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사업자의 OTT 전성시대 생존기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이번에 새로 합류하게 된 오늘의 에디터 구운김입니다.

오늘은 코로나 시국 이후 더욱 격변하고 있는 유료방송 사업자의 근황과 고민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  오늘의 에디터 : 구운김
코시국 2년째, 극장은 더 자주, 콘서트는 제발 가고 싶은 마케터입니다
오늘의 이야기

1. 유료방송 시점 코로나 시국
2. 코드커팅은 현실이 되었나
3. 일단 계획은 있는 그들의 생존전략

😷 유료방송 사업자의 렌즈를 끼고 코시국을 겪으면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는 우리 삶뿐 아니라 전 세계 미디어 플랫폼들에도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어요.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콘텐츠 시청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 결과 ‘구독형 OTT 서비스’는 엄청난 수혜를 입었습니다. 넷플릭스의 ‘퀸스 갬빗’, ‘오징어 게임’, 티빙의 ‘환승연애’까지, 지난 2년은 OTT 구독 없이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수 없는 해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에는 그동안 OTT에 고정되었던 시선을 잠시 돌려 보려고 합니다. 만약 집에서 TV를 통해 IPTV나 케이블TV를 시청하고 있다면 여러분도 이용 중인, ‘유료방송 서비스’로요.

『방송법』에 따르면, ‘유료방송’은 ‘시청자와의 계약에 의하여 수개의 채널단위·채널별 또는 방송 프로그램별로 대가를 받고 제공하는 방송’을 의미합니다. 통신 서비스와 미디어 서비스가 함께 제공되어, 폭넓은 고객층을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던 미디어 플랫폼이었죠.

2018년 하반기를 전후로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는 ‘코드커팅’이라는 깊은 고민거리가 생겨납니다.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 소식을 접한 사업자들은 북미나 일부 유럽 지역처럼 OTT가 유료방송의 대체재가 되어 결국 유료방송 가입자들이 이탈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어요. 그리고 2018년 11월 넷플릭스는 LG유플러스의 셋톱박스로 들어왔습니다. (유료방송 사업자 관점에서는) 공교롭게도 넷플릭스의 국내 진출이 본격화되던 시기는 코로나19의 확산과 겹쳤고, 가입자는 폭증했습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넷플릭스 글로벌의 신규 가입자는 3,700만 명으로 전년 대비 31% 급증했고, 그 가운데 아시아에서만 200만 명 가까이 유입되었다고 해요. 국내에서도 2021년 2월 MAU는 작년 동기 대비 104% 성장한 1,001만 명 수준을 달성하였습니다.

반면에 유료방송 사업자는 우여곡절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를 두고 갈등을 빚는 사업자도 있었고, 대내적으로는 코로나 확산으로 TV 프로그램 제작이나 극장 사정이 여의찮아 VOD 수급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실시간 채널을 장식하던 프로야구 경기, 연말 시상식과 같은 이벤트도 더러 취소되어, 유난히 유료방송의 존재감이 미미하던 시기였네요.

 🤔 그래서 코드커팅은 현실이 되었나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코로나 시국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던 넷플릭스의 진출로 ‘코드커팅’은 정말로 현실이 되었을까요?

그 답은 ‘현재로서는 아니다’로 내릴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는 3,500만 명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거든요.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은 IPTV 총가입자가 2천만 명에 근접하며 나타난 성과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판단은 어디까지나 ‘현재로서는’이라는 전제가 붙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유료방송 사업자의 장기 전망은 낙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가입자 수 관점에서 유료방송 시장의 추가 성장 여력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미디어미래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유료방송 가입자 수 연간 증가율은 2020년 기준 기존 3~8% 대에서 1.6%까지 낮아졌다고 합니다. 단순히 ‘코로나 시국’ 때문이라고 변호할 수 없는 것이 전체 가입자 증가율은 IPTV 가입자가 케이블 가입자를 추월했던 2017년 전후로도 꾸준히 하락했습니다.

(출처: 미디어미래연구소)
추가 성장 여력에 대한 진단은 특수한 환경적 요인 때문이기보다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며 나타난 현상에 가깝다고 판단됩니다. 이제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을 확장하거나 전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하거나 다른 플레이어로부터 빼앗아 와야 하는 시기로 접어든 것이죠. (이미 접어든 것일지도…)

두 번째로, 유료방송 사업자의 주요 매출원 중 하나인 유료 VOD 판매 실적도 지속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유료방송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 통계에 따르면, 유료방송 업계 성장을 주도하는 IPTV 사업자의 유료 VOD 매출은 2018년 정점을 찍고 2019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해요. KT/LG/SK IPTV 3사의 방송수신료 매출 중 유료 VOD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8년 대비 2020년에 일괄 감소했습니다. 특히,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LG유플러스의 유료 VOD의 매출 비중이 18년 30%에서 20년 21.6%로, 3사 중 가장 높은 폭으로 감소한다는 점이 인상 깊은데요. 기존 IPTV 이용자들의 일부 VOD 수요는 IPTV에서 OTT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다는 암시로 느껴지네요.

정리하면, 코로나 시국과 묘하게 맞물렸던 한국 내 OTT 시장의 성장세는 현재로서는 가시적인 코드커팅 효과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의 핑계를 잠시 빌려 보더라도, 가입자가 더 이상 유의하게 늘어나기 힘든 시장환경에서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성장하던 유료 VOD 매출 하락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시급한 문제일 듯합니다. 지금 당장은 하락세가 가입자 지표에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지만, 활성화되지 않는 플랫폼은 위기를 맞게 된다는 점에서 유료방송 사업자가 현 플랫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가는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 OTT 전성시대, 유료방송 사업자의 살 궁리

그럼 OTT 시장의 성장 추세 앞에서 유료 사업자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아직 성장을 이끈다고 평가받는 IPTV 3사를 기준으로 알아보았어요. 사업자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i) 단기적으로 시장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글로벌 OTT 제휴 ii)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사업구조 변화, 이 두 가지가 가장 두드러집니다. 사업자별 대응책에 대해 살짝 스포를 하자면, 휘황찬란한 신기술과 번뜩이는 아이디어는 없습니다. 두 발을 땅에 착 붙이고 살 궁리를 모색 중인 지극히 현실적인 움직임만 있거든요.

👉 LG유플러스의 유플티비- 플랫폼의 플랫폼이 되고픈 OTT 수집가

콘텐츠 스트리밍 시대에 가장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업자는 ‘LG유플러스(이하 LG)’입니다. LG는 적극적인 OTT 독점 제휴를 통해 성장의 기회를 노려 왔어요. 2018년에는 넷플릭스, 2021년에는 디즈니플러스와 제휴를 맺었는데, 독점 계약 형태이기 때문에 초기 2년간 LG를 제외한 IPTV 셋톱박스에서는 계약된 OTT로 바로 접속할 수 없었습니다. 독점은 기간 한정이지만, 시장의 관심이 가장 높은 OTT 진출 초기에 함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었죠. 이를 통해 사실상 포화에 가까워지고 있는 시장, 상품 간 뚜렷한 차별점을 찾기 어려운 유료방송 환경에서 보기 드문 경쟁력을 갖추고자 노력 중입니다.

(출처: LG유플러스)
이러한 장점 말고도, LG에게는 외부 제휴가 필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Wavve를 보유하고 있는 SKT, Seezn을 보유하고 있는 KT와 달리, LG는 IPTV 3사 중 유일하게 독자 OTT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넷플릭스가 국내에 들어오던 2018년에도, 디즈니플러스가 들어온 올해에도, 외부 제휴 없이는 OTT 중심의 시장에서 활발한 액션이 어렵습니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글로벌 OTT와의 제휴를 통해 적어도 자체 OTT 가입자 수를 갉아먹을 가능성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LG는 ‘확실한 OTT 수집가’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는 듯합니다.

👉 KT 올레티비 – 한국형 넷플릭스가 롤모델인 1등 사업자

유료방송 업계의 압도적 1등인 ‘KT’는 그 플랫폼 규모를 활용하여 OTT와 정면승부를 펼칠 수 있을 정도의 장기적인 IP 확보 힘쓰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2021년 1월 콘텐츠 투자/제작/유통법인 ‘스튜디오 지니’를 설립했고, 산하에 KT 그룹 내의 모든 콘텐츠 계열사를 두어 제작부터 유통까지 포괄하는 콘텐츠 밸류체인을 일구겠다고 밝혔어요. 한 기사 문장을 인용해, KT의 비전을 쉽게 설명하면, 그룹 내 스토리위즈(웹소설/웹툰)가 IP를 확보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올레티비(IPTV), 스카이라이프(위성방송) 등에서 방영한 후, Seezn을 통해 후속 판권을 유통하고 지니뮤직을 통해서 OST를 공개’하는, 콘텐츠 하나로 다방면의 가치 창출을 이루겠다고 합니다.

넷플릭스처럼 전 세계 곳곳에서 스트리밍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는 없기에, KT는 경쟁력 있는 IP를 확보할 수 있을 때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해 비용을 줄이고 계열사 내 유통은 최대화할 것 같습니다.

(출처: 시즌)
그렇다고 KT가 외부 OTT를 완벽히 견제하는 것은 아닙니다. KT 역시 단기적인 가입자 확보와 유지를 위해 LG를 뒤쫓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와 제휴를 맺었습니다. LG와 넷플릭스의 독점 계약이 끝난 이후, 셋톱박스 내 넷플릭스 앱을 탑재했으며, 모바일 제휴뿐이지만 디즈니플러스와도 요금제를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LG의 행보를 지켜보며 몇 발자국 뒤에서 힘을 키우기 위해 움직이는 KT는 1등의 묘한 자신감과 함께 숨 고르기가 느껴지네요.
 
👉 SK B tv – 웨이브의 조력자? 그런데 이제 다변화하는

‘SK텔레콤’(SK브로드밴드의 모회사)이 보유하고 있는 토종 OTT ‘웨이브’의 존재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일까요? ‘SK브로드밴드(이하 SK)’는 글로벌 OTT와의 제휴는 비교적 소극적으로 맺고 있습니다. 타 사업자와는 2년 이상 제휴를 맺어온 넷플릭스와 여전히 망 사용료를 두고 소송 중이에요. 애플과의 제휴에서도 애플의 구독 서비스인 Apple TV+ 바로가기 메뉴는 일부 셋톱에만 적용하는 등 소극적인 움직임만을 보이고 있고요.

(출처: SK브로드밴드)
반면에, TV 스크린에서의 플랫폼 확장은 적극적입니다. 2021년 4월에는 복수채널사용사업자(MPP) 자회사인 ‘미디어 S’를 설립, 실시간채널 2개를 개국했습니다.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채널에서 방영하고, IPTV와 웨이브에만 VOD를 독점 공급한다고 합니다. 디즈니플러스와의 제휴를 고민하던 KT, LG와는 사뭇 다른 행보로, 콘텐츠 투자는 웨이브를 중심으로, SK는 빈틈없이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다변화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코로나19의 확산 이후 OTT가 성장하며 덩달아 깊은 고민에 빠진 유료방송 사업자에 대해 알아보았어요. 위기는 임박하거나 진행 중이며, 상황을 타개하게 위한 계책의 효과는 아직 불투명해요.

저는 이미 시장의 흐름은 구독형 OTT 쪽으로 기울었지만, 세계적으로도 저렴한 방송서비스 덕분에 조금은 다른 흐름이 궁금해지네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코로나 종식 이후에 세상이 바뀌면 점점 흐려지는 유료방송계도 좀 맑게 갤까요?

 💭  오늘의 콘텐츠 추천

Louis Vuitton | Virgil was here
에디터 ‹구운김›의 코멘트
얼마 전 암 투병 끝에 생을 마감한 루이비통 최초 흑인 남성복 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버질 아블로'를 위한 루이비통의 추모 영상입니다.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잔잔하고 따뜻한 영감이 필요한 분께 추천해 드려요!
오늘의 레터가 좋았다면
 👉 오늘의 레터를 피드백해주세요! 
👉  지난 어거스트 보기
💜  어거스트 구독하 어거스트 구독 링크를 복사해 친구들에게 알려주세요!
💌  협업문의  augustletter08@gmail.com
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Friday • 구운김 • SIXTEEN
Copyright © AUGUST All rights reserved. 수신거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