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습도 안 해 와, 음도 못 맞춰, 근데 음대 나왔다 자만심은 있어, 연주도 꼭 오케스트라에서 해야 돼, 이거 어쩌나, 욕심도 많네? 당신 같은 사람들을 세상에서 뭐라 그러는 줄 알아요? ... (힘주어) 똥! 덩.어.리.”

아니, 이게 무슨 심한 말이냐고요? 바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속 주인공 강마에의 어록 중 하나입니다. 벌써 방영한 지 10년도 넘은 이 드라마는 당시 때아닌 클래식 붐을 일으켰는데요. 화제가 된 수많은 장면 중 하나는 존 케이지의 <4분 33초>가 연주되던 장면입니다🤭 4분 33초간 연주자가 가만히 있다가 퇴장하는 이 곡의 연주 방식은 크게 화제가 되었고, 대한민국 대중에게 존 케이지를 각인시켰죠. 오늘은 이 특이한 음악을 작곡한 작곡가, 존 케이지와 그의 대표작 <Water Walk>를 가져와 봤어요. 그가 왜 이런 특이한 음악들을 작곡하게 된 것인지 궁금하다면 따라오세요!💨

1912년 미국에서 태어난 작곡가 존 케이지는 오늘날의 명성과는 달리, 이름을 알리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음렬주의의 창시자인 쇤베르크에게 작곡을 배웠지만, 이내 자신이 음악이론과 맞지 않음을 깨닫고 그만의 독특한 음악관을 만들어냈죠✌🏻 때는 이미 40세를 넘긴 후였습니다.

그의 독특한 음악관은 동양예술철학, 특히 선불교와 주역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혼이라는 힘든 시기를 동양 연구를 하며 극복했을 정도로 여기에 심취해있던 케이지는 이후 "자아를 경험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우연성 음악을 창시합니다. 

한편, 케이지는 미국 현대무용계의 거장, 머스 커닝엄과 연인이자 동료로서 수많은 예술적 교류를 나누었어요👬 머스 커닝엄도 “움직임 자체가 무용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라고 생각하여 무용에 우연기법을 적용했다고 하니, 이 둘이 서로 정말 많은 영향을 주고받은 것 같죠?

하나 더! 아무 소리도 안 나는 이 곡에 저작권이 있냐고 묻는 분들이 있을 것 같아요. 정답은…yes! 저작권이 있습니다💸 음원사이트에도 올라와 있고요 (대신 재생 버튼을 누르면 아무 소리가 나지 않을 거예요). 문득 존 케이지가 음원화 된 <4분 33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지네요. 

영상을 보고, “이게 무슨 음악 작품이야!”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한 편의 모노드라마 같은 이 곡이 바로 <Water Walk>입니다. 이 작품은 존 케이지가 60년대에 TV를 통해 선보인 연주회이자 짧은 오락 퍼포먼스예요. 연주자(영상에서는 케이지가 직접 연주했답니다)는 여러 물체를 비비기도 하고 탁탁 치기도 하며 소리를 냅니다💥 물건을 옮기는 그의 옷깃 소리, 무대 위 발소리, 그리고 난생처음 보는 광경에 너털웃음을 짓는 관객들까지. 모든 것이 그 순간에만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의 연속이죠. 존 케이지는 이 작품을 통해 사람의 행위가 소리를 만들어내는 근원이며, 악기가 아닌 재료에 의미를 부여하면 그것이 음악에 가능성을 제공한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했어요.

하나 더! 영상을 보면 다양한 일상의 오브제들이 무질서하게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부엌에 있어야 할 밥솥과 믹서기가 욕조 옆에, 피아노와 나란히 놓여있는 모습은 어딘가 이질적입니다. 이처럼 오브제들은 기존에 그들이 있었던 공간으로부터 탈피하여 알 수 없고 새로운 질서 안에 재배치되어 있어요. 학자들은 공간적 질서가 무너진 <Water Walk>의 무대를 혼잡하고 예측 불허한 현대도시와 닮아있다고 해석하곤 한답니다!👍🏻

최근 코로나19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전 세계의 유명 연주자들이 한국을 자주 찾고 있습니다. 덕분에 에디터의 통장은 텅장이 되어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바이올린의 거장, 막심 벤게로프가 내한한다는 소식을 들고 왔습니다.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부터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까지! 막심 벤게로프가 선보이는 완벽에 가까운 기교를 직접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닐까 싶습니다. 고전과 낭만을 아우르는 이 연주를 5월 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