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저는 오늘부터 새벽 5시에 일어나 오후 10시에 잠을 자는 루틴을 연습해볼까 해요. 가능하겠죠? (그런데 보내는 시간이 이미 10시가 넘어 12시가 다 되어 가네요.^^) 그래서 오늘 저에게 하루가 많이 남지 않았습니다. 박차를 가하여 뉴스레터를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
희망고문은 끝이 나고, 엄동설한에 길거리에 나앉아 보았는데요. 🥶
첫 끗발이라고 하죠. 무언가 빠져들게 만드는 일종의 덫 같은 것이기도 한데요. 브랜드를 처음 운영할 때 희망고문을 당했다고 했잖아요. 어설프게 잘 되고, 알려지는 일들이요. 어설프게 자만하고 기뻐하다가 위기가 닥쳐오게 됩니다. 

첫 식품 제조장을 얻게 된 지 4개월이 된 추운 12월. 사실 추위가 시작되고부터 이태원 한 켠에 있는 식품 제조장에서 잼을 제조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뜨거운 불앞에서 잼을 젓고 있어도 히터조차 없어서 달달 떨며 제조해야 했습니다. 손발이 금세 얼었고 옷도 두 세 겹씩 껴입고 핫팩을 붙이고 해야 겨우 추위를 면했습니다. 무엇보다 온수기가 없어서 얼음 물에 설거지를 하고 나면 이렇게 요단강을 건너는구나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감사하게도(?) 주문이 계속 들어왔고, 제조하는 입장에서는 열악한 환경이었지만 허가받은 식품 제조장에서 잼을 생산할 수 있음에 만족했었는데요. 그러나 엄동설한에 쫓겨나게 될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가게 주인이었던 지인이 가게 계약이 곧 만료된다는 소식을 전함과 동시에 연장 계약은 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두 번째, 저희에게 지분에 대한 협상 제안을 한 것입니다. 초기에 저희에게 지급했던 현금 500만원과 제조장 비용, 사무실 비용 그리고 이에 대한 자문비, 인건비 등에 대해 70%의 지분을 제안했습니다. 경영학과 졸업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물론 수업을 열심히 듣지는 않았지만요. 27년 인생 처음으로 회사 지분율을 논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어떠한 대응도 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은 사람이 산전수전 겪고 많이 의연해졌는데 처음 이런 일을 겪으면 손이 덜덜 떨립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거나, 꺾이는 성격은 아니었기 때문에 인맥을 영혼까지 끓어 모아 자문을 받았고, 그동안의 사무실, 제조장 비용 그리고 현금으로 받았던 500만원을 지급하고 사건을 마무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사건이 마무리되기 전부터, 눈치가 보여 제조장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는데요. 급하게 또다시 식품 제조장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왔습니다. (이때 포기했어야 했던 걸까요? ㅋㅋㅋ 쓰다 보니, 저는 신호를 놓쳤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는 이상한 곳에 자리 잡게 됩니다. 
사건이 커지다 보니, 부모님도 사정을 알게 되셨습니다. 그만두지 않을 거냐고 재차 물어보셨습니다. 그만두기가 아쉽더라고요. 부모님 입장에서는 제가 언제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는데, 생판 모르는 남에게 월세를 탕진하지 말고, 할아버지가 생전 쓰시던 낡은 사무실을 치우고 고쳐서 사용하라고 하셨습니다. 물론 부모님께 용돈 드린다 생각하고 월세를 내면 좋겠다고 하셨고요. (꼬박꼬박 받으시더라고요.) 처음에는 무슨 말도 안 되는 제안이시냐며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다고 나도 으른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는데 세상 물정 몰랐던 무식하고 용감하던 27살의 저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울의 임대료는 얼마나 혹독한지. 게다가 식품 제조장 허가 낼 수 있는 시설과 더불어 창고 그리고 사무실까지 있는 곳을 구하려면 정말 많은 비용이 들더라고요. 다시 창업 초기로 돌아갔습니다. 아니 후퇴했습니다. 지인에게 당시 큰 금액까지 지불한 터라,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고 싶다면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네 발로 기어들어갔습니다. 건물이 바로 서 있는게 신기할 정도로 낡았던 건물에서 새로운 개고생이 시작됩니다. 🐶
(지금도) 존재가 있는지조차 모르는 서울시 성북구 보문동에 위치한 낡은 2층 사무실이었는데요. '이곳이 문이야?' 싶은 곳을 열면 이렇게 계단이 나옵니다. 해리포터의 '9와 4분의3 승강장'이라고도 불렀습니다. 존재 자체가 특이한 만큼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느낌을 받았는데요. 이곳을 탈출한 지 1년 반 정도가 된 지금도 가끔 이곳으로 저를 인도한 우리 부모님의 사랑을 의심하게 됩니다. 제가 비록 자식은 없지만 자식이 있다면 이곳에 보내 고생시키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 이 사실을 말씀드렸더니, 그때 저를 그곳에 두면 빨리 포기할 거라고 생각해서 보냈다고 합니다. 배신감이 듭니다만, 꾸역꾸역 4년을 버텨냈습니다. 
겨울에 추워서 덜덜 떨었던 우사단 식품 제조장처럼 이 사무실도 단열이 되지 않아, 한 겨울에 두유를 두고 퇴근하면 두유가 얼었습니다. (두유 워너 빌더 스노우맨?) 그리고 상식적으로 지어질 수 없는 이상한 구조의 2층 사무실이었습니다. 사무실 끝 쪽에 또 다른 문이 있었고 그 문을 열면 또 다른 계단이 나왔습니다. (계단을 밟으면 계단이 부서질 것 같았습니다.) 밖에서 보면 전혀 보이지 않고 햇빛도 들지 않는 1층 한 켠에는 제조장을 마련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습니다. 
말도 안 되는 이 공간에는 사연이 있습니다. 제가 뉴스레터를 쓰면서 '말도 안 된다.' 라는 문장을 몇 번이나 쓰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말이 안 됩니다. 말도 안 되는 일을 제가 하고 있습니다. 보문동으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염원하던 온라인 쇼핑몰 홈페이지를 준비하게 되는데요. 오픈 일을 2015년 2월 2일 22시 2분으로 지정했습니다. 
염탐정(염탐+명탐정을 조합한 저의 신조어)이신 저의 아버님이 해당 게시물을 보시고는 왜 하필 오픈 일정을 저렇게 지정했냐고 물어보셔서 이사 오기까지의 몇 가지 사연이 있어서 그렇다며 썰을 풀어드렸습니다. 이사오는 주소가 보문동 7가 '22-2' 였으며, 이사에 맞춰 산 금고의 비밀번호가 '22, 2'로 맞춰져 왔고 뜻밖에 2와 인연2 되는 일들2 연속적으로 일어났거든요. 그래서 2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행운을 빌어 2월 2일 22시 2분으로 맞춰 보았다고요. 제 이야기를 들으시던 저의 아버님이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할아버지 생신이 언제인지 알아?"
"???"
"1922년 2월 22일이야."

라는 말과 함께 할아버지께서 살아생전 쓰시던 사무실에서 2막이 시작되었습니다. 기묘한 2야기. 
멤버들이 늘어났습니다. 👥
초반에 함께 고생해줬던 은비.
잼생의 전성기를 만들어줬던 낙타(앞)와 형곤님(뒤).
이전 화에서도 말씀드린 적 있는데, MBTI 유형이 INTP인데다가 'T' 유형이 매우 발달해있는 유형이라 냉철하고 차갑고 이기적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는 멤버들이 저의 원동력이 됩니다. 잼을 만드는 일이 정말 안 맞는 일인데도 몸이 부서져라 잼을 만들게 해주더라고요. 저의 뉴스레터는 점점 하고 싶은 말이 많아져 산으로 갑니다. 앞으로 뉴스레터 이름을 이예지와 함께 트레킹🏔 으로 바꿔야 할 것 같습니다. 이번 뉴스레터는 잼을 만들며 힘들었던 이야기를 푼다고 했었는데, 멤버들을 소개하고 나니 멤버들 이야기를 안할 수가 없습니다. 이러려고 뉴스레터 시작했습니다. 📨
은비는 공모전 동아리에서 만난 동생인데, 잊지 못할 능력자 친구입니다. 특히 저랑 아이디어 티키타카가 정말 잘 맞아서, 함께 하자고 간곡히 부탁해 데리고 왔던 친구인데요. 1년 동안 같이 고생하다가 간 친구라 고맙고 미안하기도 합니다. 드립을 찰떡같이 받아서 구현하는 능력자이자 홈페이지 구성, SNS 콘텐츠 제작, 잼 사진 촬영, 잼 제조, 서류 정리 못 하는 게 없었던 친구였고요. 잼있는인생의 초기의 발판을 다 잡아주었던 친구입니다. 
은비 헌정 레터 💋
그리고 첫 만남부터 범상치 않았던 멤버들.
#꺼진 인연도 다시 보자, 낙타.
낙타는 본명이 낙타입니다. 낙타를 닮았거든요. 제가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알게 된 친구인데 벌써 19년이나 된 친구더라고요. 외국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취업 준비를 하던 낙타에게 사무실을 이사했으니 놀러 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놀러 오는 날 페인트 붓을 쥐어주었고요. 속았다고 하더라고요. 이래서 친구를 조심해야 한다고요. 그러다가 잼있는인생에 매일 오게 되었고, 그렇게 1년 반 동안 일했습니다. 꺼진 소꿉친구도 다시 보자는 글귀를 일깨워주는 인연이었습니다. 제조부터 회계학과 전공을 살려 서류 페스티벌까지 쳐내주었던 그리고 잼있는인생의 기동력이 되어준 낙타짱. 🐫
#잼있는인생 일대기 한 번 총정리

한 번 보시면, 일대기를 한 번 정리해볼 수 있을 거에요. 
재미있는 영상 만들어준 어벤져스 장세인, 차수연 감사합니다.
다음 화 예고 🍀
정말 골 때리는 만남은 형곤님이었습니다. 형곤님 만남 썰부터 정말 잼 만들고 포장하면서 힘들었던 이야기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꼭 풀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점점 내용이 산으로 가기 때문에 내일부터는 이예지의 트레킹🏔 으로 변경해서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잠을 자지 못해 요단강에서 뉴스레터를 보내드립니다. 🛶
2월 22일 월요일부터 2주간
매일매일 보내드립니다. 주말에는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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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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