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보라보라(홍보라)
To 팩토리 친구들
‘팩토리 20년’이라는 낯설고도 어색한 단어를 꺼내 놓으며, 문득 사람은 일종의 디지털카메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지난 20년의 시간을 지나며 수천수만의 스틸컷이 메모리칩에 착착 쌓여왔을 터라, 깊숙이 저장한 오래된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립니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다 보니 그 긴 시간 속 여러 구간마다 수없이 많은 친구를 만들어온 것이 왠지 자랑스럽고 사랑스럽습니다.
2012년, 팩토리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연말 행사에 놀러 온 조카 하린이와 눈이 마주쳐 아이처럼 ‘와앙!’ 하고 울어버린 장면이며, 2017년 말에는 팩토리 15주년을 맞아 호기롭게 은퇴를 밝히며 가졌던 <세렌디피티> 출판식도 생각납니다. 홀가분한 마음에 흥이 돋아 저절로 춤이 춰지는 이상한 경험을 했지요. 이후 몇 년의 시간을 멋진 언니들 ‘팩토리 콜렉티브’가 따로 또 같이 팩토리를 운영하는 동안, 저는 팬으로서 전시와 행사에 맘 편히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2021년 굴러 굴러 팩토리로 돌아와 또 다른 새로움과 즐거움, 예술적 순간을 만들어보려 애쓰고 있습니다.
서촌 길가 큰 유리창 너머의 팩토리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호기심 가득한 눈, 그리고 이곳에 착착 쌓아온 친구들의 이야기와 우정을 기억합니다. 그들과 함께 만든 지금 여기의 이야기가 우리의 마음과 동네 한구석을 늘 따뜻이 덥혀주기를 바랍니다.
팩토리의 20주년을 맞이하여 <팩토리 친구들 factory friends>을 발간합니다. 정확히 20주년이 되는 날짜는 12월 21일이었지만, 올 한 해를 잘 마무리하고, 그간 나름의 삶을 잘 살아온 우리를 서로 또 함께 축하하고자 한 해 마지막 날인 2022년 12월 31일, 출판 기념회와 팩토리 20주년 파티 & 작은 옥션도 활짝 엽니다. 주저함 없이 마음을 열어 제끼고 스무 살의 팩토리를 만나러 오세요. 따뜻한 다과와 책, 그리고 즐거운 이야기 속 사랑과 예술이 기다릴 테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