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
VOL. 031  |  2024. 11. 27.
우리 사회에 스며든 인구감소 문제는 정말 심각하죠. 때로는 ‘0.72’라는 출산율이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정말 홀로서기조차 불가능한, 소멸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도시보다 인구와 인프라가 적은 지역에서는 이 바람이 더욱 매섭습니다. 저출생 문제에 대도시 쏠림 현상까지 중첩되었기 때문이죠. 당연하게 여겨왔던 것들이 더 이상 당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지난달 24일 열린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 1 ‘기로에 선 지역, 위기를 기회로’에서는 인구감소 시대에서 한일 양국 지역 사례와 정책을 다뤘습니다. 관계인구, 지역순환경제, 시민참여 에너지 정책 등 양질의 일자리와 탄소중립 실현, 다양성을 포용하는 공동체가 탄탄한 삶터로서의 지역을 만들기 위한 도전과 사례들로 가득 찬 시간이었습니다.  
10월 24일 개최된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 1 ‘기로에 선 지역, 위기를 기회로’ 연사들. 한겨레.
‘관계인구’의 의미와 범위. 일본 총무성 관계 인구 포털.                         
*공식 번역이 아닌 편집자 임의의 번역입니다
‘관계인구’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기조발제를 맡은 다나카 데루미 일본 시마네현립대 교수이자 <관계인구의 사회학> 저자는 “인구가 줄어들어도 지역은 재생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2016년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관계인구’는 ‘특정 지역에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관여하는 외부인’을 뜻합니다. 관광과 정주 사이에 있는 사람들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제15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 ‘기로에 선 지역, 위기를 기회로’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다나카 데루미 일본 시마네현립대학 교수. 한겨레.  
다나카 교수는 지역 주민들이 ‘정서적으로 고립’되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무슨 말일까요? 알고 보니 우리에게도 익숙한 감정이었어요. ‘자녀들이 도시로 나가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요. 그런데 다나카 교수는 이것이 문제라고 말해요. 정서적 고립이면서 지역의 진정한 문제라고요.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이라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주체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남의 일처럼 여겼다는 이야기예요.

그래서 다나카 교수는 외부인, 즉 외부에 있는 인재에 주목합니다. 외부인은 지역에 5가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고 하는데요, ①지역을 재발견하고 ②주민들의 자부심을 함양하고, ③새로운 지식을 전파하는 것입니다. ④지역 변화를 촉진하고, ⑤지역에 얽매임이 없기에 보다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나카일루미네이션 축제를 위해 환경을 조성한 모습. 지상에서 20여미터 떨어진 ‘천공의 역’을 활용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했다. 이나카일루미 소셜미디어.
시마네 현 오난초 아스나 지구의 사례를 한번 볼까요? 이 600명 정도 규모의 작은 마을에는 지상에서 높이 20m에 있는 ‘천공의 역’이라 불리던 우즈이(宇都井)역이 있었습니다. 2018년 JR산코센이 영업 종료로 이 특별한 역이 폐허가 될 위기에 처하자, 주민들은 ‘이나카 일루미네이션’ 축제를 시작했습니다. ‘이나카’는 일본어로 시골이라는 뜻으로, 시골에서만(!) 볼 수 있는 멋진 일루미네이션을 함께 즐기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처음에는 주민들이 손수 진행하는 작은 행사였지만, 연간 2천여명의 관광객이 찾는 축제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고령의 주민들은 행사 진행이 점점 힘에 부치기 시작했고, 결국 행사를 폐지하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이때 주민들은 ‘관계인구’의 도움을 받기로 했습니다. 관광객들은 축제를 구경하고 돌아가는 것에 그치지만, 관계인구는 축제의 준비부터 진행, 뒷정리까지 함께하기로 한 거예요! 지난해에는 시마네 현립대학 학생들을 포함한 60여명의 관계인구가 축제 전 과정에 참여했습니다. 이전까지는 뒷정리가 너무 힘들어 행사의 꽃(!)인 뒤풀이도 없었는데, 지난해에는 관계인구들과 즐거운 뒤풀이까지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주민들은 이제 관계인구를 위해서라도 축제를 그만두지 않겠다고 다짐하셨다고요.😀 

다나카 교수는 관계인구가 가져온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를 강조합니다. 바로 ‘지역 재생 주체의 형성’이죠. 외지에서 온 관계인구와 함께하며 지역 주민들이 정서적 고립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의 주체로 거듭난 것입니다. 관계인구의 구성원이 바뀌더라도 주민들의 주체성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지역 쇠퇴의 악순환이 지역 재생의 선순환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주민과 관계인구의 창의적인 발상을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주민과 관계인구가 축제 뒷정리를 마치고 찍은 사진. 다나카 교수에 따르면 이 중 주민은 30%뿐이고 나머지 70%는 관계인구다. 관계인구도 자신이 직접 장식하고 꾸민 일루미네이션을 보면 더 애착이 생긴다고 한다. 다나카 데루미 교수 제공.
신안군: 햇빛과 바람, 그리고 연금
햇빛연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우량 신안군수. 신안군은 조례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발전회사의 행정을 간소화했다.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만들어 은행 대출로 신재생에너지 발전회사(SPC) 채권을 인수한다. 발전회사는 신용과 담보를 제공하고, 대출금도 갚아나가며 이익금을 공유한다. 현재 신안군에는 11개 협동조합이 있다. 한겨레.  
우리나라 지자체 중에 섬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 알고 계세요? 바로 전라남도 신안군입니다. 인구 3만8천여명 규모의 신안군은 대한민국 전체 약 3천여개 섬 중 천여개 섬을 가지고 있대요. 또한 전국 최고 수준의 일조량을 자랑하는 지역이기도 하고요. 섬과 햇빛, 바람이라는 지형적 조건을 활용해 신안군은 태양광과 지주식 해상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 뭔가가 더 있습니다.😎

신안군은 2018년 10월 전국 최초로 ‘신재생에너지 개발이익 공유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했습니다. 이 조례의 핵심은 태양광 발전을 통한 개발이익을 지역 주민과 공유하는 것입니다. 햇빛과 바람은 자연이 준 것이니까요.😀 구체적으로는 발전회사가 수익의 30%를 지역 주민들과 공유하면, 사업 인허가와 행정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수익을 주민들과 나누는 제도가 바로 ‘햇빛연금’이에요. 2021년 첫 지급액 17억원을 시작으로 3년 만에 지급 총액이 100억원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햇빛연금은 지역화폐로 지급되기에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네요. 나아가 신안군은 이 조례를 바탕으로 ‘햇빛아동연금’ 제도를 신설하고, 농협과 협력하여 관련 전용 상품도 개발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인구 고령화와 지방소멸 위기 고위험군에 포함된 신안군 인구가 햇빛연금 수혜 지역을 중심으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2014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해, 2023년 9월까지 248명이 순증가했다고 합니다. 
② 영암군: 로컬상생과 수평적 경제로의 전환
수평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과 지자체 예산을 활용해 공동체 부(富)와 자산을 키우려는 정책을 설명하는 우승희 영암군수. 그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수평 경제를 통해 공동체 자산을 키우고, 그 속에서 주민들의 삶이 개선됨으로써 지역의 순환 경제 모델이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인구 5만여명의 전라남도 영암군은 여느 지역처럼 지역소멸 문제로 고민하는 곳입니다. 영암군에는 ‘대불국가산단’이 있습니다. 1997년부터 가동한 대불산단은 현재 2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재직하며 지역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곳입니다. 하지만 재직자 절반 이상이 인근 남양과 목포시에 거주하고 있어요. 영암에서 돈을 벌어 다른 지역에서 돈을 쓰는 셈이죠. 농업 분야의 양극화도 심각합니다. 영암군 5만여명 중 1만2천여명이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전체 농가 중 7%에 불과한 대규모 농가(5만 헥타르 이상)가 영암군 전체 농지 면적의 약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 때문에 영암군은 지역의 부(富)를 증식하고, 지역공동체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것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지역소멸이 단순한 인구감소를 넘어 지역사회의 경제적·사회적 기반이 무너지는 과정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영암군은 ‘로컬 상생과 수평경제로의 전환’을 기조로 하는 지역순환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협약을 맺고 계속 교류하고 있는 영국 프레스턴의 부유한 지역공동체 만들기(Community Wealth Building: CWB, 공동체자산구축)모델을 참고하여 ‘영암형 지역순환경제’ 정책을 펼치고 있어요.

그러기 위해 영암군은 사회적 가치가 있는 물품의 판매와 구매를 통한 일자리 창출, 사회적 가치 기반의 경제조직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어요. 또 지자체 자산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예산이잖아요? 예산을 지역경제 순환의 핵심 동력으로 활용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예컨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기업에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영암 지역에 있는 자재와 인력을 활용하는 업체인 경우 다음번 계약 시 해당 사항을 반영하는 등의 방식이죠. 나아가 공공조달시스템이나 ESG 관련해서 주변 시군과 광역 공공조달권도 함께 추진해 볼 예정이라고 해요. 
③ 부여군: 지역화폐로 순환경제 박차
성공적 지역화폐 사례 중 하나인 ‘굿뜨레페이’를 설명하고 있는 박정현 부여군수. 5만9천여명 규모의 부여의 지역화폐 굿뜨레페이 가입자가 7만5천명을 넘어섰다. 부여의 관계인구도 굿뜨레페이를 사용한다는 의미다. 한겨레.
인구 약 6만여명의 충청남도 부여군. 백제의 수도로 널리 알려진 역사도시라 꽤 친숙하실 텐데요. 부여 역시 다른 농촌 지자체들과 마찬가지로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 이로 인한 소비 침체, 그리고 인근의 대전, 세종, 천안으로의 역외 유출과 같은 문제들이요. 특히 농업과 자영업 종사자 비중이 높은 부여군의 특성상, 인구도 돈도 바깥으로 나가니 남아있는 주민도 떠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구조 속에 있는 것이죠.😥 

이러한 유출을 막고 지역 안에서 부(富)를 불리기 위해 부여군은 지역화폐 ‘굿뜨레페이’를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여군의 인구가 6만명인데 굿뜨레페이 가입자는 7만5천명을 넘어섰어요. 이는 인근 지역 주민들도 부여의 지역화폐를 활발히 사용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지역화폐가 실질적 효과를 내려면 골목상권, 소상공인 등 자영업자 쪽으로 돈이 흘러가야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부여 굿뜨레페이는 부여군 내 가맹점 비율이 94%에 달하고, 사용액도 2020년에 47억에서 2023년에 56억원으로 골목상권에서 사용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성과 뒤에는 행정의 많은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소상공인 매장 이용 시 최대 10%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신용카드와 겸용을 제한하는 한편, 독자적인 블록체인 시스템을 따로 개발·관리해 굿뜨레페이 가맹점 수수료는 0원이라고 합니다. 박정현 부여군수는 “지역화폐 없이 살아가기 불편한 지역으로 확 바꿨다”고 표현할 만큼 굿뜨레페이에 자신감을 내비쳤습니다. 
앞서 살펴본 사례들은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혁신적인 접근을 보여줍니다. 관계인구를 통한 일본의 지역 축제 활성화, 신안군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이익 공유 모델, 영암군의 부유한 지역 공동체를 위한 수평적 경제로의 전환, 부여군의 지역화폐 활성화 등 각 지역의 노력이 의미 있는 결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규모 산업단지나 대기업 유치와 같은 기존 문법이 아닌, 지역의 고유한 특성을 잘 파악하고 활용한 맞춤형 정책이 새로운 해결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박은경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더나은사회연구센터장은 지역 문제의 핵심을 “경제·사회적 불평등으로 시민들의 삶이 침해받고, 이러한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이고 복합적으로 목격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지역의 삶의 질 저하는 인구 유출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지역 쇠퇴를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고 느리지만, 천천히 지역의 자산과 가치를 늘리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서 한겨레는 지역 정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고 다양한 지역 전환 사례를 발굴, 확산하기 위해 ‘지역 조사 및 평가’(가칭)를 기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환경, 보건복지, 경제와 사회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정량·정성적 조사를 진행하려 해요. 단순히 줄세우기식 순위 발표가 아니라 지역의 인구 규모와 인프라 등을 감안하고, 지역 특색에 맞춰 노력하고 성과를 보이는 곳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조사 항목에는 삶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과 고용 안정은 물론 사회연대경제 활성화까지 포괄한 경제, 삶의 튼튼한 안전선인 복지, 각자의 다양성을 포괄할 수 있는 사회 등 폭넓게 살펴볼 예정이라네요. 아마 2025년 상반기에 결과를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스피커스> 어떠셨나요?
지역의 공간적, 기능적 범위는 과연 어디까지일까요? 그 범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지역 정책의 핵심 과제입니다. 이날 토론에서 서재교 우리사회적경제연구소 소장은 주민들의 생활권, 정책 범위, 공공조달의 역할이라는 3가지 관점에서 접근할 것을 제안했어요. 지역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적절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할 텐데요. 특히 앵커 기관과 사회적경제, 지역순환경제 간의 상호작용과 경제적 승수효과를 면밀히 보고 지역과 중앙정부가 서로 협력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지난 5주간 아시아미래포럼의 다양한 세션을 살펴봤습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을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는데요. 스피커스는 한 주 쉬고 새로운 이야기로 찾아뵈겠습니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스피커스의 대화는 계속됩니다! 

스피커스가 여러분들 곁에 더욱 생생하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의견을 스리슬쩍 알려주기를 통해서 전해주세요. 정성껏 읽고 고민하겠습니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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