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트림 페스티벌> (감독 김홍기)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64 〈익스트림 페스티벌〉
6월 28일 오늘의 큐 💡   
Q. 우당탕탕을 영어로 하면? 🤯
요즘 들어 자주 쓰는 저만의 유행어가 있다면.. '이거 완전 우당탕탕이다'인데요. 예를 들면, 중요한 미팅을 가야 하는 날인데 눈 떠보니 햇살이 너무 밝고☀️, 그 날 따라 지하철이 연착되고🚋, 보조배터리도 없는데 배터리는 바닥나고..📱 아니면 기획안의 A부터 Z까지 다 쓰고 실행하기 일보 직전의 순간, '이게 최종이죠?'하는 '윗선'의 말을 듣는 꽤 불안한 순간! 🤯🤯🤯 우당탕탕의 모습이 곧 펼쳐질 거라고 쉽게 예상하게 되지요.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실로 모든 순간이 우당탕탕의 연속인 '아름다운' 축제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애써 준비한 기획은 윗선의 혈육을 위해서 변경되고, 두 발로 뛰며 홍보하지만 객석은 텅텅 비었고, 동료는 점점 취하는(..) 요지경의 현장에서 어떻게든 축제의 멱살을 꽉 붙잡고 가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등장하지요. 이 모습, 님도 우리 동네 지역 축제에서 몇 번 봤을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그럼에도'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돌아보러 가봅니다. 축제의 자원활동가 선발(or 되는대로 인력 모으기), 지역 극단을 무대로 올리기(or 지원금 약속하기), 군수님과 막걸리 마시기(or 빨리 마시고 빨리 취하기) 같은 스태프들의 뒷이야기는 몰래 듣는 귀동냥 소문만큼 재밌으니까요. 😆

가까이 보아야 사랑스러운 K-축제, etc…

〈익스트림 페스티벌


여기 어떻게든 굴러가는 축제를 그려낸 영화가 있다. 일주일 전 갑자기 정종 문화제에서 연산군 문화제로 바뀌질 않나, 이상한 커플이 와서 축제에 말을 얹질 않나. 도움이 되어야 할 팀장과 남자친구는 일의 진행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덕분에 연극팀은 갑작스레 바뀐 레퍼토리를 감당하느라 공연을 거부한다. 일손이 부족해 데려온 사람은 껄끄러운 전직원이고, 지역에서 구한 알바생은 인턴 자리를 당돌하게 꿰차기 위해 별안간 자기소개를 읊는다. 설상가상 초청한 초대가수는 오지 않고, 전직원과 대표의 내연 관계가 드러나면서 상황은 더 혼란해진다. 우당탕탕 제대로 되는 것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축제를 맡은 ‘질투는 나의 힘’ 스타트업 대표 혜수는 좌절과 그래도 축제를 무사히 마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사이에서 아슬한 줄타기를 한다. (중략)


『전국축제자랑』(민음사, 2021)을 쓴 김혼비•박태하 작가의 모습이 마치 이렇지 않았을까 하고 상상해보게 되는 영화 속 커플은 직접 세심하게 살펴보았을 때 발견할 수 있는 우당탕탕 축제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면모를 외부의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존재다. 이들은 이 축제를 보기 위해 여러 자료 조사를 하고 숙소를 구하고 일정을 알아보았을 것이다. 이렇게 이면을 바라봐주는 존재들이 있기에 축제는 어떻게든 또 굴러갈 수 있고 축제를 이어나가려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무엇보다도 강한 의지를 솟아오르게 할 수 있다. 무언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은 많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 마음은 결국 사랑이나 다름없다. 쉽게 미워하는 것보다 어렵게 사랑하는 것만이 우리에게 앞으로 닥칠 거센 풍랑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이 아닐까 이 영화를 보며 생각해본다. 


인디즈 김소정

〈익스트림 페스티벌〉

감독 김홍기|94|극영화|12세이상관람가


개최 일주일 전 갑자기 정종 문화제에서 연산군 문화제로 바뀐 망진의 지역 축제. 스타트업 대표 ‘혜수’는 축제를 무사히 진행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무늬만 이사 ‘상민’은 퇴사한 직원 ‘래오’를 알바로 데려오고, 축제 당일 현지에서 뽑은 인턴 ‘은채’는 과하게 열정적이다. 
설상가상…! 축제의 막이 오르기 직전 객석은 텅 비고, 초대가수는 펑크 나고, 지역 극단은 보이콧을 선언하는데…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는 이 죽일 놈의 축제
그래도 축제는 계속돼야 한다! 반드시!

멀리서 보아도 비극이라니

〈익스트림 페스티벌〉과 〈산정호수의 맛〉


〈익스트림 페스티벌〉은 말한다. 모든 직업인(과 직업을 가지려 노력하는 사람)은 위대하다”.


나도 내 삶을 걸어가고, 영화도 그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다 만나게 되는 영화가 있다. 그런 영화에게는 필연적으로 마음이 간다. 영화 쪽으로 걷던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삶을 걷다 만난 영화이기 때문이다. 때로는 잘 만든 영화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다.

무능과 게으름, 실패와 비주류 사이에 최선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 질까. 그때부터 최선이라는 단어는 희석될까, 아니면 더욱 공고해질까. 이 영화가 최악의 최선이듯, 아마도 당신은 〈익스트림 페스티벌〉을 보고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을 것이다.

영화의 가장 첫 장면, 스타트업 대표 혜수(김재화)는 열심히 현수막을 붙인다. 그리고 영화는 내내 현수막이 걸린 무대 앞에서 진행된다. 사람들은 이 앞에서 무너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 관객은 현수막 앞에서 마침내 활짝 웃는 혜수를 보며, 영화의 맨 처음으로 돌아간다. 땀을 뻘뻘 흘리며 현수막을 걸던 혜수를 떠올리게 된다. 망하든 망하지 않았든, 어쨌든 이 무대는 혜수의 무대다. 자신만의 무대를 가져본 사람은 더 이상 아마추어가 아니다. 혜수는 그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직업인이다.

이 영화는 너무 게으르거나 너무 무능한 사람들의 ‘최선기’. 전자를 채찍질하는 것이 현실적이겠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다. 나는 성공의 여정보다 게으르고 무능한 사람이 최선을 다하기까지의 과정이 더욱 궁금하다.

최선은 필연적으로 익스트림하다. 그리고 실패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실패도 잔잔하지 않다. 하물며 짝사랑의 실패에도 마음은 요동치는 법이다. 영화를 보고 뜬금없이 〈산정호수의 맛〉(2011)이 떠오른 까닭도 바로 실패의 여정 때문일 듯하다. 한 인간이 실패를 받아들이는 과정을 담담히 따라간다는 점이 두 영화를 나란히 떠올리게 만든다.

나는 혜수와 순임의 무능하거나 초라한 모습보다, 최선을 다할 때가 더 눈에 들어온다. 실패에 있어서 혜수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순임 같은 사람도 있다. 실패 앞에서 당당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예 실패 속에서 안락한 사람도 있는 것이다. 대척점에 있지만 같은 궤도를 도는 실패 앞에서 어쩌면 당연하게도 나의 실패를 떠올린다. 그것이 최선이었는지 더듬어 본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희극이 아니라 비극을 견디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최선을 다해 견뎌내는 모습 말이다.


인디즈 안민정

〈산정호수의 맛〉 

감독 부지영|40분|극영화


같은 마트에서 일하는 준영을 짝사랑하는 순임은 간밤에 그와 함께 산정호수를 거니는 꿈을 꾸었다. 

널.. 중성화 시키고 싶어! 싶..어? 🤯
어쩌면 김홍기 감독만의 유니버스 그 태초의 시작이 될 단편을 소개합니다. 김홍기 감독의 전작 단편 〈중성화〉에는 〈익스트림 페스티벌〉의 '혜수'(김재화) & '상민'(조민재) 커플이 함께 주연으로 등장하는데요, 어쩐지 이 둘의 '축제 비수기' 때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고양이 중성화를 위한 과정에서 다른 의미의 중성화(!)를 생각하게 되는 혜수의 우당탕탕 하루, 아래에서 만나보세요!
〈중성화〉
감독 김홍기│17분│극영화│2019

혜수는 남자친구와 함께 고양이를 중성화 시키러 왔다. 이김에 진절머리나는 남자친구와도 끝낼 생각이다. 우연히 담당 수의사가 남자친구의 옛애인이었다. 찝찝한 와중에 수술이 끝난 고양이가 마취에서 깨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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