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덕〉(감독 오세연)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90 〈성덕〉
1월 12일 오늘의 큐 💡 Q. 왜 오빠는 저 부끄럽게 하세요?🤬 오늘은 인디즈 큐가 최면을 걸어보겠습니다🔮 님은 이제부터 제 이야기에 완전히 이입하게 되실 거예요. 내 나이 열여섯살,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습니다...🌹 바로 잘생기고 노래 잘하고 번듯한 연예인 A! 이런 불같은 사랑은 처음이에요. 한번이라도 직접 보고싶다는 마음에 난생 처음 혼자 KTX를 타고 서울까지 오게 되고, 그후 서울 지리가 빠삭해질만큼 공연장과 팬싸인회를 오갑니다. 그가 날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조금 튀는 행동도 했는데요. 어느새 "이 왔네" 내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는 A 😭 그 와중에도 '연예인 쫓아다니다 성적이 이게 머꼬' 이런 소리 안들으려고 공부도 놓지 않고 전교 1등 자리까지 차지했는데...! 어느 날, 심상찮은 연락이 옵니다.... "아...괜찮아?" 부랴부랴 포털사이트를 켰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 A의 범죄 가해사실이 담긴 기사로 떠들썩합니다. 하...더 이상 눈물이 나서 말하지 못하겠어요. 연예인의 팬으로 살아본 사람이라면 이 마음, 뭔지 아시잖아요! 좋은 영향을 주고 받길 기대하며 열심히 사랑하고 열심히 살았는데,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한 대가가 여성을 향한 기만과 범죄라니. 이건 정말 억울해요. 화만 나면 다행이지, 내가 그동안 저런 사람이란 걸 알아채지 못한 걸까? 내가 응원하는 바람에 저 사람이 권력을 가지게 된 건 아닐까? 죄책감이 밀려옵니다. "저는 부끄러운 팬이 되지 않기 위해 성실하게 살았는데, 왜 오빠는 저를 이렇게 부끄럽게 만드는 건데요?"😡 영화제 전 상영 매진행렬! 지난 한 해를 휩쓴 화제작, 오세연 감독의 <성덕>으로 2022년 인디즈 큐 문을 엽니다. 해결되지 않는 죄책감, 정체를 알 수 없는 미련 속에서 오세연 감독은 직접 카메라를 들었어요. 누군가를 사랑하며 발전해 온 나의 모든 시간이 단순히 '흑역사'로 치부되어야 하는 걸까요?💔 이런 고민을 가진 사람이 혼자만은 아녔는지 상영마다 수많은 관객들이 함께 하며 웃고 울었는데요. 인디즈가 오세연 감독과 인터뷰까지 진행해보았답니다. 아쉽게도 현재 이 영화를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곧 좋은 소식이 들려오리라 예상하는데요. 꼭 연예인을 좋아해본 적 없어도 충분히 즐겁게 보실 수 있어요. 사랑에 고통받은 경험이 있는, 하지만 사랑의 힘을 믿고 싶은 모두에게 추천합니다 ❤
그럼에도 우리의 사랑은 멈추지 않아 〈성덕〉 누군가를 사랑해본 적 없는 사람이 있을까? 실재하든 실재하지 않든, 혹은 실재하더라도
가까이 할 수 없는 사람이든. 오세연 감독의 <성덕>은 마지막 경우에 해당하는 사랑의 이야기다. 화려하고 멋진
무대 위의 스타들을 사랑했던 팬들의 열정적이고 아름답지만 또 처절하고 애틋하기도 한 이야기. 2019년, ‘n번방’, '버닝썬' 성범죄 사건과 함께 연예인들의 ‘단톡방’ 범죄 또한 수면 위로 드러났다. 어떻게 한 사람이 두 얼굴을 하며 팬들의 사랑을 받는 연예활동을 할 수 있느냐며 모두가 그들을 욕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해 마지
않던 스타가 이 사건의 주범이라면 이야기는 조금 복잡해진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그리고 왜 아직 그들의 팬들이 남아 있는 것일까?
<성덕>은 아직도 남아있는 팬들에 대한 분노와 궁금증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비슷한 무력감과 분노를 느낀 주변 '덕후'들을 만나며 그들의 심정을 듣는다. 지금까지는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가해자의 자극적인 범죄에 가려져 들리지 않았던 팬들의 목소리를
영상에 담는다. 그들은 연예인 당사자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며 부끄러워하기도 하고 담담하게 순응하기도 하고 혹은 분노하기도 한다. 혹은 과거의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다가 자책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감독은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사랑했던 가수에 마음을 쏟았던 추억을 떠올리며
자신을 의심한다. 나도 모르게 '2차 가해자'가 된 것은 아닌지, 가수를 사랑하며
거대한 범죄가 탄생하도록 만든 것은 아닌지.
하지만 결국 이 영화가 말하는 것은 흔하다고도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성덕>은 일련의 슬픔, 무력감, 우울, 분노, 순응, 이해의 과정을 거쳐 새로운 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기적과 행복은 사랑을 받는 데서 온다기보다는 주는 데에서 온다고 믿는 편이다. 우리는 타인에게 사랑을 한 뼘씩 나눠주며
마음이 더 풍성해지고 한 발짝 성장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연예인을 사랑했고 좋아했던 추억과 기억은 바꿀 수 없는 것이고, 그것은 '흑역사'가 아니라
우리의 소중한 자양분이 될 수도 있다. 상대의 행동이 어떠했든, 우리는 최선을 다해서 그들에게 소중한 마음을 주었다. 더불어 영화는 앞으로의 팬과
연예인의 관계가 조금 더 건강한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을 안겨준다.
사랑은 우리의 마음을 수없이 무너뜨리고 찢어놓는다. 하지만 사랑을 관장하는
마음은 (힘들겠지만) 다시 이어붙고 더 튼튼해질 것이다. 진심을 다했던 순간을 양분 삼아 사랑은 계속될 것이다. 그것이 진정으로 우리다운 것이
아닐까? ‘피해자’ 혹은 ‘가해자,’ ‘실패한 덕후’라는 말보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로 정의되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가사처럼. “I wanna be
defined by the things that I love. (중략)
You
are what you love.”
- 테일러 스위프트의 'Daylight' 중
그것이
진정한 성덕의 의미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글을 남기며 리뷰를 마치려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더 많이 사랑하고 실패하고
또다시 사랑했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포함이다.
“한때
네가 사랑했던 어떤 것들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된다.
네가
그것들을 떠나보낸다 해도
그것들은
원을 그리며, 너에게 돌아온다.
그것은
너 자신의 일부가 된다.”
- 앨런 긴즈버그, 「어떤 것들」 인디즈 김소정 눈물의 덕질 성토대회....가 아니라 인터뷰 현장 😂 지난 12월 11일, 인디스페이스에서 <성덕> 특별상영을 진행했습니다.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찾아온 오세연 감독, 인디즈가 먼저 만났는데요. "감독님, 저는 사실 누구 팬이었냐면..." 갑자기 시작된 눈물의 '망한 덕질' 토크에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희한하게도, 그때는 밥도 못먹고 잠도 못자던 일들이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하니까 참 웃기기도, 짠하기도 했어요. '빠순이'란 호칭 아래 끼리끼리만 뭉쳐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 의외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미련을 덜어낼 수 있는 걸지도요! 보다 건강한 내일의 '덕질'을 기대하며, 오세연 감독과의 인터뷰 현장을 만나보세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사실 저도 알아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아직 인생 1회차라서.(웃음) 그래도 요즘 확신에 차서 할 수 있는 얘기는, 그 사람의 범죄나 어떤 잘못은 그 사람의 흑역사지, 우리의 흑역사가 되면 안 될 것 같아요. 우리가 좋아했던 시절은 아름다웠고, 즐거웠고 그리고 그 사람도 우리한테 사랑을 받았기 때문에 어떤 것들을 이루어낼 수 있었을 테니까요. 물론 부끄럽지만 그 범죄는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거, 그리고 나의 흑역사보다는 그 사람의 흑역사로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에는 분리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요?" 인디즈 김소정, 은다강 한 주 쉬어가는 동안 올라온 소식들 💌 드디어 모두 모인 '팀 십개월'! 그간 촬영 스케줄로 인해 인디토크 참여가 어려웠던 우리의 '미래', 최성은 배우가 찾아왔습니다😍 최성은, 유이든, 백현진 배우와 남궁선 감독이 함께 한 <십개월의 미래> 인디토크 기록이 올라왔어요🍀 ![]() "뉴욕타임즈의 칼럼을 읽었는데, 집안 모두가 너무나 독실한 종교인이어서 임신을 하면 아이를 무조건 낳아야 된다는 신념을 가지고 19살에 출산한 사람의 이야기예요. 근데 그 사람이 정확하게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이것(출산)을 내가 선택해야 한다고 믿게 했던 그 모든 사람들에게 이 경험이 무엇인지 알고 그렇게 한 건지 묻고 싶다고 말하더라고요."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나는 이렇게 내 정체성에 대해 확고히 말할 수 있을까요? 일본에서 '조선인'으로서의 삶을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 <나는 조선사람입니다> 인디토크를 진행했어요. 최근 지도자를 준비하게 된 안창림 유도선수와 민주통일운동가 김창오 선생님, 그리고 김철민 감독이 함께 했습니다. 그 날의 기록을 만나보세요! 눈물이 왈칵😢 ![]() "제가 한국에 와서 운동선수로 성공한다면, 그래서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된다면 꼭 조선학교나 재일동포에 대한 의식을 개선하고 싶었어요. 그때까지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유도로 인해서 사람들이 저를 알게 되고, 재일동포를 알게 된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다고 생각해요." 인디스페이스는 이사중 💨 종로구에서의 상영을 마무리한 인디스페이스! 곧 새로운 장소를 공지할 예정입니다. 다음 인디즈큐에서는 온라인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을 소개해드릴게요🔎 오늘의 이야기가 재밌었다면, 구독페이지를 친구에게도 소개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