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밤〉(감독 윤서진)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17 〈초록밤
7월 27일 오늘의 큐 💡   
Q. 여름은 신록의 계절?❇️
님, 지난 주에 보내드렸던 레터 기억하시나요? 불과 일주일 전에는 '여름이었다...♧' 푸르른 청춘의 이미지로 기억조작하더니(참고🤭) 갑자기 왜 이러냐고요? 여름의 푸르름, 싱그러움, 뜨거움만 모은 걸 요새는 '관념적 여름'이라고도 하죠. 이번 주에는 마냥 그렇지만은 않은 여름의 빛깔에 대해서도 들여다보려 합니다. 여름의 싱그러움은 언젠가 사그라들기에 더욱 아름답게 기억에 남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오늘은 초록 계절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상실과 공허에 대한 이야기, <초록밤>을 소개해드릴게요.
<초록밤>의 세 명의 가족은 지쳐있고, 낯익습니다. 아파트 야간 경비원인 아버지, 집안 살림을 하는 어머니, 장애인 활동 보조사인 아들. 그들의 오래된 집 창문 뒤로는 밤마다 녹색의 빛이 드리웁니다. 함께 살지만 각자의 삶만이 있는 것 같은 이 가족은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함께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또다른 객식구를 마주합니다. <초록밤>을 보다보면, 초록이란 색이 마냥 생명의 색으로만 느껴지진 않습니다. 그러고보면 판타지 영화 속 독약이나 불길한 마법 구름 같은이 초록빛을 띄잖아요🤢 <초록밤>은 이렇게 녹색이 자아내는 오묘한 분위기를 미술적으로 충실하게 담아낸 작품이에요❇️ 또 다른 녹색의 작품, <남매의 여름밤>은 역시나 상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지만 완전히 다른 색깔의 사용이 돋보이죠. 두 작품을 비교해서 보시면 더욱 재밌을 거예요!

덥다, 더워😫 여름이 좋더라도 더위가 무서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이럴 때 집에서 단편영화를 잔뜩 플렉스!💸하시라고 인디그라운드와 웨이브가 함께 진행 중인 단편영화 스트리밍 기획전도 소개해드릴게요. 님, 물 많이 마시고 자외선 차단제는 꼭꼭 바르기! 함께 건강한 여름 보내봐요🍉

삶과 죽음을 품은 초록빛

〈초록밤


초록빛이 짙게 내려앉은 어둑한 여름밤, 한 가족에게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아버지와 집안 살림을 도맡아 하는 어머니, 그리고 오랜 연인과 결혼을 꿈꾸지만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 활동 보조사 아들 '원형'. 특별할 것 없이 단조롭고 무기력한 일상을 이어가던 세 사람은 할아버지의 부고를 접한다.

〈초록밤〉은 여러 죽음을 목도한 한 가족의 이야기다. 야간 순찰을 하던 아버지가 어느 고양이의 사체를 발견하면서 위태로운 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그리고 얼마 뒤 할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르게 된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들은 애도보다는 세속적 마음을 드러내며 아름답지 않은 끝을 장식한다. 이후 할아버지가 살던 집을 정리하러 간 세 가족은 그곳에 홀로 남은 할아버지의 동거인을 마주친다. (...)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물들의 태도에서는 경제적 문제가 부각된다. 인물들은 새로운 출발을 축하하기 위한 결혼식 소식에도 떠나간 사람의 마지막을 함께하는 장례식 자리에서도 축의금과 조의금을 먼저 연상한다. 할아버지의 장례식에서는 조의금을 두고 고모들의 소란스러운 싸움이 벌어지기도 하고, 함께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은 부조금에서 각자의 몫을 나눌 때뿐이다. 원형의 가족이 마땅히 갈 곳이 없는 할아버지의 동거인을 집에서 내보내는 순간까지도 그러한 이유가 작용한다.


세 가족은 건조한 관계다. 함께 모여 앉아있어도 나란히 누워 잠을 청해도 어딘가 거리감이 느껴진다. 특별한 대화가 오가지 않는 가족의 모습은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 없이 그 자체로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보인다. 말이 없는 인물들의 공백은 긴 호흡과 담백한 시선으로 인물들을 비추는 카메라와 스산하고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음악, 현실감 넘치는 공간을 재현해내는 미술 등 다른 영화적 요소로 채워진다. 특히 극 내내 프레임을 가득 메우는 초록색은 짙은 어둠에 묻어있기도 빛에 환히 번져가기도 하며 생명력과 죽음의 기운을 동시에 품고 있어 오묘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완성한다.

강하게 메시지를 설명하기보다는 덜어내고 비워낸 영상을 통해 보여주는 방식을 선택한 영화는 적절한 여백으로 관객의 몫을 남겨둔다. 여러 감정이 뒤섞여 덧입혀진 초록의 빛깔 아래 우리는 삶과 죽음, 그것을 대하는 태도, 함께하는 사람 등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 보게 된다.



인디즈 유소은

<초록밤> 감독 윤서진|89분|15세이상관람가

밤이 낮보다 어둡지 않고      
낮이 밤보다 밝지 않은         
우리 모두가 흩어지고 짙어지는, 여름밤
만나고, 헤어지고, 살아가기 👒

가족의 초록낮과 밤

〈남매의 여름밤
 

초록은 곧 여름을 상기시킨다. 온통 녹색의 것들로 물든 골목길. 따사로운 햇살에 비치는 잎사귀의 움직임. 무언가를 잃어 상실감을 느끼기엔 너무나도 싱그럽다. 영화 〈초록밤〉과 〈남매의 여름밤〉은 비슷한 듯 다른 결의 여름을 목도한다. 연속적인 죽음, 그리고 점차 가족에게 드리우는 그림자. 〈초록밤〉은 생명의 초록과는 거리가 먼 어둠을 다뤘다면 〈남매의 여름밤〉은 고즈넉한 유년기의 밤에 가깝다. 〈남매의 여름밤〉은 남겨진 사람들의 불안과 균열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 어린 남매의 시선으로 할아버지의 부재를 그린다.


재개발이 되는 집에서 떠나 방학 동안 머무를 보금자리로 아빠(양흥주)는 할아버지의 댁을 찾는다. 옥주(최정운)는 오랜만에 다함께 식탁에 둘러앉아 먹는 콩국수가 낯설다. 고모(박현영)도 할아버지 댁을 찾아오며 일을 나간 어른들 대신, 평일 낮 동안 옥주와 동주(박승준)가 할아버지와 시간을 보낸다. 어려웠던 할아버지’(김상동)와 조금씩 친해지는 어린 남매와 달리 아빠와 고모는 상태가 악화되는 할아버지의 방문을 되려 닫는다. 비가 오지 않아 달다며 포도를 건넬 때도, 양옥집 매매 계약 전화를 받을 때도. 혼자 쉬셔야 된다는 이유로 2층 중문은 다 큰 남매의 손에 닫힌다.

생각해보면 남매와 할아버지가 대화를 나눈 장면은 극히 드물다. 서로 말없이 얼굴을 쳐다보며 희미한 웃음을 받을 뿐. 그럼에도 옥주는 할아버지의 손길이 닿아 있는 푸른 잎들을 추억하고 그리워한다. 여름의 낮이 담긴 2층 양옥집이 남매에게 손을 흔든다. 두 남매가 기억할 여름은 누군가의 상실이 묻은 초록일 것이다. 초록낮, 그리고 초록밤. 어느 가족들의 여름날 끝에 마주할 가을이 쓸쓸하지 않길 바란다.


인디즈 이현지 

<남매의 여름밤> 감독 윤단비|2020|드라마|104분|전체관람가

방학 동안, 아빠와 함께 할아버지 집에서 지내게 된 남매 옥주와 동주, 그렇게 오래된 2층 양옥집에서의 여름이 시작되고 한동안 못 만났던 고모까지 합세하면서 기억에 남을 온 가족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번 주엔 단편영화 제대로 FLEX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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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 감독 김소형

‘우리’란 범주에 이름을 같이 싣는 일보다 한결 어려운 건, 그 이름을 바르게 호명하는 행위가 아닐까. 타자를 주저 없이 효용에 의해서가 아닌, 마음을 꽉 기워 부르기까지는 용기를 수반해야 가능하니까. 이 영화에는 안이 정연의 망(望)을, 정연이 안의 앓던 마음을 또박또박 발음해나가는 과정이 담겨있다.

여타 영화에선 가족에게 원망을 감지하는 청소년기 인물이 등장하면, 그 기분은 구성원에 의해 뭉근히 생략되는 문법이 잦았다. 억지로 포옹을 해야 끝나는 파티의 식순처럼 말이다. 하지만 <아마 늦은 여름이었을 거야>는, 안의 기분을 끝까지 실어 나른다. 특히 정연이 안에게 미안하다는 사과를 정확하게 해주는 대목은 무척 다정해서 엉엉 울었다. 이외에도 감정이 고양되는 대사는 서로에게 익숙한 언어로 하는 것, 그럼에도 말 안에 든 표현은 무사히 전달되었다는 환한 얼굴들, 판메밀 식당에서 꼬깃한 마음을 아예 숨기지 않고 먹던 때, 방문 앞에서 서성이던 둘, 산울림 노래를 같이 허밍하는 장면들 등등. 하나같이 늦고 눅눅한 여름을 관통하는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이 영화는 복숭아를 (혹은 즙이 가득한 과일을) 썰어두고 보길 추천한다. 영화에서 과육의 당도만큼 다디단 장면과, 여름만의 무성한 초록들이 뻗어 나오기 때문이다.

인디즈 김해수

<저 ㄴ을 어떻게 죽이지?> 감독 서지환
죽이고 싶다는 ㄴ은 누구일까. 년인지, 놈인지 헷갈린다면 성공이다. 나무 사이를 뛰어가는 여자의 머리에 떠오른 복수심은 빽빽한 숲속처럼 복잡하다. 여성끼리의 미묘한 관계가 돋보이는 작품
인디즈 이현지

<선율> 감독 김윤정
이리저리 움직이는 불안한 음표들 사이에서 서로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까 
인디즈 임나은

<우주의 끝> 감독 한병아
막연한 우주 같았던 삶을 지나 죽음에 다다랐을 때 뻔하고 지루한 절망 대신 스텝을 밟으며 춤을 출 테야
인디즈 임나은 

<나를 깨우는 바람> 감독 김민주
무언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은 해야만 사는 사회에 대한 저항이다. 무엇을 하든 비난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 살아갈 자유를 위해! 
인디즈 임나은 

 ✅ 인디즈 큐!가 소개했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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