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유산균은 이제 일상이 됐습니다. 웬만한 가정의 냉장고에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 한두 개쯤 자리하고 있고, 편의점 진열대에도 기능성 유산균 음료가 넘칩니다. 그런데 이 시장이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거의 '맨땅'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 맨땅에서 시장을 일군 사람 중 하나가 바로 노보네시스코리아 이용택 전무입니다. 그는 2013년, 세계 최대 유산균 균주 기업이었던 크리스찬한센(Chr. Hansen)에 한국 첫 직원으로 합류했습니다. 대리점 중심의 간접 영업만 이루어지던 한국 시장에 직접 뛰어들어, 이후 노보네시스 휴먼 헬스 부문의 한국 매출을 세계 2위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2024년, 크리스찬한센과 노보자임스(Novozymes)가 합병해 노보네시스(Novonesis)가 출범했습니다. 효소와 미생물이라는 두 개의 강력한 바이오 솔루션 축이 하나로 모인 것입니다. 그 변화의 한복판에 여전히 서 있는 이용택 전무를 SEOUL FOOD 2026 현장에서 만났습니다.
📍 Q. 처음 어떻게 프로바이오틱스 업계에 들어오게 되셨습니까?
생물공학을 전공하고 SK에서 연구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팀 전체가 스핀오프해 환경 미생물 분야의 벤처를 창업하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영업 역량을 키웠습니다. 그게 계기가 되어 2005년경 국내 프로바이오틱스 기업에서 해외 영업을 맡게 됐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유산균이면 그냥 요구르트 아닌가'라는 수준이었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기술 깊이와 시장 가능성이 어마어마한 분야더군요.
📍 Q. 2013년 크리스찬한센에 합류하신 후 어떻게 시장을 키웠습니까?
결정적인 전환점이 있었다면?
제가 담당하는 휴먼 헬스, 즉 건강기능식품용 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은 당시 한국에서 매출이 거의 0에 가까웠습니다. 회사는 대리점을 통해 간접 영업을 했는데, '한국 경제 규모와 소득 수준에 비해 매출이 너무 낮다. 우리가 한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라는 판단 아래 한국에 처음으로 직원을 뽑은 거고 제가 된 거죠. 홈쇼핑에서 빠르게 성장하던 H. Pio (당시 Happy Enzyme)라는 작은 회사를 초창기에 만난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그 회사는 크리스찬한센이 덴마크에서 14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 최대 유산균 기업이라는 점을 원료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습니다. '대한제국 시절에 만들어진 회사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균주'라는 스토리가 소비자에게 먹혔죠. 이 회사가 홈쇼핑에서 크게 성공하면서 크리스찬한센의 이름이 업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후 다른 잠재 고객사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선순환이 생겼습니다. 13년이 지난 지금도 이 회사는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 중 하나입니다.
"그분은 저한테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됐다'고 하고,
저는 '덕분에 제가 이렇게 됐다'고 합니다.
서로 강점이 맞아떨어진 파트너십의 힘이었습니다."
📍 Q. 한국 프로바이오틱스시장의 위상을 글로벌 관점에서 어떻게 보십니까?
노보네시스 휴먼 헬스 부문 기준으로 한국은 현재 세계에세도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입니다. 2012년 식약처 건강기능식품 통계에서 프로바이오틱스가 전체 랭킹 5~6위권이었는데, 지금은 홍삼, 비타민에 이어 3위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이 성장이 한국이 인구도 많지 않은데 이룬 결과라는 점을 해외 본사 미팅에 가면 늘 상기시킵니다. 한국 직원들이 어깨를 펴고 다닐 수 있는 이유죠.
이 수치는 단순한 매출 순위를 넘어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한국 소비자의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관여도와 정보 수준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K-건강식품'이 이미 글로벌 기준에서 경쟁력 있는 시장임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시장 성격 자체도 엄청나게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프로바이오틱스'라는 단어 자체를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했고, '요구르트 먹으면 되지 왜 따로 먹어야 해'라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장 건강용 외에도 여성 질 건강, 면역, 다이어트, 스트레스·수면 관리까지 개별 인정 기능성 제품들이 시장을 이끌고 있습니다. 장 건강 세그먼트는 이제 어느 정도 포화 상태입니다. 앞으로의 성장은 다양한 기능성을 내세운 프리미엄 제품들이 만들어갈 겁니다.
📍 Q. 프로바이오틱스 다음 성장 동력으로 어떤 분야를 보고 계십니까?
저희가 지금 준비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거트-브레인 액시스(Gut-Brain Axis)', 즉 장과 뇌의 연결 개념입니다. 특정 유산균 균주가 스트레스 반응을 완화하거나 수면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인데, 컨셉도 좋고 과학적 근거도 쌓이고 있습니다. 개별 인정 획득 후 런칭을 목표로 준비 중입니다. 물론 막상 나왔을 때 잘될지는 아무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게 이 시장의 묘미이기도 하죠.
장-뇌 연결 연구는 현재 전 세계 바이오·식품 산업에서 가장 뜨거운 분야 중 하나입니다. 스트레스, 수면 장애가 만성적 사회 문제가 된 한국에서 이 개념의 시장 잠재력은 특히 주목할 만합니다. 노보네시스가 준비 중인 해당 균주 기반 제품들은 향후 프리미엄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새로운 축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 Q. 노보네시스라는 회사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무엇보다 '사람 위주'의 문화입니다. 덴마크 회사 특유의 문화인데, 아무리 중요한 일이 있어도 직원이 아프다고 하면 '일은 어떻게든 되니 가서 쉬어라'고 하는 곳입니다. 재택근무도 주 2회 가능하고요. 그리고 RE100, 서스테이너빌리티(지속가능성)에 대해 단순히 홍보 문구로 쓰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실천합니다. 다보스포럼에서 코퍼레이트 나이츠(Corporate Knights)가 발표하는 '세계 가장 지속가능한 기업' 리스트에 꾸준히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리는 게 그 증거죠.
노보네시스는 지난 1월. 기업 운영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 공식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는 효소·미생물 산업이 기후 문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환경 기준이 점점 엄격해지는 시대에, '그린 파트너'로서의 신뢰는 단순한 이미지를 넘어 비즈니스 조건이 되고 있습니다.
📍 Q. K-푸드 열풍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식품기업들에 조언을 주신다면?
한국 국가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한국에서 만든 제품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신뢰가 높아지고 있는 건 분명합니다. 저희 고객사 중에도 덴마크 원료를 사용하지만, 한국 브랜드로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시장을 노크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시장만 보던 회사들에게 해외로 나갈 문이 점점 열리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단, 일시적인 유행에 기대는 것은 위험합니다. 제품과 기술, 시장을 함께 이해하는 깊이가 있어야 오래갑니다.
"기술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때 비로소 힘이 됩니다.
결국 산업을 만드는 것은 기술과 사람, 그리고 신뢰입니다."
📍 마치며
처음 크리스찬한센의 한국 첫 직원으로 맨땅에서 시작해 세계 2위 시장의 주축으로 한국 프로바이오틱스 산업의 역사가 된 이용택 전무. 그와의 대화는 한 사람의 커리어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한국 프로바이오틱스 산업 10년의 압축본이기에 더 생생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대종자임스는 앞으로도 노보네시스의 글로벌 프로젝트를 국내 식품기업의 현장 언어로 연결하며, 고객사가 더 좋은 제품과 더 효율적인 공정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신뢰의 파트너로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