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비욘드신세계 등장 배경 2.짐박스 성공 비결
01 비욘드신세계, 알면서도 오답을 찍은 이유는
02 헬스장계의 유니클로, 짐박스의 성공 비결
03 뉴스 TOP5 - '올해 상반기 유통업계 결산'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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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7년 전으로 회귀합니다
신세계백화점이 새로운 온라인 쇼핑 채널, ‘비욘드신세계’를 공개했습니다. 기존엔 단순한 정보 제공용에 가까웠던 공식 애플리케이션에 쇼핑 기능이 처음으로 탑재됐는데요. 이제 앱에서 직접 결제까지 가능한 시스템이 갖춰졌고, 이를 두고 "SSG닷컴의 배송과 결제 시스템을 신세계백화점 앱에 이식했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구조는 다시 말하면,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을 통합해 SSG닷컴을 만든 2018년 이전으로 되돌아가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즉, 7년 전처럼 온라인 채널을 다시 분리하겠다는 건데요. 언뜻 들었을 때 쉽게 납득이 가는 전략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는 결국 SSG닷컴의 플랫폼으로서의 영향력을 줄이겠다는 뜻일 수밖에 없고요. 신규 기능 론칭에 따른 개발 비용은 물론, 지속적인 운영과 마케팅까지 막대한 자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흥미로운 건, 비욘드신세계에서 발생한 구매 금액의 50%를 신세계백화점 VIP 선정 기준에 반영하겠다는 파격적인 정책도 함께 발표됐다는 점인데요.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이긴 하지만, 기존 오프라인 핵심 고객층까지 적극적으로 끌어오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셈입니다. 그런데 정작 이런 정성은 그간 SSG닷컴에는 거의 보여준 적이 없다는 사실, 아이러니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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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선 흩어지면 안 됩니다
이번 비욘드신세계의 론칭을 두고 업계에선 '계열 분리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해석이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어차피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으로의 분리를 앞두고 있고, 이를 위해선 양사가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한 ‘SSG닷컴’의 정리가 먼저 이뤄져야 하거든요. 그렇게 되면 지분율이 더 높은 이마트가 SSG닷컴의 지배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큽니다. 이번 비욘드신세계는, 그런 상황에 대비해 신세계백화점이 독자적인 온라인 채널을 미리 확보하려는 포석으로도 읽힌다는 거죠.
물론 신세계백화점 측은 이런 해석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비욘드신세계는 SSG닷컴과 별도 결제·배송 시스템을 갖춘 독립 플랫폼이 아니기 때문에 계열 분리와는 무관하다'며, '단지 SSG닷컴 외에 백화점 상품을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이 하나 더 생긴 것뿐'이라고 설명했죠. 하지만 만약 계열 분리 이슈가 없었다면, 이처럼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전폭적인 밀어주기가 가능했을까요? 개인적으론 의문이 드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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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오픈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앱의 방문자 수는 확실히 늘어났거든요. 다만 SSG닷컴 수준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갈 길이 멀고. 더욱이 중장기적으로 봐도, 이번 전략은 지배구조 관점에서는 이해될 수 있어도 디지털 전환의 관점에서는 분명한 ‘악수’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입지 자체가 유입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다채널 전략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얘기가 다릅니다. 고객 접점을 최대한 압축하고 집중시켜야 데이터도 쌓이고, 구매 전환도 효율적으로 일어나죠. 물론 가격이나 상품력, 배송 속도 등으로 차별화할 수는 있지만, 결국 고객을 모으기 위해선 지속적인 마케팅 비용이 필수적으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신세계그룹은 이 중요한 ‘온라인 접점’을 지나치게 분산시키고 있습니다. 기존 통합 채널인 SSG닷컴, 인수한 G마켓·옥션, 그리고 새로 생긴 비욘드신세계까지. 고객을 끌어모아야 할 채널이 많아졌고, 그만큼 마케팅 자원도 분산되어 각각의 플랫폼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죠.
사실 정말 디지털 전환을 성공시키고 싶었다면, 토스처럼 ‘슈퍼앱 전략’을 차용했어야 합니다. 고객이 한 곳에서 모든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몰아주는 방식이죠. 그런 점에서 비욘드신세계는 만들지 말았어야 하고, 개인적으론 G마켓과 SSG닷컴도 통합했어야 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결단은 늦었고, 방향성 없이 채널만 늘어난 지금은 SSG닷컴과 G마켓의 존재감마저 점점 흐릿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계열 분리 이슈까지 더해지며, 신세계백화점 입장에선 더 이상 독립을 망설일 이유도 없어졌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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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비록 오답을 선택했더라도 감점을 덜 받으며 다음 라운드를 준비할 수 있을까요? 여전히 풀리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는 디지털 전환을, 백화점과 마트가 각각이라도 제대로 해내려면 이미 성공적인 성과를 낸 사례들을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올리브영과 다이소가 그렇죠.
올리브영은 오프라인 기반 리테일 중 가장 먼저 성공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이뤄낸 케이스고, 다이소는 최근 눈에 띄는 속도로 온라인 채널을 빠르게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 두 회사의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첫째는 강력한 리더십. 올리브영은 승계 이슈로 인해 디지털 전환에 더욱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고, 다이소는 창업주가 여전히 회사를 직접 이끌며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죠. 이 점에선 다행히 오너십이 있는 신세계백화점 역시 충분히 따라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둘째는 조직 구조입니다. 올리브영과 다이소 모두 직영점 비중이 높아, 오프라인과 온라인 간 이해관계 충돌이 적었습니다. 덕분에 전사적으로 동일한 방향을 바라보며 빠르게 디지털 전략을 실행할 수 있었고요. 바로 이런 일관성과 집중력이 디지털 전환의 속도를 끌어올린 결정적인 요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신세계백화점도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제 이마트와의 통합은 구조적으로 어렵게 됐지만, 오히려 백화점 부문만 떼어 놓고 보면 지금이야말로 정리를 시작하기 좋은 타이밍일 수 있습니다. 다만 최소한 내부적으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이해관계를 하나로 묶고, 충돌이 아닌 협력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필요할 겁니다. 그래야만 디지털 전환에 집중할 수 있고, 온라인에서도 다시 한번 제대로 된 승부를 걸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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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잘 나가는 회사는 나보다 내 아내가 더 잘 안다." 어느 VC 심사역의 SNS에서 본 문장인데, 크게 공감했습니다. 소비 트렌드는 이론이 아니라 현실이니까요.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투자, 협찬, 광고가 아닌, 일상 속에서 문득 ‘이거 누가 하는 거지?’ 싶은 기업을 찾는 콘텐츠를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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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래 글은 '이거 누가 하는데?' 짐박스 편을 재구성한 것입니다
매출 400억 헬스장이라고요?
이사하면 여러분은 가장 먼저 뭘 찾으시나요? 간헐적 운동러인 저는 늘 헬스장부터 봅니다. 오래 다닌 분들은 ‘헬스장의 분위기’를 본다지만… 저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라서 위치, 시설, 가격이 우선이에요. 모자 눌러쓰고도 바로 갈 수 있는 거리, 스쿼트 랙이 넉넉하고 공간이 넓다면, 평균보다 조금 비싸도 등록하곤 하죠.
이번 동네에서도 여러 곳을 비교하다가 결국 선택한 곳은 헬스장 프랜차이즈 ‘짐박스’. 처음엔 ‘월 구독제니까 마음에 안 들면 바로 그만두면 되지’ 하고 등록했는데, 어쩌다 보니 1년 넘게 다니고 있네요. 쓰다 보니 애플리케이션 기반 구독 시스템, 음료 오더 기능 같은 IT 활용 디테일이 꽤 신선하더라고요. 적어도 제가 다녀본 헬스장 중에서는 IT를 가장 잘 쓰는 곳이었습니다.
‘대체 어디서 하는 헬스장이지?’ 싶어 찾아보니 입지가 더 재밌었습니다. 지점 대부분이 신림~강남 2호선 라인에 몰려 있더군요. ‘신림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1인 가구’를 겨냥한 포지셔닝이죠. 이사도 잦고, 혼자 살아 저녁 시간에 운동하기 좋은… 바로 저 같은 페르소나를 노렸더라고요.
게다가 이 회사(법인명 서플라이스)는 다이어트 푸드 프랜차이즈 '프레퍼스’와 운동용품 브랜드 ‘서플라이스’도 함께 운영합니다. 특히 프레퍼스는 아는 분들이 많을 텐데, 모든 메뉴에 단백질을 30g 이상 넣을 정도로 운동러 맞춤 식단 브랜드입니다. 이쯤 되면 헬스장이라기보다 ‘운동하는 사람을 종합적으로 타하는 헬스케어 기업’이라고 보는 게 맞겠죠.
놀랍게도 서플라이스는 2024년 매출 400억 원에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매년 매출이 거의 두 배씩 성장 중인데요. 헬스장 프랜차이즈가 어지간한 스타트업보다 나은 실적이라니,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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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로 그렇게 벌었냐면요
서플라이스는 2019년 헬스장 프랜차이즈 짐박스를 론칭한 뒤, 매년 매출이 두 배 가까이 성장했습니다. 게다가 흑자까지 꾸준히 유지 중입니다. 오프라인 기반 비즈니스가 성장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건 드문데, 꽤 놀랍죠. 그래서 ‘이 돈을 어디서 벌었나’ 궁금해져 감사보고서를 열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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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매출 387억 원 중 서비스매출이 228억 원(65%)으로 가장 큽니다. 여기에 짐박스의 월 구독료와 PT 매출이 포함됩니다. 운영 비용인 서비스원가는 137억 원, 원가율은 약 60% 정도죠. (참고: 제품매출은 프레퍼스 제품 판매, 상품매출은 서플라이스 운동용품, 수수료매출은 프레퍼스 로열티로 추정되지만, 이번 글에서는 서비스매출에 집중합니다.)
여기서 월 구독료와 PT 매출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적인 추정은 가능합니다.
먼저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7월 짐박스 MAU(월간 활성 사용자)는 약 2.7만 명(안드로이드 기준). 실제 유료 회원은 더 많을 수 있지만, 보수적으로 이 수치를 유료 회원 수로 가정하고, 월 구독료를 단순화해 5만 원으로 계산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추정치 1안: 월 구독료 162억 원 + PT 매출 66억 원 (유료 회원 2만 7천 명)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서비스원가(137억 원)에서 주요 고정비를 빼고 남은 금액을 PT 수수료로 역산하는 방식이죠. 여기서 매장 임대료, 운동기구 및 영업권, 매장 스태프 인건비 등으로 추정되는 비용들을 제하면 약 17억 원 정도가 남는데요. 이를 모두 트레이너에게 제공하는 PT 수수료라고 가정한다면, 짐박스의 PT 매출은 26억~34억 수준이 됩니다. 왜냐면 모집 공고에 따르면 짐박스는 트레이너들에게 PT 매출의 50~65%를 정산해 준다고 하거든요. 이를 반영하여 다시 정리하면 다른 추정치를 만들어 볼 수 있죠.
- 추정치 2안: 월 구독료 193억 원, PT 매출 34억 (유료 회원 3만 2000명)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유료 회원이 2만~3만 명대이고, 매출 구조가 구독료 중심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PT보다 구독료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건, 신규 회원 유입을 꾸준히 잘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한데요. 5년 차 헬린이인 제 눈에도 짐박스는 숱한 헬린이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만합니다. 헬스장판 유니클로를 지향하는 브랜드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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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업계의 유니클로가 된 비결은
(1) 헬린이를 위한 낮은 문턱
짐박스의 가장 큰 특징은 월 구독제와 전용 앱입니다. 앱에서 바로 등록·결제가 가능하고, 구독 상품은 1개월 또는 1년 단위뿐입니다. 사실상 월 구독이 기본값인 셈이죠. 이는 헬스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에겐 꽤 큰 장점입니다. 상담 직원에게 장기 결제나 PT를 권유받는 부담이 없고, 가격을 미리 보고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헬스장 시장은 예전부터 가격을 잘 공개하지 않는 ‘깜깜이 시장’입니다. 저도 집 근처 헬스장에 전화해 가격을 물어보면 “방문해야 알 수 있다”는 답을 많이 들었는데요. 짐박스가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이 바로 이 '가격의 투명화'였습니다.
그렇다면 짐박스의 구독료는 비싼 편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보통’입니다. 헬스장 월 이용료는 등록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월 6~7만 원 선입니다. 단기결제이거나 비싼 편이면 월 10만 원, 장기결제 또는 싼 편이면 3~4만 원 선까지도 내려가는 정도죠.
짐박스 멤버십은 세 가지로, 개인락커·회원복을 포함해 계산하면 베이직 5만 6,800원, 프로 6만 6,700원 수준입니다. 연 구독권은 월 4만 원대. 저렴하다고 하긴 어렵지만, 어느 지점이든 시설이 평타 이상이고 불필요한 권유가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 가능한 가격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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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 가격도 기본 회당 6만 6,000원으로 역시나 평균 수준입니다. 앱에서 결제할 수 있고, 다른 회원 리뷰를 보고 트레이너를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죠.
다만 제 개인적인 경험상 만족도가 아주 높진 않았습니다. 현직 트레이너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짐박스의 트레이너 계약은 전형적인 프리랜서 계약이고 조건도 평범해, 실력 있는 트레이너라면 굳이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고요.
사실 업계에서는 회당 1~2만 원의 대관료만 내고 활동하거나, 소속 트레이너로 기본급+인센티브를 받는 형태가 더 일반적입니다. 짐박스의 50% 수수료 계약은 수익 면에서 메리트가 크지 않은 거죠.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짐박스에서 트레이너가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분명 있습니다. 짐박스가 가진 회원 풀에 접근할 수 있고, 애플리케이션에서 투명하게 정산을 받을 수 있으며, 매출 압박을 받지 않고 유연하게 수업을 조정할 수 있거든요. 실력자보다 고객 풀을 넓히려는 초중급 트레이너에게 더 매력적인 구조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헬스장을 고를 때 실력 있는 트레이너의 존재까지 고려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하이엔드’ 운동러들은 짐박스의 타이 아닐 가능성이 큽니다. 근본적으로 초보자들이 많이 오는 짐박스의 특징 자체가 ‘고인물’들에게는 단점으로 작용하기도 하고요.
결국 짐박스는 운영·가격 모든 면에서 철저히 초보자(헬린이) 타깃입니다. 진입장벽을 낮춰, 꾸준히 신규 유입으로 이어지게 만들고 있는 거죠.
(2) 어디를 가도 평타 이상인 시설
이쯤 되면 “운동 5년 차에 PT도 많이 받았는데 무슨 헬린이냐”는 시선을 받을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운동 세계는 넓고, 헬린이 졸업은 쉽지 않습니다.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짐박스가 초보자뿐 아니라 중급자까지 묶어둘 수 있는 강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시설입니다.
헬스장을 고를 때, 위치와 가격을 확인한 뒤엔 시설을 봅니다. 스쿼트 랙 개수, 프리웨이트 존 크기, 자주 쓰는 머신의 수량, 머신 브랜드까지 꼼꼼히 따지죠. 저는 브랜드까지는 안 보지만, 기본 구색은 중요하게 봅니다.
제가 다니는 짐박스에는 스쿼트 랙 4개, 스미스머신 2개, 여유 있는 프리웨이트 존, 인기 머신은 2대 이상씩 있었습니다. 등록 후 1년이 넘은 지금도 시설 불만은 거의 없습니다. 기기 수리가 잦긴 하지만, 그땐 프리웨이트로 대체하면 됩니다.
찾아본 결과 대부분의 다른 짐박스 매장들도 적어도 시설에 관해서는 호평이었습니다. 물론 일부 지점의 경우 안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도 더러 있긴 했지만, 이건 오퍼레이션의 문제에 가까웠고요.
저는 여기서 짐박스가 체계화를 추구하는 헬스장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PT 수준이나 분위기 같은 요소는 관리가 어렵지만, 시설은 투입 대비 효과가 확실합니다. 어느 지점이든 평균 이상을 보장한다면, 기대치가 불확실한 다른 헬스장보다 선택하기 쉽죠.
안정적인 퀄리티 + 무난한 가격대, 그리고 하이엔드보다 대중적인 고객에 집중한 전략. 이 조합이 짐박스를 헬스장판 유니클로처럼 느끼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3) 1인 가구와 운동러에 최적화된 입지
또한 짐박스는 오프라인 매장 기반으로 성장한 만큼 입지 전략도 매우 흥미로운데요. 이조차도 핵심 상권에 집중한 출점으로 최근의 실적 반등을 만들어 낸 유니클로와 닮아 있죠. 특히 여기 두 가지 포인트가 눈에 띕니다.
첫 번째는 신림~강남 라인에 집중한 초기 출점 전략입니다. 짐박스는 2019년 신림에만 4개 지점을 오픈하며 출발했습니다. 서플라이스 천인섭 대표가 서울대 출신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겁니다. 이 지역은 2030 1인 가구 비중이 높고,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헬스장 비즈니스에 유리했죠.
이후 ‘관악구 운동 메카’를 표방하며 2호선 신림~강남 구간에 지점을 꾸준히 늘렸습니다. 그 결과 ‘신림에서 강남으로 출근하는 직장인’에게는 매력적인 옵션이 됐습니다. 프로 멤버십을 이용하면 집 앞(신림)과 회사 앞(강남) 헬스장을 모두 쓸 수 있으니까요.
재밌는 건, 신림 라인을 장악한 이후에도, 짐박스는 홍대·건대·성신여대 등 젊은 1인 가구 밀집 지역을 중심으로 진출하고 있다는 겁니다. 2030 운동 인구를 확실히 타깃으로 삼고 있는 셈이죠.
두 번째는 프레퍼스와 연합해 ‘서플라이스 존’을 형성하는 전략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프레퍼스는 모든 메뉴에 단백질 30g 이상을 담은 건강 식단 브랜드입니다. 운동을 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운동 직후 가장 중요한 건 단백질 보충입니다. (헬스 칼럼 아님) 저도 PT 직후 굶겠다고 했다가 트레이너에게 잔소리를 들은 뒤, 운동 후 헬스장 근처 샐러드집에서 닭가슴살 샐러드를 먹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제가 다니는 짐박스 바로 옆에는 프레퍼스가 있습니다. 운동 후 식사까지 한 번에 해결하는 ‘서플라이스 존’이 완성되는 거죠. 이 얘기를 들은 기묘한 님은 “병원 앞 약국 모델 아니냐”라고 하더군요. 실제로 짐박스와 프레퍼스가 도보 거리 내에 있는 곳은 8곳, 같은 동네에 있는 곳까지 합치면 10곳 정도입니다. 헬스장 이용객을 프레퍼스의 고정 고객으로 만드는 구조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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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 옆 샐러드집’의 장점은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출점 순서를 보면, 프레퍼스가 먼저 다양한 수도권 지역에 가맹점으로 진출하고, 이후 짐박스가 직영점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프레퍼스로 건강 식단 수요를 테스트한 뒤, 수요가 검증되면 짐박스를 출점하는 방식인 건데요.
생각해 보면, 프레퍼스는 소규모 자본으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지만, 짐박스는 대규모 자본이 드는 직영 모델이라 출점에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프레퍼스의 데이터를 활용한 ‘뒤따라 출점’ 전략을 펼치는 거라면, 짐박스 매장의 흥행률을 높이는 안전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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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성과 리텐션, 둘 다 잡으려면
지금까지 5년 차 헬린이이자 1년 차 회원 입장에서 본 짐박스의 성공 포인트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헬스장과 음식 프랜차이즈라는 어려워 보이기만 하는 아이템을 들고도 빠른 성장을 보여줄 수 있었던 데에는 역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짐박스는 운동 초보자이면서 2030 1인 가구라는 고객 페르소나를 정확히 이해하고 공략해 온 곳이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앱에 ‘커뮤니티’ 기능을 붙여 회원들이 운동 챌린지를 함께하며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는데요. 드디어 ‘운동’ 분야에서 제대로 된 버티컬 플랫폼이 나오는 걸까 하는 기대도 생깁니다.
하지만 집중 공략의 반대급부도 있습니다. 짐박스를 알아보는 과정에서, 현장 트레이너나 운동 니아들 사이에서 평판이 썩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초보자도 편하게 다닐 수 있는 대중적인 헬스장이니, 소위 ‘물’을 중시하는 마니아들에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던 거죠.
흥미로운 건, 서플라이스 창업자가 보디빌딩 동아리 활동과 피트니스 대회 입상 경력까지 가진 전문인이라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마니아보다는 대중을 택한 건, 기업이 스케일업 가능한 방향을 선택한 결과라 봅니다. 어느 업계든 마니아는 유니클로 같은 SPA 브랜드의 핵심 타깃이 아니니까요. 업에 대한 애정으로 출발한 사업자가 빠지기 쉬운 함정을, 서플라이스는 똑똑하게 피해 간 셈입니다.
다만 질문은 남습니다. 구독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팬’을 어떻게 만들고 붙잡을 것인가. 신규 회원 유입만으로는 지속 성장이 어렵습니다. 서플라이스가 커뮤니티 기능을 넣은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휴먼 터치를 최소화한 운영 방식으로는 커뮤니티가 저절로 자라나긴 어려울 겁니다.
결국 서플라이스의 다음 과제는 대중성과 리텐션, 상반되어 보이는 두 가치를 동시에 잡는 일일 겁니다. 그 어려운 숙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저도 짐박스 출석 도장을 찍으며 지켜보겠습니다.
※ 편집/윤문 | 기묘한
글쓴이 소개 - 윤작두
한때 IT 기자로 일했습니다. 당연하지만 필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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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멈춘 소매시장, 하반기 전망은 어떨까요
10년 간 이어졌던 치열한 경쟁에서 승리한 비결
글로벌 확장성에 부동산·플랫폼 프리미엄까지
'찍먹'하는 일회성 소비의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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