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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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의 길  
안녕,
이 글을 읽고 있는 너에게 또다시 편지를 써. 지난번 편지에서 나를 잃어버렸던 이야기, 그리고 다시 찾아가고 있는 이야기를 전했지.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게.

2년 전, 내 삶은 멈춰 있는 것 같았어. 아니, 사실은 꽤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어딘가 잘못된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는 느낌이었지. 회사 일은 나를 점점 닳게 했고, 주위 사람들의 모습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는데 이상하게 나만 더 예민하고 힘든 것 같았어.
그때부터 내 마음속에 작은 균열이 생겼던 것 같아. 이게 나만의 문제일까? 내가 사회 부적응자인 걸까? 그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점점 더 깊은 우울 속으로 빠져들었어.
답답한 마음에 혼자 길을 걷고, 드라이브를 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날씨는 항상 맑았어. 세상은 너무 평온하고 아름다운데, 그런 세상 속에 나는 마치 초라한 이방인처럼 느껴졌어. 그렇게 혼자 공터에 차를 세워놓고 몇 시간을 고민했어.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왜 이렇게 불행한 걸까?"

그날,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아이패드를 꺼내서 그림을 그리는 일이었어. 비록 미숙하고 서툴렀지만, 그건 내 마음속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는 일이었거든. 마치 오래 묵혀둔 감정을 조심스럽게 꺼내 보는 기분이랄까. 그리고 그때 처음으로 느꼈어.
"아, 이게 내가 진짜로 하고 싶었던 거구나."
그 날이 내가 진짜 나를 만나기 시작한 첫걸음이었어.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누군가와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걸어가고 있어. 혼자가 아니라는 게 얼마나 든든하고 따뜻한 일인지 몰라. 그때 내가 우울했던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어. 왜냐하면 나는 나 자신을 모르고 있었거든.
물론 지금도 나는 항해 중이야. 끝을 알 수 없는 바다 위를 떠다니고 있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 항해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거야. 그리고 멈춰 있지 않은 우리가,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야.
너도 그런 날들이 있지 않을까 싶어. 마음이 구겨지고, 세상이 너무 낯설게 느껴지고,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를 것 같은 날들 말이야. 그런 날이라면, 잠깐 멈춰도 괜찮아. 네 안에 있는 진짜 너를 만날 준비를 하는 거니까. 어쩌면 그게 네가 나아가는 첫걸음일지도 몰라.

"배가 항구에 머물러 있는 건 안전하지만, 그것이 배가 존재하는 이유는 아니야."
우리 모두는 각자의 바다로 나아가야 해. 그리고 그 항해 속에서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야.
너도 지금 네 항해를 하고 있다면, 너무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결국 너도 너만의 길을 찾을 테니까.


언제나 너의 편에서,
마음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