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78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10월 4일 오늘의 큐 💡

Q. 📹 내 가수 이승윤의 뮤직비디오, 내가 직접 만든다?

님, 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을 아시나요? 🤵 2020년 방송된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에서 우승하며 한 번에 '무명'아닌 '유명'가수가 되었죠. 오늘 소개해 드릴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듣보' 시절을 지나던 이승윤의 이야기.. 이기도 하지만! 그의 노래를 듣고 별안간 팬이 되어버린 듣보 인간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인 하정, 아현, 은하 세 사람은 전공과 실력을 살려 이승윤의 '무명성 지구인' 뮤직비디오를 자체 제작하고 팬심을 담아 승윤에게 영상을 전달하게 되지요. 최종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듯 승윤의 답장을 기다리던 셋은 결국 긍정적인 답변을 얻게 되고, 눈뜨고 보니 더 나아가 '영웅 수집가'의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

듣보 인간의 생존 신고, 어쩌면 하정과 아현 그리고 은하의 방구석 탈출 신고가 될지도 모르겠어요.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우여곡절들,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지키고 꾸준히 이어가려 했던 마음들은 이 셋을 다시 세상에 나오게 했으니까요. '나도 무엇인가를 할 수 있음'을 알려준 승윤의 노래가 비단 셋에게만 위로로 남은 것은 아니겠지요. 무명가수로 살아가던 이승윤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에 스스로도 당당히 '생존 신고'를 한 세 사람의 우정과 사랑에 대해 오늘도 인디즈의 글과 함께 만나볼게요.

오늘 읽어볼 이야기

1. 🎶 생존을 신고해야 하는 시대에 -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리뷰

2. 💞 사랑을 고백하는 투명하고 순수한 움직임 - 〈내언니전지현과 나〉와 함께

3. 💭 흩어진 꿈을 모아서 - 하정, 아현, 은하와 함께 나눈 대화

생존을 신고해야 하는 시대에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듣보인간이라니,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올린 건 내 주변의 수많은 듣보인간들이었다. 여기 나오는 듣보인간들과 비슷한 꿈을 갖고 실패하고 좌절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뚜벅뚜벅 자신의 걸을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 언제 자신이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계속 하고 있는 사람들. 그래서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왠지 슬펐다. 영화는 분명 이들의 넘치는 열정과 에너지를 담고 있었고 나도 그들의 패기에 힘을 얻었다. 그리고 그들의 고군분투를 결국에는 하나의 영화라는 결과물로 만들어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현장에 나도 함께 있었지만,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영화는 싱어게인이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우승을 한 가수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만든 '성덕'들의 이야기라는 소개문구로 홍보되고 있었다. 아무래도 실력을 인정받아 스타덤에 오른 가수의 뮤직비디오가 만들어진 과정을 담기 때문인지 실제로 개봉날 영화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대부분 이승윤의 팬들로 보였다. 영화를 찾은 팬들은 이승윤을 보러 온 것 같았지만 영화의 정수는 사실 이승윤에 관한 것이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듣보인간 권하정, 구은하, 김아현에 관한 것이다. 감독들도 이건 이승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임을 여러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었다. 영화의 제목이 이승윤과 관련된 것이 아니라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다큐멘터리를 만든 이들에 대한 것임은 그래서 자명해보인다. (후략)

인디즈 김소정

리뷰 전문 읽기

〈듣보인간의 생존신고〉

감독 권하정, 김아현

출연 권하정, 김아현, 구은하, 이승윤

79분｜다큐멘터리｜전체관람가

“내 가수 뮤직비디오는 내가 만든다!”
대학 졸업 후 혼자만의 동굴에 들어가 있던 하정, ‘듣보’이던 이승윤의 음악이 그에게 위로를 건네고 새로운 꿈을 꾸게 만든다. 하정, 아현, 그리고 은하 이 세 ‘듣보인간’의 진심이 이승윤에게 닿고, 세 사람의 꿈은 네 사람의 거대한 도전으로 바뀌게 된다. 뮤직비디오는 처음인 그들 앞 모두가 안 될 거라고 말할 때, 이들은 용감하게 도전하는데…
과연, 이들의 뮤직비디오는 무사히 완성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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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고백하는 투명하고 순수한 움직임

〈듣보인간의 생존신고〉와 〈내언니전지현과 나〉

영화과를 졸업한 '하정'은 우울에 잠식된 채 칩거 생활을 지속한다. 그러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건 다름 아닌 가수 이승윤의 음악. 이승윤과 그의 음악을 통해 새 출발의 의지를 다지게 된 하정은 대학 동기 아현, 은하와 힘을 합쳐 이승윤에 대한 진심을 전하기로 한다. 바로 이승윤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로 한 것. 그렇게 그 누구보다 깜찍한 몸짓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세 친구의 이야기는 또 한 편의 영화가 된다. 자칭 '듣보인간'들의 귀여운 덕질을 담아낸 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는 세 친구의 우정과 사랑, 뮤직비디오 제작 중에 맞닥뜨린 기쁨과 슬픔을 유쾌하고 아름답게 담아낸다.

무명 가수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 가수가 된 이승윤에 대한 세 친구의 진심과 사랑은 박윤진 감독의 〈내언니전지현과 나〉를 떠오르게 한다. 알려지지 않았다가 많은 사람들이 듣게 된 가수와 여러 이용자가 있었으나 잊혀진 게임. 각각 명성을 얻고 잃었다는 대조적인 위상의 변화를 가지지만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그 곁을 지켜온 사람들의 진심 어린 응원과 사랑 그리고 그들 간의 우정과 유대가 바로 그것이다.

두 영화의 감독들이 보여주는 용기 있고 부지런한 발걸음, 혹여나 사랑하는 대상에 해를 끼치진 않을까 두려워하는 조심스러운 마음. 그리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가꾸어 나가는 울타리의 우정은 영화를 보는 우리 관객들에게까지 전해진다. 그리하여 두 영화 모두는 단지 가수 이승윤과 게임 〈일렌시아〉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남들에게는 사소해 보일지도 모르는 무언가와 누군가에 대한 크고 열렬한 사랑. 이것을 마음속에 한 번쯤 품어봤을 사람들 모두와 연결되는 데에 이른다.

인디즈 김채운

〈내언니전지현과 나〉

감독 박윤진｜86분｜다큐멘터리｜2019

16년 차 게임 고인물, 망겜을 구하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과거 국내 최대 이용자 수를 자랑했던 클래식 RPG 게임 '일랜시아'. 현재는 운영진에 버림받은 대한민국 대표 망겜!
감독은 매크로와 해킹이 난무하는 무법천지 게임 세계에
여전히 남아있는 유저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일랜시아 왜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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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어진 꿈을 모아서

하정, 아현, 은하 세 사람이 스스로 '듣보 인간'이었던 시절을 지나 관객들 앞에 설 수 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을 지났을까요? 그럼에도 서로의 손을 단단히 붙잡고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던 순간들을 인디즈가 함께 들어보았어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의 개봉 첫 주에 인디스페이스에서 함께 관객들과 나눈 이야기를 아래에서 만나보세요.

누군가의 떨리는 숨소리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들어 본 건 오랜만이었다. 애정이 묶어 준 이들로 가득 찬 극장에서는 이상한 공동의 감각이 느껴졌다. 지척에서 느껴지는 생생한 숨소리와 남몰래 볼가를 훔치던 손을 따라 함께 영화를 읽어 갔던 날. 어떤 꿈을 꾸고 있었을까. 그날을 복기하는 지금 어렴풋이 그 마음에 가까워진다.

(중략)

관객: 저는 취업 컨설턴트로서 수많은 취업 준비생들을 만나는데 이 영화를 꼭 보라고 추천하려고 합니다. 바람이나 생각과 달리 서류나 면접 등에서 단계별로 탈락하는 경우에 멘탈이 무너지기가 쉬운데 세 분은 작업을 하시면서 어떤 식으로 멘탈을 유지하고 다시 나아갈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김아현: 만약에 혼자였다면 이렇게 완성되지도 못했을 거였고, 멘탈 관리는 친구들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졸업하고 나서 '내가 하고 싶었던 거를 처음 해 보자'는 첫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좋아하는 마음이 다치지 않게끔 그 마음 하나로 쭉 달렸던 것 같아요. 아무것도 보지 말고 이 마음을 지키자, 좋아하는 마음을 쭉 그냥 이어 나가 보자 해서 그냥 그것만 보고 달렸습니다. 이 친구들이랑 같이 있어서 아마 되었던 것 같아요.

권하정: 안 좋은 방법인 것 같은데 저는 처음부터 최악을 생각하고 하거든요. 속마음은 됐으면 좋겠지만 “이거 안 될 수도 있어.” 이런 말을 되게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최대한 저는 기대를 많이 내려놓는 편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아까 (아현이) 말해 주었듯이 친구들이 긍정적인 힘을 불어넣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구은하: 저도 같은 말이긴 한데, 하루 중에 그렇게 무너지는 순간이 있을 때 옆을 보면 나만 무너진 게 아니라 같이 무너져 있더라고요. (웃음) 고통도 나누고 그러다가 저녁에 또 맛있는 거 먹으면서 충전하고. 같은 말인데 고통과 기쁨을 같이 나눴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후략)

인디즈 진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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