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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 2] 2022/09/26
《작품 운송의 달인》

뮤지엄에서는 하나의 전시를 열기 위해 수백 번의 회의, 거액의 비용, 전문 인력 그리고 엄청난 시간 등 보이지 않는 수많은 요소가 필요해요. 그리고 전시 구성이 끝나면 뮤지엄 공간에 전시될 작품의 대여 계약, 그리고 작품 운송 준비에서부터 본격적인 전시 준비가 시작돼요. 오늘은 전시 준비 그 시작점에 있는 뮤지엄 전문 인력에 대해 알아볼까요?

🏠예술품이 있는 곳에는 작품 운송 전문가가 산다!

  님, 혹시 MBC 간판 예능 ‘나 혼자 산다’ 즐겨보시나요? 지난 4월,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 작가가 첫 개인전을 여는 모습이 담겼는데요. 그 과정에서 이색적인 직업을 하나 발견하진 않으셨나요? 바로 완성된 기안84 작가의 작품을 전시장으로 옮기던 ‘작품 운송 전문가’에요! (안 보신 분들은 아래 영상 클릭🎬)

나 혼자 산다 441회 <버킷 리스트 편> ©YOUTUBE 엠뚜루 마뚜루: MBC 공식 종합 채널

  작품 운송 전문가는 단순히 작품 운송만 하는 것이 아닌, 작품의 포장부터 운송, 그리고 해포 후 설치, 전시가 끝난 후에는 철거와 함께 재포장까지 전시 시작부터 끝을 책임지고 있어요. 전시가 이뤄지는 뮤지엄 외에도 개인 컬렉터, 기업 또는 재단 및 공공기관을 포함한 예술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그들의 손길이 필요해요. 그렇기 때문에 작품 운송 전문가는 어느 한 뮤지엄, 재단, 기관의 소속이 아닌 대부분 예술품을 전문적으로 운송하는 운송 업체에 소속되어 있어요. 해외에서는 개인 컬렉터나 작품 보관 시설에 고용되기도 하고, 뮤지엄에서 파트타임 또는 풀타임 근무로 계약되기도 한다고 해요.

🎨작품 운송가도 하나의 예술가

  작품 운송 전문가는 예술 작품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책임이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작품을 안전하게 다루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겠죠? 그들이 책임지고 운송해야 하는 작품을 구성하는 재료가 무엇인지, 이 재료가 포장 재료와는 어떻게 반응하는지 알아야 해요. 뿐만 아니라 작품이 손상되지 않게 작품이 설치될 전시 공간의 컨디션은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공간 모니터링 능력도 필요해요.

  사실 작품 운송 전문가가 가장 주의해야 할 땐 포장을 위해 작품을 만질 때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인지 이들은 어떤 작품을 포장하느냐에 따라 끼는 장갑이 다르다고 해요. 캔버스 또는 액자에 담긴 작품이나 조각품을 만질 때는 하얀 목장갑을, 도자기 또는 낱장의 종이 작품 등은 라텍스 장갑을 낀다고 해요. 어떤 장갑을 끼느냐에 따라 손의 미세한 힘 조절이 안 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라텍스 장갑의 경우 맨손과 가장 흡사한 감각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더 선호한다고 하네요. 작품 운송 전문가는 작품을 만지는 직업이기 때문에 항상 긴장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요, 장갑을 끼는 것 자체가 통풍이 잘 안되기도 하고 작품의 무게는 물론 긴장감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땀이 많이 나서 작품 한 점을 만지고 나서 장갑을 바꿔 끼기도 한다고 해요.

라텍스 장갑 끼고 작품 포장 중인 작품 운송 전문가 ©MBC 나 혼자 산다 441회 <버킷 리스트 편>

  여기서 잠깐! 운송 전문가는 왜 하얀 목장갑을 끼는 것일까요? 목장갑에는 빨간 목장갑도 있는데 말이죠. 정답은 하얀 목장갑이 좀 더 예뻐서(!).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작품을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시각적인 부분까지 신경 쓰게 된다고 해요. 눈에 띄는 빨간 목장갑보단 하얀 목장갑을 써서 작품이 더 예뻐 보였으면 하는 마음과 더불어 작품이 운반되는 순간에도 아름다웠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고 해요. 하지만 무조건 하얀 목장갑을 착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작품에 때가 묻으면 안 되기 때문에 하얀 목장갑 착용이 작품 운송 계약서에 조건으로 붙기도 하거든요. 

🚀뮤지엄은 로켓 배송 불가지역

  작품 운송 전문가를 살펴보니 실제 전시를 위해 작품이 어떻게 이동되는지 과정이 궁금해지지 않으셨나요? 일례로 세계적인 명화가 우리나라에서 전시장에 걸리기까지 얼마나 긴긴 여정을 거쳐 오는지 과정을 살짝궁 살펴볼게요!

1️⃣ 이중삼중 견고한 포장으로 작품 보호

작품 포장 후 크레이트에 넣는 중인 작품 운송 전문가들 ©비채아트뮤지엄

  현지 뮤지엄에서 작품을 보내기 위해선 먼저 보낼 작품들을 크기와 재질에 따라 분류하고 작품 운송 전문가들이 내외로 포장을 시작해요. 내포장 시, 작품이 포장재와 접촉했을 때 손상되지 않도록 발포지로 여러겹 말고 골판지 다시 한번 감싸줘요. 외포장에는 예술품 전용 운송 상자인 크레이트(Crate)를 이용하는데요, 보통 크레이트는 3중 보호막으로 제작되어서 작품 크기에 딱 맞춰 비행기나 트럭으로 옮길 때 작품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어요. 고가의 크레이트는 방수는 기본이고 비행기 폭발 때도 견딜 수 있다고 해요. 이동 시 크레이트 내부는 전시실과 비슷한 온도인 20도, 습도 55%로 맞추고, 곰팡이나 균열을 방지하기 위해 항온・항습기도 넣는다고 해요. 이러한 크레이트는 하나 대여하는 데 수백만 원, 구매 시 수천만 원까지도 간다고 하네요. 또한, 작품 크기에 맞춰서 크레이트가 특수 제작된 경우도 많아 전시 기간 동안 변형되지 않도록 수장고에서 작품과 동일한 습도와 온도로 항온・항습을 유지해서 보관해야해요. 참고로 우리가 아는 유명한 작품이 이송될 땐 크레이트 외관이 공개되지 않아요. ☠️도둑들의 표적이 될 수 있거든요☠️

2️⃣ 무진동 차량으로 지상 이동과 항공기 탑승의 여정

포장된 작품을 무진동 차량에 싣는 중 ©McCollister's transportation twitter

  포장과 함께 운송될 작품 리스트, 송장 등 서류 준비가 끝나면 이제 예약된 비행기에 태우기 위해 공항으로 이동해야겠죠? 작품 운송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차량은 조금 특별해요. 작품 변형이나 충격 방지를 위해 항온・항습 기능을 갖춘 무진동 차량을 이용해요. 그리고 그곳에는 작품의 안전을 위해 ‘쿠리에(Courrier)’라고 불리는 작품 ‘호송관’도 동행해요. 물론 경호 차량 호위도 있죠.

  그렇게 공항에 도착하면 작품 수량, 외포장 이상 유무 확인 후 중량을 재고, 화물 보안 검색을 거쳐 항공기에 탑승하게 돼요. 물론 공항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항공기에 탑재되는 순간까지 그 모든 과정은 CCTV로 모니터링됩니다. 예술품이 항공기에 탑재되면 기장에게도 보고돼요. 그럼 기내 온도와 습도를 최적으로 맞춘답니다. 작품 가치에 따라 쿠리에뿐만 아니라 전시 디렉터, 프로젝트 매니저, 큐레이터 등 예술품을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한 관계자도 동승하기도 해요.

3️⃣ 공항에서 뮤지엄으로

  공항에 도착한 예술품은 탑재할 때와 마찬가지로 외포장 이상 유무 확인받고, 작품 수량 체크 및 손상 여부 등 세밀히 검사를 받은 후 수입 통관 절차를 밟게 돼요. 참고로 작품 수 또는 작품 크기에 따라 한 번의 항공기로 옮겨오기도 하고 여러 차례에 걸쳐 오기도 해요. 작년 예술의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진행했던 《피카소 미술전》은 무려 4차례에 걸쳐 작품이 운송되었어요. 통관 절차가 끝나면 현지에서와 마찬가지로 작품 운송 전문가가 운전하는 항온・항습 무진동 차량에 실려 뮤지엄으로 출발해요.

  뮤지엄에 작품이 무사히 도착했다고 작품 운송 전문가의 일은 끝이 나는 건 아니죠! 크레이트를 열고 작품을 다시 설치하는 과정까지 그들의 일이니까요. 크레이트를 오픈한다고 작품을 바로 설치할 순 없어요. 작품을 해포하고 작품의 컨디션 체크를 먼저 해야 해요. 해외 뮤지엄에서 보낸 컨디션 체크 리스트를 보며 꼼꼼한 검수 과정을 거친 후 전시장 벽에 걸게 됩니다.

작품 컨디션 체크 리스트 ©경향신문

💡여.기.서. 잠.깐.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죠!

  작품을 벽에 걸었다고 작품 운송 전문가의 임무가 끝난 건 아니에요. 컨디션 체크가 진행될 때는 전시장 조도를 높이는데, 강한 빛은 작품에 손상을 입힐 수 있어요. 발산되는 열이 작품 표면을 건조시키고 변색시킬 염려가 있기 때문이에요. 따라서 컨디션 체크가 끝나고, 전시에 맞는 조도 설정과 조명 설치가 끝날 때까진 빛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아래의 사진과 같이 은박 발포지로 작품을 싸 보호하는 작업까지가 작품 운송 전문가들의 일이에요.

작품 보호를 위해 은박 발포지를 씌우는 중인 작품 운송 전문가들 ©경향신문

🚚뮤지엄의 달인 ‘작품 운송가 편’

  님, 예술 작품이 전시장에서 최고의 상태로 우리에게 보여지기까지 수많은 뮤지엄 관계자들이 노력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오늘 레터를 통해 ‘작품만 전문으로 옮기는 사람이 있어??’, ‘작품 운송 전문가가 이런 일까지해?!’라는 생각이 들진 않으셨나요? 먼뮤는 뮤지엄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도 좋지만, 가치 있는 작품을 내 손으로 움직이는 일도 참 멋지다는 생각을 했어요. 전시의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뒤에서 함께하는 작품 운송 전문가. 레터 제목처럼 가히 뮤지엄 달인 중 하나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REFERENCES
김종목. (2021.11.22). 먼지까지 살피고 따진다…마그리트·달리 ‘초현실주의 거장들’ 컨디션 체크의 날, 경향신문, https://m.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111221841001#c2b
뉴욕타임스 본사특약. (2016.09.30). “예술작품 흠집 날라” 운송 전문가들 조심조심, 한국일보, http://m.koreatimes.com/article/20160930/1014816
유규식. (2021.09.07). 피카소 탄생 140주년 특별전 전시작품들, 피카소국립미술관에 무사히 반환돼…, 매일경제, 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21/09/864009/
한국사립미술관협회. (2009). 미술관 관리운영서식 매뉴얼
황수현. (2018.07.14). [스태프가 사는 세상] 미술 경매품 이동 때마다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죠, 한국일보,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07121685031708
https://www.tesa.com/en-us
https://www.mccollisters.com/
https://en.wikipedia.org/wiki/Art_hand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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