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쩔 수 없는 베짱이야" Treasure! That is what you are 8월의 두 번째 <해지면_일기> 베짱이의 삶을 위한 개미 같은 치열함 별자리 운세를 매주 챙겨 본다. 심지어 하나의 콘텐츠만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점성술사의 콘텐츠를 한국어로 번역해 주는 블로그에 올라오는 거의 모든 운세를 확인한다. 서로 다른 점성술사의 운세 내용의 결이 비슷하면 신기함과 함께 신뢰감이 쑥쑥 올라간다. 내가 읽은 모든 내용을 일주일 내내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주는 유난히 운세의 내용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언어가 아닌 느낌에 의존해보세요' 와 비슷한 내용이었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그림을 봐야 되나', 보리와 함께 시간을 보낼 땐 '강아지와의 교감을 의미했던 건가'라는 생각을 하며 과연 언어가 아닌 그 느낌이 무엇인지 궁금해했다. 책 빌리러 오랜만에 간 동네 [두 분 혹시 계획하신 건가요?] 화요일에 뜬금없이 주소를 알려달라는 친구의 카톡이 왔다. 친구는 한 와인샵에 나의 개인정보와 돈을 넘겼고, 와인은 수요일에 안전하게 우리 집에 도착했다. '어차피 우리는 베짱이야'라고 말하며 지금의 상황을 최대한 즐기라고, 어차피 인생은 즐기는 것이라 말하는 친구가 '이거 먹고 그만 울어라'라며 보낸 것이다. [내겐 나를 돌볼 의무가 있다] 가스레인지 앞에 서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 덕에 그간 요리와 조금 멀어져 있었는데 고기를 구우며, 언제 마늘과 로즈마리와 버터를 넣을지를 가늠하며, 요리가 주는 나 자신을 돌보는 기분을 잊고 살았음을 느꼈다. (그래서 오랜만에 토마토와 바질이 자랄 때를 놓치지 않기 위한 여름 파스타도 만들어 먹었다) <카모메 식당>을 제대로 보고 싶다 사부작사부작 요리도 하고, 도수와 양이 더운 날씨엔 부담이라는 생각에 몇 달 동안 마시지 않던 와인도 마시고,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시나몬 롤도 먹었다. 개미가 되어야 하는 베짱이는 어쨌든 베짱이이다(그치만 주식 시장에서는 개미가 아니고 싶다). 밸런스를 맞춰야 하는데 비난만 하고/받고 있었으니 당연히 제대로 굴러갈 리가 없었다. [언어의 재료, 가사보단 멜로디] 그러니까 나는 예쁨이, 어떤 자극이 필요했다. 언어에 앞서는 감각적이고, 탐미적인, 그런 동물적인 감각이 필요했다. 아니 필요하다. 말로 내뱉기 전에 보고 느끼는 것, 나의 느낌을 잘 표현하기 위해 단어와 표현을 찾게 만드는 그 대상이 필요하다. 나는 재료 없이 요리를 하려고 했고, 가사가 아닌 멜로디가 필요했다. 목마른 자가 벌컥벌컥 물을 마시며 느끼는 살아있다는 느낌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렇게 음악과 뮤직비디오로 시간여행을 하며 밤을 지새운 것이었나. [별자리 운세는 우주의 메세지니까] 순간의 카타르시스, 눈물이 차오를 것만 같은 기분, 이상하게 눈을 뗄 수 없는 순간, 기괴하지만 자리를 떠날 수 없을 때, 그런 순간들이 모여서 베짱이의 정체성은 완성된다. 취업시장에선 쓸모없는 능력이지만 어쨌든 돈벌이와 관련 없는 한 인간의 정체성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그렇지만 돈 안 되는 것만 좋아하는 것은 지금의 내게 문제이긴 하다)? 우주의 기운이라는 것이 있다고 믿는다(그것을 믿지 않으면 운세도 보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착하게(이런저런 상징적인 의미의 착함) 지낸다면 우주의 기운은 나를 좋을 곳으로 데려다줄 것이라 믿는다. 나를 둘러싼 세계가 '님은 이런 사람이잖슴... 이거 명심하고 정체기에서 벗어나셈. 니 친구들도 다들 이래저래 비슷한 얘기를 해주고 있잖슴? 니 친구다... 좀 믿어봐라 좀...' 이라고 말한다면 인간이란 존재는 이를 겸허히 받아들여야겠지. ps. 밤 새서 봤던 것들 중 일부를 공유한다 1. 브리트니 스피어스 '... Baby One More Time' 2. 마리나 'Primadonna' 3. 트로이 시반 'Rager Teenager' 4. 로드 'Team' 5. 키노 - 'Summer Will Be Over Soon' 오늘 일기는 어떠셨나요? 피드백은 발행인의 성실함과 꾸준함의 원동력이랍니다! 소중한 후원금은 카카오뱅크 3333-16-6984295 김혜지로 받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