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기업 회생과 파산의 결정 과정. 그리고 소송이 들어온 과정을 이야기한다면
"투자 펀드가 총 18개, 투자사가 11곳입니다. 금액으로는 누적 220억원쯤 됐고요. 기업 회생을 신청하는 것도 원래 이사회 의결로 가능합니다. 그렇지만 정당성을 확보하고, 최대한 주주 의견을 듣기 위해 주주총회를 열어서 결정했습니다. 몇몇 스타트업들이 주주분들과 소통하지 않고, 의결로 회생을 결정해 문제가 된 사례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주주들이 괘씸하다며 창업자에게 소송을 하는 경우는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정말 주주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해왔고, 잘 해왔습니다. 어반베이스 정리도 주주들의 동의를 다 받았고요. 이게 작년 12월 쯤입니다."
-주주들의 반대가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하셨던 분들도 있었죠. 실제로 처음 주식매수청구권을 실시하겠다고 내용증명을 보낸 투자사는 몇 곳이 더 있었습니다. 모태펀들의 자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계약에 있는 내용을 우선할 수 밖에 없다고요. '앞으로 내용증명을 몇 개나 더 받아야하나' 정신적으로 정말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 연대책임 소송을 건 곳은 신한캐피탈만 남았다?
"2019년 이후로 연대책임을 묻는 투자사도 줄었고, 2023년 규정이 생겼습니다. 제가 현재 알기론 위법, 횡령이나 배임이 아닌 이상 창업자 개인에게 연대책임을 물을 수 없는 걸로 알아요. 그런데 제가 받은 투자 중에 과거에 받은 계약서. 2019년 이전에 받은 계약서에는 다 연대책임 조항이 있었습니다."
-총 몇 개의 내용증명이 왔었나요.
"처음엔 3개의 (투자금 반환 관련) 내용증명이 왔지만, 실제 청구로 이어져 소송까지 가게 된 곳은 신한캐피탈만 남았습니다. 다른 두곳은 LP들에게 '어반베이스가 최선을 다했지만, 이렇게 됐습니다'라고 설명했고, LP들의 동의가 있었기에 청구하지 않기로 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실제 소송까지 이어진 것은 굉장히 드문 걸로 압니다
"주변에 관련 판례나 실제 사례들을 수소문해봤습니다. 배임이나 횡령으로 창업자가 걸려서 일부를 반환하는 일은 있었다고 하지만, 저처럼 성실하게 사업을 했는데도 폐업한 케이스에 투자금 반환 소송을 건 것은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고 들었습니다."
-신한캐피탈 담당자들과 이야기를 해보셨나요.
"네. 계약서상에 (투자금반환을) 걸 수 있는 부분인데, 안 걸면 자신들이 배임이라고 주장합니다. 어쨌든 추심팀으로 이 계약을 넘겨야하고, 자기네들은 자기 일을 해야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추심팀 입장에선, 어쨌든 캐피탈사다보니 추심건이 많을 겁니다. 다른 대출 회수건도 있을 것이고요. 추심팀이 스타트업에 대한 이해없이, 계약에 적혀있는대로 법무사에 외주를 줘서 소송하고, 가압류를 건 셈입니다."
-복리 15%는 높은 이자율인데요.
"계약서에 적혀 있었습니다. 너무 높아 처음 계약서를 체결할 때 물어봤습니다. 내부수익률이 있고, 페널티 이자율이 있다고요. 페널티는 약속을 어겼을 때, 왕창 이자를 물릴 수 있는 이율이고요. 신한 펀드가 내부적으로 목표로한 이율이 내부수익률입니다. 당시 해당 펀드의 내부수익률은 3%. 페널티 이자율이 12%였습니다. 그런데 어반베이스의 폐업이, 과연 페널티를 적용할만한 사유가 되는지를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회사를 고의로 망하게 하게 했거나, 성실하게 경영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처음 계약을 할 때, 담당 심사역에게 물었습니다. 성실경영에 실패했을 때도, 연대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고요. 성실경영 실패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었습니다. 신한캐피탈도 계속 사업를 해야하는데, 이런 식으로 걸면 누가 신한캐피탈의 돈을 받겠냐는 취지로 이야기 했었습니다. 적혀있는 조항이 실제 발동될 수 있는 사례도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예를 들어 코파운더. 공동창업자들끼리 싸움이 났을 경우를 이야기하더군요. 예를 들어 신한캐피탈이 어떤 스타트업에 10억원을 100억원 밸류로 투자를 했다고 가정할게요. 지분 10%를 가진 상황에서, 만약 스타트업이 회사를 접는다? 그러면 투자사가 지분대로 (회사에 남아있는 현금이자 투자금 10억원 중) 고작 1억을 가져가게 된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서 원금을 보장해달라는 취지로 거는 조항이라고요."
-그 설명을 믿었나요?
"신한이라는 이름의 밸류가 크니까요. 신한의 다른 투자회사도 있고요.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회사가 성실경영을 했는데도 실패한 창업자에게 소송을 거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예를 들어 한국에 배달의민족 같은 스타트업이 다시 나왔는데, 신한캐피탈이 이런 스타트업 투자를 놓친다면 미래 손실이 훨씬 커질테니까요. 당시엔 이게 균형이 맞는 계약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꼭 투자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까? 독소조항이 불안했다면 투자를 안 받을 수는 없었나요.
"당시 회사의 잔고가 20억원이 넘게 있었고, 직원도 10명 정도였습니다. 런웨이가 충분히 남았죠. 신한캐피탈은 당시 '신한캐피탈의 투자 전략은 펀딩이 끝난 안정적인 회사에 팔로우 투자를 선호한다'며 투자를 제안했습니다. VC들이 어반베이스를 검증했으니, 확인하고 들어오겠다는 것이었죠. 처음엔 거절했습니다. 몇번이나요. 신한캐피탈이 밸류에이션을 올려주겠다고 제악했습니다. 그 전에 어반베이스의 기업가치가 65억원 정도 됐습니다. 신한캐피탈이 이걸 100억원으로 올려 투자했습니다. 6개월 사이 밸류가 오른 셈이었죠."
-소송이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기본 1년 반 이상이 걸려 1심 판결이 나고요. 상급심까지 간다면... 최소 5년은 예상해야 합니다."
-그동안 가압류된 집은요?
"우선 1심에서 제가 지면 강제집행이 들어올 겁니다. 항소는 할 수 있지만, 강제집행이 들어오고요. 상급심에서 제가 이겨야 (집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 시간 동안 정신적으로 제가 너무 힘들고요. 법무법인 선임 비용도 크고, 이사를 갈 수가 없습니다. 아이 셋이 있고, 아이들이 공부할 방이 작아서 이사를 가려는 시점인데 가압류가 걸려있으니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승소의 가능성과 논리는요?
"주식 매수 청구권이나 상환권과 관련된 과거 판례들을 보면 대부분 원고, 즉 투자자가 승소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는 명백한 위반 사항이 존재했기 때문인데, 예를 들어 투자자 동의 없이 추가 투자를 유치하거나,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행위가 있던 경우입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성실 경영의 실패만으로도 귀책 사유가 성립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봅니다.
우선주를 두고도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일반 상장 기업의 우선주라면 배당 우선권이 있을 뿐, 의결권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투자에서 우선주는 사실상 '천하무적'이라는 표현이 적합할 정도로 강력한 권리들을 포함해요. 상환권은 물론, 보통주로의 전환권도 있고, 심지어 대주주 개인에게 원금을 청구할 수도 있는 구조죠.
이처럼 개인 청구가 가능한 이유는 보통 회사의 경영이나 특정 이해관계자의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에 대비한 패널티 조항의 성격이 강합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는 해당 귀책 사유가 명확히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근거로 청구를 진행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 들어요. 최근 법원의 추세를 보면 이러한 풋옵션을 점차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통상적인 상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만약 성실하게 경영했지만 실패한 것만으로 창업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판례가 확정된다면요? 스타트업 창업자 대부분이 실패를 경험하는데, 이들이 모두 재무적 책임을 지게 된다면? 창업 생태계는 엄청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들에게도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판례가 생기면, 앞으로 VC들이 LP(출자자)의 회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창업자들에게 지나치게 부담을 전가하는 일이 늘어날겁니다. 10명 중 9명이 실패하는 스타트업 환경에서, 만약 모든 실패한 창업자가 신용불량자가 된다면, 과연 그런 사회가 지속 가능할까요?"
-정부나 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중기부와 금감원 두 군데에 냈습니다. 우선 중기부는 신한캐피탈이 신기사(신기술금융사)라 금융위 소관이라고 합니다. 자신들의 관할이 아니라는 것이죠. 금감원의 입장을 기다려야 하는데, 민원 넣은지 세달이 되어가는데 계속 답변을 미루고 있습니다."
-투자사들이 연대 책임을 요구하는 이유도 있지 않을까요?
"벤처 업계의 역사를 돌아보면, 2000년대 벤처 1세대 시절에는 VC 계약서가 단 3장에 불과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계약서는 30장이 넘는 문서가 됐어요. 한국 벤처 업계가 성장하면서 축적한 경험의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역사는 살리고, 안 좋은 역사는 지우는 과정을 반복하며 오늘날의 창업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죠.
과거 창업자에게 연대보증을 요구하던 관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창업을 한 번 해봤던 사람이 재창업을 했을 때 성공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실리콘밸리의 통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이를 우리나라에도 도입해 창업자의 재도전을 장려하자는 취지에서 연대보증 제도를 없애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2023년에는 아예 금지되었고요. 그럼에도 예전의 계약서는 (연대책임 금지가) 소급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은 안타깝습니다. 도전과 혁신을 장려하는 문화로 발전시키겠다면서, 이런 일이 여전히 발생한다는 사실은 당혹스러울 따름입니다. 솔직히 말해, 창업은 앞으로도 다시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과연 한국이어야 할까? 감당해야 하는 리스크가 너무 큰 것 아닌가? 이런 생각까지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