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색 파란색이 숨기고 있는 과학부터 역사까지
안녕하세요! 에디터 땅콩입니다. 날이 풀리면서 공원에 나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어요. 아직은 기온도 들쑥날쑥, 하늘도 맑았다 흐렸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도 부정할 수 없는 완연한 봄입니다. 하지만 이 봄도 오래 가지 않을 거 다들 아시잖아요. 뚜렷한 사계절이 우리나라의 장점이라면서, 언젠가부터는 여름과 겨울만 남은 것 같기도 해요. 그러니 산뜻한 날씨에 여유롭게 야외 활동을 하시려면 여름이 들이닥치기 전에 후다닥 뛰쳐나가야 합니다.

덥거나 춥고, 때로는 더럽기까지 한 야외 활동을 우린 왜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요. 공세권, 숲세권이라는 말도 등장하는 걸 보면, 도시에 살면서도 자연을 포기할 수 없는 게 사람인가 봅니다. 지금까지는 크게 의문을 품지 않고 그냥 자연이 주는 편안함이 좋은 거겠지, 당연하게만 생각했는데요. 이번에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을 읽으며 조금 더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사실 이 책은 해독레터의 구독자 중 한 분이 직접 제보해 주신 책이에요. 봄을 맞이하며 썼던 15호에서 봄에 어울리는 책 추천을 부탁드렸을 때, 이 책을 읽어달라는 답장을 받았어요. 아직 실제로 읽으신 건 아니지만 서점에서 이 책의 표지를 보았을 때 딱 봄에 어울리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바로 추천하고 싶으셨다고 해요. 그때 추천을 부탁드리면서, 소개해 주신 책은 4월 레터에서 함께 나누겠다고 말씀드린 것도 기억하시죠? 해독레터는 구독자님과 한 약속은 꼭 지키기 때문에 이번 호로 가져왔답니다. (보고 계시나요 익명의 구독자님..!)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은 자연이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는 이유를 뇌과학으로 쉽게 설명한 책이에요. 색에 대한 언급이 많이 나오는데요, 그중에서도 자연의 색이라 할 수 있는 파랑이 많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함께 읽으려고 가져온 두 번째 책이 바로 <파랑의 역사>입니다. 자연의 색인 파랑이 어떻게 인간에게도 큰 사랑을 받게 되었는지 알아봐요.
📣 잠시만요! 오늘의 해독레터에는 광고가 함께해요.
동네책방과의 상생을 위한 펀딩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더 자세한 이야기는 오늘의 책 소개를 마친 뒤에 해드릴게요. 책을 좋아하고, 낭만을 좋아하는 이라면 꼭  마음에 들어하실 만한 일이라고 약속해요.
🍊 첫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우리는 왜 자연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뇌과학 #자연 #숲

📌 회색이 된 도시와 여전히 푸른 두뇌
📌 바다와 새벽하늘, 그 공통점은?
📌 자연의 일부, 인간의 일부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자연을 즐기고 싶은데 여유가 없어 대리만족이라도 하고 싶은 분
👉 익숙한 소재로 가볍게 과학을 접하고 싶은 분
🍑 두 번째 해독 주스 성분표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파랑의 역사>
#미술 #파랑 #색깔

📌 성모 마리아부터 청바지까지
📌 이름조차 없던 '듣보' 색에서 가장 사랑받는 색으로
📌 완벽한 영웅 서사, 그런데 주인공이 색깔인

🤧 이런 분께 효과적이에요
👉 파란색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궁금한 분
👉 미술사와 과학, 인문학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
🧃
우리는 왜 자연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회색이 된 도시와 여전히 푸른 두뇌

환경은 초록색에서 회색으로 급격하게 바뀌었지만 우리의 뇌는 그렇지 못했다. 여전히 뇌의 많은 부분이 구석기 시대 푸르른 대평원을 달리던 수렵 채집민의 상태를 간직한다.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p.24)


인간이 더 이상 자연에 속하는 게 아니라, 자연과 반대되는 성질을 가진 것처럼 보이는 시대입니다. 자연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듯 회색 도시를 높이 쌓는 인간들. 그렇게 도시가 좋다면 도시에서만 살면 되는데, 왜 귀농이나 주말농장, 도심 속의 공원 같은 걸 꿈꾸며 자꾸만 자연을 그리워하는 걸까요?


이 책의 저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미셸 르 방 키앵은 그 이유를 ‘우리의 뇌가 아직 자연을 아직 기억하기 때문’으로 설명해요. 이 책은 숲, 바다, 하늘처럼 거대한 자연부터, 동식물과 미생물, 생체리듬처럼 작은 자연까지 모든 걸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건강에 문제가 생겼다가 자연 속에서 회복하고 돌아온 적이 있는데요, 직접 경험한 바가 있기 때문인지 자연을 향한 애정이 문장 곳곳에서 보인답니다.

바다와 새벽하늘, 그 공통점은?

책을 읽으며 의외였던 점은, 색을 꽤 중요하게 다룬다는 거였어요.


“색깔은 결코 하찮지 않으며 오히려 그 반대다. 색깔은 인간이 이유도 모른 채 복종하는 규범과 금기, 편견을 전파하고, 환경과 행동방식, 언어, 상상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p.117)


위는 색채 분야 전문가 미셸 파스투로의 말로, 색의 중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저자가 인용한 문장이에요. 색은 절대적인 감각일 것 같지만, 문화권이나 언어권의 차이에 따라 혹은 개개인이 가진 시각세포에 따라서 다 다르게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의미를 품고 있다고 하네요.


자연의 색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많은 사람 초록색이나 파란색이라 답하겠죠. 파란색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완 효과가 나는, 특별한 힘을 가진 색이라고 합니다. 파란 바다를 보기만 해도 혈압이 낮아지고 호흡 속도와 심박이 느려지고요, 심지어는 집중력을 높이는 망막 색소 ‘멜라놉신’에도 영향을 준대요.


이는 멜라놉신의 작용 스펙트럼이 푸른빛의 파장과 정확히 일치하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푸른빛이 들어오는 새벽하늘이 자연스럽게 인간을 깨우고, 뇌의 일부 기능을 자극해 인지 과제 수행 역량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죠.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해가 떠 있을 때 생활하고 해가 지면 잠을 자는 것이 단순히 태양의 유무 때문인 줄 알았는데, 태양이 함께 가져오는 파란 하늘과도 관련이 있나 봐요.

자연의 일부, 인간의 일부

저자는 책의 마지막 장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자연은 과학적 지식 이전에, 개개인이 겪는 일인칭 경험이라고요.


우리는 자연이 그저 눈앞에 펼쳐진 정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자연은 인간이 수동적으로 목격하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다. 즉 인간을 객체에서 분리된 주체라고 생각하는 건 실수다. (…) 자연은 단순히 인간 밖에만 존재해 있지 않고 생리학적 유산을 통해 인간 내부에도 존재한다. (자연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면, p.233-234)


문명과 기술의 발달로 인간이 점점 자연에서 멀어진다는 기분이 들지만, 여전히 인간은 자연의 일부인가 봅니다. 또 반대로 자연 역시 인간의 일부이고요. 환경 문제가 대두되며 자연과 인간의 공존 방법에 관해서도 여러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죠. 인간과 자연을 별개의 것으로 보지 않고 하나로 볼 수 있다면 좋은 해결책이 나올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렇게 마셔보세요

👉 혹시 과학책과 친숙하지 않으신가요? 사실은 제가 그런 사람인데요… 복잡한 정보로 보지 말고, 내가 가진 궁금증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하며 읽으면 부담이 줄어들지도 몰라요. 
👉 이해를 돕는 도식이나 그림이 친절하게 들어 있어요. 꼼꼼히 참고하며 읽어보세요.
첫 번째 책에서 중요하게 다뤘던 파란색에 대해 더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지금의 우리에게 파랑은 희망, 젊음, 자유 등 긍정적인 느낌을 주는 색인 것 같아요. 저는 막연하게 자연의 긍정적인 힘이 파란색이라는 매개를 통해 우리에게까지 닿는다고 생각했는데요. 놀랍게도 파랑이 긍정적인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최근의 일이라고 하네요. 그렇다면 지금의 파랑은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요? <파랑의 역사>를 같이 읽으면서 알아봅시다.
🧃🧃
파란색은 어떻게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되었는가
<파랑의 역사>
성모 마리아부터 청바지까지
미셸 파스투로가 쓴 <파랑의 역사>는 미술사를 따라가며 파란색의 의미와 역할을 살펴보는 책이에요. 미셸 파스투로라는 이 이름, 왠지 방금 전에 본 것 같다고요? 그렇다면 오늘 레터를 아주 잘 읽고 계신 겁니다! 이 책의 저자 미셸 파스투로는, 첫 번째 책에서 인용으로 등장해 색이 얼마나 많은 의미를 가지는지 말했던 바로 그 색채 분야 전문가거든요.

색과 관련한 책은 꽤 많지만, 색 하나만 파고드는 책은 흔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파랑의 역사>는 제목처럼 파란색에만 집중해 처음부터 끝까지 낱낱이 파헤치는 책이에요. 자연스레 종교 이야기도 나오고, 후반에는 청바지까지 등장해 넓은 분야를 아우른답니다.
이름조차 없던 '듣보' 색에서 가장 사랑받는 색으로

지금의 파란색은 너무 인기가 많은 색이죠. 메이저 중의 메이저인 이 파란색이 예전에는 마이너 중의 마이너였다는 사실, 믿기시나요? 너무 인기가 없어 이름조차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비하나 모욕하기 위한 ‘듣보’가 아니라, 정말 듣도 보도 못한, 이름 없는 색이었던 거죠.


지금으로서는 상상이 잘 가지 않아요. 고개를 들어 하늘만 봐도 파란색이 버젓이 있는데 이름이 없었다는 게 말이 되냐고요. 그런데 정말 그랬습니다. 고대와 중세에서는 하양, 빨강, 검정, 이 세 가지만으로 색의 체계를 인식했다고 해요. 하양은 아무런 가공 없이 순수한 색, 빨강은 염색으로 만들어진 색, 검정은 염색은 아니지만 더러워진 색인 거죠.


이 삼색 체계는 꽤 긴 시간 이어집니다. 빨간색의 염료가 가장 흔했고, 파란색은 특히나 염료를 구하기 어려워 다른 색들보다 훨씬 더 늦게 자리를 잡아요. 그런 파란색은 종교화에 슬금슬금 등장해 신학적으로 중시되다가, 염색업자들이 아름다운 청색 염료를 만들어내며 인기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그러다가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서는 제대로 승기를 잡아요. 우리에게도 익숙한 낭만주의 문학,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또한 큰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이 기나긴 과정을 거치며 지금 우리가 아는 파랑이 만들어진 거예요.


이제 ‘파랑’이라는 단어는 환상적이고 매력적이며, 안정을 가져다주고 꿈을 꾸게 하는 말이 되었다. (…) 이 단어의 울림은 부드럽고 기분 좋으며 유유히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파랑의 역사, p.298)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너무 서구의 관점과 역사에만 집중되어 있어 아쉽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거든요. 그런데 파랑이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과 울림은 한국어를 쓰는 한국인의 입장에서도 공감할 수 있어 신기했답니다. 

완벽한 영웅 서사, 그런데 주인공이 색깔인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던, 간신히 인식되어서도 부정적 취급을 받으며 폄하되던 존재. 그러다가 오명을 벗어던지고 마침내 자신의 시대를 맞이한다는 이 흐름, 어딘가 익숙하지 않으신가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영웅으로 성장하는 주인공의 서사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비록 주인공이 사람도 아니고 그 서사가 몇 세기에 걸쳐 이루어지고 있다는 차이점이 있긴 합니다만…


만약 파란색을 영웅이 된 주인공이라고 가정한다면, 그건 파란색이 강한 힘과 상징을 지녔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을 먼저 했거든요. 하지만 저자는 정반대의 말을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바와는 달리, 파랑을 선호하는 취향은 이 색이 특별한 충동을 일으키거나 상징적으로 강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파랑이 다른 색보다 상징성이 ‘덜 강한’ 색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로부터 사랑받는 것인지도 모른다. (…) 파랑은 충격이나 상처를 주는 색이 아니며 반항하는 색도 아니다. (파랑의 역사, p.300)


덜 강한 색이기 때문에 모두에게 사랑받는다는 말이 인상적입니다. 강렬하지 않은 덕에 유행을 타지 않고 평화, 중립, 긍정을 나타내는 거예요. 강한 것이 영웅이 된다는 생각도 이제는 구시대적 발상인가 봅니다. 꽤 멋진 변화 같죠?

😋 이렇게 마셔보세요

👉각 시대에 맞는 명화나 사진이 설명과 함께 실려 있어요. 눈도 즐겁고 파란색이 얼마나 다양한지 새삼스레 느낄 수 있으니 찬찬히 살펴보세요.

👉 더 다양한 색이 궁금하다면 <색의 인문학>도 읽어보세요. 같은 저자의 책으로, 파랑, 빨강, 하양, 초록, 노랑, 검정의 주요 색과 그외 중간색을 한 번에 다루는 책이에요.



파랑이라는 단어의 '랑'은 물결, 파도 등의 뜻을 가진 한자 '浪'을 쓰는데요, 이 한자는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또 다른 단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답니다. 그 단어는 바로 '낭만'이에요. 낭만의 '낭'도 같은 한자를 쓰거든요. 낭만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해독레터를 읽어주시는 님은 낭만에 특히나 일가견이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님께는 광고도 낭만적이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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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며칠은 비도 많이 오고 하늘도 칙칙했지만, 주말에는 다시 해가 고개를 내밀 것 같더라고요. 날이 괜찮으면 공원에 나가서 파란색을 한껏 즐겨보시는 건 어떤가요? 마침 어제가 세계 책의 날이었거든요. 공원에서 읽기 좋은 책을 알고 계신다면 알려주세요. 이번에도 알려주신 책은 다음 레터에서 함께 나눠보겠습니다. 직접 읽어본 책이 아니라, 그냥 날씨 좋은 날, 공원에서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책도 괜찮아요. 해독레터에서 다 같이 읽으면 더 좋잖아요.

그럼 오늘 쌓인 도파민, 해독레터가 싹 풀어드렸으니 오늘 밤은 맘 편히 푹 주무세요. 
열일곱 번째 해독레터, 재밌게 읽으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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