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비는 종이었다

옆집 스타트업의 숟가락 숫자는 몇 개일까요. 시즌1의 #4 <센시 연구&분석> 첫번째 레터입니다.  그전에 잠깐 서정주의 시, 자화상의 한 구절을 소개하겠습니다.
어떤 스타트업은 좀 더 응원하고 싶습니다
쫌아는기자들 1호 성호철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 첫 구절이다. 본인의 그림이라는 자화상인데, 어찌 아버지가 천민이라는게, 덜컥 앞에 나왔을까. 시인에겐 그게 천형 같은, 삶의 규정짓는 전부였을지 모른다. 누가 묻지 않았는데 애비가 종이었다는 고백을 하고나서야,비로소 시인은 본인의 이야기를 꺼낸다. 

 세살 터울의 형이 발달장애인이다. 가족에 누군가가 장애인이란건, 숨기지 못하는 부끄러움 같은 것이었다. 세상사를 기록하는 기자가 되고나서도,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한참을 장애인에 대한 기사를 쓰지도 못했다. 왜 그랬을까. 자화상을 쓴, 시인과 같은 용기가 없었을터다. 마흔 어느메쯤에서야, 비로소 장애인의 벽에 도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 장애인에 대한 기사는 어깨에 올린 부채같은건, 여전한게 사실이다. 

 꽤 글을 잘 쓰는 후배인 쫌아는기자들 2호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책을 만드는 스타트업 인터뷰를 썼다. 저녁 7시가 다 돼서, 원고지 40여장을 올라놨는데 읽어보고는 나도 모르게 ‘이건 아니지 않나’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다. 기자 사회는 도제식이라서, 후배의 기사를 소위 데스크라는 선배가 결정권을 갖고, 제멋대로 흔들기 일쑤다. 그 한마디에 후배는 불평없이 야근을 했고, 새벽 4시인 지금, 선배인 쫌아는기자들 1호는 이제사 데스크를 보기 시작한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까지 아예 새로 쓴 글을 대하며, 다시 부끄럽다. 스스로 안다. 어제 저녁엔 ‘장애인’이란 단어를 보고, 나도 모르게 한없이 민감해졌다는 걸. 세상을 바꾸는 수없는 스타트업이 있지만, 장애인의 페인 포인트에 도전하는 곳은 드물다.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아니, 시장이 너무 협소하기 때문이다. 한번은 사회적 기업 운운하면서 창업자나 직원들은 겉멋만 잡고, 좋은 일한다며 외부에 손을 벌리는데만 급급한 스타트업도 봤다. 탓하진 못한다. 어려운 일에, 그래도 관심가진 것만도 고마운 일이다. 센시의 서인식 대표는 그런 이유로 쫌아는기자들 1호에게 시즌1의 창업자 리스트를 만들때부터 원픽이었다. 

세상은 가도 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서정주 시인의 자화상)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경어체 쓰는게 원칙이지만, 이번엔 예외로 했습니다. 경어체로 썼다가, 도저히 고백투의 말투에 못견뎌, 다시 바꿨습니다.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합니다. 그러나 어떤 스타트업은 다른 스타트업보다 조금 더 응원합니다.’ 
 어려운 장애인의 혁신에 도전하는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그래도 소설 동물농장과는 달리, 세상의 모든 스타트업을 응원하는, 뉴스레터 <스타트업>의 마음은 변함없습니다.
시즌 1 No.4  '점자의 아마존'을 꿈꾸는 센시 서인식 대표
쫌아는기자들 2호 임경업

  “아버지가 시각장애인이에요. 처음에는 5~6급 수준, 장애가 심하진 않으셨는데 수술을 받고 한쪽 눈이 실명하신 다음 다른 한쪽 눈도 점점 안 좋아져죠. 점자가 필요한 수준까지 됐어요. 6년 전쯤요. 점자(點字) 기기를 사드리려고 찾아다녔어요. 점자 기기란 게 말하자면 노트북 같은 물건인데 점자 자판이 딸려있어요. 점자 책 파일을 USB에 담아 꽂고, 아래 점자 자판에 손을 대요. 그러면 이 자판이 순서대로 튀어나와, 손의 감각으로 점자를 읽어요. 그게 600만~700만원요.” 

스타트업 센시의 서인식(40) 창업자가 말한 창업의 변이다. “사실 아버지는 ‘이 나이에 점자 배우는 게 힘들다’며 결국 기기를 안 사셨어요. 의문만 남았죠. ‘뭔가 이상하다’고요. 내가 더 싸게 만들어보자고 했죠.” 사실 서 대표는 그때까지 농업, 이미지센서, 개발대행 등 여러 분야에서 창업만 4번이나 했던 베테랑이었다.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봤지만, ‘점자 출력 기기’는 실패했다.

제대로 못 만들었나요. 알고 보니 최첨단의 기술이 필요했다거나. 
 2년 꼬박 걸려서 점자 기기를 만들었죠. 좋은 점자 기기를 100만~200만원에 팔자는 창업 목표는 눈앞인 줄 알았죠. 시장은 달랐죠. 기기를 만들고나서야 이 시장이 완전히 ‘보조금 먹기’ 시장인걸 알았어요. 700만원짜리 제품에 정부 보조금이 80%예요. 실제 구매하는 시각 장애인은 140만원만 내요. 제 제품이 더 좋다고 생각했지만 가격을 낮추긴 너무 힘들더라고요.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가격을 낮춰야하는데, 그러기엔 시장이 너무 작아서 많이 팔 수가 없어요. 
 한국에 점자 기기를 필요로 하는 수준의 시각장애인은 1만명이고, 매년 기계를 바꾸지도 않아요. 1년에 정부가 지원하는 점자 기기가 수백대 수준이에요. 저희 기기는 1대에 150만원이었는데 8대 팔았죠. 결국 모든 업체가 보조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혁신을 할 이유도 없는 거예요. 
 여기에 시장이 작은 또다른 이유가 있어요. 점자 콘텐츠가 너무 부족했어요. USB에 넣어 볼만한 점자 파일이 있어야 기기를 살 텐데, 애초에 점자 파일이 없으니, 가뜩이나 적은 기기 수요가 더 적은 거예요. 
 이 대목이 쓰린 실패 후에 피벗한 지점이에요. 점자 콘텐츠을 만들자고요. 우리가 시장을 크게 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거죠. 점자 콘텐츠를 대량으로 생산하려면 자동 번역 프로그램이 먼저 필요하겠다 싶었죠. 한글 책 파일을 자동으로 점자 파일로 바꿔주는거요. 

예전에는 자동 번역 프로그램이 없었나요. 
 기존의 점자 번역 프로세스를 먼저 설명할께요. 국내에는 한글을 점자로 번역하는 점역사들이 100분 정도 계세요. 이분들이 모든 책을 수작업으로 번역할 수는 없잖아요? 기존 점자 프로그램이 있긴 있어요. 원본 한글 파일, 워드 파일을 넣으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점자로 변환해줘요. 문제는 정확도가 40~50% 정도라는거죠. 주변에 책을 꺼내보세요. 제목, 표, 그림도 있고 전공서적이나 교과서는 수식이나 그래프도 있어요. 이걸 전부 점자로 변환해요. 제목을 표기하는 점자 규칙, 표를 표현하는 점자 규칙이 전부 별도예요. 심지어 ‘규정에 없는 표현은 점역사의 재량에 따름’ 이런 규정까지 있어요. 
 구형 프로그램은 표, 그림 같은 고난도 번역을 해결하는 변환 로직이 미흡했어요. 컴퓨터가 보는 순간, ‘이건 뭐야? 난 모르겠어’ 하고 오류가 나는 거예요. 점역사 분들은 이런 번역본을 두고, 한 자씩 체크해 수작업으로 번역해요. 띄어쓰기, 들여쓰기, 점자 오탈자도 전부 일일이 교정해요. 최소 3~4달, 길게는 6달도 걸려요. 시각장애인 대학생이 대학 교재를 점자 번역 신청하자마자, 번역에 들어가도 책이 나올때쯤이면 기말고사가 끝나요. ‘일론 머스크가 로켓을 우주로 쐈다가 수거해 재활용하는 세상인데, 황당한 수준의 기술이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구형 프로그램은 수익성도 낮아, 제대로 업데이트도 안되고요. 

그렇네요. 시각장애인 대학생은 점자 전공서적이 없는 과목은 신청못하겠네요, 본인이 아무리 천재라도 넘을 수 없는 벽이네요. 
 개선 작업에 들어갔죠. 일단 표, 이미지 같은 복잡한 점자 표현 공식을 학습시켰어요. 그다음 교정한 최종본을 프로그램이 다시 습득해 고도화했고요. 머신러닝이란 거창한 표현을 쓰자면 그렇지만, 인공지능(AI)에 기반을 두고 있어요. 가장 작업시간을 줄여둔 기능은 ‘오류 인덱싱’ 기능이에요. 
 수능 공부할 때 자주 틀리는 문제를 오답노트로 적잖아요. 같은 방식요. 오류가 날 것 같은 점자 번역 부분을 사람에게 알려주는, 점자 오답노트 기능이죠. 일단 표나 이미지를 프로그램이 1차로 번역한 다음, 예상되는 오류 리스트를 사람에게 쭉 알려줘요. 프로그램이 ‘표는 내가 이렇게 점자로 변환해봤어. 그런데 틀릴 수도 있으니 인간 네가 확인해라’고 알려주는 식이죠. 
 점역사는 예상 오류 리스트만 살펴도 99% 정확한 점자 번역 파일을 만들 수 있어요. 이 프로그램을 ‘센시 에디터’라고 불러요. 300페이지 분량 책 점자 번역에 30분 정도 걸려요. 3~4달 걸렸던 시간을 대폭 단축한 거죠. 제일 오래 걸긴 번역책은 고 3 수학 심화 교과서와 대학 전공 수학 교재였어요. 점역사의 교정작업까지 포함해 1주일 정도요. 과거 방식에선 4~5달은 족히 걸렸을 겁니다. 해외에도 알려져서 최근엔 미국의 교과서 제작 기관과 협업을 논의 중이에요. 미국도 고교 수학 교과서를 점자로 번역하는데만 1년씩 걸릴 정도로 점자 번역에 애를 먹고 있거든요.  
6개 점이 만드는 파이썬, 자바..."어라, 세계 시장이 보였다"

영어 점자 번역을 돌린 센시 에디터의 스크린샷. 왼쪽이 원본 텍스트, 오른쪽이 점자 번역이다. 하단에는 프로그램의 점자 오답 노트, '오류 인덱싱' 리스트가 있다. 기자도 실제 구동 장면을 봤다. 아주 유명한 수학 참고서를 수백줄이  2~3 초만에 점자로 고쳐졌다. 
잠깐만요, 미국과 협업요? 영어도 번역하나요? 
 점자 파일은 일종의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 같아요. 세계 대부분 국가가 6개의 점으로 글씨를 표현하죠. 점이 찍혀야 하는 위치를 알려주는 일종의 코드같은 거라고 보면 쉬워요. 파이썬, 자바 같은 다양한 종류의 컴퓨터 언어가 있지만 결국 본질은 2진법이고 모니터로 표현되는 방식은 같은 것처럼요. 점자 번역 프로그램이 영어 점자 표현 규칙만 익히면 저희 프로그램이 출력한 점자 파일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읽을 수 있는 범용 언어예요. 사실 피벗할 때 점자의 범용성에 매력을 느꼈어요. 한국 시장에만 묶이는 제약이 없죠. 점자 파일은 국가에 제한이 없구나, 그렇다면 넓은 세계 시장이 있다는 이야기니까요. 

기존 점자 프로그램 회사들은 왜 못했을까요. 
 글쎄요. 저희도 나름의 고생 끝에 얻어낸 결과물이에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3년 걸렸어요. 공공기관이나 기업에서 채용한 시각장애인 분들을 대상으로 무료 점자 번역 프로그램을 만들었어요. 기관에서 쓰는 공문서 파일을 넣으면 프로그램이 음성으로 들려주고, 점자 파일로도 변환하죠. 
 그분들을 일일이 찾아가 ‘저희 프로그램을 써보세요’라고 권했고, 실제로 많은 분이 현장에서 쓰고 계세요. 3년 동안 시각장애인 분들이 프로그램을 사용하면서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고, 머신러닝을 하면서 정확도가 개선됐어요. 
 해외 점자는 영어와 스페인어를 학습시켰어요. 지금까지 300만권을 점자로 변화했어요. 15명의 해외 점역사들이 검수해 정확도를 높였어요. 

10만원 점자책, 반값에 내놔
불편한 질문요. 이게 돈은 되나요. 
 매출 대부분은 점자책으로 벌어요. 작년 매출 27억원요. 매출 얼마 안된다고 생각하시죠? 
 저는 생각보다 잘 나가서 깜짝 놀랐어요. 작년에 시각장애인 유아를 위한 알파벳, 숫자 점자 교육책을 냈어요. 19억원어치나 팔렸어요. 
 일반 동화책이 한 권에 1만원 가격이지만, 과거에 점자 동화책은 비싼건 10만원까지 했어요. 한권 번역에 3~4달씩 걸리니까, 원가가 워낙 비싸기 때문에요. 센시는 2만~5만원 사이에 팔아요. 저희 프로그램이 인건비 원가를 대폭 줄여서 이게 가능해요. 작년에 손익분기점 넘었어요. 올해는 100억원 목표요. 5년내 매출 1000억원요. 

한국 시장에서만 100억원이면 엄청난데요. 
 아뇨. 한국 시장만으로는 어려워요. 말했듯이 국내 1만명 시장은 너무 작아요. 미국, 캐나다, 엘살바도르, 파나마, 과테말라, 스페인, 이탈리아, 두바이 등 8개 국가에 책을 팔아요. 점자는 글로벌 공용어처럼 간단한 변환만으로도 전세계 통용이 가능하니까요. 
 세계 시각장애인은 3억명 정도요. 이 중 점자가 필요한 분들은 1억명 정도예요. 공식적인 통계로요. 점자책을 읽는 타깃 고객은 3000만명 정도라고 봐요. 이분들이 1년에 점자책과 콘텐츠에 100만원씩 쓴다고 가정해도 30조원이에요. 시장 규모가 50조원은 된다고 봐요. 

 한가지 더, 점자의 장점은 원본책의 카피라이트가 프리(free), 그러니까 저작권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요. 일반 책을 점자로 변환하는 일은 원저작자의 저작권 사용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어요. 대부분 국가에서 채택한 시각장애인 복지를 위한 규정이죠. 다양한 텍스트 콘텐츠를 자유롭게 점자로 번역해 책으로 출간할 수 있어요. 
 그렇게 출간한 점자책에 대한 재저작권은 저희가 소유해요. 센시는 미국에 법인을 뒀어요. 미국에 수출하는 점자책과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기반해 사업을 넓히기 위해서죠. 점자 시장이야말로 많은 책을 자유롭게 낼 수 있는, 오픈 시장이에요. 

거대 출판사가 탐낼 만한 시장이네요. 그들과 경쟁은요. 
 전혀 없어요. 그들은 점자책 시장을 과소평가해요. 사실 일반인을 대상으로 출판 시장이 그래도 훨씬 크기도 하고요. 거대 출판사는 더 큰 시장에 주력하는 거죠. 참, 자랑 더해도 돼나요. 우리 점자 동화책은 가격만 싼게 아니라, 기존 점자책보다 더 좋아요. 기존 점자 동화책은 점자만 있어요. 거기서 소통의 문제를 발견했어요. 

 아이가 시각장애인이어도 부모는 장애가 없는 경우가 많죠. 선생님이나 부모님이 아이에게 어떻게 책을 읽어줄 수 있을까요. 점자책과 일반책 두 권을 놓고 읽어줘도, 페이지나 위치가 맞지 않죠. 엄마가 읽어주는 대목을 아이가 손으로 점자를 따라가야하는데, 엄마가 점자를 모르면 그게 쉽지 않아요. 
 한권의 점자 동화책에 한글과 그림, 점자를 모두 같이 넣었어요. 저희가 만드는 모든 점자책이 이렇게 나와요. 사실 원래 있던 아이디어예요. 하지만 기존엔 다들 알면서도 제작 단가 문제 탓에 이런 책을 내지 못한 거예요. 우린 프로그램으로 원가를 줄였으니까. 일반인 엄마와 시각장애인 아이가 한 권의 동화책을 놓고 엄마는 소리로 글자를 읽고, 그림을 묘사하면, 아이는 책에 손을 대고 점자로 글자를 읽어요. 주변에 혁신할 것들이 정말 많아요. 우린 이런 혁신을 하나씩 모두 해내고, 결국엔 점자책의 ‘아마존’이 될꺼예요. 

센시가 내놓은 영어 점자 동화책. 점자과 영문, 그림이 모두 한 페이지에 있어 시각 장애인과 일반인이 함께 읽을 수 있게 만들었다.
점자책의 아마존? 
 올해 하반기에 세계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e북 플랫폼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사실 지금도 저희 점자 번역 프로그램을 돈을 내고 쓰고 싶다는 해외 기관이나 업체 연락이 많이 와요. 하지만 이 프로그램과 데이터는 절대 밖으로 공개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저는 오히려 컨택이 온 곳에 비전을 이야기하죠. 
 ‘우리는 내년에 e북 플랫폼을 낼 계획이고, 점자책으로 내고 싶은 책을 우리에게 줘라. 그러면 우리가 번역해 플랫폼에 올린 다음 판매 수수료를 주겠다’고요.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할 계획이죠. 2023년쯤에는 아마존이 킨들을 내놓은 것처럼 e북 디바이스도 낼 계획입니다. 과거에 실패한 하드웨어부터 점자 e북 플랫폼을 통한 구독 서비스까지 이어지는, 점자책의 아마존을 꿈꿔요. 

수신 거부 이메일 4500통, 일단 미국으로 갔다
해외 시장도 척척 뚫었네요. 
 어떻게 뚫었겠어요. 무명의 스타트업에게 해외는 그냥 ‘맨땅에 헤딩’이죠. 하하. 제가 나름 구글링으로 정리한 해외 시각 장애인협회, 센터, 맹학교 공식 이메일 컨택트 리스트가 5000곳 정도 돼요. 그 중에 답장조차 안 온 곳이 4500곳 정도요. ‘일단 간다’는 마음으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죠. 캘리포니아를 남쪽 산타 클라라부터 북쪽 샌프란시스코까지 전부 돌았어요. 찾아가도 다들 문전박대죠. 담당자 알려준다고 하고서는 연락이 없다든지, 담당자가 휴가라든지…. 
 꾀를 냈어요. 이거 영업기밀인데…. 맹학교, 시각장애인 복지관에 웹사이트에 보면 ‘일일 시각 장애인 체험’, ‘시각 장애인 봉사’, ‘점자 학습’ 같은 프로그램들이 있어요. 일반인이 시각장애인과 교류하고, 장애에 공감하는 프로그램이죠. 등록하고 부족한 영어로 열심히 체험해요. 그 자리에 적어도 담당자 한 분은 오시거든요. 
 그러면 그때 ‘짜잔’하고 노트북을 펴는 거예요. “나는 한국에서 점자 프로그램을 만드는 스타트업 CEO다. 우리가 이런 걸 테스트하고 있다. 시각 장애인분들의 피드백을 듣고, 도움을 드리고 싶다” 
 안면을 트고 미팅 수를 늘려가고, 상급 기관이나 학교로 넓혔죠. 재작년은 1년 중 6개월을 이런 식으로 미국에서 보냈어요. 작년에는 SK텔레콤의 소셜임팩트스타트업 협력프로그램 ‘IMPACTUPs’에 선정됐어요. 해외 홍보 지원도 받았어요. 작년에 스페인에서 열리는 대형 테크전시회인 MWC의 스타트업관에 SKT 지원으로 부스를 차릴 예정이었는데, 아쉽게 코로나로 무산됐네요. 해외 출국도 쉽지 않지만, 어떻게든 저희 책과 프로그램을 파는 시장을 넓혀가야죠. 본사는 지금 대전인데요, 서울 사무실은 삼성동 공항터미널 근처에 낼 계획이에요. 모든 직원들이 쉽게 출국할 수 있게요. 

 (※SKT IMPACTUPs(임팩트업스)는 ‘혁신기술로 사회문제를 해결한다’는 슬로건 아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과 SKT가 함께 하는 협력 프로그램이라고 하네요. MWC나 SOVAC(Social Value Connect)와 같은 국내외 행사에 동반 참여하고, SK그룹 관계사 투자 유치 및 SKT 내부 리소스를 통해 브랜딩, 마케팅과 같은 서비스를 지원하고요. 쫌아는기자들 2호의 설명입니다.) 

엘살바도르 맹학교에서 센시 점자 프로그램을 시연하고 있는 서인식 대표
임팩트 스타트업, 소위 말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스타트업들은 돈을 잘 못 벌잖아요. 
 저는 임팩트 스타트업들이 좋은 일만 해야 한다는 시선이 싫어요. 임팩트 스타트업은 ‘우리 좋은 일하자나, 수익 좀 적으면 어때’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럴 거면 재단을 만들어서 기부를 받아야죠. 기업이 도산하면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을 할 수가 없어요. 기업 타이틀을 걸었으면 수익을 내고, 돈을 벌어야 해요. 
 저희는 책을 많이 팔아 매출을 많이 올릴수록, 시각장애인들은 혜택을 보는 구조예요. 이런 비즈니스 모델의 수익 추구가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사회공헌으로 이어져야죠. 우리 목표도 명확해요. 더 좋고 더 싼 점자 콘텐츠를 많이 시장에 내놓고 우리도 돈을 벌고, 시각장애인들에게도 도움이 되자는 것이에요. 

 ‘아, 이 일 해서 좋았다’는 순간은. 
 미국의 시각장애인 박람회 ‘씨선’에 나갔을 때였어요. 부스에서 3살 아이와 부모가 전시한 책을 한참 보더라고요. 부모가 “이렇게 많은 점자책이 한 곳에 놓여 있는 걸, 처음 봤다”고 했어요. 아이는 여러 권의 점자책을 품에 안고 갔어요. 정말 뿌듯했죠. 근데,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도 시각장애인들은 콘텐츠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을 알았죠. 씁쓸하기도 했어요. 더 열심히 해야 할 이유도 찾았습니다. 

뉴스레터 <스타트업>은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발송합니다.  
❓독자들이 궁금한 질문, 지금 창업자들에게 해주세요. 화요일은 창업자 인터뷰, 금요일에는 구독자 여러분의 질문에 창업자들이 직접 답하는 뉴스레터를 보냅니다.  🏃🏃

💎뉴스레터 스타트업 시즌1은 13명의 창업자를 인터뷰 합니다. 
1. 런드리고 조성우 대표 2. 퍼블리 박소령 대표 3. 고피자 임재원 대표 4. 센시 서인식 대표 5. 스푼라디오 최혁재 대표 6. 스티비 임호열 대표 7. H2K 홍창기 대표 8. 모토브 임우혁 대표 9. 뉴닉 김소연 대표 10. 수퍼빈 김정빈 대표 11. 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12. 윤형준 캐플릭스 대표 13. 뤼이드 장영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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