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뿐만이 아닙니다. 2020년 11월8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도널드 트럼프 당시 현역 대통령을 누르고 당선되자 트럼프 진영에서는 부정투표 가능성을 거론하며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는데요, 호건 전 주지사는 공화당 내에서 거의 가장 먼저 바이든 당선을 인정한 인물입니다. 당시 그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의 선거시스템은 국민 모두가 투표하고, 개표하고, 결과에 승복하는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2021년 1월 트럼프 지지자들이 바이든 승리에 불복해 미국 의회를 습격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메릴랜드 주방위군과 메릴랜드 주경찰을 투입해 폭력사태 진압을 돕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아무리 공화당 소속 주지사라 하더라도 공화당원, 더욱이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었지요.
호건 전 주지사의 ‘대쪽’같은 성격은 변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메릴랜드주는 주지사의 3연임을 제한하고 있어서 작년에 두번째 주지사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후 올해 초에 상원의원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렇다면 당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유력 대선주자인 트럼프의 눈치를 볼 법도 한데 호건 전 주지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트럼프의 당내 경쟁자였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를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지하는가 하면 올해 말 대선에서 자신은 트럼프에게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으로 배심원들에게 유죄 평결을 받게되자 자신의 엑스(X·트위터)에 “결과에 관계없이 모든 미국인이 평결과 법적 절차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적어 트럼프의 유죄를 사실상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독(毒)일까, 약(藥)일까
호건 전 주지사의 이같은 행보가 자신의 상원 의원 선거에 도움이 될지 악재가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공화당 내에서는 호건 전 주지사의 트럼프 비판에 대해 ‘반역자’라는 비판이 들끓었습니다. 호건의 X에는 “당신이 11월에 꼭 패배하길 바란다” “정치적 커리어를 끝내야 한다”는 악플이 2만개가 넘게 달렸습니다.
트럼프 재선 캠프를 이끌고 있는 크리스 라시비타는 X에 “호건, 당신은 스스로 선거를 아작냈다”라고 썼습니다. 라시비타는 언론 인터뷰에서 “그냥 ‘슬픈 날’이라고 하면 될 것을 멍청한 짓을 했다”며 “우리도 맞설 수밖에 없다”고 강경대응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