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는 실패해도 NPR은 성공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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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나 미국이나 전반적인 미디어 사정은 비슷합니다. 
이를테면 TV보다 OTT 서비스가 잘 나가고 (OTT에서 TV 프로그램을 볼 수 있지만)
흔히 말하는 'MZ세대'뿐 아니라 인스타그램과 틱톡, 유튜브를 주로 사용하죠. 
가짜 뉴스가 난무하고 소셜 미디어 상에서 자주 논란과 문제가 생기는 것도 닮았어요. 
마치 톱니바퀴가 차례로 맞물리는 것처럼 세계의 흐름이 정해져있다는 느낌마저 들어요. 
그런데 하나, 좀 다른 행보를 보이는 분야가 바로 '라디오'입니다.

👉이번 주 에디터는 FRI 입니다👈
🐚  코로나에도 성장한 라디오가 있다?!

여러분, 라디오 들으세요?

대답을 들을 수는 없지만 벌써 슬퍼지네요. 아마도 많은 분들에게 '라디오'라는 매체는 추억 또는 낭만일겁니다. 고등학교 야자 시간에 몰래 컬투쇼를 들었다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거나, 시험을 앞두고 잠이 오지 않아 별밤을 들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은 라디오보다 재밌는 매체가 너무 많을거에요. 라디오라는 매체는 청각이라는 단 하나의 감각만으로 이루어진 콘텐츠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시각과 청각, 때로는 촉각까지 이용하는 영상물을 더 쉽게 받아들이죠. 어쩌면 그 핸디캡이 너무나 명확해서 '라디오'를 발전시키거나 다른 방법으로 회생시킬 궁리를 못 찾은 것 같습니다. 지금도 라디오는 예전의 그 라디오처럼 항상 그 자리에 추억처럼 머물고 있습니다.

이게 우리나라 라디오의 상황이라면, 미국도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큰 흐름은 모두가 같으니까요. 상대적으로 통근 거리가 압도적으로 길고, 자동차 사용이 필수적인 환경적 요인때문에 라디오가 아직 힘을 쓰고 있다지만 곧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018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하루 평균 라디오 청취 시간은 106분이었고 대부분 출퇴근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가 닥친 2020년 지금, 재택근무가 늘면 당연히 라디오를 적게 듣지 않을까 생각했죠. 물론, 그렇게 됐습니다. 미국 내 라디오 청취율은 크게 떨어졌습니다. 회사를 안 가니까 차에서 라디오를 들을 일이 없는데다가, 그렇다고 집에서 라디오를 이용해 잘 듣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국 NPR(National Public Radio)는 좀 달랐습니다. 분명 라디오 청취율 자체는 떨어졌지만 NPR 웹사이트, 앱, 스마트 스피커를 이용한 청취자들은 늘었죠. 오히려 NPR 콘텐츠를 이용하는 사람이 작년에 비해 10퍼센트가 늘었다니, 대체 어떻게 된걸까요? NPR에서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변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1. NPR.org 사이트 방문자 94% 증가

  2. 스마트 스피커, 온디맨드 오디오 스트리밍 수 29% 증가

  3. NPR 앱 사용 22 % 증가

  4. 유튜브를 통한 NPR Music 트래픽 90% 증가

그리고 'the Life KIt Podcast'이라는 실생활에 사용가능한 정보 팟캐스트에서 '코로나 시대에 안전하게 식료품 쇼핑하는 법'을 다루는 등 변화하는 흐름을 빠르게 적용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해당 에피소드의 경우 NPR 웹사이트에서만 39만 뷰, 인스타그램에서 44만 뷰, 유튜브에서 77만 뷰를 기록했으며 600,000개가 넘는 바이럴(좋아요, 댓글, 공유 등)이 있었습니다. 

실로 대단합니다. 모두가 힘든 코로나 시대에 현상유지에만 성공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삼은 것이니까요. NPR의 간부들은 코로나 시대 이전부터 젊은 세대들이 라디오가 아니라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오디오 콘텐츠를 들을 것이라는 것을 예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 라디오 방송국이라고 세상이 디지털 플랫폼을 중심으로 흘러갈 거라는 생각을 못 했을까요? 절대 아닙니다. 내부적으로도 변화를 꾀하려는 노력은 예전부터 많았습니다.

SBS 라디오는 '에라오(에스비에스 라디오 오피셜)'이라는 이름으로, MBC 라디오는 '마봉춘'이라는 별명으로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지 꽤 됐고 '보는 라디오'를 이용한 영상 콘텐츠 제작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자체 앱을 개발해 '고릴라(SBS)', 'mini(MBC)', '콩(KBS)'등의 플랫폼도 가지고 있습니다.
🐚  근데 왜 우리나라 라디오는 안되어요...?ㅠㅠ
그런데 왜 NPR은 잘 되고 우리 나라 라디오는 침체되어 있을까요? 똑같이 디지털 플랫폼화에 힘쓰는데 한 쪽은 성공하고 한 쪽은 노력만 할까요? 미국이라는 문화적 아이콘의 특성, 규모의 경제는 차치하고 그 이유는 일단 한 가지였습니다. 플랫폼과는 상관 없이 그 플랫폼에 묶어둘 매력적인 콘텐츠가 없기 때문입니다.

1971년 첫 방송을 시작한 NPR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 'All Things considered'은 다양한 분야의 시사를 다루면서 높은 신뢰도를 얻었습니다. 이 방송에서 프로듀서를 하던 Bob Boilen은 뉴스에서 사용했던 음악들을 모아 'All Songs Considered'라는 프로그램을 만듭니다. 이후에 점점 여러 음악을 소개하면서 유명세를 얻자, 뮤지션들이 해당 사무실에서 공연을 하기 시작하고 'Tiny Desk Concert'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발전됩니다. 인디 밴드부터 슈퍼 스타까지 방음도 되지 않는 곳에서 AR이 아닌 풀 세션으로 노래하면서 일종의 '명예의 전당'과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우리 나라 방송 중에 이렇게 영예로운 스팟을 만드는 곳이 있을까요?

한편으로는 또 우리 나라 사람들이 책을 잘 읽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책 얘기를 왜 하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사실 오디오를 듣는 것은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합니다. 제한된 감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이미 익숙하지 않은, 아니 그럴 필요가 없는 우리 나라 사람들은 긴 흐름의 라디오나 쉴 틈 없는 팟캐스트에 잘 접근하지 않습니다. 한국인의 독서량은 OECD에서 하위권으로 알려져있습니다. 왜 책을 읽지 않는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 "볼게 너무 많다"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는데, 빠른 인터넷과 와이파이 덕분에 스마트폰을 이용한 영상 시청, 게임을 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게 되면서 책이나 오디오 콘텐츠는 멀리하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역량이나 환경 측면에서 한국의 오디오 시장은 개척하기 참 어려워보입니다. 청각으로 제한된 감각을 이용해 어떤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지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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