겜돌이의 유년 시절이 지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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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팬덤의 유년 시절이 지나갑니다

99PKO부터 한국 e스포츠의 기둥이었던 온게임넷이 폐지됩니다. 명실상부 한국 게임 매니아의 유년 시절을 지켜준 TV채널이라 팬들은 많이 슬퍼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OGN이 왜 실패했는지와 뉴미디어 시조새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 인수에 대해 분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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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쉬베놈은 쇼미더머니 9에서 자신의 진가를 뽐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올해 3월, 라이엇 게임즈의 'TFT 모바일' 광고 음악으로 인터넷에서 큰 밈이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중독성 있는 노래와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 X를 눌러 조의를 표하세요 : 온게임넷

수많은 게임 덕후의 유년 시절이 지나갑니다. 세게 최초 게임 방송국이자, MBC게임 폐지 이후 유일한 게임 채널이던 온게임넷이 20년 만에 폐지되기 때문이죠.

이상합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레인보우식스 등 e스포츠 대회는 점점 성장하고 있다는데, 게임 방송국은 왜 폐지됐을까요? 첫째 이유는 디지털 전환 실패, 둘째 이유는 IP 확보 실패입니다.

실패한 이유를 짚기 전에 그동안 온게임넷이 놓친 기회를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여러 방송국이 시도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온게임넷만큼 최적 후보는 없었을 겁니다.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게임이라는 소재

코로나로 인해 모든 프로 스포츠가 멈추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e스포츠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올해 롤드컵 결승전은 전 세계에서 무려 1억 6천만 명이 볼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즉, 온라인 중계로 피벗해도 무방했으며 오히려 비용을 고려하면 효율적이었습니다.

오프라인 중계와 온라인 중계의 차이점은 명확합니다. 비용입니다. 온라인으로 대회를 중계하면 오프라인 시설 임대료 및 운영 비용 등 고정비를 상당히 줄일 수 있습니다. 경기 중간마다 있는 설비 세팅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오히려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1. 게임팬 = 디지털에서 가장 전투력이 뛰어난 분들

머쉬베놈을 아시나요? 최근 쇼미더머니9에서 크게 인기를 끌고 있는 랩스타입니다. 하지만, 이 분이 뜨게 된 계기는 롤에 있습니다. 머쉬베놈은 라이엇게임즈의 신작 ‘TFT모바일’의 광고 음악을 만들었는데요, 중독성 있는 ‘두둥등장’ 후렴 덕분에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e스포츠 시청자는 대부분 10대입니다. 모든 광고주가 잡고 싶고,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가장 활발하게 밈을 만들어내는 계층입니다. 즉, 가장 인터넷 친화력이 높은 계층이죠. 게임팬들을 겨냥한 디지털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었다면, 온게임넷의 영향력은 TV를 넘어 디지털에서도 여전했을 겁니다. 하지만, 영향력을 디지털로 옮기지 못했고 TV 채널의 하락세를 멈추지 못했습니다.

  1. 팬덤 비즈니스

케이팝과 e스포츠는 모두 팬덤 비즈니스입니다. 페이커가 막대한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데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팬덤이 많은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아마존이 보유한 게임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가 페이커가 소속된 T1 구단과 스트리밍 독점 송출 계약을 했습니다

만약 온게임넷이 이 팬덤을 겨냥한 콘텐츠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요? 빅히트가 초기엔 브이라이브와 협업했지만, 이후엔 자사 서비스를 통해 팬들과 소통했습니다. 이 전략으로 위버스를 성장시켰죠. 온게임넷이 게임단과 협업하여 위와 같은 서비스를 만들었으면 어땠을까요?

여태껏 온게임넷이 놓친 기회를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놓칠 수밖에 없던 이유를 볼까요?

  1. 게임사*플랫폼 직접 중계

e스포츠 대회 저작권은 누구에게 있을까요? 게임사에 있다고 보는 게 가장 합리적입니다. 게임사가 만든 지적 재산권을 활용해 만들기 때문이죠. 

라이엇 게임즈와 블리자드 모두 방송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중계에 뛰어들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트위치, 유튜브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과 협업하면 손쉽게 막대한 시청자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죠. 

예전엔 온게임넷이 흥행시켜줄 수 있는 매개체였다면, 이제 그 권력이 플랫폼으로 넘어갔습니다. 게임 제작사 입장에선 굳이 TV에 국한될 필요가 없으며, 전 세계 사용자에게 어필되는 플랫폼이 더 매력적입니다. 직접 제작사만 고용한다면, 방송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e스포츠 대회라는 IP 독점 권한을 빼앗긴 방송국은 사업 자체가 휘청거립니다. 

  1. 게임 대회 이외 콘텐츠 제작 실패

더 이상 ‘유일한’ 게임 대회 송출 채널이 아니더라도, 게임 콘텐츠 넘버원이 되면 성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켠 김에 왕까지’를 제외하면, 온게임넷에서 흥행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습니다. 명색이 게임 방송국임에도 e스포츠 대회를 제외하면, 볼 게 없는 셈입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PL을 제외하고도, 관련된 콘텐츠가 많습니다. 심지어 리버풀에 연고를 둔 콘텐츠 제작사 ‘안필드랩’은 리버풀과 관련된 여러 팟캐스트를 만들며 유료화에도 성공했습니다

페이스북과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이 성장하며 콘텐츠 시장은 커졌습니다. 이 넓어진 시장에 알맞은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TV방송국도 충분히 디지털화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좋아하는 ‘게임’을 소재로 두고, ‘게임단’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했다면 온게임넷은 전 세계에 둘도 없는 디지털 미디어가 될 수 있었습니다. 

방송국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유통사? 제작사?

전 IP를 만드는 제작사라고 봅니다. 유통만 한다면 결국 제조사 (게임사) 의 입김에 휘말릴 수밖에 없으며, 좀 더 낮은 비용으로 넓게 유통할 수 있는 경쟁사 (유튜브, 트위치 등)에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디즈니가 넷플릭스 및 기타 OTT로부터 독립해 자사 OTT를 만든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유통할 때 가장 매출이 극대화되죠. 

온게임넷은 ‘디지털’과 ‘뉴미디어’에 가장 어울리는 재료를 두고 매운탕을 끓였고 이 기회비용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결국 온게임넷은 신규 IP를 만들지 못했으며 디지털 전환 속도가 느렸기에 폐지될 수밖에 없었으니까요. 지금에 취하지 말고, 내일을 위한 의사 결정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 우리집에 왜 왔니 : 버즈피드가 허핑턴 포스트를 먹은 이유

뉴미디어 시조새, 뉴욕타임즈 (한때) 라이벌이던 버즈피드가 허핑턴포스트를 먹었습니다. 현금 인수는 아닙니다. 버즈피드가 허핑턴포스트 모회사인 버라이즌에게 자사 주식을 넘기는 방식입니다. 특이하게도 버라이즌이 버즈피드 콘텐츠도 구매해주는 등 오히려 역으로 투자합니다.

인수 방식보다 이유에 집중해야 합니다. 대체 버즈피드는 왜 허핑턴포스트를 먹었을까요? 

일단, 버즈피드가 부자는 아닙니다. 작년부터 인원을 감축하고, 올해는 장기휴가를 보낸 직원의 70%를 해고했습니다. 정말 최저 비용으로 현재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유는 트래픽 때문으로 보입니다. 여러 기사에서 말하듯 현재 버즈피드의 트래픽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무려 23%나 줄었다고 분석합니다. 이 트래픽을 높여야만 버즈피드는 생존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현상은 버즈피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렇기에 작년부터 바이스가 리파이너리29를 인수하고 복스가 뉴욕매거진을 인수했습니다.

트래픽을 높이고, 늘어난 광고 구좌로 광고 매출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게 다일까요?

결론은 커머스입니다. 현재 버즈피드는 어필리에이트 모델 (쿠팡 파트너스처럼 해당 링크에서 구매가 생기면 매출을 나누는 방식) 과 제품 직접 판매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사 영상 콘텐츠에 심어둔 링크를 통해 매출이 생겨나면 광고주와 나눕니다. 나아가 TASTY 등 자사 미디어 브랜드 PB 상품을 만듭니다

실제로 버즈피드는 2019년 초부터 이 방향으로 구조를 바꾸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 판데믹으로 인해 이 전략을 강하게 추진하진 못한 듯합니다. 

만약 버즈피드가 자사 미디어에 커머스를 붙여서, 기존 유통사와 협업 대신 직접 판매를 진행하면 어떨까요? 버즈피드와 허핑턴포스트의 막대한 트래픽을 이용하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버즈피드는 현재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를 비롯해 뉴스레터와 자사 홈페이지 등 다양한 채널이 있습니다. 여기에 허핑턴 포스트의 트래픽을 더하면, 충분히 매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디어사 D2C 모델입니다. 

현재 커머스는 버즈피드 전략의 중심에 있습니다. 실제로 버즈피드가 내년 1분기에 런칭 예정인 ‘섹슈얼 웰니스’ 컨셉의 미디어 주요 비즈니스 모델은 커머스라고 알려졌습니다

미디어 본질은 영향력입니다. 과거 TV 방송국은 대체할 수 없는 영향력 (시청률, 신문판매부수) 으로 여론을 만들어냈습니다. 디지털 시대엔 트래픽이 곧 영향력입니다. 그간 미디어는 이 트래픽으로 광고를 판매했습니다. 

만약 제품을 판매한다면 어떨까요? 제조력이 증명된 브랜드가 함께 한다면, 분명 성공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쿠팡 PB 상품이 판매되는 이유에는 저렴한 가격과 국내 최고 커머스 플랫폼인 쿠팡의 트래픽이 한 몫을 했습니다.

버즈피드의 허핑턴포스트 인수는 막다른 골목에서 내린 악수가 아닙니다. 오히려 내일을 위한 담대한 한 수가 되지 않을까 예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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