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 페이지와 투자 메모 - 피치덱을 대체할 수 있을까 VE Issue No. 17 | 2024.0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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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섹터 분석 ✅ 벤처 투자
⬜ 피치덱 소개 ⬜ 투자자 열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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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entureEDGE - Architect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를 탐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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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I 기반 급여 정보 오픈 플랫폼을 표방한 핀테크 기업 아가일(Argyle)은 2020년 10월 $20 million 규모의 시리즈 A 라운드를 발표하며 자신들이 펀드레이징에 사용한 노션 템플릿의 공개 버전을 인터넷에 함께 발표하였습니다. 핵심은 아가일이 펀드레이징 과정 전체를 통틀어 전형적인 프리젠테이션을 사용하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투자 메모 형태의 노션 링크를 제공, 펀드레이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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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gyle이 펀드레이징에 사용한 노션 페이지 예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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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션을 활용, 처음부터 회사에 대한 풍부한 컨텍스트를 제공한 결과, 벤처캐피탈과의 대화가 시작부터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평소에는 투자자와 4시간이나 6시간 정도 시간을 보낸 이후에나 나눌 수 있는 대화를 첫 미팅에서부터 곧바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이 회사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가진 상태에서 우리와 만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가일의 창업자 슈물릭 피시먼(Shmulik Fishman)은 파워포인트나 키노트 형태의 프리젠테이션 대신 노션을 활용한 메모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점은 투자자들에게 회사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을 선제적으로 제시하여 투자 검토의 내러티브를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라고 언급합니다. 또한 최소 30 - 40곳 이상의 투자자와 미팅을 진행해야 하는 창업자 입장에서 매 번 똑같은 내용을 이해시키기 위해 같은 말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 시간 낭비로 느껴졌기 때문에 좀 더 시간이 걸리더라도 프리젠테이션보다는 상세 내용을 투자자가 직접 찾아볼 수 있는 노션 형태의 투자 메모를 제공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시간을 더 효율적으로 쓰는 방식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아가일은 시리즈 A 당시 기존 투자자였던 베인캐피탈벤처스가 또다시 리드 투자자로 나서며 라운드를 이끌었으며, F-Prime, 베드록(Bedrock) 그리고 구직자의 백그라운드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스타트업 Checkr이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며 성공적으로 라운드를 마무리하였습니다. 하지만 당시 펀딩에 노션 메모가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0년 10월은 팬데믹이 피크에 달하며 모두가 리모트로 투자를 하던 시기라는 특수성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피치덱의 대안을 찾는 창업자들과 투자자들
2018년 4월, 유니온스퀘어벤처스의 프레드 윌슨은 자신의 블로그에 피치덱의 대안에 대한 짧은 글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유명 투자자 입장에서는 하루에도 수십 통의 펀딩 관련 이메일이 쌓여가는데 일반적인 15 - 20 페이지 피치덱만 가지고는 차별화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프레드는 여타 스타트업 대비 돋보일 수 있는 방법으로 첫 번째는 와이콤비네이터 데모데이처럼 짧은 비디오를 찍는 것, 두 번째는 팟캐스트 등에 출연하여 자신의 회사에 대해 육성으로 설명하여 누구나 쉽게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 마지막으로 투자 메모처럼 투자자의 입장에서 왜 자신의 회사에 투자를 해야 하는지를 글로 써서 제공하는 것 등을 방안으로 제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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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치덱과 함께 음성 프리젠테이션을 함께 보낼 수 있는 Lo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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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젠테이션에 직접 육성을 얹어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제품인 룸(Loom)은 이러한 트렌드를 잘 반영한 제품입니다. 단순히 프리젠테이션 파일을 보내는 것만으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거나 내용을 깊이 있게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시도가 시장의 니즈와 잘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물론 미국의 경우 팟캐스트나 오디오북 시장이 매우 활성화된 시장이란 측면에서 내용을 활자가 아닌 육성으로 전달하는 것에 대한 선호도 또한 분명 존재합니다.
HR 솔루션 제네피츠의 창업자 파커 콘래드(Parker Conrad)는 자신의 두 번째 스타트업 리플링(Rippling)의 시리즈 A 당시 일반적인 피치덱이 아닌, 투자 메모를 직접 작성하여 투자자들에게 제시하는 방식으로 라운드를 진행하였습니다.
How Rippling Raised a $45M Series A — Without a Pitch Deck | Ripp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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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ppling이 시리즈 A 당시 투자자들에게 제시한 투자 메모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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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리플링은 당시 투자 메모와 함께 별도의 부록을 만들어 각종 성과 지표를 제시하는 46개의 슬라이드를 제공하였다고 합니다. 결국 메모와 슬라이드는 일반적으로 피치덱을 제시한 후 데이터룸을 통해 상세 자료를 제공하는 일반적인 투자 유치 접근 방식에 변화를 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리플링은 피치덱 대신 투자 메모를 제공하는 장점에 대해 첫째, 투자자와의 Q&A 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둘째, 대면 미팅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며, 셋째, 결국 투자자는 회사 설명을 듣고 내부적으로 투자 메모를 작성해야 하는데 스타트업이 메모를 대신 작성해 주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투자자 친화적인 포맷이라는 의견입니다. 창업자들과 투자자 간의 경계가 모호한 실리콘밸리이기에 서로를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펀드레이징 과정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라
실리콘밸리에서는 파일을 공유할 때 닥센드(DocSend)란 프로그램을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합니다. 파일을 링크 형태로 공유할 수 있는 닥센드는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파일 용량에 대한 우려 및 첨부 파일의 바이러스 감염 등을 우려할 필요가 없는 반면 파일을 보내는 사람은 누가 파일을 언제 열어보는지, 어떤 페이지에서 얼마 정도의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한 전체적인 분석 데이터를 제공하기 때문에 꽤 오래전부터 실리콘밸리의 기본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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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파일에 대한 다양한 애널래틱스 데이터를 제공하는 DocSend, 현재는 파일공유 기업 드롭박스의 자회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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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센드는 자사를 통해 제공되는 다양한 피치덱 데이터를 분석 매 분기마다 펀드레이징 트렌드에 대한 리포트도 발간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과거에는 알기 어려웠던 투자자들의 펀드레이징 피치덱 정보 소화 방식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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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가 처음 피치덱을 받았을 때 이를 읽는데 걸리는 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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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2022년 닥센드를 통해 공유된 시드 라운드 피치덱 통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덱을 받으면 이를 읽어보는데 평균 3분 정도 시간을 할애하였습니다. 보통 피치덱 분량이 15 - 20페이지란 점을 감안하면 한 페이지에 20초 남짓한 시간을 보내며 자료를 읽어보고 더 관심이 가는지 아니면 그냥 스쳐 지나가는 회사인지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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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라운드에서 투자자들이 가장 관심있는 페이지는 팀 - 경쟁 - 해결하려는 문제 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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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딩에 성공한 시드 단계 스타트업의 경우 투자자들은 팀과 관련한 페이지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경쟁 상황에 대해서도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시장 규모나 실적, 재무 지표 등에 대한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시드 단계라는 특징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닥센드가 제공하는 애널래틱스는 펀딩을 준비하는 창업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특히 투자자들이 생각보다 자신들이 만든 자료를 위해 매우 짧은 시간을 소요한다는 점은 자금 유치를 계획하는 입장에서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지점입니다. 결국 노션 형태의 상세한 덱이나 투자 메모와 같은 분석 자료를 스타트업이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흐름 역시 어떻게하면 여러 스타트업 사이에서 돋보이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된 새로운 시도인 것입니다.
펀드레이징은 상황과 환경에 맞게 최선의 방법을 선택하는 것
아가일과 리플링이 시도한 투자 메모 중심의 펀딩 자료는 사실 회사가 펀드레이징 과정에서 어느 정도 레버리지가 있을 때 사용하기 적합한 전략입니다. 투자에 관심있는 벤처캐피탈들이 계속 찾아오고 라운드를 시작하기 이전부터 투자에 관심을 표하는 곳들이 여럿 등장하게 되면 라운드를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회사가 특정 투자자들에게 상세 내용을 선별적으로 공개하면서 내가 보는 자료를 다른 경쟁 투자사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입니다. 이는 빠른 투자 검토를 유도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되기도 합니다.
이는 반대로 너무 초기 기업이라서 회사 내용에 대해 제시할만한 자료가 많지 않거나 관심있는 투자자가 딱히 없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곧바로 상세 메모를 제공하는 것이 최적의 펀드레이징 방식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결국은 투자자 한 명 한 명과 만나면서 회사를 이해시키고 대면 미팅을 통해 형성되는 신뢰관계를 상세 메모가 대체해 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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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레이징의 성공 여부는 궁극적으로 여러분이 구축하는 비즈니스와 고객을 위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에 의해 결정됩니다. 준비하는 피치덱의 품질이나 프로세스 중에 사용하는 전략은 사실 창업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채택한 투자 메모 방식의 펀드레이징이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편리한 방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의 프로세스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 파커 콘래드, 리플링(Rippling) 창업자
리플링 창업자의 언급대로 어떤 피치덱 형태를 사용하느냐가 궁극적으로 펀드레이징의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하는 방식으로 15페이지 피치덱을 투자자에게 보내고 미팅을 잡고 여러 차례에 걸쳐 회사의 비즈니스와 사업모델 및 계획을 설명하는 미팅을 수십 번 반복하는 방식이 모든 회사에게 적합하다고 보기도 어려울 것입니다. 결국 피치덱을 벗어난 다양한 시도는 실용성과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실리콘밸리의 또다른 펀드레이징 문화의 일환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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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Note
최근 알고 지내던 한 스타트업이 시리즈 A 라운드를 시작하면서 노션 형태의 상세 메모를 준비하여 링크를 보내왔습니다. 시드 단계부터 투자자로 참여하여 매 월 투자자 보고도 노션을 통해 진행하던 기업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최근과 같이 투심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과연 노션 메모가 효과적인 전략일까라는 의문점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상세한 노션 메모가 피치덱을 받고 Q&A 미팅을 진행하고 데이터룸 액세스를 받아 개별 파일들을 하나씩 열어보며 실사를 진행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인 것은 명확한 사실입니다. 다만 한 번에 많은 자료를 받으면 오히려 자료를 잘 읽어보지 않게 된다는 점에 비춰보면 오히려 투자자와의 주기적 미팅을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수 있는 방식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파일을 벌크로 받으면 저장만 해두고 잘 찾아보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펀드레이징에 왕도는 없습니다. 다만 어려운 시기를 해쳐나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는 박수를 쳐 주고 싶습니다. 누구도 바꾸려고 하지 않으면 어느덧 당연하지 않은 것이 당연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도 재미난 '지금의' 실리콘밸리 벤처 투자 이야기와 함께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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