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입찰담합 #벨루가해방행동 #생명안전기본법
코트레터
2026. 5. 22.

코트워치 기자들이 한 달 동안 주목한 이슈를 정리해 보내드립니다.

재판소원 1호 사건, 대법원 판결 바뀔까

지난 3월 사법개혁 3법이 시행되고 두 달. 헌법재판소는 재판소원이 접수된 사건 651건 중 523건을 사전심사에서 각하했습니다(5월 13일 기준). 각하는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해 심리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다는 뜻입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법원의 재판이 ①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이루어졌거나, ②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③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사전심사로 시민들의 기본권 침해가 외면당할 수 있고, 심사 기준이 모호해 자의적인 심사로 변질될 수 있다¹는 우려도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번에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4월 28일, 처음으로 사전심사를 통과한 재판소원 1호 사건은 '녹십자 백신 입찰 담합 사건'입니다.²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녹십자는 질병관리청이 발주한 백신 구매 입찰에서 1순위로 낙찰됐는데, 이 과정에서 담합 행위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정명령을 내렸고, 녹십자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은 공정위 처분이 정당하다고 보아 녹십자 측의 청구를 기각했고, 대법원도 심리 없이 원심 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문제는 대법원이 앞서 열린, 같은 사건의 형사재판에서는 녹십자 등 제약사 6곳의 공정거래법 위반(담합)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했다는 점입니다. 녹십자 측은 같은 행위에 대해 형사소송에서는 무죄가 확정됐는데, 이에 반하는 행정소송 판결 내용을 대법원이 별도의 심리 없이 확정한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합니다.

 

헌법재판소는 대법원을 피청구인으로 지정해 사건에 대한 심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재판소원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에 따라 새로운 처분을 해야 합니다. 

 

¹ 김진한 변호사·전 헌법연구관 기고, '재판소원 제도와 사전심사 제도', 법률신문, 2026. 4. 25.

² 1호 사건에 이은 2·3호 사건은 각각 '참고인 신분으로 압수수색을 받는 과정에서 영장 사본을 교부받지 못해 제기된 소송', '도로 건설을 위한 토지매매 계약 관련 소송'이다. 

①이달의 판결:

벨루가 해방 행동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 황현진 공동대표가 5월 14일 항소심에서 선고유예를 받았습니다.


선고유예는 유죄가 인정되지만 형을 선고하지 않고 미룬다는 의미입니다. 선고로부터 2년이 지나면 전과 기록으로 남지 않습니다.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은 현재 '벨라'라는 이름의 벨루가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벨루가는 흰고래인데요. 롯데월드는 벨루가 세 마리를 수입해 2014년부터 전시했습니다. 그런데 2016년 벨로, 2019년 벨리가 폐사하며 비판이 이어졌고, 롯데월드 측은 생존 벨루가 벨라를 바다로 돌려보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방류 약속이 계속 지켜지지 않자, 핫핑크돌핀스는 2022년 12월 아쿠아리움 수족관에 현수막을 붙이고 구호를 외치는 방법으로 이행을 촉구했습니다.


이후 황현진 대표는 공동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롯데 측은 현수막 부착으로 7억 원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습니다


황현진 대표는 1심 재판에서 "제주 바다에서 제돌이, 춘삼이 등 돌고래를 마주할 때면 저는 벨라를 비롯한 좁은 수조의 돌고래들이 살아가야 할 곳은 드넓은 바다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 (롯데월드 측이 답변을 하지 않아)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위급성을 느꼈고, 마지막 생존 벨루가 벨라가 죽기 전에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퍼포먼스를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출처: 핫핑크돌핀스 유튜브)  

항소심 재판부는 이들 행동의 '공익적 목적'을 인정했습니다.


"벨라 전시 업무는 동물의 생태나 습성에 반하는 것으로 인간의 동물에 대한 법적, 윤리적 책임과 충돌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더구나 이 사건이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도 벨라의 방류는 이루어지지 않은 채 여전히 좁은 수조에 갇혀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관람객 유치를 위한 중요 상품으로 취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관람 목적'의 고래류 보유는 2023년 '동물원수족관법 시행규칙'으로 금지됐습니다. 하지만 벨라처럼 기존 국내 수족관에서 사육 중인 고래류 18마리가 남았습니다.

②이달의 판결:

생명안전기본법 6년 만에 통과


5월 7일, 재난·참사 피해자 유가족들이 국회 본청 앞에 섰습니다.


이날 국회에서 생명안전기본법이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처음 관련 법안이 발의되고 6년. 법 제정을 위해 긴 시간 투쟁해 온 유가족들이 소회를 전했습니다. 유형우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고 유연주 양의 아버지)은 "생명안전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저희같이 길바닥에서 투쟁하고, 국가에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일들이 없어질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전까지 재난 안전에 관한 법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04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만들어졌지만, '사후적인 사고 대응'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 독립적인 사고조사기구를 두지 않는다는 점 등에서 한계가 있었습니다.


생명안전기본법안을 공동 대표발의한 용혜인 의원은 이 법의 의미를 세 가지로 짚었습니다.


①국민의 안전할 권리를 법률로 명시했다.

②재난 예방과 피해 회복을 위한 국가의 책무를 강화했다.

③독립적인 조사와 재발방지대책 수립의 기반을 만들었다.


법이 시행되면 정부는 5년마다 안전권 보장 종합계획을 세워야 하고, 재난·참사가 발생할 경우 독립조사기구가 조사를 맡습니다.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법안 심사를 거치며 '외국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조항이 추가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시행령 등 구체적인 법령의 제정, 사고조사위원회의 실질적인 독립성 확보 등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김건주 기자, '생명안전기본법 국회 본회의 통과… "일상 포기하는 가족 생기지 않길"', 쿠키뉴스, 2026. 5. 7.

(이 레터는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91분의 지원을 받아 김주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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