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산성 근육을 키워주는 당근메일
당근메일 #190 | 2024년 6월 30일 - WEEK 27
B2C 생산성 프로덕트의 정석: Superhuman
진대연

이번 주에는 생산성 프로덕트의 정석이라 불리는 Superhuman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Evernote에서 일하면서 생산성 프로덕트는 왜 같은 시대에 성장한 Uber, Airbnb, Dropbox, Slack처럼 성장하지 못했을까 하는 의문이 많았습니다. 2억 명의 사용자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화에 어려움을 겪었죠.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Evernote가 다른 생산성 도구와 달리 B2C를 추구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노트 앱과 Evernote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자신의 생산성을 위해 돈을 지불하려는 개인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반대로 Slack, Dropbox, Asana 같은 협업 툴은 초기부터 B2B를 공략하여 회사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회사의 생산성은 개인의 생산성보다 매우 중요한 가치였습니다. 비록 비용이 발생했지만, 그만큼 고용을 효율화하고 전체적인 생산성을 높여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B2C와 B2B란?
  • B2C (Business-to-Consumer): 기업이 최종 소비자(개인)에게 직접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모델이며 개인을 위한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 B2B (Business-to-Business): 기업이 다른 기업에게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는 모델이며 기업에서 사용하는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B2C에서 생산성 도구의 성공은 어렵다는 것이 Evernote를 통해 어느 정도 증명되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Evernote를 롤모델로 삼았지만, 후에는 오히려 반면교사로 삼아 B2B 서비스로의 변화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대표적으로 Flow와 Notion 서비스가 그렇습니다.)


B2C 생산성 도구의 이단아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지각변동을 일으킨 서비스가 있었는데요, 바로 Superhuman입니다. Superhuman은 희소성 가치를 활용하여 초기에는 무려 18만 명이라는 대기자를 확보했습니다. 초기에 아무나 사용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죠.


이 마케팅 방법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체계적이었습니다. 먼저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설문조사를 응답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설문조사에서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은 이 제품을 사용할 자격이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거절당하기까지 했습니다. 설문조사를 통해 대기자 명단에 올라갔더라도 저의 경우에는 거의 한 달을 기다렸습니다. 기다림 끝에 바로 사용할 수 있었느냐?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Superhuman의 온보딩 담당자와 온라인 실시간 인터뷰를 해야 했습니다. 어렵게 담당자와 스케줄을 잡고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에야 제품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하기로는 일주일이 채 되지 않는 매우 짧은 기간 동안의 트라이얼을 제공한 뒤, 바로 30달러라는 큰 금액을 결제해야만 쓸 수 있었습니다. 생산성 덕후인 저에게 이 제품을 누구보다 빨리 쓸 수 있다는 흥분감과 제품에 대한 기대감, 그리고 기다린 시간에 대한 보상 심리로 인해 결국 '결제'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오랜 기다림 끝에 제품을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제품이 좋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욱 실망했겠지만, 실제 제품의 사용성은 그 어떤 이메일 클라이언트보다 빠르고 훌륭했습니다. 모든 작업이 100밀리초 이내에 완료되도록 설계하여 사용자의 이메일 사용에 따른 생산성을 극대화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게임 디자인을 적용하여 제품을 더욱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여기서의 게임 디자인은 우리가 잘 아는 게이미피케이션과 다릅니다. 제품에 단지 점수, 레벨, 트로피, 배지를 추가해 동기부여하는 것이 아닌, 실제 사용자의 목표, 감정, 제어, 즐거움, 몰입이라는 요소를 제품에 적용해 제품을 열심히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메일 클라이언트 Rapportive를 만들어 LinkedIn에 엑싯한 경험이 있는 Superhuman의 대표 라훌 보흐라(Rahul Vohra)의 인사이트는 결국 제품의 철학과 기능, 그리고 마케팅의 심리적 요소까지 모두 잡은 히트 상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Superhuman + AI


Superhuman 이메일 클라이언트는 가랑비에 옷 젖듯이 묘한 매력을 가진 제품입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Superhuman을 비싼 가격에도 사용하는 이유를 정리해보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이메일 클라이언트: 사실 제품을 사용하면서 가장 답답하다고 느낄 때는 제품이 버벅일 때입니다. 뭔가 랙이 걸린다는 느낌이 들면 특히나 빠른 것을 최고의 덕으로 생각하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답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 이메일 클라이언트가 빨라봐야 얼마나 빠르겠느냐 싶겠지만, Superhuman을 사용하다가 다른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사용하면 그 답답함이 바로 느껴집니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버그를 경험하거나 답답함을 느끼기 힘들었던 이메일 클라이언트입니다. 그리고 몇 가지 단축어만 알고 있으면 그 속도는 무한히 커집니다. 그들의 철학인 Inbox Zero 원칙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든 서비스입니다.

Inbox Zero 철학이란?

Inbox Zero는 이메일 관리 방식으로, 주요 개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목표: 받은 편지함을 항상 비워두는 것
  2. 핵심 원칙:
    • 이메일을 받으면 즉시 처리
    • 불필요한 이메일 삭제 또는 아카이브
    • 빠르게 응답 가능한 것은 바로 답장
    • 시간이 필요한 것은 할 일 목록으로 이동
  3. 이점:
    • 스트레스 감소
    • 생산성 향상
    • 중요한 메시지 놓치지 않음

이 방식은 생산성 전문가 Merlin Mann이 제안했습니다. '제로'는 미처리 이메일 수가 아닌, 이메일에 들이는 정신적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Command + K (Mac) 또는 Control + K (Win) 단축키 하나면 끝: 다른 단축키는 사실 잘 몰라도 됩니다. Command + K (Mac) 또는 Control + K (Win) 하나만 알고 있으면 이메일을 쉽게 읽고, 지우고, 옮기고, 분류할 수 있습니다. 마우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이메일 처리 속도를 얼마나 빠르게 높이는지는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습니다.


Split Inbox: Gmail에서 지원하는 분류된 인박스 기능을 제공합니다. 이를 이용하면 중요한 이메일, 뉴스, 캘린더, 기타 이메일을 손쉽게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한 번 분류해두면 이후에는 분류된 이메일 함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집중할 수 있는 메일들만 먼저 볼 수 있어 편리합니다. 구독한 뉴스레터나 중요하지 않은 이메일은 하루에 한 번 정도만 처리하면 됩니다. Gmail의 필터 기능과 자동으로 동기화됩니다.

다양한 AI 기능: 최근의 유행에 따라 Superhuman도 Open AI의 GPT API를 사용하여 다양한 AI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메일 및 쓰레드 전체를 요약하는 기능, 맥락에 맞는 빠른 인스턴트 이메일 초안을 작성해주는 기능, 간단한 문장만 입력하면 이메일 본문을 작성해주는 기능, 작성된 이메일을 원하는 스타일로 변경해주는 기능 등, 필요한 적절한 기능만을 군더더기 없이 담아두었습니다. 요약 기능을 제외하고는 한글도 모두 지원합니다.


이외에도 예약 발송 기능, 캘린더 연동, 읽음 확인 기능, 프로필 확인 기능, 구독 해지 기능, 리마인드 기능, Salesforce나 HubSpot 연동 기능 등등 기본 Gmail이나 Outlook의 기능들을 모두 지원하며 빠르고 편한 UX를 갖추고 있습니다. 역시 Command + K (Mac) 또는 Control + K (Win)를 통해 원하는 기능을 찾아서 바로바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Superhuman을 사용하면 왠지 마우스를 사용하면 하수가 된 기분이 듭니다.


Superhuman의 고객지원.. (이라 쓰고 ‘감동지원’ 이라고 읽는다.)


Superhuman의 고객지원은 정말 감동적입니다. Superhuman을 잘 사용하다가 Outlook을 사용하는 회사로 옮기게 되어 (당시 Superhuman은 Gmail만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부득이 구독을 해지했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Outlook이 지원되면 연락주겠다고 했고, 무려 5개월 뒤 실제로 Outlook을 지원하게 되자 잊지 않고 메일로 그 소식을 전달했습니다. 기억하고 지원하는 그들의 마음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저는 Superhuman이 통합 이메일 함을 지원하지 않고 기존에 사용하고 있던 Sanebox 서비스와 궁합이 맞지 않아 구독 해지를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구독 해지를 요청했고, 그들은 왜 구독을 해지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저는 이유를 설명했고, 그들은 엄청난 장문의 이메일로 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하나하나 일일이 설명해주었습니다. 매우 전문적이고 자세하며 감동적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방법을 받아들이고 결국 구독 해지를 멈췄습니다.

그들의 고객지원은 그 자체로 세일즈였습니다. 정말 감동적이었고, 저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이것이 진정한 고객감동이라고 느낍니다.


생산성이 높은 당신을 위한 명품 이메일 클라이언트


Evernote는 Freemium(Free + Premium) 모델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직접 사용해보고 그 가치를 느낄 때 돈을 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자신의 생산성에 돈을 낼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Freemium이 무료임에도 너무 좋았습니다. (지금은 그래서 Evernote도 결국 Freemium 정책을 포기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돈을 잘 벌지 못했고, 지속적으로 좋은 제품을 전달하지도 못했습니다.


Superhuman은 알고 있었습니다. 생산성이 높은 진짜 유저들은 진짜 필요한 제품이라면 아낌없이 지출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그래서 무려 30USD(약 42,000원/월)라는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승부를 보고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그들의 철학을 믿고, 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신념으로 이 제품을 몇 년간 사용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전략은 그들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그들도 이제 B2B 제품, 팀을 위한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진정으로 생산성이 높은 유저들을 제대로 대접하는 그들의 전략은 마치 생산성 업계의 명품 전략과 같습니다. 명품 생산성 서비스가 어떤 제품인지 알고 싶다면 한 달 정도는 시도해볼 만합니다.


이번 주 당근메일 뉴스레터에서는 Superhuman을 소개했습니다. 생산성 도구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사용기를 원하시면 다음 주에도 꼭 확인해주세요. 여러분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함께 보면 좋을 글

📖 3줄 요약
  • 🚀 Superhuman은 희소성 전략과 뛰어난 사용성으로 B2C 생산성 도구 시장에서 성공한 이메일 클라이언트입니다.
  • ⚡ 100ms 이내 응답, AI 기능, 단축키 중심 UI 등으로 사용자 생산성을 극대화합니다.
  • 💎 월 $30의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고객 지원과 "명품" 전략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한 뉴스레터를 위한
당근메일 제휴 및 광고 안내
안녕하세요, 당근메일 8,000명의 구독자 여러분! 2020년부터 시작된 당근메일이 이제 '당근메일 2.0'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보다 지속가능한 뉴스레터를 위해 제휴 광고를 준비했습니다. 당근메일을 지속 가능하고 더 좋은 콘텐츠의 생산성 뉴스레터로 만들어가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문의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피드백으로 당근메일은 더욱 발전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가치 있는 콘텐츠로 여러분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겠습니다. 궁금하신게 있으신가요?

💡 문제를 해결하고 즐거움을 얻어가는 곳

오늘 이야기는 어떠셨나요? 여러분의 소중한 피드백이 매주 당근메일이 발행되는 큰 힘이 됩니다. 좋았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을 최대한 솔직하게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을 반영하여 더 나은 당근메일을 만들어가겠습니다.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