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치노트 1.0.5(네이밍 idea by Dintei 님)
- 목차를 추가했어요(idea by 쥰베니
님) - 피드백을 익명으로 바꿔봤어요(idea by 김펭귄 님) 목차
[한 짤
요약] 지난 레터에서, 보상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드렸어요. 혹시 “그럼
뭘 주란 말이냐”고 생각하시지 않았나요?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오늘은 쉽게 떠올리기 힘든 보상의 형태를 풀어볼게요. 짤 들어갑니다. ‘닷페이스’에서 진행한
지하철 광고 프로젝트입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매년 열리는
퀴어 퍼레이드가 코로나로 인해 작년과 올해는 온라인에서 진행하게 됐는데요. 닷페이스는 작년 온라인 퀴어 퍼레이드(이하 온라인 퀴퍼)에서 누구나 참여하도록, 캐릭터 꾸미기 템플릿을 제공했습니다. 헤어스타일부터 의상, 깃발 등을 커스터마이징하되, 배경은 도로로 동일하게 설정했죠. 인스타그램에 업로드하면 서로 연결되어
보이도록이요. 그래서 해시태그 #우리는없던길도만들지 로 검색하면, 마치 오프라인 거리 행렬과 같은 이미지가 연출됐죠. 올해도 온라인 퀴퍼를 연 닷페이스는 홍보용 지하철 광고 이미지를 제작했어요. 전국
지하철역에 홍보하기 위해 참가자에게 ‘서폿’의 형태로 금전적
지원을 받았고요. 이런 멋진 카피라이팅도 함께요. “우리 거리에서 만나 함께 행렬을
만들 수는 없지만, 거리에 우리들의 행렬을 보여줄 수는 있잖아요?”,
“우리는 어디서든 길을 열지” 등의 문구로 가슴에 불을 질렀죠🔥
이를 보상의 관점에서 볼게요. 참가자가 돈을 내고 받은 것은 뭘까요? 먼저 떠오르는 건 온라인 퀴퍼를 알린다는 자부심과 의미있는 일에 참여한다는 경외감 같은 정서적 가치입니다. 서폿하면 온라인 퀴퍼 사이트에 크레딧이 올라간다는 고유한 시각적 증거도 확실하고요.
그럼 닷페이스가 준 것은 뭘까요? 핵심은 권한에 있습니다. 지하철 광고 집행에 여러분의 돈을 사용할 권한, 아바타를 꾸며 온라인
퀴퍼에 참여할 권한이요. 이때의 권한은 프로젝트의 진행에 내가 관여할 수 있느냐를 의미합니다(프로젝트 진행할 때 나만 배제당할 수 없죠?). 참여하지 않으면 지하철 광고는 걸리지 않습니다. 참여하지 않으면 온라인
행렬도 없겠죠. ‘서폿’을 완료하면 지금 몇 명이나 서폿했고, 모금액의 몇 %가 모였는지 그 수치가 갱신됩니다. 참가자는 자발적으로 100명이 서폿한 걸 자축하며 온라인에 공유하고, 하루빨리 100%가 달성되도록 주변에 권합니다. 많은 사람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무산되니까요. 닷페이스는, 참여자가 서폿을 완료하면 팝업창, 카카오톡 등으로 “OO님의 서폿 덕에 모니터 밖에서도 행렬을 만날
수 있게 되었어요”라는 메시지 보내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이는 당신의 권한이 제대로 반영되었고, 될 예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이걸 제시하지 않으면 참여자는 함께 한다는 감각을 잃을지 몰라요. 상대방의 반응을 기대하며 회심의 스파이크를 날렸더니 코트 너머에 아무도 없는 기분이 들 거에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18시간 만에 모금액 1,000만 원을 달성하고, 첫 목표인 서울을 시작으로 대구와 부산으로
지역을 확장해나갔습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우리는어디서든길을열지 를 달고 온라인 퀴퍼에 참가한
사람은 16,000명이 넘었고요(7월 4일 기준, 퍼레이드 진행 중). 물론 닷페이스는 몇 년간 꾸준히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쌓아온 팬덤이 있습니다. 초반에
참여자 수를 높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겠지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비교적 작은 한 단위의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완수했을 때 점차 규모를 늘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리스크를 줄이는 목적도 있지만,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이 보는 입장에서 즐거우니까요.
고객에게 권한을 준다는 컨셉은 낯설지만 매력적입니다. 한 명 한 명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입소문을 내줄 테니까요. 우리는 더 멀리 갈 수 있습니다. [직장인의 권한] ‘학습자에게 어떤 권한을 줄지 고민해서, 나눠드린 카드의 빈 칸에 적어주세요.’
“여름에 교육장에 오면 에어컨을 켜주세요, 꺼주세요 각자 다른 요구를 하지 않나요? 한 시간 동안 에어컨 리모컨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권한을 넣어보면 어떨까요?” *김상균 교수님: 게임개발자로 사회 진출해, 산업공학, 로보틱스를 배우고 국내 대기업의 게이미피케이션 프로젝트 다수 참여. 유튜브 채널 '겜교수' 운영 0o0! <가르치지 말고 플레이하라>, <메타버스> 저자 🕹️ 게임에서 플레이어는 컨트롤러를 쥔 사람입니다 🎮 권한을 너무 무겁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닷페이스는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참여하는 형태의 권한뿐만 아니라, 리모컨처럼 주변 환경에 대한 통제 권한 역시 유니크하고
유의미합니다.
물론 무의미한 행위가 아닌 성취를 축하한다는 의미가 깃들어야겠지만요.
조금 더 쉬운 예시로 학창 시절을 떠올려볼까요?
학창 시절, 선생님이 내건 보상 중 학업과 무관한 건 주로 아이스크림이나
사탕이었습니다. 먹는 거였죠. 다들 열심히 참여했던 기억이
납니다(음식은 연령과 성별과 시대를 초월하는 치트키입니다). 그래도 매번 음식으로 유혹할 순 없으니, 권한의 관점에서 생각해볼게요. 선생님이 만약 5분간 쉬는시간을 내걸었다면 어땠을까요? 내가 원할 때 반 아이들 모두 쉬는 권한이라면? 저라면 눈이 뒤집혔을
것 같습니다. 친구가 가장 중요한 나이에 반 전체에 영웅이 될 권한이 주어지니까요. 수업, 멈춰! 나의 행동으로 모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지내는 것. 권한이 가진 가장
큰 매력입니다. 권리는 나를 위해 사용하지만, 권한은 나와 소속 집단을 위해 사용합니다. 집단을 상대한다면 권한에, 개인을 상대한다면 권리에 무게를 실어야겠죠.
이 권한을 회사로 옮겨볼까요? 직장인의 동선과 업무 과정을 장면으로
떠올려보면 조금 쉬울 거예요. 회사 간식을 고를 수 있게 한다면? 사내
메신저 솔루션을 투표로 결정한다면? 재택근무 찬스 2회권은
어떨까요?
이런 권한을 준다고 해서 회사 근간이 흔들리진 않을 겁니다. 시간과
공간 사용에 약간의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 다 같이 사용하는 무언가를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 이런 과정 하나하나가 회사와의 연결감을 심어준다고 생각하면 해볼만 할 것 같아요.
잘 떠오르지 않으면 회사 대표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표야말로
최대치의 권한을 행사하는 사람이니까요. 업무 공간, 채용, 아이디어 제안, 회의 소집, 예산
집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주 작은 조각을 떼어오는 것만으로도 변화를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스타트업과 IT기업은 이런 권한 제공에 익숙합니다. 작게는 업무 장비 선택권과 출퇴근 시간부터(적고 보니 작지 않네요 ;^D) 크게는 주니어에게 주어지만 업무 권한까지요. 토스 신규입사자에게 주어지는 앱 배포 권한
물론 이런 문화를 그대로 따라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회사의 규모나
업태와도 연관이 있고, 큰 권한에는 큰 책임이 따르게 되어있으니까요. 다만 스타트업은 은근히 여러 면에서 게임의 방식을 도입합니다. 회사의
‘미션’을 바탕으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고자 하며, 스톡옵션으로 임직원에게 궁극의 ‘권한’을 제공하죠.
허울만 좋은 스타트업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취지까지 무색해지는 건 아닐 겁니다. 적용 방식에 힌트를 얻는 정도로는 충분히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앞서
예시로 들었던 닷페이스도 미디어 스타트업이고요.
닷페이스가 권한 부여로 얻는 것 중에 하나는 이런 스토리입니다. ![]() ![]() ![]() ![]() 권한이 적은 사람에게 권한을 주었을 때, 우리는 막연히 포기했던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습니다. 조직에서는 개인의 권한이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걸 어떻게 보완할지가
관건이죠. 권한은 희소한 자원이니까, 무엇을 줄지가 막연한
건 당연한 이치일 거예요. 그럼에도 권한을 준다면 그로써 얻는 무형적 자신과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겁니다. 상대가 누구든 이 고민에서 시작하면 어떨까요. 저 사람은 무엇을 선택하고
싶어할까?
언젠가 떠오르면, 이 메일에 답장으로 알려주세요. 저의 의견을 덧붙여 답장 드릴게요 ;^D 그렇게 생각한 아이디어를
다음 레터에 녹여내어 더 나은 콘텐츠를 제작해볼게요. 이런 지적인 권한들이 모여 새로운 가치가 탄생하길
바라면서요.
여섯 번째 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에도 재미있을 읽으셨나요? 항상 궁금합니다. 조용히 보고 계신 님의 피드백이 궁금해서 이번엔
익명으로 진행해볼게요. 아래 버튼을 누르면, 피드백 게임이
시작됩니다 ;^D 겜피레터_진성훈 sunghoon_jin@naver.com (답장 대환영 ☜(゚ヮ゚☜))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