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에는 ‘연방준비제도에 맞서지 말라(Don’t fight the Fed)’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연준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기에 나온 말입니다.
이를 알고 있는 현명한 투자자들은 연준에 맞서는 대신 같은 편에 서서 같은 방향을 보려고 합니다. 동시에 연준보다 한 발자국 더 앞서나가려고도 하죠. 연준의 방향을 읽고 앞을 내다 본다면, 그곳에서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겁니다.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중요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연준은 금리를 인상(혹은 인하)하면서 ‘인플레이션 파이터’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당연히 연준의 행보를 읽기 위해서는 현재 인플레이션 압력이 얼마나 강한지 가늠할 필요가 있죠.
그럼 가장 최근에 발표된 CPI를 볼까요? 미국 노동부는 13일(현지시간) 11월 CPI를 발표했는데요. 전년 동월 대비 7.1%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이 집계한 전문가 예상치 7.3%를 밑돈 수치죠. 또 변동성이 큰 음식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도 전년 동기 대비 6% 올라 예상치(6.1%)를 하회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는 신호인 셈입니다.
이를 확인한 시장은 연준이 조만간 금리인상을 멈추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잇따라 연준의 향후 행보에 대한 관측을 내놓고 있고요. 켈리 전략가 외 다른 전문가들의 발언도 살펴볼게요. 판테온 매크로이코노믹스의 이언 셰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2월 연준의 25bp 인상 가능성이 더 커졌으며, 이것이 마지막 금리인상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캐피털이코노믹스(CE)의 폴 애시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이에 동의했고요.
물론 보수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아직 2월 이후 연준의 행보를 가늠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거죠. 특히 고용 관련 지표가 어떻게 나오는지에 따라 연준의 태도는 언제든지 다른 방향으로 바뀔 수 있습니다. 가령 서비스 고용은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11월 일자리는 26만 3000개 증가하면서 월스트리트의 예상이었던 20만 개 증가를 크게 웃돌았죠. 즉 서비스 업종을 위주로 노동시장이 여전히 탄탄하다는 건데요. 이에 바클레이스의 마이클 폰드 글로벌 인플레이션 연구 책임자는 “강한 노동시장은 더 높은 임금 상승으로 이어지는 최후의 단계”라며 “인플레이션 압박이 계속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어요.
11월 CPI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조금씩 둔화되고 있다는 게 드러난 것은 분명 희보입니다. 하지만 이는 하나의 단서에 불과합니다. 향후 연준의 행보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예정된 이벤트(경기 지표 발표)들을 더 많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연준의 행보에 대한 섣부른 확신 대신, 향후 발표될 고용 지표들과 12월 CPI 정도는 좀 더 지켜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