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번째 만화다반사 (2023.11.29)
고통을 이겨내고 나면 아주 귀한 걸 얻게 되죠.
바로 성취감.
한계를 극복하고 성취해내는 그 경험!

(유기, 『여성전용헬스장 진달래짐4』 중)

11월 만화편집부는 참 바빴습니다. 새로운 브랜드 '빗금' 론칭부터 시리즈물, 웹툰 단행본까지. 정신없이 한 달을 보내고 나니 12월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연말 계획은 세우셨나요? 카페나 거리에서 나오는 캐롤을 들을 때면 진짜 연말이구나 싶은데요. 크리스마스에는 무엇을 할지 슬슬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어쩌면 가장 이를 메리 크리스마스 인사를 남기며 11월의 만화다반사 시작합니다!

*밑줄이 그어진 파란색 글씨를 클릭하시면 링크로 연결됩니다.
💌지금, 만화다반사_문학동네 만화편집부의 11월
🧡문학동네 새 만화 브랜드 ‘빗금’, 첫번째 책 『도덕적 해이』 출간
문학동네에서 새 만화 브랜드 ‘빗금’을 선보입니다. 빗금은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자’는 지향점을 중심으로 확고하고 삐딱한 취향을 가진 독자, 시류를 넘어 그리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창작자와 함께합니다(사실 ‘이거 문학동네 이름으로 내기 좀…’ 싶어서 탄생한 빗금♡) 이들의 첫 책은 『도덕적 해이』. 안나래×김달×스미마, 이름만 들어도 ㄷㄷ한 세 작가님들이 만나 쏟아낸 강렬한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세상에 절망한 엄마라는 여자, 도무지 알 수 없는 수수께끼 마음의 여자, 못생겨도 사랑은 하고 싶은 여자 등이 은밀한 취향을 건드릴 것입니다. 빗금의 다음 만화는 #GL #흡혈귀 #학원물 #액션코믹 『뱀피어즈』. 여러분의 취향을 저격할 빗금의 행보를 주목해주세요.
🧚김태리 배우 머리 자른 거 봄?! ㄴ(ㅇ0ㅇ)ㄱ 『정년이』 7권 출간
2024년 드라마 방영을 앞두고 연신 화제를 모으고 있는 『정년이』 7권이 출간됐습니다. 7권에서는 <바보와 공주> 오디션을 두고 분투하는 정년이와 영서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정년이는 무리한 독공을 하다가 목에서 피를 쏟고, 영서는 부족한 연기력을 정년이를 따라함으로써 해결하려다가 답보 상태에 빠집니다. 두 사람의 노력은 보답받을 수 있을까요? 화제의 응접실 코너(…주란아…) 초판 한정 일러스트 스티커도 부록으로 준비했습니다!(담당자가 만들면서 무척 행복했음^^b
👀『삼국지톡』 6권 「협천자」 1부 출간!
무적핑크&이리 작가님의 『삼국지톡』 6권이 출간되었습니다. 연재분 33화를 수록하여 『삼톡』 단행본 중 가장 두꺼운 분량을 자랑하는 6권에서는 절세미녀 초선을 두고 동탁과 반목하게 된 여포가 결국 양아버지인 동탁을 죽입니다. 한편, 조조는 갑작스러운 비보에 폭주해서 서주로 쳐들어가고 고향의 참상을 목격한 어린 제갈량은 조조에게 증오를 품는데요… 또다시 시작된 핏빛 전쟁, 숙명의 대결이 펼쳐지는 6권을 만나보세요! 초판 한정 사은품인 포토카드는 제갈량, 유비, 초선으로 준비했습니다(3종 중 1종 랜덤 증정)
🐕『폰타와 오늘의 산책』 본격 산책 코미디 1·2권 동시 출간!
동네에서 다른 개를 마주쳐도 개무시하는 시크한 시바견 폰타와 태평하고 어리바리하면서 다소 뻔뻔한 반려인 리에코. 평범하지 않은 캐릭터들의 티키타카가 일품인 색다른 만화가 찾아왔습니다!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일도 폰타에겐 줄줄이 털어놓는 리에코의 말을 들으며 마음속으로 쓴소리를 하는 폰타. 이런 개와 사람의 은근한 케미가 퐁퐁 터지는 에피소드가 한가득 펼쳐집니다. 폰타 나이 0살부터 12살까지, 나이 따라 계절 따라 골라 읽는 산책 일기. 우리 같이 산책할래요?
🎼나윤희 작가 신작 『손안의 안단테』 1·2권, 12월 동시 출간
마지막 화를 앞두고 있는 웹툰 〈손안의 안단테〉. 완결의 아쉬움을 단행본으로 달래보시는 건 어떠실까요. 재벌 3세 대학생×피아노 학원 원장의 연상연하 로맨스 드라마, 근데 이제 ‘나윤희식’인… (여기까지만 설명해도 나윤희 작가님 팬이라면 잘 아시겠지요?) 죽은 피아니스트를 기리는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 『손안의 안단테』 단행본은 12월 초 예약 판매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사은품과 초판 한정 부록도 함께하니 놓치지 마시길요!
🏠『마이 홈 히어로』 17·18권, 12월 출간 예정
17권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가족과 함께라면 행복한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요즘 머릿속에서 오랫동안 맴돌고 있는 말입니다. 삶에서 행복이 엄청나게 중요한 덕목이라 생각하지만, 가족보다는 중요하지 않다… 삶에서 무엇이 목적이고 무엇이 도구일까요? 여튼 이 대사는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속담이랑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아님.)
🌆두 번의 눈물_금정연 작가의 만화 동경일일리뷰

ⓒ2021 Taiyo Matsumoto / SHOGAKUKAN


“하나만 알아줬으면 하는 게 있어. 나는 네 만화를 정말 좋아해. 처음에는 그리는 사람의 자의식만 가득한, 짜증나는 만화라고 생각했는데… 같이 만화를 만드는 사이에 점점 각별해지더라고. 정말 대단한 작품이구나…하고. 지금, 세계 최고의 만화를 만들고 있다고 믿어.


만화가들의 만화가, 마츠모토 타이요가 그리는 ‘만화인漫畵人의 삶’, 『동경일일. 만화잡지의 폐간에도 다시 한번 만화의 세계에 도전하고자 하는 만화편집자 시오자와를 그린 타이요 작가의 신작이다. 스러져가는 과거의 영광과 사랑, 그것을 여전히 동경하고 꿈꾸는 마음이 아름답지만은 않다. 하물며 이 업계는 절망스럽다. 만화는 무섭다. 마음이 소란해지고 멘탈을 무너뜨린다. 그 절망에서 만화가였던 아버지를 헤아려본 금정연 작가는 최근 두 번 울었다고 한다. 그중 한 번은 LG트윈스의 29년 만의 우승을 보면서, 다른 한 번은 『동경일일』을 읽고서.


* * *


1

이번 원고는 진짜 늦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혼자서. 가뜩이나 마감에 허덕이는 만화가들이 잔뜩 등장하는 책이다. 서평까지 마감에 늦는다면 담당편집자님은 두 배로 괴롭지 않을까? 하지만 결국 독촉 메일을 받고 말았고, 나는 비통한 마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본다.

 

2

아빠는 월간지 시대의 만화가였다. 월말이면 조용한 집안을 울리던 전화벨 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수화기를 들고 이제 마무리 작업중이라고, 얼마 안 남은 것 같다고,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말하는 건 대개 엄마의 몫이었다. 물론 마감은 좀처럼 끝나지 않았고 전화는 거듭해서 걸려왔다. 그럴 때면 내가 전화를 받아 아빠는 안 계신다고, 언제 오시는지 모르겠다고, 아무것도 모르겠다고 거짓말을 하곤 했다. 내 나이 7살, 야만의 시대였다…

늘 매캐한 담배 연기 가득하던 아빠의 방. 벽마다 『보물섬』이나 『만화왕국』 같은 만화 잡지들이 위태롭게 쌓여 있고, 바닥 여기저기 지우개똥과 스크린톤 조각이 널려 있다. 책상 위에는 펜촉과 파이로트 잉크병, 그리고 낡은 라이트박스. 그래, 라이트박스가 있었지. 우유색 유리로 된 윗면이 앞으로 기울어진, 육면체의 나무상자. 스위치를 누르면 안쪽에 설치된 형광등이 켜지며 그 위에 놓인 원고가 환하게 밝아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게 좋았다. 꼭 마법 같았거든.

일을 도와주던 아빠 후배가 좁은 바닥에 상을 펴고 앉아 배경을 그렸고, 엄마는 말풍선 위로 ‘사식’을 잘라 붙였다. 때로는 담당편집자(그때는 기자라고 불렀는데)가 마감이 끝나기를 목이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기도 했다. 원고를 받자마자 인쇄소로 달려가기 위해서.

이런 환경에서 내가 마감을 어기지 않고 꼬박꼬박 지키는 작가로 자랐다면, 그것도 조금 이상한 일 아닐까?

 

3

『동경일일』은 어느새 ‘선생님’이 된 마츠모토 타이요가 처음으로 그리는 만화에 대한 만화다. 원한다면 만화-만화, 혹은 만만화화라고 불러도 좋다. 일단 나는 그렇게 부르고 싶다(이유는 없음)

주인공 시오자와는 중년의 만화편집자다. 그는 자주 우산을 잃어버리는 사람, 새와 대화를 나누는 사람, 늘 약속 시간 한 시간 전에 미리 나오는 사람, 누구에게나 깍듯한 존댓말을 쓰며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사람이다. 시오자와는 자신이 주도적으로 창간한 만화잡지가 판매 부진으로 2년 만에 폐간하자 책임을 지고 스스로 회사를 그만둔다. 떠나는 그를 두고 한 동료는 말한다. 어쩌면 이 업계에 절망한 건지도 모르지.”

망해가는 업계다. 절망한 사람이 시오자와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한때 반짝였지만 이제는 닳을 대로 닳아 나아가지 못하는 중견 만화가 초사쿠, “입만 열면 다른 만화가 험담이나 하고 작품이 먹히지 않는 걸 전부 시대랑 독자 탓으로 돌리”던, 패기 넘치는 신인이었지만 인기를 얻으며 함께 자란 불안에 먹혀버린 신인 만화가 아오키,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스스로의 재능을 믿지 못하고 좀처럼 자신만의 작품을 시작하지 못하는 쿠사카리. 모두 만화를 좋아해서 만화 업계에 뛰어든 사람들이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절망을 이기기엔 역부족이다.

출판만화계를 떠나 학습지의 컷 만화를 그리며 평온한 매일을 보낸다는 늙은 만화가는 말한다. “만화는 무섭거든… 마음이 소란해지고… 조금이라도 발을 잘못 디디면 멘탈이 무너져…”

 

4

90년대가 되며 월간지의 시대는 가고 주간지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나와 친구들은 매주 학교 앞 문방구에서 새로 나온 『아이큐 점프』와 『소년 챔프』를 사서 함께 돌려보았다. 『드래곤 볼』, 『슬램덩크』,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기계전사 109』, 『검정 고무신』, 『짱』… 수많은 만화를 보았지만 거기에 아빠의 만화는 없었다. 몇 년 후 아빠는 만화를 그만두었고(아마도 타의로), 우리를 떠났다(아마도 자의로). 이제 나는 그때의 아빠가 조금쯤 절망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많이. 그리고 그건 지금의 나도 마찬가지다.

 

5

시오자와는 만화와 거리를 두기 위해 평생 모은 보물과도 같은 만화책을 처분하기로 마음먹는다. 헌책방 사람을 집으로 불러 만화책을 전부 가져가달라고 한다. 복도에 수십 개의 상자가 쌓인다. 땀흘리며 책을 싸던 헌책방 사람이 만화책 한 권을 들고 시오자와를 부른다. 괜찮겠냐고, 희귀한 책이라 다시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할 거라고. 시오자와는 웃으며 말한다. 제발 가져가 달라고. 그러다 잠시 후, 마지막 만화책을 상자에 담아 옮기다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린 시오자와는 아무렇게 널브러진 만화책을 바라보다 헌책방 사람에게 달려간다. 그리고 허리를 굽히며 사과한다. 그만두겠다고, 도저히 못 팔겠다고. 말없이 만화책이 든 상자들을 둘러본 헌책방 사람이 말한다. 이해한다고, 자기도 만화를 좋아한다고.

얼마 후, 좋아하던 만화가 선생님의 장례식장에 다녀온 시오자와는 생각한다. 한 번 더 만화를 만들어보겠다. 그리고 또다른 절망한 사람들을 찾아 집을 나선다. 퇴직금을 털어서 만들 새로운 잡지에 원고를 청탁하기 위해서. 적지 않은 절망이 있지만 절망적이진 않은 만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좋아하는 마음마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은 만화.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만화 『동경일일』은 그런 만화다.

 

6

처음엔 울었다는 말은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중년의 남성이 만화책을 읽으며 울었다는 사실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고 괜히 읽는 사람의 기분만 망칠 테니까. 하지만 결국은 쓰지 않을 수 없는데, 2권의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3권으로 계속”이라는 안내를 보며 다시 한 번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다. 그건 여기서 끝나다니, 그래서 3권은 대체 언제 나오는 건데! 하는 절규의 눈물이었지만, 동시에 시오자와와 절망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오는 안도의 눈물이기도 했다. 최근 나는 두 번 울었는데, 한 번은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만화화 『동경일일』을 읽으면서였고, 다른 한 번은 LG 트윈스의 29년 만의 우승을 보면서였다.

중요한 건 절망하지 않는 게 아니고, 절망을 이겨내는 것도 아니다. 절망을 외면하지 않고 절망에 먹히지도 않으면서 절망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이 두 번의 울음에서 내가 배운 교훈이다.

📝일의 기쁨과 슬픔_편집자의 업무일지
👩‍💻J 편집자 : 연말을 앞두고 만화편집부는 분주합니다. 올해까지 출간하기로 약속, 또 약속한 책들을 출간하기 위해 애쓰는 만화편집부 구성원들. 소처럼 일하는 편집부 친구들을 보고 있으면 절로 바라는 마음이 생깁니다. 우리 책들이 많은 사랑을 받게 되기를. 애정을 쏟아 만든 만큼 널리 읽히고 오래오래 세상에 남아 있으면 좋겠습니다.
부천시 도서관에서 <2024 부천의 책> 투표가 시작되었습니다. 만화 부분에 문학동네 도서가 『쉼터에 살았다』 『양아치의 스피치』 두 권이나 포함되었어요. ‘부천의 책’에 선정되면 일 년 내내 도서관 좋은 자리에 책이 비치된다는 사실. 부천시립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투표할 수 있으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B 편집자 : 이틀 후면 올해 마지막 달력이 남습니다. 앞서 지나간 11개월간 나는 무엇을 했을까… 되돌아보면 특별한 것은 없는 것 같아요. 그래도 기억에 남는 기쁨이 있다는 것에 이게 행복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중 제일 큰 기쁨은 “최강 만화편집부”로 거듭났다는 것! (독수리 오형제 아니구 만편부 오자매?🤣) 이분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여러분도 2023년의 기쁨을 떠올리며 기분좋은 12월 보내시길 바라요♥
🤗A 편집자 : 2023년이 가기 전에 신작을 소개해드리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GL, 판타지, 코믹, 액션, 학원로맨스… 독자님들이 뭘 좋아할지 몰라 일단 다 넣어본 『뱀피어즈』 조만간 출간합니다, 빗금이란 이름으로요. 연말에 만나요~ 제발~
😎H 편집자 : 『도덕적 해이』를 내며 느낀 건데 맙소사. 저 아직 갈 길이 멀었습니다. 세상에 재밌는 만화가 너무 많고 저는 그 일부만을 알고 보았을 뿐이며, 앞으로 그것들을 책으로 내야겠어요. 이 일을 몇 년 하면서 조금 ‘해이’해졌었는데 정신을 번쩍 들게 해준 원고들이 모인 단편만화집입니다. 다들 TRY. (제가 만화로 실망 시키는 일 없도록 할 테니 내년에도 우리반 친구들 다들 똘똘 뭉쳐서 절대 나가는 일 없도록 하자고요.)
😘C 편집자 : 11월에는 『효게모노』를 완간하고 『동경일일』을 새롭게 소개드렸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책을 향해 정신없이 달리는 와중에 위안이 되는 것이 있다면 오로지 독자 여러분의 피드백뿐… 재밌게 읽으셨나요? 그렇다면 후기 한 줄만 부탁드립니다…
문학동네
comics@munhak.com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