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오페라 <살로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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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러 형태의 예술작품이 있지만, 예술이 꼭 아름다운 것만은 아닌데요. 인간의 고통을 표현한 예술 작품들은 때로 거북하리만치 사실적이라 보기만 해도 섬칫한 느낌을 주곤 합니다😱

 ‘미술관에 좀 다녔다.’ 하는 분들은 한 여인이 은접시 위에 남자의 절단된 머리를 올려둔 모습을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이 주제는 여러 미술가에 의해 활용되었는데요, 여기에서 남자의 머리를 들고 있는 여인은 대부분의 경우에 살로메, 혹은 유디트입니다.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머리를, 유디트는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들고 있죠💀 오늘은 그중 살로메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풀어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를 가지고 왔습니다. 조금씩 서늘해지는 날씨에 딱 맞은 그로테스크한 오페라! 궁금하다면 얼른 따라오세요!

오페라 <살로메>

©️wikimedia commons

이곳은 서기 40년경의 시리아입니다. 궁전에는 헤롯왕과 헤로디아스 여왕, 그리고 헤로디아스의 딸 살로메가 살고 있어요. 헤롯과 헤로디아스는 각자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 사랑에 빠졌는데요, 더 충격적인 사실은 헤로디아스의 전남편이 헤롯왕의 동생 빌립보라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율법에 어긋나는 둘의 사랑을 강하게 비난했어요. 심지어 헤롯왕은 자신의 의붓딸인 살로메에게 욕정을 느끼고 있는 아주 변태스러운 사람이었죠. 이런 의붓아버지에게 질려 밤에 혼자 걸으며 생각을 정리하던 살로메는 요한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하지만 살로메의 적극적인 구애에도 요한은 그를 단호하게 밀어냈고, 자신의 사랑이 거절당했다는 생각에 화가 난 살로메는 요한을 향한 복수를 다짐해요🤬

어느 날 저녁, 헤롯왕은 의붓딸인 살로메에게 자신을 위한 춤을 춰 달라고 부탁합니다. 살로메는 이를 거절했지만, 원한다면 나라의 반이라도 떼어주겠다는 조건을 들은 뒤 마음을 바꿔요. 자신을 거절한 요한에게 복수할 기회라고 생각한 것인데요, 곧 살로메는 헤롯왕을 유혹하는 듯한 <일곱 베일의 춤(dance of the seven veils)>을 추기 시작합니다💃🏻

모두를 경악게 한 외설적인 춤이 끝난 뒤 헤롯왕은 살로메에게 소원이 무엇이냐 묻습니다. 이에 살로메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게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달라."고 이야기하죠. 예언자이자 현자였던 요한은 헤롯왕에게도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기에 왕은 부디 다시 생각해달라 살로메를 회유했어요. 하지만 어떤 말에도 꿈쩍하지 않은 살로메는 기어코 요한의 머리를 가지게 됩니다. 잘린 요한의 머리에 광기 어린 키스를 퍼붓는 살로메. 그 충격적인 모습을 본 헤롯왕은 살로메를 처형할 것을 명합니다. 

오스카 와일드의 손에서 재탄생한 살로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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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로메는 성서에 등장하는 여성으로서는 마리아 다음으로 유명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살로메가 요한의 머리를 요구한다는 성서의 몇 줄은 여러 예술가의 상상력을 자극했고, 오늘날 미술관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을 만큼 많은 예술가가 그것을 작품으로 만들어냈어요.

예술가가 각각 어떤 시선으로 살로메를 바라보는지도 흥미롭습니다. 사실 성경 속 살로메는 '살로메'라는 이름 없이 그저 '헤로디아스의 딸' 정도로 이야기되고 있는데요. 세례자 요한을 죽이고자 했지만, 덕망 높은 현자를 함부로 죽이지 못한 헤롯왕과 헤로디아스가 어린 살로메를 조종하여 요한을 죽였다고 묘사됩니다. 하지만 <살로메>를 희곡으로 풀어낸 작가 오스카 와일드는 부모님에게 조종당하는 수동적인 소녀로 표현되던 살로메를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당당한 여성으로 그려냈어요✍🏻 슈트라우스가 오스카 와일드의 대본을 바탕으로 오페라를 만들었기 때문에 오페라 <살로메> 속 살로메가 아주 강하고 욕망적인 여성으로 그려진 것이고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The Gurdian

음악사에서 슈트라우스는 인기 있는 이름이에요. 왈츠의 왕 슈트라우스 2세와 아버지 슈트라우스 1세, 그리고 오늘의 작곡가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까지 수많은 슈트라우스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독일을 대표하는 작곡가로, 그의 음악은 문학과 음악이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어요. 특히 예술가곡과 교향시에 집중했던 슈트라우스가 1900년을 기점으로 오페라에 큰 관심을 두게 되면서 그 문학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합니다. 여전히 슈트라우스와 어색하다면 애국가의 작곡자이자 여러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작곡가 안익태의 스승이라는 사실도 전해드리고 싶네요!👀

인류 최초의 여성

Lillith ©️art UK

예술 작품 속 여성은 보통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아주 연약하고 수동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거나, 욕망에 사로잡힌 광기 어린 악녀. 살로메는 그중 후자에 속하죠. 살로메 외에도 많은 여성 캐릭터가 이렇게 묘사되고 있는데요,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릴리트”입니다🐍

릴리트의 탄생은 작은 의문에서 출발했습니다. 성경의 첫 장인 창세기 1장 1절에 분명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고 언급되었던 것이 2장에는 혼자에게 아담에게 짝을 만들어주기 위해 그의 갈비뼈로 하와를 만들어줬다고 쓰여 있는데요. 여러 학자가 여기에 모순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1장에서 만든 여성은 어디가고 왜 아담이 혼자 있느냐는 것이죠.

그렇게 해서 탄생한 릴리트는 인류 최초의 여성으로,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졌다는 하와와 달리 아담처럼 흙으로 빚어졌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릴리트는 아담 중심의 성교에 불만을 가졌다고 하는데요, “똑같이 흙으로 만들어졌는데, 왜 나는 항상 당신 밑에 있고 복종해야하느냐”고 이야기했다고 하죠. 이런 불만들이 쌓인 릴리트는 곧 에덴동산을 떠났고, 하와를 종용하여 선악과를 먹게 한 뱀과 함께 욕망에 사로잡힌 악랄한 여인으로  지금까지 소비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릴리트 콤플렉스라는 말도 생겼는데요.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요구하는 성 평등적인 사고를 하는 여성에게 릴리트 컴플렉스라는 병명을 붙여 마치 그것이 잘못된 것인 양 손가락질 해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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