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이하오입니다.
중영본색 25호에서는 최근 개봉한 청춘 로맨스 <나는 장거리 연애가 정말 싫어>와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 영화를 바라보는 중국 네티즌들의 시선, 그리고 뜨거운 여름 열기를 느낄 수 있는 펑위옌 주연의 2011년 스포츠 영화 <점프 아쉰>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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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식 날 커플이 된 지아슈와 쟈오이는 각각 베이징과 샤먼의 대학교에 입학하고, 사귄 지 한 달 만에 장거리 연애를 시작합니다. 중국의 남쪽과 북쪽 끝에서 지내는 두 사람은 2000km라는 먼 거리에도 채팅 어플로 하루 종일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쉬는 날에는 고속 열차를 타고 서로에게 달려갑니다. 대학생활 중 마주치는 새로운 인연과 설레는 순간들에 혹하기도 하고 때로 갈등을 겪지만 서로에 대한 애정을 굳게 지켜나갑니다. 4년간의 장거리 연애 끝에 베이징에서 인턴 자리를 구한 쟈오이는 지아슈와 함께할 날을 꿈꿉니다. 그러나 지아슈는 3년간의 미국 유학 장학 프로그램을 제안받고 2,000km의 거리를 이겨낸 어린 연인은 10,000km라는 아득한 거리 앞에 절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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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장거리 연애가 정말 싫어 我是真的讨厌异地恋>는 Z세대의 장거리 연애를 재미있게 묘사했습니다. 채팅어플의 문자·음성 메시지, 사진·영상 전송, 영상통화 등의 기능을 활용해 아침에 눈 뜨고 잠드는 순간까지 서로의 생활을 공유합니다. 식사 시간마다 밥 사진을 보내고 도서관에도 함께 가고 때로 영화관 데이트를 하고 싶을 때면 전화를 켜놓고 영화를 동시 재생합니다. 영상통화 중에 멋진 이성친구가 함께 있으면 SNS를 찾아내 ‘몰래 팔로우하기’ 기능으로 염탐하고, 상대방이 오랫동안 연락이 안 되어 걱정될 때는 SNS 친구 목록에서 룸메이트를 찾아내 메시지를 보냅니다.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돈으로 배달음식을 보내주는 소소한 이벤트를 하고 편도 10만 원이 넘는 고속열차를 타고 도시를 왕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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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거리 연애가 정말 싫어>는 다가올 6월 중국 대입 시험을 치르고 전국 각 지역의 대학교로 흩어질 고등학생 커플들을 타깃으로 한 장거리 연애 매뉴얼 영화입니다. 연애에 빠져 대학교 생활을 소홀히 하지 말 것, 답장 속도와 메시지 글자 수로 애정을 측정하지 말 것, 상대방의 SNS를 염탐하지 말 것 등 어린 커플들이 함께 보며 이야기 나누기 좋습니다. 중국의 남방인 샤먼과 북방인 베이징의 다른 날씨와 풍경도 재미요소 중 하나입니다. 넓은 국토로 인해 지역별로 날씨 차이가 큰 중국은 베이징에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불 때까지도 샤먼에서는 후끈한 여름이 계속됩니다. 영상통화를 하는 두 연인의 뒤로 확연히 다른 풍경이 보이고, 가을 옷차림으로 눈 오는 베이징에 가기도 합니다. 두 주연배우 임민(任敏)과 신운래(辛云来)의 연기는 아쉽지만, 말끔하고 청순한 분위기로 최근 중국 청춘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들의 이름과 얼굴은 기억해 둘 만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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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장거리 연애가 정말 싫어>는 코로나로 인해 다른 작품들이 상영일을 무기한 연기하던 4월 중 나홀로 극장 개봉하여 1.63억 위안이라는 무난한 성적을 냈습니다. 또한 극장 개봉 후 한 달 만에 OTT 플랫폼 상영으로 전환하여 봉쇄된 지역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이처럼 코로나 이후 극장 개봉부터 OTT 플랫폼 상영까지의 기간을 대폭 축소하여 전략적으로 수익을 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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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 영화의 승승장구를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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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회 칸 영화제에서 박찬욱 감독이 <헤어질 결심>으로 감독상, 송강호 배우가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면서 한국 영화가 또 한 번 세계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칸 영화제 시상식이 끝난 후 중국 SNS 웨이보에는 종일 한국 영화가 인기 검색어로 오르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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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영화의 칸 영화제 수상 관련 글에 중국 네티즌들은 #韩影赢麻了 #反观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습니다. 먼저 #韩影赢麻了은 한국 영화(韩国电影)의 줄임말인 韩影과 너무 많이 이겨서 승리에 무뎌졌다는 뜻의 신조어 赢麻了가 합쳐진 말로 ‘한국 영화의 승리에 무뎌졌다’ 혹은 ‘한국 영화의 승리가 당연해졌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2019년 <기생충>이 세계 영화제를 휩쓸었을 때만 해도 우연한 결과 혹은 운처럼 보였던 한국 콘텐츠의 흥행이 <미나리>, <오징어 게임>, <파친코> 등 거듭되는 세계적 성공을 거두자 이를 지켜보며 중국 네티즌들은 패배감과 무력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언급된 #反观은 ‘돌이켜보다’, ‘되돌아보다’라는 의미입니다. 국제 무대에서 승승장구하는 한국 영화를 바라보며 중국 네티즌들은 30년 전 중국 영화를 떠올렸습니다. 1990년대 초 장예모 감독이 <홍등>과 <귀주 이야기>로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하고, 천카이거 감독의 <패왕별희>가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중국 영화가 세계의 주목을 받던 때를 언급하며 지난 30년간 중국 영화의 퇴보에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일부 네티즌은 ‘이제 와서 돌아보니 80-90년대가 중국 문화의 최전성기였다. 30년 전 중국의 문학, 영화, 드라마는 말 그대로 백화제방의 시기였다. 우리는 여전히 그시대에 머물러있고 오늘날 한국 영화를 보며 부러움의 눈물만 흘릴 뿐이다’, ‘선전 영화와 고릿적 시대극만 반복해 찍어내는 지금의 중국 영화가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날카로운 비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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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홍등>의 공리 배우와 장예모 감독, <패왕별희>의 천카이거 감독과 장국여 배우 ©️바이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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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승자는 없고 시대의 변화는 때로 의외의 결과를 낳습니다. 우리는 중국 영화계가 퇴보한 사회적·정책적 변화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 콘텐츠의 꾸준한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도태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30년 후에도 한국 콘텐츠의 위상이 계속 높아지기를 바라며 문화 콘텐츠를 둘러싼 국가 간의 경쟁이 각국 문화계의 건강한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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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세 번째 절기 망종을 맞아 뜨거운 열기와 청량함이 어우러진 대만의 스포츠 영화 2011년 펑위옌 주연의 <점프 아쉰 翻滚吧!阿信>을 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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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때부터 체조에 재능을 보인 아신은 초등학교 체조부에 들어가 꿈을 키웁니다. 아쉰은 월등한 유연함과 근력으로 체조부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아 기존 선수들보다 뛰어난 기술을 발휘하지만 평발이라는 치명적인 핸디캡으로 인해 안정적인 착지에 번번이 실패합니다. 아쉰의 엄마는 체조에 열중하느라 공부는 일절 하지 않고 매일같이 부상만 당하는 아들을 보다 못해 체조를 그만두게 합니다. 유일하게 좋아하던 체조를 빼앗긴 아쉰은 엄마에 대한 반항심으로 동네 양아치들과 어울리고, 마약에 중독된 친구로 인해 큰 폭력 사건에 휘말려 도망치듯 고향을 떠납니다. 타지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아쉰은 결국 고향으로 돌아와 자백하고, 다시 한번 체조 선수로 거듭날 기회를 얻습니다. 아쉰은 방황을 끝내고 무사히 착지할 수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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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초 대만을 배경으로 하는 <점프 아쉰>은 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청량감, 노스탤지어를 가득 품었습니다. 체조부가 훈련하는 강당에는 국민당을 창당한 쑨원의 사진이 큼지막이 걸려있고, 청청패션의 아쉰은 삐삐 알람이 울릴 때마다 공중전화 부스로 달려가 전화연결원이 전해주는 메시지를 확인합니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옆 동네 깡패들과 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 체조 동작을 응용한 액션씬은 통쾌하고 신선합니다. 늦은 저녁 동네 친구와 꼬치구이 노점에 마주 앉아 맥주와 꼬치를 먹는 장면에서는 침이 꼴딱 넘어가는 시원함이 느껴지고, 건물 벽에 영사기를 비추어 동네 사람들의 영화관이 된 노점 뒤의 풍경은 향수를 불러 일으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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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좋아하는 대만 영화의 요소들이 가득한 이 작품은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되었고 한국 영화관에서도 개봉된 바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점프 아쉰>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었지만, 중국어 제목 <翻滚吧!阿信>을 직역하면 ‘굴러라 아쉰’입니다. ‘구르다’는 체조 동작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방황하며 이리저리 치이고 굴러다니는 아쉰의 청춘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지금은 중화권 스타로 성장한 배우 펑위옌(彭于晏)이 10년 전 연기한 체조선수 아쉰의 눈빛에는 청춘의 들끓는 열기와 패기가 오롯이 담겨있어 더욱 매력적입니다. 옷이 땀에 흠뻑 젖도록 달리고 뜀틀을 구르고 철봉에서 떨어지고 체조링에 매달려 중심을 잡는 아쉰의 훈련을 보고 있으면 덩달아 어질어질한 더위가 느껴집니다. 여름의 뜨거운 열기와 그보다 더 뜨거운 젊음의 열정을 느끼고 싶은 분들께 관람을 추천드립니다. 네이버 시리즈온, 티빙, 웨이브, 왓챠 등에서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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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한 가지 비밀을 알려드립니다. 국내에서 중국판 꽃보다 남자 <유성화원>의 짤로 알려진 “난 울고 싶을 땐 물구나무를 서”의 원조는 <점프 아쉰>입니다. 그리고 펑위옌이 물구나무를 서며 눈물을 삼키는 장면은 전혀 우습지 않습니다. 울고 싶을 땐 물구나무를 서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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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은 매실🍏을 수확하는 시기라고 합니다. 그늘에 앉아 시원한 매실주스에 얼음 동동 띄워 마시며 더위를 식혀보시기 바랍니다. 낮이 한없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다음 절기 하지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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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이하오
이메일 주소 lihao29@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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