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alks; 프로딴짓러들, 삶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다

프로딴짓러들, 삶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다

매거진 《딴짓》 박초롱 대표

《딴짓》은 어떤 일을 하는 팀인가?

‘딴짓 시스터즈’인 박초롱, 황은주, 장모연이 모여서 독립 잡지 《딴짓》을 만들고 있다. 딴짓이 될 만한 콘텐츠, 딴짓을 하는 사람들, 딴짓을 할 만한 장소 등을 소개한다. 《딴짓》은 밥벌이의 고단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해 무언가가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잡지이자, 그들을 위한 잡지다. 딴짓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운영하고, 독립 출판 워크숍도 한다. 전반적으로 ‘딴짓을 권하는 일’을 하고 있다. ‘딴짓을 많이 해보라’는 게 모토다.

《딴짓》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함께 하는 멤버들과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나?

잡지를 만들기 전에는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 회사를 그만두면서 당시 관심 있던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다. 친구의 소개로 출판 일을 하는 황은주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동안 썼던 글을 모아서 독립 출판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서 함께해보기로 했고 《딴짓》을 만들게 됐다. 잡지 디자인할 사람을 찾다가 장모연을 만나게 됐고. 이렇게 셋이 모여서 2015년 9월 창간하게 됐다.

잡지 이름을 《딴짓》이라고 짓고, '호모딴짓엔스', 프로딴짓러 등의 말을 만들어 낸 게 재미있다.

보통 인류의 특성을 꼽아서 ‘호모무슨무슨엔스’라는 말을 많이 하더라. 딴짓을 하는 게 사람의 특성이 아닐까 생각해서 ‘호모딴짓엔스’라는 말을 만들어 봤다. 잡지 이름이 《딴짓》이라서 사람들이 본업 말고 다른 일을 해보라는 식으로 생각하는데, 딴짓은 ‘좋아하는 일’에 가까운 것 같다. 그걸 업으로 삼아도 되고, 취미로 삼아도 상관없다. 다만 해보라는 거다.

'딴짓하는 것'의 매력이 뭐라고 생각하나?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제도권 삶에 익숙한 사람들은 삶의 문제들을 쉽게 객관식 보기로 해결하려고 한다. 취미생활이나 직업조차 그렇다. 자기가 뭘 좋아하는지 알려면 많이 해보는 수밖에 없는데, 시스템이 시키는 일만 하다 보면 해보는 일에서의 다양성도 확보하기 힘들다. 그런 일들에서 겪을 수 없는 일들을 많이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럼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언제 즐거운지, 무엇이 되고 싶은지 알기 좋다. 그게 없다고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지만 내가 언제 행복한지 아는 건 꽤 좋은 삶의 팁이 된다. 행복하다고 느낄 때, 그게 귀하다는 걸 잘 알았으면 좋겠다. 딴짓이 그런 걸 도와주리라 생각한다.

'딴짓'이 내 삶에서 '가욋일'이 아닌 '중심이 되는 일'이 되면 결국 하기 싫은 일,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일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좋아하는 일이 싫어질까 봐 두려워서 열심히 하지 않는 건, 사랑하는 사람이 싫어질까 봐 두려워서 연애를 안 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싫어지면, 다른 일을 좋아하면 된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소중하다. 나이 들수록 무언가를 좋아하는 일이 어려워진다. 그러니 그런 마음이 생겼을 때 놓치지 말고 잘 누렸으면 좋겠다.

《딴짓》에 어떤 내용을 담으려고 하나? 아티클의 주제 선정이나, 인터뷰이 선정 기준이 궁금하다.

《딴짓》 시즌1까지는 ‘다양한 딴짓’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키워드로 잡아 담으려고 했다. 남자들의 딴짓, 황혼의 딴짓, 딴짓 비행술, 일개미의 딴짓 등이다. 시즌2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조금 더 구체적인 질문 형태로 바꿨다. 어떻게 일해야 하나? 어디서 살아야 하나? 어떻게 벌고 써야 하나? 이런 질문들이 이어졌다. 독립출판의 장점이기도 한데, 살면서 관심이 가는 것을 중심으로 주제를 잡는다. 인터뷰이는 주제에 맞는 분들을 검색이나 추천을 통해 찾고 있다.

시즌제로 구분하게 된 이유가 있나?

20대 후반에 만난 딴짓 시스터즈 세 명이 30대가 되면서 각자 삶의 모습이 변했다. 삶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 더 정교해지고 구체화 되더라. 그동안 범위가 넓은 질문을 던졌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질문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2015년 9월 시작한 시즌1을 마감하고 2019년 10월 시즌2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딴짓》 발행 간격이 기성 잡지들과는 다른 것 같다.

비정기 간행물로 1년에 두 권 혹은 세 권 내고 있다. 독립출판이다 보니 오랫동안 지속하려면 상업 출판처럼 수익 중심으로 가지 않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 선에서, 또 하고 싶을 때 해야 한다는 것에 포커스 맞췄다. 너무 일처럼 느껴지면 못할 것 같아서 우리만의 노동 리듬에 맞춰서 하고 있다.

독자층 구성도 궁금하다. 인상 깊었던 피드백이 있다면?

2030 여성 독자가 가장 많은데, 의외로 4050 남성 독자도 꽤 있다. 20~30대는 삶 자체를 어떻게 꾸려갈까에 대한 고민이 많아서 보는 것 같고, 40~50대 남성들은 자기 삶을 돌아볼 시기라서 그런 것 같다. 《딴짓》을 본 뒤 시작한 ‘딴짓’으로 독립했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피드백을 보면 기분이 좋다.

준비하고 잇는 새 프로젝트가 있나?

《딴짓》을 시작한 지 7년째에 접어들었다. 매거진만 만들다가 단행본도 만들고, 문화 공간과 책바(bar)도 운영해봤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삶의 가능성을 실험해 본 기분이다. 앞으로 딴짓 시스터즈의 삶도 그렇게 굴러갈 것 같다. 얼마 전 황은주가 회사를 그만두면서 멤버 모두 《딴짓》 외에는 소속이 없다. 우리가 어떻게 지내게 될지 계속 《딴짓》에 담을 테니 지켜봐 달라. ‘아 저 사람들은 저렇게 사네’라고 바라봐 주면 좋겠다. 9월부터는 ‘서른다섯,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을 때’를 주제로 해서 팟캐스트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할 예정이다. 서른다섯은 우리의 실제 나이이기도 한데, 이 나이가 되니 더는 실험하면 안 될 것 같고, 삶이 결정된 느낌이 든다. 결혼과 직업, 건강에 대한 이슈 등 서른다섯에 할만한 고민들을 소주제로 나눠서 이야기할 계획이다.

딴짓을 꿈꾸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자신이 관심 있는 것은 무엇일까 돌아보고 스스로를 위해 기회를 주면 좋겠다. 딴짓, 해도 괜찮다.

지금, 깊이 읽어야 할 것을 추천해 달라.

이현우 시인의 《아름다웠던 사람의 이름은 혼자》와 황학주 시인의 《사랑은 살려달라고 하는 일 아니겠나》를 추천한다. 살다 보면 보통 현실적인 것, 돈을 어떻게 벌지, 직장에서 어떻게 승진할지, 집은 어떻게 살지 이런 거에만 자꾸 매몰된다.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안 하고 눈앞에 있는 것만 보면서 살게 되기 때문인데, 시를 읽으면 삶의 디폴트 값에서 멀어질 수 있는 것 같다. 두 시인의 시는 하나하나가 꽉 꽉 차 있다. 시를 잘 모르긴 하지만, 읽다 보면 내 삶에서 내 눈앞에 있던 것 너머의 것을 볼 수 있는 힘이 길러지는 것 같다. 모든 게 단편적인 영상 콘텐츠로 송출되는 시대에 시를 읽는다는 게 거꾸로 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삶에 쉼표를 주고 일상의 의미를 생각해보기에 좋다. 내가 어디쯤 왔는지 모르고 달리는 러너는 쉽게 지치기 마련이다.

글 정주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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