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후원독자 전용] 님, 변진경입니다

안녕하세요,

후원독자님

〈시사IN〉 변진경입니다

출근길 바쁘게 걷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었습니다. 바닥에 떨어진 매화꽃잎을 보고서요. 세상에, 벌써 꽃이 피다니, 그리고 벌써, 꽃잎이 떨어지다니. 마음이 촉촉해지고 말랑해지고 또 한구석에선 살짝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한 해 한 해 봄꽃이 더 반갑고, 피어있는 기간이 너무 짧은 것 같고, 지는 게 아쉽고 그렇더러고요. 찰칵찰칵 폰카로 찍어 배경화면으로도 설정해보고, 프로필 사진에도 넣어보고, 지인들 단톡에 꽃사진 공세를 해보기도 합니다(BGM과 한줄 글귀까지 넣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얼었던 땅이 녹고, 무채색이던 서울 풍경이 조금씩 컬러판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는 요즘 저희 〈시사IN〉이 종종 떠오릅니다. 뭐랄까, ‘조금씩 기지개를 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외부에서 보시기에 어떠셨을지 모르겠지만, 안에서 보았을 때 〈시사IN〉의 분위기가 그간 조금 위축되어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넉넉지 못한 재정 상황, 정부나 기업과의 껄끄러운 관계 이런 것들이야 뭐 숙명처럼 타고난 것이니, 그런 것 때문은 아니고요.

개인적으로는 2020~2022년 사이 코로나19가, 여느 조직에 그렇듯이, 편집국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일단 여러 행사들이 거의 사라졌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따르다보니 독자들과 스킨십할 수 있는 여러 기회들이 많이 차단됐습니다. 〈시사IN〉 구성원들끼리의 스킨십도 어쩔 수 없이 줄 수밖에 없었고요. 지난해부터는 거리두기 지침이 거의 해제되고 제도적으로는 코로나 이전과 별 다를 게 없었지만, 생각보다 후유증이 길게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사라지고, 축소되고,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뀐 것들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최소 1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일례로 지난 토요일(3월23일), 정말 오랜만에 ‘〈시사IN〉 대학기자상 시상식’이 회사 밖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전에는 꽤 자주, 외부 큰 장소를 빌려서(편집국이 많이 좁습니다ㅠㅠ) 대학기자상 수상자들은 물론 대학언론, 편집권 독립 등에 관심있는 외부 손님들을 초청해서 포럼이나 토크쇼를 열곤 했었습니다. 그러다 코로나19 기간을 지나면서는 회사 회의실에서 간단히 시상식만 진행하는 걸로 바뀌었습니다. 비대면으로 참석하는 수상자들도 있었고요. 각자의 학교에서 열심히 발로 뛰어 좋은 보도를 낸 대학 언론인(이자 예비 후배 언론인)을 만나는 이렇게 귀한 기회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것 같아 늘 마음에 남았습니다.

올해는 대학기자상 실무 담당자 이상원 기자가 수고한 덕에, 외부에서 성대하게(?) 대학기자상 시상식을 열었습니다.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의 한 공간을 빌려서 수상자들을 초대했습니다. 상과 상패를 건네고, 수상자들은 PPT를 띄워 자신들의 보도 계기와 내용, 대학언론인으로서의 고민과 포부를 발표했습니다. 선배 언론인들도 강연자로 나섰습니다. ‘체헐리즘’ 연재로 유명한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가 ‘그럼에도 지지 않고 잘 쓰는 법’을, 〈시사IN〉의 김영화 기자가 ‘주간지 기자로 산다는 것’을 후배 언론인들 앞에서 열정적으로 발표해주었습니다. 뜨거운 질문과 답변들이 이어졌는데 대관 장소의 시간 한도가 다 되어 너무 아쉬웠습니다.

저도 참석자로 자리에 앉아 후배 언론인들의 취재 후기와 고민, 포부를 듣다 보니 가슴이 뜨거워졌습니다. 되돌아보면 가장 열심히 세상에 대해 치열히 고민할 때가 청년(대학생) 시절이었습니다. 기자가 되고 나서는 당장 눈앞에 떨어진 마감과 기획에 치여서 더 멀리, 더 깊이 세상의 모든 일에 관심을 두고 마음을 끓이는 일이 점점 적어지더라고요. 그 사실에 스스로 부끄럽다가도 ‘너무 피곤하니까 할 수 없어’라며 자기합리화 하기를 오락가락하다가, 가끔 대학기자상 심사나 수상자 인터뷰에 참여하게 되면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어쩌면 저희 〈시사IN〉보다도 훨씬 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또랑또랑하게 눈빛을 밝히며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키려 애쓰는 이들이 대학언론에 모여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저를 비롯한 〈시사IN〉 기자들은 도리어 더 힘을 얻었습니다. '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 언론인이 되어야겠다' '이들이 나중에 언론인이 되었을 때 저널리즘 환경이 너무 황폐화되어있지 않도록 우리가 선 곳을 잘 유지하고 닦아야겠다' 같은 다짐을 했습니다. 님께서도 저희 〈시사IN〉을 응원하는 만큼 각 지역의 대학 언론인, 청년 언론인들에 애정어린 관심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역대 대학기자상 수상자 및 기사 보기).

저희 생각은 그렇습니다. 대학이든, 마을이든, 국가든, 어떤 한 공동체의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데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건강한 언론’이라고요. 특히나 학생이라는 불안정한 지위로 대학 본부나 교수, 동문 등의 입김에서 자유로이 ‘공동체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할 말은 하는 매체’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정말 격려하고 칭찬해야 마땅한 일이라고요. 당장 저희 목구멍이 포도청(?)인 형편에도 15년간 계속 대학기자상을 유지해나가는 이유입니다. 사실 그런 생각도 합니다. 어렵고 열악한 대학언론을 응원하면서, 사실은 우리 스스로를 응원하는 거라고요.

아무튼 이렇게 하나씩 하나씩, 저희 〈시사IN〉의 마음이 오프라인으로 전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살아나고 있는 2024년의 봄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독자님들과 여러 방면으로 만날 기회를 계속 도모하고 있습니다. 당장 이번주 토요일(3월30일)은 〈시사IN〉 유튜브 공개방송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지면이 아닌 유튜브로 인연을 맺은 독자님들을 만나뵙는 건 처음이라 〈시사IN〉 기자들은 지금 두근 반 세근 반 심장이 뛰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는 4월에는 7년 만에 〈시사IN〉 전직원 MT도 열릴 예정이랍니다. 지난해 입사한 김세욱 PD가 무려 레크리에이션 강사 자격증을 소지한 인재라는 정보를 입수해서, 그에게 〈시사IN〉 오락부장이라는 중차대한 직책을 부여한 참입니다. 여러모로 가슴이 뛰고 설레는 봄입니다.

님은 지금 어떤 봄을 맞이하고 계신가요? 님을 지금 설레게 하는 것은 어떤 것들인가요? 님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그리고 기대합니다. 앞으로도 독자님과 저희 〈시사IN〉이 계속 연결되기를. 독자님이 저희에게 그렇듯, 저희 〈시사IN〉도 독자님의 든든한 지지대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2024년 3월

변진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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