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비가 많이 내려요. 무더웠던 여름날이 생각나네요. 그림도시는 예술가들이 사는 상상의 도시라는 콘셉트의 전시입니다. 저는 그중 ‘책도시’에서 거주하고 있어요. 다른 페어와 다른 점은 벽면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가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좋은 기회입니다. 제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고 싶었거든요.


좋았지만 금세 시무룩해졌어요. 저는 꾸미는 일에 자신이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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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지난 토요일에 쓰고 멈췄습니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다시 써보겠습니다.


지금은 그림도시를 마쳤습니다.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그림도시는 저에게 조금 특별한 행사입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참여했던 것은 2022년 6월이었습니다. 21년 12월쯤 참여 제안 메일을 받았습니다. 당시 그림도시라는 행사를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 큰 행사일 줄은 몰랐습니다. 큰 행사라고 하는 것은 자기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고 많은 사랑을 받는 제작자가 참여하는 행사라는 것을 뜻합니다. 나에게 왜 이런 제안이 왔지? 라는 생각을 하며 덥석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림도시가 다른 페어와 다른 것은 신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제안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작가를 큐레이션하는 행사입니다. 그것이 저에게 어떤 자극을 주었습니다. 단순히 책을 만드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 사랑을 받는 제작자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저를 여기까지 이끌었습니다. 아쉽게도 그때 그림도시는 그림도시의 마지막 행사였습니다. 당시 행사 문구도 see you again이었습니다. 다시 만나자는 인사를 했지만 정말로 다시 만날 줄은 몰랐습니다. 올초 그림도시가 다시 열릴 수도 있다는 소문을 듣기는 했지만 그때는 정말 좋은 기회로 참여한 것이었기에 이번에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참여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는 못했습니다. 감사하게도 올 6월 참여 제안 메일을 받았고 저는 그 자리에서 참여한다는 답장을 했습니다. 신이 났지만 또 걱정이 몰렸습니다. 그때와 비슷하면서 다른 걱정이었습니다. 화려한 그림 속에서 문장으로 이야기하는 내 부스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행사 전까지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나는 문장을 쓰는 사람이니 그냥 내 문장을 보여주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화려하지는 않아도 내 문장을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으니까 그 사람들이 사랑하는 문장을 벽에 붙이자라는 생각을 해서 독자님들이 좋아해 주는 문장을 골라 벽에 붙였습니다.


그것이 통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행사를 하며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책을 팔며 돈을 번 순간이 아니었습니다. 사람들이 제 문장을 보고 사진을 찍고 서로 이야기하고 어떤 문장인지 저에게 물어보는 순간이 저를 3일 동안 행복하게 했습니다. 원초적으로 제 문장을 읽어주는 사람들이 있고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저는 불확실한 이 창작 생활에서 계속 쓰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행사를 할 때마다 오래된 동창들을 만나는 기분이 듭니다.(정작 동창을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예전 제 수업을 들었던 어린 동생, 지금 제 수업을 듣고 있는 친구들(나이를 떠나 우리는 친구라고 생각하겠습니다.), 독립출판을 통해 알게 된 인연들, 편지와 간식을 전해준 손길들. 정말… 정말 고마웠습니다. 내가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들에게도, 창작도 말입니다.


그렇게 그림도시가 끝났습니다. See you again이라는 인사 없이 정말로 마지막이라는 말로 끝이 났습니다. 아쉽지만 저에게는 정말 좋은, 행복한 기억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얻은 감정들 모두 제가 창작하는 생활에 커다란 힘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림도시가 끝난 다음 날 생일을 맞았습니다. 아내가 미역국과 갈비찜을 해주었습니다. 생일 때마다 기분이 이상합니다. 막 축하를 받고 싶은데 막 나 생일이라고 알리기는 또 싫습니다. 괜히 막 좀 부끄럽습니다. 축하를 강요하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래서 보통 막 먼저 알리지 않습니다. 올해도 동일한 생각을 하다 생일이라고 스토리에 올렸습니다. 축하를 받고 싶어서, 사랑을 받고 싶어서 그랬습니다. 감사하게도 많은 분이 축하 메시지를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축하를 받는다고, 사랑을 받는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정말… 그런 말들로 힘을 얻는 사람입니다.


힘을 얻고 싶습니다. 가끔 저는 너무 약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스스로 이겨내지 못하고 남들이 주는 사랑과 응원으로 이겨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게 저인 것을요. 저는 정말이지 따뜻한 말 한마디로 나아갑니다. 그래서 저도 그런 말을 여러분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이 제 문장들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문장을 읽어주셔서 정말 저는 기쁩니다. 당신은 누군가를 기쁘게 하는 사람입니다. 행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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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1.  짧은 답장이라도 성혁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추신 2. 익명의 고민 상담을 진행 중입니다. 사연을 보내주시면 성혁의 생각을 보내 드려요.

추신 3. 숲물결에서 새 책 『무엇이 당신을 가장 설레게 하나요?』펀딩을 시작했습니다. 오랜 시간 정성껏 준비했습니다. 아래 링크에서 확인해 보실 수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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