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에서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들 어떻게 새해를 맞이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화천의 곰들은 보내주시는 관심과 응원 덕에 무탈히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유일이는 부쩍 잠이 늘어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고 알코르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활동가들만 보면 맛있는 걸 달라며 입을 쩍쩍 벌립니다. 식욕이 줄어든 미남이 덕에 같은 방을 쓰는 미소는 밥 뺏길 걱정 없이 제법 편하게 밥을 먹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새해를 맞이한 곰들입니다. 어떤 사육곰 농장에서는 농장주들이 겨울내 먹이를 주지 않고 겨울잠을 재운다고 하던데 이곳의 곰들은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으며, 비록 갇힌 공간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겨울을 보내고 있어 조금은 맘이 편안합니다.
화천의 돌봄활동가들은 녹록치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독한 더위가 지나고 나면 편해질 거라 생각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매일같이 영하 10도 안팎을 오가는 화천의 기온과 매서운 바람에 양말을 두 켤레 씩 신는 것은 습관이 되었고 손가락을 구부리기도 힘들 정도의 두툼한 장갑과 방한장화를 챙겨신어도 시리고 아린 손발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잊을 만하면 쏟아져 내리는 눈을 치우느라 눈삽과 싸리비를 들고 눈과의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것도, 꽁꽁 얼어 열리지 않는 철문을 토치로 녹이고 망치로 때리며 여는 것도 일상이 되었습니다.
매일이 바쁘고 고되지만 별 수 있나요. 우리는 사육곰들을 잘 돌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돌볼 공간이 필요한 걸요.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이 이곳 뿐이니 주어진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 밖에요. 멀지 않은 날에 우리의 생츄어리가 생겨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곰들을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을 쓸고 얼어붙은 철문을 열기 위해 끙끙대는 시간과 체력을 아껴 곰들을 들여다보고 즐겁게 해주는데에 더 많이 쓰고싶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