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재판에 증인으로 나섰으면 책임감은 있어야죠.

"역사에 남는 재판이에요"


“더 이상은 안 되겠어요. 나머지는 오후에 하겠습니다. 역사에 남는 재판이에요. 그런 재판에 증인으로 나섰으면 책임감은 있어야죠. 잘 생각하고, 오후에 다시 오십시오.”


지난 수요일, 청주지방법원.


‘오송 지하차도 참사’ 세 번째 공판에서 재판장이 오전 재판을 끝내며 한 말입니다.


이날 미호천교 공사 현장의 토공 반장 A가 증인으로 왔습니다.


강물의 범람을 막기 위한 제방은 흙을 쌓고 다지고 방수 천막을 덮어 만듭니다. 제방을 축조하는 작업은 흙을 다루는, ‘토공(土工)’ 작업입니다.


“증인은 전문가예요. 토목기사 아무나 되는 거 아니에요. 자존심이 있으면 솔직히 얘기를 하셔야죠. 그래야 피고인들도 억울함이 없는 거죠. 당시 현장 상황을 아는 사람이 정확히 말을 해줘야 할 것 아닙니까.”


이날 오전, A의 침묵은 길었습니다.


침묵하는 A의 표정을 볼 수는 없었지만, 그가 무슨 생각인지 궁금했습니다.


검사 두 사람은 계속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증인,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는 분명히…”


결국 재판장은 검사의 신문 도중 휴정했습니다.


“조사받으면서 했던 이야기도 하나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방청 와서 있는 사람들이 믿겠어요? 저라도 안 믿겠어요. 한 시간 동안 들었는데 저는 모르겠어요. 아무것도 모른다는 거잖아요.”


오후에 다시 들어온 A는 조금은 달라진 것 같았습니다.


말을 더 많이 했습니다. A의 증언에 따르면,


  • 2023년 6월 29일, 임시 제방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 바닥에 흙을 1단 쌓고, 진동 롤러로 다졌습니다.
  • 2단~3단부터는 진동 롤러를 쓸 수 없었습니다.
  • 포크레인 바가지 부분으로 위 또는 옆에서 두드려가며 흙을 쌓았습니다.
  • 흙이 유실되지 않게 천막을 덮는 작업은 못 했습니다.


A는 포크레인으로 흙을 두드리는 방식이 “정식 방법은 아니다”, 1단을 쌓고 다질 때마다 받아야 하는 ‘다짐 시험’은 “요청한 적 없다”고 했습니다.


진동 롤러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강을 따라 쌓는 제방은 다리 아래를 지나가게 됩니다.


미호천교 현장에서는 다리의 높이가 낮아, 다리 밑에 흙을 쌓을 때 진동 롤러가 끝까지 올라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정식 방법이 아닌” 방법으로 임시 제방을 만들었다고 하고요.


그렇게 만든 임시 제방의 실제 높이도 이 재판의 중요한 쟁점입니다.


A는 “금호건설 팀장이 지시한 높이에 맞춰 제방을 쌓았다”면서도, 모두가 궁금해 한 높이 값은 끝끝내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 * *


재판장이 휴정을 선언한 순간도, “검찰 조사에서는 높이, 가로, 상하단폭 등을 진술하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A가 우물쭈물하던 때였습니다.


“도대체 누구한테 무슨 얘기를 듣고 왔길래 법정에서 머리 싸움하면서 대답을 해요. 무슨 얘기를 들었든 사실대로 대답해야죠. 증인 머릿속에 다 있는데 얘기하기 싫은 거죠.”


지난 세 번의 공판에서, 이 재판장에게는 다소 특이한 면이 있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역사에 남는 재판”.


재판장이 재판에 임하는 태도를 조금은 이해하게 된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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