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케터 민영(이하 멍): 반갑습니다! 우선 자기 소개 부탁드려요.
파도 하유정(이하 파): 안녕하세요. 흐름출판 마케팅팀에서 일하고 있는 하유정입니다. 다음 달이 되면 1년을 겨우 채우는 신입 마케터예요.
멍: ‘파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계시죠? 이름의 뜻, 만들어진 계기가 궁금해요.
파: 제가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마케터로서 활동할 때부터 사용하던 이름은 아니에요. 제가 3년 정도 활동한 독서모임에서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 보고자 이름 대신 닉네임을 부르자는 룰이 있었는데요. 그때 고민하다가 생긴 이름이에요. 제가 원래 의미 부여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데, 뭔가 대화랑 관련한 단어가 있을까, 하다가 그냥 ‘파도 파도 끝없는 대화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 이름을 정했어요. 근데 지금 생각해 보니까 마침 제가 또 부산 출신이거든요. 그래서 ‘파도’가 가진 이미지에 대한 갈망이 마음에 있었던 거 같아요. 만들게 된 계기는 우연하지만, 많이들 좋아해 주시고 잘 어울린다는 소리도 많이 해 주세요. 제가 일하는 흐름출판의 이미지랑도 잘 맞고, 독자님들도 친근하게 닉네임을 불러 주시니 좋고요.
멍: 맞아요. 흐름출판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독자님들이 파도 님을 되게 사랑스럽게 대한다는 느낌이 들어요. 파도 님에 대한 관심도 많은 것 같고요. 하지만 파도 말고 본캐, 하유정은 어떤 사람이에요?
파: 일단 제가 낯을 엄청 가려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막상 먼저 말을 걸진 못하죠. ‘파도’라는 닉네임으로, 마케터로서 독자님들과 소통하다 보니, ‘낯 가리는’ 저의 본캐의 단점을 상쇄시키고 자유롭게 소통하고 피드백을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파도와 독자님들 사이에선 ‘책’이라는 매개가 있으니까, 좀 더 편하게, 또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더라고요. 그냥 가볍게 일상 이야기를 해도 되는 구나, 모르는 사람과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구나, 이렇게 확장되니 본캐 하유정의 성격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바뀌기도 했어요.
멍: 독자님들과 소통하는 일에 대해 더 이야기해 주세요.
파: 관계는 계속 쌓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독자님들이 먼저 저에게 다가와 주시는 경우도 많은데요. 예를 들어, 제가 캐릭터 루피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출판사 앞으로 루피 에너지 드링크를 보내 주시기도 하고, 손 편지나 선물을 보내주시기도 해요. 그럴 때마다 너무 감동합니다. 이에 보답하고자 저도 마찬가지로 독자님들에게 관심을 표현하기 위해 댓글 하나하나 꾸준하게 달고, 그분들의 일상도 한 번씩 체크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관계가 쌓이고 있고, 그게 참 즐겁고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한 번은 친구들과 만남 중에 회사 인스타그램 DM이나 업무용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메시지를 보고 친구들이 “근무 시간 외 연락 오면 귀찮지 않냐” 물었는데, 아직 저는 한 번도 귀찮다 생각한 적이 없어요. 다른 거 다 떠나서 이 일만큼은 일로 안 느껴지더라고요. 한 번은 회사에서 독자님들 댓글을 보며 위로 받아서 몰래 운 적이 있어요. 받은 편지는 회사 캘린더에 붙여 놓았고요.
멍: 우와! 독자님들과의 관계에서 진심이 느껴지는데요? 일하는 건 어때요? 재미있어요?
파: 네, 사실 지금은 다 재미있어요! 근데 이제 1년을 채우다 보니까 재미있는 거 다 하겠다고 욕심 부리면 안 되고, 재밌는 거랑 잘하는 거는 분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스스로 가혹하게 하는 스타일인 것 같은데 내가 뭘 집중해서 잘할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출판학교 동기들과 이런 주제로 이야기하곤 합니다. “재미를 떠나 내가 잘하는 무기를 만들어야 되는 시즌인 것 같아”는 고민이죠. 최근에 저의 선임도 갑자기 “어떤 마케터가 되고 싶냐”는 물으셨는데, 순간 약간 멍해져 아무 대답을 못했어요.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고, 또 이것도 좋아요”라고 말하기에는 욕심쟁이 같아서요.
우선, 제가 마케터로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 못 해서 말씀드리기 부족하지만, 그동안 제가 집중해 온 온라인 마케팅 중에선 앞에서 말했던 독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이 가장 즐거워요. 흐름출판은 브랜디드 콘텐츠를 많이 발행하는 출판사인데요. 처음에는 도서의 정보를 담은 카드뉴스 발행을 많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너무 책 밖의 얘기를 하는 건 아닌가, 과연 나의 얘기를 들어줄까,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여러 콘텐츠를 발행하다 보니까 진짜 독자가 원하는 것은 책 얘기도 좋지만 그 책을 만드는 사람의 일상, 즉 책을 다루는 출판사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런 이야기를 접목해 책의 내용을 전하면 훨씬 효과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멍: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독자님들은 자연스러운 이야기,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더 많은 호응을 해 주시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희 인스타그램에서도 동네책방을 위한 책갈피 제작 관련 게시물이 최근 제일 인기가 많았거든요.😅 그럼 파도 님은 더 잘하고 싶거나 배우고 싶은 업무도 있어요?
파: 도서 특성과 맞는 광고처를 발굴하고 함께 협업해 나가는 것을 더 배우고 잘하고 싶어요. 또 책과 관계 없는 것에서 책과의 연결고리를 찾는 일, 의외의 상품이나 채널, 공간을 통해 광고 효과를 높이는 제휴 마케팅 업무를 더 열심히 해 보고 싶습니다.
멍: 이건 좀 다른 질문인데, 파도는 마케터가 되기 전 어떤 독자였어요?
파: 사실 저는 책을 잘 알거나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러다 제가 본격적으로 책에 빠지게 된 게 어떤 책을 읽으면 몰랐던 세상을 알게 되기 때문이었어요. 영화나 드라마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인문, 사회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가끔 충격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제가 몰랐던 상황이나 직업군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게 제 머릿속에 시각적으로 나타나고, 제가 아는 얼굴들이 보이더라고요. 엄마가 떠오르기도 하고, 나의 친구가 보이기도, 지나가던 행인이 떠오르기도 하면서 희열을 느꼈어요. 그래서 인문 사회 분야의 도서들을 더 찾아 읽게 되는 것 같고, 거기서 책의 매력을 느끼기 시작한 게 아닐까요.
멍: 그럼 단순히 책을 좋아하는 독자였다가 이제는 출판마케터로 일하고 있잖아요. 업계에 속한 사람이 되니까 어때요?
파: 솔직히 제일 처음 좋았던 거는 판권에 이름 들어가는 거였어요. 책과 관련 없는 친구들이 너는 거기서 무슨 일을 하는 거야? 이렇게 물어보거든요. 출판마케터라는 직업 자체를 잘 모르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럴 때마다 “서점에 가서 이 책의 뒤를 열어봐. 내 이름 있을 거야” 말해요. 그게 꽤 뿌듯했어요.
그다음은 작가님들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다는 거예요. 작가님들이 종종 책 속에 실리지 못한 텍스트, 비하인드 등을 이야기해 주시는데요. 그때마다 책 밖의 이야기를 알 수 있어 좋다, 이건 내가 이곳에서 이런 일을 해서 알 수 있는 거다, 라고 생각하니 즐겁더라고요. 그리고 하나 더, 좋은 선배들을 만날 수 있다는 거예요. 다른 업계와 다르게 출판사 간의 관계가 서로 친밀한데, 그렇기 때문에 제가 일하고 있는 출판사 외 다양한 선배, 동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인 것 같아요. 제가 어려움이 생겼을 때 가까이 계시는 선배님들에게 조언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작다고 하면 작은 이 업계의 장점이고, 건강한 구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멍: 사실 우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함께한 인연으로 가까워졌잖아요? 유유 부스에서 일일 알바로 활동해 주셨는데, 그때 어땠어요? (제가 너무 일만 시킨 거 같아 죄송..)
파: 도서전을 경험해 보고 싶었는데, 저희 회사는 참가하지 않아 아쉽던 참이었어요. 그때 마침 제가 좋아하는 출판사 유유에서 도와달라 했을 때 너무 설렜습니다! 현장에서 책더미를 풀고 매대를 채우는 일도, 방문객들에게 책을 소개하는 일도 즐거웠어요. 제가 유유 책 중에 『태도의 말들』을 정말 좋아하는데요. 유유 독자님들이 오셔서 책 추천을 해달라 했을 때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사실 저는 다른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이고 오늘 잠깐 알바 왔는데, 이 책 정말 재밌다, 추천한다고요. 그 말을 듣고는 제 눈앞에서 바로 구매하시는 모습을 보니 정말 기쁘고 힘이 나더라고요. 제가 추천한 책이 실제로 구매로 이어지는 걸 눈으로 목격한 거니까요. 그리고 제가 부산에 있을 때 서점 알바를 한 적이 있거든요. 그때의 추억을 곱씹게 되는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해엔 저희도 서울국제도서전에 꼭 참가하면 좋겠어요.
멍: 이제 파도 님도 내년이면 1년을 꼬박 일해 2년 차가 되네요. 만약 주변에 출판마케터가 되고 싶다고 하면 이 직업을 추천하고 싶어요?
파: 네! 너무 괜찮다고, 책을 좋아하면 연봉이나 업계 매출 규모를 잊고서도 할 만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출판계는 폐쇄적이라는 말을 들었었는데, 막상 그 안을 들여다보니 서로 소통도 많이 하고 선배들이 후배들을 이끌어주는 모습이 많이 보였어요. 든든하고 다정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만약 출판계에 관심이 있거나 고민이 있다면, 업계에 대한 정보나 취업 준비 전에 궁금한 점들을 정리해 용기 내서 좋아하는 출판사 마케터 계정에 연락해 보는 것도 추천해요. 친절하게 대답해 주시고 도움이 많이 됩니다. 저 또한 1~2년 전 비슷한 고민을 했을 때 도움을 받았으니까요, 그 마음을 기억한 채 제가 배우고 들은 정보를 아낌없이 나누고 싶어요.
멍: 파도가 보름유유 인터뷰하러 간다 했을때, 팀 선배들이 꼭 말하고 오라고 시킨 거.. 있어요?
파: 하하, 그보다도 곧 제가 기다리고 있는 책이 출간되는데요. 『젊은 여성 과학자의 초상』이라는, 제가 처음으로 굿즈를 기획하고 북 펀드를 진행한, 저에게 의미 있는 책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릴게요. 🤗 마지막으로, 흐름출판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당신의 인생 책’ 릴스 시리즈를 발행하고 있어요. 이 시리즈를 통해 저희 출판사뿐만 아니라 타 출판사에 종사하고 계시는 디자이너, 편집자, 마케터들 각자의 이야기를 듣고 책 추천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좋아요’ ‘저장’ ‘댓글’로 많은 응원 보내 주세요!
멍: 마지막으로 인터뷰를 마치는 소감을 듣고 싶어요. 하고 싶은 말을 해도 좋고요.
파: 처음 보름유유 인터뷰 섭외가 왔을 때 꿈 같았어요. 제가 실제로 오래전부터 구독하고 있던 뉴스레터였거든요. 독자의 입장에만 있었는데, 직접 인터뷰를 해주신다니까 성덕이 된 느낌이랄까요? 일을 시작한 지 곧 1년이 되는데, 이런 기회가 온 덕분에 저의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고요. 그리고 제 인생 첫 출판사에서 함께하는 우리 팀장님과 과장님을 포함해 회사 동료분들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더 느끼게 되었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