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고에서 평생의 짝을 만난 Lovё sŧØry💍
🎤 : 학교에서 평생의 동반자를 만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 스토리가 너무너무 궁금합니다!
🧑🏻🏫 : 맞아요. 이 중간에는 둘리쌤과 은주쌤이 계셨습니다. 덕분에 만나게 됐고요. 이게 학교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이제 우리가 보통 쉴 때 같이 쉬잖아요. 예를 들어 전원 귀가? 그러면 그 기간에 선생님들이랑 ‘저녁에 같이 시간 좀 보내시죠’ 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모이고, 만나게 됐습니다. 여기엔 박주위 선생님도 있었어요 ㅎㅎ
🎤 : 둘리쌤과 은주쌤이 다리를 놔주셨군요. 역시 선배 사내 커플이 계셔서 덜 부담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합니다. 선례가 있으니까요ㅎㅎ
🧑🏻🏫 : 그쵸. 사실 그런 부분이 조언 중에서 가장 와 닿는 부분이었어요. 작은 교무실 공간 안에 cc가 두 커플이었으니까요ㅎㅎ 아마 제가 계속 한빛고에 있었다면 결혼하기 전까진 끝끝내 숨겼을 거예요. CC.. 아시잖아요..? 한빛고에서도 이미 많이 겪었고요. 직장은 더 상상을 초월해요..
이후에 제가 학교를 옮기게 됐고 바로 ‘결혼하자’ 약속하게 됐죠. 근데 같은 교사로서 되게 좋아요! 일단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너무 좋더라고요. 학교 수업이나 5.18 같은 행사 이후에 이야기를 나누며 학생들에 대해, 더 나은 교육에 대해 스스럼없이 얘기하고 더 나은 방향을 얘기하면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어요.
가장 정말 좋은 매력이라고 생각하는 게 되게 사람이(짝꿍님) 밝아요. 긍정적이고 정말 에너지가 좋은 선생님이셔서... 아마 이 선생님을 만난 친구들은 다들 공감할 거예요. ‘되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잘 받았다’ 사실 제가 너무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그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사. 랑. 꾼. )
🎤 : 정말 가볍고 궁금한 질문 하나 드리고 싶은데요. 혹시.. 학생들한테 들키신 순간 없으신가요ㅎㅎ
🧑🏻🏫 : 되게 조심했어요. 물론 봤을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보통 데이트를 할 때 길거리는 못하겠고.. 그래서 영화 볼 땐 무조건 자동차 극장을 갔어요. 이런 적이 있어요. 광주 어디 아웃렛을 지나가다 저 멀리 학생을 발견한 거예요. 그래서 ‘어! 안돼!’하고 바로 뒤돌아서 도망갔죠.
🎤 : 거의 연예인이셨군요! 하긴 학생들이 노는 곳과 비슷하게 전대나 충장로가 데이트 장소가 되니 조심스러우셨겠어요. 근데 그게 또 하나의 묘미였을 것 같아요. 스릴 넘치고!
🧑🏻🏫 : 맞아요. 인터뷰 사전 질문지에 ‘한빛은 선배님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라는 질문이 있었잖아요. 한빛은 저에게 아내하고 아이가 생긴 곳이에요. 사실 이럴지 몰랐는데 제 인생에서 한빛고와 교점이 너무 많아요.
조금은 거창하지만.. 한빛고는 저에게 운명이랄까요.. 지나온 시간을 돌이켜보면 아주 찰나의 나는 열심을 다해 고민했는데, 그 고민의 선택이, 선택의 순간, 선택이 나의 삶에 가져다준 영향을 따져보면, 한빛에서의 고민과 선택이 결국 현재의 "나"를 있게 했어요..
그래서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우연의 순간에 선택할 저의 결과가 기대돼요. 지금까지 선택들이 밑거름이었고 힘이었고 선물이었어요.
재학생에서 졸업생으로, 졸업생에서 교생으로, 교생에서 교사로
🎤 : 선배님께선 재학생, 졸업생, 교생, 교사까지 다 경험하셨는데요. 다양한 신분으로 한빛고를 겪으며 느끼셨던 것들이 궁금해요.
🧑🏻🏫 : 재학생 시절, 학교에서 많은 직책을 맡으며 그 당시엔 안되는 것, 제약이 많은 것 등 불편한 것들 그리고 학교의 시설, 학교의 한계점을 꼬집는 마음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돌이켜보면, 모두의 니즈를 위해서 동아리총회/식구총회/사생총회라는 기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더 나은 결정을 위해 한걸음 발을 떼는 과정이.. 때론 그 시간이 길어져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라도 그 시간들을 하염없이 쓰면서 배우는 과정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성장의 밑거름이 된 것은 분명한 것 같아요. 이러한 과정에서 배우는 소통의 기술은 누가 알려줄 수도 경험시켜줄 수도 없는 너무 값진 것들이었고 대학 시절을 보내는 원동력이었던 것 같아요. (쭉 지켜보면 한빛고에서 책임을 지고 뭔가를 진행하고 이끌었던 사람들은 졸업 후 언제 어디서든지 뭔가 하나는 맡아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졸업생일 때는 한빛에서 배웠던, 길렀던 ‘끈기’. 그걸 가지고 대학교에서 정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봤고요. 한편으로 미안했던 건 동문회한테 연락하지 않았던, 그리고 선생님들한테도 찾아가지 않았던 거? 항상 마음속으로만 응원했던 게 아쉬움으로 남죠..
이제 교생 때부터 완전히 바뀌게 됐는데요. 이때 다시 학교에 가면서 다시 또 뭔가 좀 뜨거워지는 것도 느꼈고요.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교사라는 걸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하게 되면서 ‘순간에 최선을 다하자, 그러면 언제든 기회는 오고 내가 기회를 알아차리고 잡을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를 깨달은 것 같아요.
그리고 한빛에서 교사로 지내다 광주로 오면서 한빛고와 같은 대안학교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껴요. 한빛고를 졸업하고 ‘우리가 대안학교라고? 뭘 대안학교라고 하지? 뭐가 다르지?’라는 고민이 있었고요. 광주에서 입시, 학벌 경쟁이 치열한 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해보면 대안학교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제가 입학한 지 년수로만 따져보니 17년 정도 된 것 같은데요.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스마트폰이 있기 전 MP3 시절에도, 지금도, 대안학교의 필요성은 분명히 존재해요. 그런 측면에서 한빛고의 정체성이 잘 지켜지길 바라요. 물론 이 정체성은 확고한 것이 아니고 분명히 변하는 것이라 생각이 드는데요. 우리학교의 슬로건 ‘하나님사랑, 이웃사랑, 자연사랑’ 변하지 않는 진리를 바탕으로 시대에 맞춰서 어떤 걸 추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게 잘 어우러지는 게 학교가 오래 갈 수 있는 큰 방향성이지 않을까요? (이런 말 하면.. 참.. 선생님들이.. 그러시겠죠..?ㅋㅋㅋㅋ)
학교에서 보내는 이 일련의 과정이 사실 나를 위함이 아닌 모두가 함께 걸어가는 과정인데요. 한빛고가 아닌 다른 광주의 일반 교사로서 느끼는 것은 ‘함께하자’라는 말이 어려울 정도로 요즘의 시대가 변하고 있어요. 실제로, 현직교사들이 수행평가 영역에서 모둠프로젝트, 모둠평가를 지양하는 것도 이 일환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코로나로 인한 것도 있지만 앞으로 더더욱 그러지 않을까..)
이런 의미에서 인터뷰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삭막하고 냉철한 사회에서 우리라도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보고, 서로를 응원하고, 서로를 응원할 수 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해서요. 작은 발걸음이지만 서로의 손을 잡자고 제안하고 뻗어준 댓잎레터 제작진들에게 정말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다시 한번! 전합니다!
🎤 : 인터뷰 해주셔서 저희가 더 감사드리죠 😊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전해주세요!
🧑🏻🏫 : 졸업생으로, 그리고 제가 일하고 있는 교사의 직업을 가지며 이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늘 하고 있어요. 고민할수록 우리 선생님들 참 대단하시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없이 진심으로 다가가 주시는 마음이.. (사석에선 너무 학교/학생 얘기를 하니까 학교/학생 얘기하면 만 원씩 내고 얘기하자는 문화도 있었답니다. 그만큼 한빛을 애정하신다는게 뚝뚝떨어집니다ㅎㅎ)
일선의 학교에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상담하고 얘기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하루의 많은 부분과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하고 요즘과 같은 '워라밸'이 중요시되는 시대에 이 중심을 잡기가 참 힘듭니다.. 더군다나 "교사"라는 직업이 주는 공적인 책임감도...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은 한빛고에서조차 교사로 있는 시간동안 학생들과 소통하기 더 쉬웠을 텐데 오히려 더 가까이, 깊게 지내지 못했었습니다.. 사사로운 말들은 오갔었지만 뭔가 깊은 얘기를 잘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지나고보니 한빛고에서 재직하던 시절 그게 너무 아쉽습니다..(조금만 일을 덜하고 같이 보낼걸..) 교사의 경력이 늘어나면서 교사라는 직업은 소명의식, 그리고 학생들과 만나면서 받는 그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들더라구요.
그 중심엔 수업이 있었어요. 공적인 자리가 아닌 사적인 자리에서 주고받는 대화도 너무 소중하지만 1학기, 1년 동안 선생님들과 호흡하고 그 과정에서 변화하고 생각이 전달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이 학생들로 올 때, 교사가 주도했던 대로, 때론 우연의 순간 그것이 보여지고 느껴질 때 "참 교사하길 잘했다" 라는 것을 느끼고 그 순간 힘이 나고 계속 교사를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가끔씩 스승의날, 생일이되면 연락해주는 고마운 친구들에게 힘이 되고, 지나가다가 무심코 던진 "선생님 수업이 너무 좋았어요 감사합니다", "선생님 수업이 너무 그리워요" 라는 이런 말 한마디가 하루하루가 힘들고 벅차더라도 다시 힘 나게 하는 가장 큰 힘이었어요.
그 원동력을 잃지 않도록 꾸준히 노력하고 계시는 한빛고 선생님들, 그리고 많은 졸업생 동료 교사분들. 당신들에게 경의와 존경을 이 시간을 빌어 보냅니다 :) 조금 더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자리에서 같이 힘써주시길!
Dear. 한빛인들에게
🎤 : 정말 정말 마지막으로 한빛인들한테 하고 싶은 한마디 부탁드려요.
🧑🏻🏫 : 제가 졸업생 인터뷰의 스타트를 끊게 됐는데요. 사실 최대한 보잘것없는 인터뷰를 하고 싶었어요. 누구나 가볍게 얘기할 수 있는 곳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
저는 여기서 이렇게 잘살고 있고요. 다음에 누가 되실지 모르겠지만 제 인터뷰가 당신에게 너무 부담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근데 그만큼 되게 재미있었고 오랜만에 옛날얘기를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사실 요새 이 '라떼는' 얘기하는 게 되게 좀 조심스러운데 되게 편하게 얘기했었던 것 같아요.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보시는 졸업생분들! 인터뷰 참여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