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급 추워졌어! 첫 눈이 내린 지역도 있더라고? 나는 따뜻한 남쪽나라에 살고 있어서 아직 못봤지만 말이야. 그래도 이제야 좀 겨울다운 날씨라 안심이 되는 한편 여지없이 감기에 걸렸지 뭐야. 이번주는 그래서 더 합법적으로 침대 속에 웅크려 있으려고 해. 다들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해🤧

지난 주 따뜻한 홀리데이 콘텐츠를 추천해줬으니, 이번주는 매니악한 디스토피아 콘텐츠를 추천해줄게 히힛.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인 [사이버펑크 : 엣지러너]. 호불호가 굉장히 강하게 나뉠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분명 열광할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꺼내 보았어. 독특하게도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을 원작으로 한 스핀오프 애니메이션이야. 아무래도 원작의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다보니 용어가 낯설어 애니메이션을 바로 보면 친절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어. 중요한 용어들을 쉽게 설명해줄게 잘 따라와!


[사이버펑크 : 엣지러너]는 기술은 발전했지만 빈부격차가 극대화된 암울한 미래도시 나이트시티가 배경이야. 이곳의 사람들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능성 기계 사이버웨어(크롬, 임플란트 등으로도 불림)’로 신체를 대체하곤 해. 극중 무법자 용병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사이버펑크라고 부르는데 주로 그들이 신체를 무기화하는데 쓰이는 걸로 나와. 돈으로 더 좋은 사이버웨어를 살 수는 있지만 모두가 사용할 수는 없어. 사이버웨어를 소화할 수 있는 신체 능력이 갖추어져야 하거든. 하지만 더 강한 힘을 원하는 사람들은 욕심을 내다가 결국 기계에 정신이 잠식되어 이성을 잃는 살인마 사이버사이코가 되고 말아. 이를 처리하기 위한 특수경찰집단 맥스택도 존재할 정도이니 나이트시티에서 사이버사이코를 마주하는 일이 얼마나 잦은지 알겠지?


이런 나이트시티에서 하층민으로 살아가던 데이비드는 가진 건 아무것도 없지만 사이버웨어를 받아들이는 신체적 능력이 초능력에 가까울만큼 뛰어난 소년이야. 그 능력을 활용해 사이버펑크로 살아남지만, 나이트시티를 관리하는 기업 아라사카가 그 사실을 알고 데이비드를 자체 무기로 개발중인 사이버웨어의 테스터로 이용하려고 해. 게다가 아라사카의 경쟁사이자 세계에서 가장 큰 무기제조업체인 밀리테크가 이를 훔치려하면서 데이비드는 원치 않는 거대한 싸움에 휘말리게 돼.

흥미로운 점은 [사이버펑크 : 엣지러너]의 무자비한 스토리텔링이야. 아무리 강한 사람도 기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사이버사이코가 되어버리고 마는 잔혹한 이 세계의 법칙을 보여주거든. 다들 사이버사이코가 되기 직전 분명히 신체에 무리를 주는 사이버웨어를 벗어 던질 기회가 주어지지만 자신이 가진 것을 포기하지 못해 결국 기계에 자아를 내어주고 말아. 데이비드도 주인공임에도 나이트시티라는 시스템 안에서 공평하게 무력하고 절망하곤 해. 그래서 과연 데이비드는 다를까?’ 이 질문이 [사이버펑크 : 엣지러너]를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았어. 그렇게 다다른 결말에서는 꿈을 꾸는 건 사치처럼 느껴지는 이 세계에서도 데이비드와 여자친구인 루시가 지키려 했던 소중한 마음이 이 거친 애니메이션 속에서 끝내 살아남아 미묘한 희망을 이야기해.


꽤나 우울한 세계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야기 자체보다는 오랜만에 사이버펑크를 표방한 장르영화로서 시청각적으로 더 매력적인 애니메이션이라는 생각이 들어. 사이버펑크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이를테면 기계가 인간을 앞지른 미래도시, 네온사인과 홀로그램 등을 완벽하게 묘사하고 있거든. 특히 액션장면들은 애니메이터들을 갈아 넣었구나 싶을만큼 화려하니 기대해도 좋아. 다만 선정성이나 폭력성 모두 수위가 높으니 불편한 사람들도 있을 것 같아. 그리고 아무리 완성도 높은 일본 애니메이션들도 대부분 여성의 몸을 성적 대상화하곤 하잖아. 이 애니메이션도 그걸 피할 순 없었나봐. 그 점이 딱 하나 단점이랄까.

소소한 관람포인트1. 사이버펑크 2077

원작 게임 사이버펑크 2077’은 윈도우와 콘솔에서 즐길 수 있어. 게임도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이고 애니메이션보다 수위가 더 높다는 후기가 많아. 버그 때문에 혹평을 받았지만 워낙 비주얼적으로 훌륭해서 열광하는 팬들도 있어. 애니가 공개된 후 게임 판매량이 다시 급증했다고! 게임에서 구현된 공간들이 그대로 애니에 옮겨졌다고 하니 더 궁금해져.

소소한 관람포인트2. 사이버펑크라는 장르

사이버펑크 장르를 얘기할 때 <블레이드 러너>를 빼놓을 수 없겠지. 실제로 원작 게임 사이버펑크 2077’<블레이드 러너>에서 영감을 얻은 건 공공연한 사실처럼 언급되고 있어. 왜냐하면 <블레이드 러너>는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필립 딕의 SF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1968)를 원작으로 만들어졌거든. 이외에도 <아키라>, <매트릭스> 3부작, <고스트 인 더 쉘>이 원작 게임에 영향을 준 작품으로 자주 언급되니 함께 챙겨보는 걸 추천해.

소소한 관람포인트3. 사운드트랙

장르 특성 때문인지 게임도 사운드트랙에 굉장히 많은 뮤지션들이 참여했다고 하는데, 애니메이션 역시 사운드트랙 구성이 다양해서 듣는 재미가 있어. 주로 하드코어한 메탈이나 다크한 분위기의 신스팝들이 많아. 영상은 사운드트랙 중 가장 인기 있는 곡이야. 전체 곡을 듣고 싶다면 여기를 클릭해줘.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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