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비록 어색한 사이나 과감히 제주행 티켓을 끊은 그 결단력 역시 환대해야 하고, 스쳐가는 말을 놓치지 않은 것 또한 인연이며, 지금 우리가 고민할 것은 초반의 뻘쭘한 분위기를 빠르게 넘길 방법이라 말했다. 그 과정에서 좀 불편할 순 있겠지만 그건 호스트로서 감내할 부분이라는 것. 듣고 보니 틀린 것 없이 타당하고 어른스러운 말이었지만, 나는 자꾸만 소소한 불편들이 생각났다. 사실 손님 맞이는 꽤 공력이 드는 일이다. 청소에 음식 장만에 가고 난 뒤 집 정리며 나의 시간과 에너지 기타 등등. 여기에 ‘친한 사이도 아닌데’가 더해졌다. 친한 사이도 아닌데 왜 이렇게까지? 손님이 오기 전 며칠은 툴툴대는 나를 보며 자신의 옹졸함에 자괴감을 느끼고, 내가 왜 자괴감까지 느껴야 하나 다시 옹졸해지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러니까, 친한 사이도 아닌데.

친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막상 온 손님은 무척 재밌고 유쾌한 사람이었다. 어느 정도냐면 환대를 하니마니 혼자 내적 갈등한 게 민망할 정도였다. 그는 우리 집뿐 아니라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는 데 장벽을 두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런 건 친해야 할 수 있지, 하는 세간의 기준을 뒤집어 하면 친해지지, 하는 사람이었고, 실제로 누구와 만나든 금세 흥미로운 대화를 끌어내는 재능이 있었다. 잡지 에디터인 그의 친구가 그날 함께 방문했는데, 나중에 내가 에디터가 된 후 이 만남이 인연이 되어 더욱 가까워지는 일도 일어났다. 들어올 땐 아니었지만, 우리 집을 나설 무렵 우리는 확실히 조금 더 친해져 있었다. 이날 밤, 나는 인생의 큰 깨달음을 얻었다. 인연이란 알 수 없고, 환대는 옳다. 그리고 환대를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