이 지점을 파고든 스타트업들이 이미 자리를 잡았습니다. 피에트라(Pietra)는 크리에이터 브랜드를 위해 공장을 찾아주고, 만든 물건을 창고에 보관했다가 대신 보내줍니다. 여러 크리에이터의 생산과 물류를 한데 모아, 개별 크리에이터가 혼자서는 받기 어려운 조건을 대신 만들어주겠다는 게 이들이 내세우는 가치입니다.
서플리풀(Supliful)은 아예 MOQ라는 벽을 없앴습니다. 건강기능식품 같은 상품에 크리에이터의 라벨만 붙여, 주문이 들어온 만큼만 대신 만들고 대신 물류까지 처리해줍니다. 적게 만들면 비싸고, 많이 만들면 재고가 쌓이는 딜레마를 정면으로 겨냥한 모델이죠.
이 흐름에는 공통된 방향이 있습니다. 하나하나는 작은 크리에이터들의 물량을 모아, 혼자서는 만들 수 없던 ‘규모의 경제’를 대신 만들어주는 겁니다. 그리고 단순히 물류만 대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믿을만한 공장을 찾아주고 소량으로도 만들 수 있게 하는 등 브랜드로 성장하고 싶은 크리에이터에게 필요한 ‘부가가치’를 입혔습니다.
콘텐츠로 소비자를 만나는 ‘앞단’에서 출발한 크리에이터 커머스가, 이제 생산과 물류라는 ‘뒷단’의 효율로 승부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효율화된 뒷단은 크리에이터가 파는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만들고, 그 경쟁력이 다시 더 많은 사람을 불러 모으는 선순환을 만듭니다. 가격을 올리면 팬이 떠나고 가격을 맞추면 마진이 사라지던 그 갈림길에, 세 번째 길이 생기는 겁니다. 물류가 돌리는 성장의 플라이휠입니다.
이것이 그날 객석에서 제가 본 ‘물류’의 기회였습니다.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결국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 합니다. 재고와 생산, 물류, 원가 같은 무거운 짐은 누군가와 나누고 싶어 하고요. 저는 이 글을 읽는 커넥터스 독자 여러분이 그 ‘누군가’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