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 호칭이 허용되는 맥락
 Season 6  vol 48. 💡2026.4.17~4.23.

중년 여성의 ‘손맛’을 존중한다면
‘아동 결혼 종결자’가 남긴 유산
엄마는 기억을 따라 걸었다

입주자님 안녕하세요! 플랫팀 김서영 기자입니다. 한 주 동안 잘 지내셨나요? 


플랫레터를 쓰는 오늘은 세월호 참사 12주기입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2014년 4월16일 그날의 감정은 지워지지 않는 것 같아요.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 그 사이에서 추모의 마음만큼은 변하지 않고 남아 있습니다.  


봄이 언제 왔다 갔나 싶게 날씨가 덥습니다(한 번도 입지 못한 봄 자켓😂). 이번 주 플랫레터도 싱싱한 소식을 담아 왔습니다.



모르는 사이의 중년 여성을 ‘어머니’라고 부르는 건 항상 잘못된 일일까요? 그것이 문제가 아닌 방식으로 받아들여질 때는 언제일까요? 

<흑백요리사>로 얼굴을 알린 윤남노 쉐프의 유튜브 코너 <윤남노포>는 이러한 질문을 떠오르게 합니다. <윤남노포>는 프렌치 일식 분야 윤남노 쉐프가 시장을 돌아다니며 무작위로 ‘한식 손맛을 배우고 싶다’고 요청해, 상대가 승낙하면 재료를 사서 집을 방문해 함께 한 끼를 먹는 코너입니다. 이 코너가 왜 ‘불편’하지 않고 친숙하게 다가오는지, 이진송 계간 홀로 발행인이 칼럼에서 분석했습니다.

‘손맛 장인’을 찾아 나선 윤남노 쉐프는 대부분 중장년 여성을 섭외 대상으로 삼습니다. “어머니”, “어머니 손맛 좋으시냐?” 등의 호칭을 통해 대상에게 접근하지요. 이에 대해 이진송은 “요즘 같은 때(?) 확실히, 촌스럽다. (...) 여성을 가족의 구성원으로만 환원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며, 요리를 여성의 일로 국한하는 사고방식은 성차별적입니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현장에서 윤남노가 만나는 중장년 여성들의 활력과 매력이 이런 반사적인 반응을 가볍게 제압한다”고 전합니다.

어머니라고 불린 이들이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의미 같습니다. “어머니라고 불리는 순간 무장해제 되면서, 순식간에 윤남노에게 통통하다거나 살이 왜 이렇게 쪘냐고 구박한다. 세간의 기준으로는 무례하지만, 명백히 애정을 담아서.”

이러한 ‘쌍방 무례(?)’는 흡사 “네가 나를 (가족주의와 성별 고정관념에 따르되 친근하게) 어머니라고 부른다면, 나는 너에게 (외모지상주의와 신체 비하의 의미지만 귀엽다는 뜻의) 호칭을 돌려줄게”가 아닌지, 이진송은 풀이합니다. 중장년 여성을 대뜸 ‘어머니’라고 부르는 것, 과체중인 사람에게 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모두 바람직하지 않은 행위이지만 그것이 애정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선생님이라는 세련되고 중립적인 호칭보다 어머니라는 부름에 더 익숙하고 또 정을 느끼는 여성들이 거침없이 윤남노의 뱃살을 지적한다. (...) 하는 사람도 받아들이는 사람도 잘 먹는다는 감탄이나 귀엽다는 표현 대신 쓰고 있음이 느껴진다. 즉 단어의 의미가 관계 속에서 재맥락화되는 것이다.

이는 이 코너가 중장년 여성을 비추는 방식과도 맞물립니다. 그들의 노고를 인정하는 시선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들을 ‘어머니’로 불러도 비하의 의미가 없다는 것을 우리가 알게 되는 것이지요.  

“유명한 요리 예능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시장에서 식재료를 볼 때마다 풍부한 정보를 자랑하지만 윤남노는 ‘한식을 잘 모른다’라고 겸양하며 요리를 청한다. (...) <윤남노포>는 그 구성의 특성상, 평범하지만 필수적인 일상의 식탁을 지탱해 온 여성들의 노동력과 내공을 은은하게 조명하고 확실하게 존경을 표하게 된다.”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아줌마’의 모습이 담긴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거리에서 한식의 달인, 손맛 장인을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평범한 중장년층 여성이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거침없고 다정하고 호방하고 한편으론 또 무심한 그들의 모습이 시청자를 매료시킨다네요.

호칭이란 누가 누구에게 언제 어떠한 맥락에서 했는지에 따라 의미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입주자님도 <윤남노포>를 본 적이 있으시다면 감상을 공유해 주세요!


아프리카 말라위 데드자 지역의 최고 족장이었던 테레사 카친다모토는 지난해 8월13일 6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주요 외신에도 그의 사망 소식이 오르지 않았으나,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다시 화제가 되며 많은 이들이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어요.

카친다모토는 1958년 몽고니족 족장 가문 12남매 중 막내딸로 태어났습니다. 2003년 데드자 지역 최고 족장에 올랐는데, 여성이 족장을 맡은 건 매우 이례적이었습니다. 그는 족장으로 일하며 아동 결혼의 현실을 마주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말라위 여성은 두 명 중 한 명꼴로 18세 이전에 결혼했고, 12살 소녀가 아이를 안고 있는 모습도 흔했습니다.

카친다모토는 아동 결혼 악습을 끝내는 것을 사명으로 삼고 2010년대 초부터 활동에 나섰습니다. 데자드 지역 하급 족장 50여명에게 아동 결혼 금지 협약에 서명하게 하고, 기존 결혼을 무효화하고,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부모들을 만나 설득했습니다. 545개 마을 전역에 ‘비밀 어머니’로 불리는 여성 정보원 네트워크를 구축해 아동 결혼 금지를 어기는지 감시도 했고요.

더 나아가 의회를 압박해 2015년에는 18세 미만 결혼 금지를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어요. 그럼에도 헌법과 관습법은 여전히 부모 동의 하에 아동 결혼을 허용했으나, 카친다모토는 헌법 개정 운동에 나서 2017년 헌법상 결혼 연령을 15세에서 18세로 상향했습니다. 그 결과 아동 결혼 비율이 최근 조사에서 38%로 떨어졌습니다. 15세 미만 여성 결혼 비율도 12%에서 8%로 줄었어요.

그가 아동 결혼 근절에 나선 가장 큰 이유는 교육입니다. 그는 2016년 인터뷰에서 “교육을 받아야 할 모든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그 아이들 대부분이 소녀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여성들이 교육받는다면, 그들은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다”, “한 명의 소녀를 교육하는 것은 마을 전체를 교육하는 것이며, 곧 세상을 교육하는 것”이라고 늘 말했다고 해요.

그의 행보는 ‘아동 결혼 종결자’에 그치지 않습니다. 족장 재임 기간 중 여성 하급 족장 55명이 선출되도록 했어요. 스스로도 “성별 균형을 이룬 것을 큰 업적으로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그가 무효화한 아동 결혼은 3500건 이상이라고 합니다.

멀리 떨어진 대륙의 이야기지만, 다음 세대 여성을 구하겠다는 신념에 일생을 바친 삶이 주는 울림이 큽니다.


세월호 참사 12주기를 맞아 경향신문 우혜림 기자가 전남 목포에서 정정희씨를 만나고 쓴 기사입니다. 딸을 먼저 보낸 어머니의 추모를 통해, 타인의 애도를 멋대로 재단하는 것이 얼마나 비인간적인 일인지 돌아보게 됩니다. 

정정희씨는 지난 2년 동안 목포에서 서쪽으로 5.6㎞ 떨어진 섬 달리도를 떠돌았습니다. 그의 막내딸 다영이는 버킷리스트 1번 ‘제주도 땅 밟기’를 끝내 이루지 못했습니다. 엄마는 새벽마다 원뚝 끝에 서서 수평선을 향해 중얼거렸고, 굴껍데기와 개흙을 손에 쥔 채 폐염전을 오갔습니다. 섬사람들은 정희씨가 미쳤다고 했습니다. 2014년 봄 이후 자취를 감췄던 그는 10여년 만에 홀로 섬으로 돌아왔습니다. 

정정희씨를 살린 건 그림이었습니다. 다영이는 그림을 그리는 엄마를 좋아했고, 정희씨는 다영이를 잃고선 계속 다영이를 그렸습니다. 그는 서양화 박사 과정을 시작하고 자기 자신을 직면하기 위해 고향 달리도를 다시 찾았고, 멀리 보이는 세월호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저 배는 죄가 없다.’ 그림을 다 완성할 즈음 정희씨의 마음속엔 한 가지 명제가 남았습니다. ‘살아야 한다.’ 그렇게 그리다 보면 그림 속에서 다영이를 만납니다. 

엄마는 그날에 멈춘 딸의 일기장을 이제 다시 넘겨봅니다. 꿈이 많았던 다영이는 “해야 함은 할 수 있음을 함축한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것을 보는 엄마도 살아야 한다면 살아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최민서 인턴기자가 영화를 소개합니다. 여러 전쟁이 이어지고 있는 현 시점에 눈여겨 보면 좋을 작품이네요. 


🍀🍀🍀🍀🍀


📷 카우타르 벤 하니야, <힌드의 목소리> 


미·이란 전쟁 보도가 매일같이 이어지는 지금, 우리는 전쟁으로 인한 죽음에 얼마나 귀기울이고 있을까요. 지금도 이란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전쟁이 이어지고 죽음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런 죽음들은 우리에게 와닿지 못하기도 하고, 쉽게 잊히기도 합니다.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은 이러한 망각에 저항하고자 영화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바로 <힌드의 목소리>입니다.


<힌드의 목소리>는 2024년 1월 29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발생한 총격으로 가족을 모두 잃은 채 차량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6세 소녀 힌드 라자브 하마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힌드가 적신월사 응급콜센터와 나눈 통화 내용 녹음본이 영화에 그대로 삽입되었습니다. 영화는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실제 목소리입니다” 등의 자막으로 이런 사실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감독은 힌드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무력감과 압도적인 슬픔을 느꼈고, 이 영화를 만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합니다.


전쟁 영화는 참혹한 장면을 관객에게 보여주면서 고통을 재현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힌드의 목소리>는 이런 공식을 거부합니다. 자극적인 장면 대신 한 소녀의 목소리로 전쟁의 비극을 들려줍니다. 카메라의 시선은 오직 적신월사 응급콜센터 내에서만 머무릅니다. 힌드를 구조하기 위해 애를 쓰는 직원들과 힌드의 실제 목소리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가자 북부 구조대에서 힌드가 위치한 주유소까지는 약 8분 거리. 8분이면 구급차를 보낼 수 있지만 안전한 경로를 확보하기 위해 이스라엘군의 조정을 기다려야 합니다.


‘행복한 아이들’ 유치원에 다니는 6살 힌드는 전쟁이 무엇인지 인지하고 있습니다. 탱크가 옆을 지나가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고, 가족들이 힘들어서 자고 있는 거라고 위로하는 구조대원에게도 “다들 죽었어요.”라고 답합니다. 그러나 전화를 받은 어른들이 자신을 구하러 오지 않는지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언제 도착해요?”라고 계속해서 묻기만 합니다. 제발 자신을 데리러 와달라는 힌드의 처절한 외침이 이어지는 동안 직원들은 이 목소리를 듣고만 있을 뿐, 그 무엇도 하지 못해 무력함을 느낍니다. 총소리가 들려도 해줄 수 있는 건 코란 암송을 암송하는 일, 아이를 달래기 위한 질문을 쏟는 것밖에 없습니다. 영화는 무력한 기다림을 그대로 담아냅니다. 이 모든 고통은 안전한 장소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출동 허가가 떨어졌지만, 구조대원들은 끝내 힌드에게 닿을 수 없었습니다. <힌드의 목소리>는 잔혹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해 결말을 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구조대원들과 힌드의 사진, 차의 잔해를 사진으로 보여줍니다. 바다를 좋아했던 힌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머니의 인터뷰를 싣기도 했습니다. 힌드가 비극적인 죽음이 아니라 전쟁을 견뎌낸 아이로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지 않을까요. “영화는 폭탄 테러를 막지 못한다. 하지만 진실이 지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는 카우타르 벤 하니야 감독의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힌드의 목소리를 세상에 들려주고자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오카 마리 작가는 저서 <가자란 무엇인가>를 비롯해 가자지구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망각이 다음 학살을 준비한다”라는 문장을 여러 번 인용했습니다. 이 문장은 광주 항쟁을 기록한 책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에서 인용된 문부식씨의 말인데요. 지금 우리가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이는 또 다른 ‘가자’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미·이란전쟁 관련 소식이 쏟아지는 현재, 가자지구에서의 학살과 유사한 형태의 반인권적 전쟁 학살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고한 민간인들이 목숨을 잃는 일이 계속해서 반복된다면, 우리는 또 다른 힌드의 목소리를 듣게 될지도 모릅니다.


<힌드의 목소리>는 유료 관람객 1인당 129원을 국제구호단체 적신월사에 기부한다고 합니다. 기부 금액 129원은 힌드가 사망한 1월 29일을 뜻하며, 힌드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해요. 영화를 본 뒤, 끝나지 않는 전쟁과 반복되는 학살 앞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지 고민해보면 좋겠습니다.


👤 리얼돌 자체를 성인의 사적인 소유물로 인정해줘도 되는가부터 저는 의문입니다. 리얼돌이 인기 있는 이유는 늙지 않고 이상적인 외형을 가진 데다 언제든 교체 가능하고 구매자가 마음대로 유용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잖아요(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다른 긍정적 이유가 있을까요?). 그런 것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환멸을 느낍니다.

👤 이번 레터에서 책이 세권이나 소개됐는데 책창고도 열린다니 정말 좋네요 플랫 덕에 읽을 책이 잔뜩! 저도 병렬독서를 즐기는 편이라 ㅋㅋ 읽을 책이 한가득 쌓여있어요 레터에서 추천한 여성관련 도서들을 사서 읽기도 하고 도서관 희망도서에도 꼭 신청하는 편이에요(마이크로페미니즘실천처럼 ㅎㅎ) 믿고 보는 플랫 늘 고마워요~ 감기 조심하세요

👤 오늘 자체 문화데이라 국현미에 갈 계획이었는데 아라리오 갤러리부터 들려야겠어요 흥미로운 전시 소개해주셔서 얼른 달려갑니다! 레터 아니었으면 몰랐을 거 같아요 ㅠㅠ

👤 리얼돌을 허용해야되는 이유 자체를 모르겠어요. 찬반이 갈리는 문제라는 생각도 안 드는데 참 사람과의 관계는 상호작용이 우선이고 책임이 필요한데 리얼돌은 그런 상대가? 아니잖아요. 실제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않을거라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더 끔찍할 일들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요.

  
👀 From.Flat 

📣 여성들이 리얼돌을 보며 느끼는 아주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거부감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모욕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역시 플랫에는 문화예술계 및 출판계의 빛과 소금인 분들이 많이 모여계신 것 같아요. 날씨도 쾌적하니, 문화 생활을 하기 참 알맞은 계절입니다💌 

🌹4월에도 플랫과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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