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여성이 그리는 여성 서사 무협

웹툰: <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
원작: 윌브라이트
그림: 유아니
글: 가비남
무협지는 일반적으로 남자들의 세계다
#여성작가 #로맨스판타지 #무협지 #여성서사 #주변부
여러분 그거 아세요? 무협지는 과거로부터 남성이 꽉 잡은 시장이었습니다. 여성은 무협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그 세계관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죠. 이 생각처럼 여성들은 무협에 대해 흥미를 느끼지 않았고, 여성 작가 또한 탄생하지 않았습니다. 즉, 무협지하면 모두 남성 작가로 이루어졌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초등학교 때부터 무협 만화나 무협 소설을 읽었던 저에게, '무협지 작가 = 남성'이라는 관념이 있었어요. 그러다가 최근, 아니 1년 전에 <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라는 작품을 만났습니다. 얼결에 읽게 됐는데, 섬세한 표현과 여성이 주인공이며, 남성이 부가적인 역할의 형태였어요. 

이 작품을 보며 느낀 점은 한 단어로 요약할 수 있어요. 

'섬세하다'

맞아요. 캐릭터들이 지닌 성격이나 행동 묘사가 섬세했어요. 일반적인 남성이 그려내는 투박하고, 거친 표현과는 다른 표현들이 들어있었죠. 그 점을 느낀 후, 작가를 찾아봤어요. 작가의 이름은 '윌브라이트', 처음에는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죠.

'표현을 세심하게 하는 (남성)작가인가 보다.'

그런데, 얼결에 윌브라이트 작가가 여성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아, 역시 여성 작가는 남성보다 표현의 세밀함과 부드러움이 다르구나.'

물론, 이러한 저의 판단과 표현이 '편견'에 사로잡힌 말이라는 것을 알아요. 하지만 제가 최근 즐겨보는 <구천구검>이나 <무당기협> 등이랑 비교하면 확실히 달라요. 또한, 완결된 작품들 <신마경천기>나 <풍운객잔>, <마교육제> 등만 봐도 그렇죠. 이 섬세함은 '단순히 묘사가 섬세하네', '전개가 섬세하네'라는 차원에 머무르지 않아요.

섬세함은 주인공인 '당해원'의 행동으로부터 그려진답니다. 그 면모들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어떤 방식으로 그려지는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볼까요? 아차, 이번 레터는 좀 짧을 예정이에요. 제가 바빠서 길게 못 쓰거든요.🙄
사랑, 모성애와 러브라인
#당해원은 #엄마 #사랑꾼 #영웅 #히어로
사실 처음 이 작품을 선정했을 때, 영웅 서사의 전개 방식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어떤 방식으로 영웅이 성장하는지, 고난과 역경은 어떻게 극복하는지, 누가 영웅을 도와주는지 등 고전문학부터 장르문학(웹툰)까지 이어지는 그 흐름이 있거든요. 공을 들여 표로 만들어 배포하고자 했는데, 그럴 수 없어 말로 때우려고 해요.

가벼이 말하자면 영웅 서사의 기본 구조는 '비범한 탄생 - 역경과 고난 - 조력자(후원자) 만남 - 문제 해결'의 흐름으로 가요. 자세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이유는?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기 때문이죠.🙄 고전문학 작품은 대부분 저런 흐름으로 흘러가요. 무협 소설 또한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시대가 변했어요. 어떻게요? 영웅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엄청난 힘이 필요해요. 그 힘을 가지고 독자에게 '사이다'를 신나게 전달해야 하기 때문이죠. 만약 여기서 사이다가 빠지면 독자가 쉽게 이탈하거든요. 왜요? 과거와 다르게 '단행본'을 판매하지 않기 때문이죠. 대신 '화' 단위로 작품을 판매하며, 그때마다 몰입도를 끌어내야 해요.

그런 측면에서 장르문학 영웅들은 '먼치킨적' 요소를 지니고, 전개를 화끈하고 시원하게 풀어내는 특징을 지니게 됐어요. 여기까지가 일반적인 먼치킨 작품의 형태예요. 하지만 <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는 조금 달라요. 왜일까요? 바로 이 작품은 '무협장르'가 아니기 때문이에요.

'?? 무슨 소리야? 무협이라며?'라는 생각을 할 거예요. <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는 '로맨스판타지' 장르를 달고 있어요. 다르게 본다면 로맨스판타지 장르 안에 '무협'이라는 배경을 가져다 놓은 거죠. 그래서 이 작품의 타겟은 남성이 아니에요. 여성이죠. 어쩌면 모두를 타겟할 수도 있겠고요.

어쩌면 남성, 여성 모두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만큼 남성도, 여성도 자연스럽고 어색하지 않게 읽을 수 있거든요. 하지만 무협을 원했던 사람은 실망할 수도 있어요. 일반적인 무협이랑 결이 다르거든요. 이 작품은 '여성성이 강한 작품'이라는 아우라를 풍기고 있기 때문이에요.

당해원이 자강과 소예에게 발현하는 '모성애'는 여성 작가만이 여성 캐릭터에게 부여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표현이라 생각하는데요. 이는 로판의 필수요소 '연애'라는 감정과도 연결이 됩니다. 여성이 작가였을 때 발휘되는 사랑은 '주인공'의 사랑 표현뿐만 아니라, 남주인공(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쎄!)의 사랑 표현까지 세심하고, 세밀하게 표현이 됩니다.

한 예로, 쑥스러워하는 감정선이나,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의 사랑의 언어를 듣고 행복해 하는 모습 등은 일반적인 무협에서는 표현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무협에선 대충 얼버무리거나 한 문장이나 한 단어로 짧게 설명하고 넘어가곤 합니다.

또한, 설정상 실제 무협 작가가 자신이 애독하는 작품의 세계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는 점, '주인공'이 아닌 '주변부 인물'로 빙의했다는 점은 일반 무협소설과 대비되는 세계의 전복을 보여줘요. 즉, 이 작품은 로맨스판타지적 요소를 아주아주 강하게 지니고 있어요.

대표적인 예로 '악녀', '황녀', '작가의 소설 속 빙의' 등은 로판에서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예요. 단지, <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는 '무협'과 만나며 '여성'이라는 연약한 신체를 벗어나 '남성'을 넘어서는 '독립적인 여성상'이 표면적으로 드러납니다. 이에 '먼치킨' 요소를 가미하여, 빠른 전개와 통쾌함을 독자에게 선사하며 '속도감'을 더합니다. 

기존의 로판이 여성향에 치중하여 주인공의 '신체적 강함'보다 '정신적 강함'을 추구했다면, <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는 여성이 심신의 강함을 모두 갖췄고, 추구함으로써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 독자도 끌어모으는 힘을 지닌 작품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는 어떤데?
#회귀? #빙의? #작품속으로 #다이브인 #내가곧주인공
작품 속 주인공이 아닌 주변부 인물이 주인공이 됐을 때, 이를 어떻게 표현할까? 저는 '전복'이라는 말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왜요? 주인공이 아니었던 인물이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기 때문이죠. 주인공이 된다는 것은 작품 전체를 이끌어 가는 스토리 요소의 가운데에 서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고, 스토리 전체를 전복하게 되니까요.

주변부 인물이 주인공이 된다는 스토리는 흔치 않아요. 작품 속 시각을 온전히 다르게 바라봐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죠. 주변부 인물이 주인공이 됐을 때 오는 메리트(?), 좋은 점이 있어요. 이야기가 풍부해진다는 점이죠. 보통 소설은 주인공의 이야기로 전개 되잖아요. 그러다 보면 주변부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등장하고 행동하는지 알 수 없어요.

하지만 그들에게 집중했을 때, 그들의 목소리를 밖으로 꺼낼 수 있게 됩니다. 기존 이야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더한다는 관점은 '이야기의 범주'를 넓히고, 더 풍부한 스토리 전개를 가능하도록 만들어요. 그래서! 만약! 여러분들이 새로운 소설을 쓰고 싶다. 하면은 작품 하나를 정하고, 주변부 인물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세요. 

그러면 생각 이상으로 탄탄하고 논리적인 흐름의 이야기를 생성해낼 수 있으니까요. 더불어 로판이나 로맨스와 결합한다면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작품을 하나 거뜬히 써낼 수 있을 거예요. 

<무협지 악녀인데 내가 제일 쎄!>가 로맨스판타지라는 장르로 표현되고 있어 감상하기를 주저하신 분 계신가요? 이제는 주저하지 말고 과감하게 1편부터 읽으세요. 아아, 작화가 여성향이라서 손이 안 간다고요? 그래도 한 번만 보세요. 생각 이상으로 거부감없이 받아들일 수 있고, 일반적인 로판이나 로맨스와 다른 '감각'이 들어있답니다. 그러니 여러분 일단 보세요. 일단 보면 다르게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저는 한번 감상해보길 추천드립니다.
오늘의 아무말 취미레터 여기까지!
다음에 또 아무말로 찾아뵙겠습니다.
앙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