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국 전시 리뷰, 국제 갤러리
다녀온 전시,
산을 좋아하는 사람. 유영국 < Colors of Yoo Youngkuk>
|
안녕하세요, 님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하고 지혜로운 이는 물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죠. 최근 개봉한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대사이기도 한 공자의 말,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의 표현입니다. 페인터 유영국(1916-2002) 은 어진 사람 처럼 누구보다 오랜 시간 동안 산의 안팎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담긴 너그러운 마음을 꾸준히 발굴해왔습니다. “산에는 봉우리의 삼각형 부터 능선의 곡선, 원근의 단면, 다채로운 색까지 뭐든지 있다”고 하는 작가 유영국의 말을 떠올리며 국제갤러리 전관에서 펼쳐지는 다채로운 산의 이미지를 라켓과 함께 들여다보세요.
편집/이미지 '보보' , 디자인 '임그노드' , 디렉팅 '해리' |
# 관람 포인트 1
인간의 시간은 다분히 흘러도 산은 그 자리에.
|
<Colors of Yoo Youngkuk, ©유영국. 국제갤러리, LARKET 촬영> |
근현대사의 격동기인 1916년 경상북도 울진에서 작가 유영국은 태어났습니다. 그는 식민지 제국 문화의 중심지였던 일본 도쿄 문화학원에 입학한 후 처음 추상미술을 접하며 자유미술가협회, 독립미술협회, 신조형예술그룹 등 다양한 단체와의 교류를 시도, 20세기 미술 경향이었던 초현실주의와 추상미술에 깊이 매료됩니다.
사실 전 세계 미술사조를 돌이켜보면 전쟁이라는 격동의 몸살을 앓으며 세상이 파괴되고 재건되는 시기에 미술가들은 가장 기본적인 형식을 탐구하려는 공통점이 돋보입니다.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났던 시기 근처인 1915년도 네덜란드에서 몬드리안을 중심으로 점, 선, 면의 순수 추상의 정수가 담긴 신조형주의 De Stijl (데 스타일) 운동이 일어난 것처럼 유영국 또한 인간 마음의 순수함을 되찾으려는 듯 점, 선, 면, 형, 색 등 기본 조형 요소를 중심으로 구축된 ‘자연 추상’이라는 자신만의 추상 세계관을 설정합니다. 태평양전쟁이 절정이었던 1943년에 귀국한 유영국은 해방 전후와 한국 전쟁 동안 고향인 울진에서 한 가족의 가장으로, 선주로, 그리고 양조장 경영인으로 생활하게 됩니다. |
<Colors of Yoo Youngkuk, ©유영국. 국제갤러리, LARKET 촬영> |
온전히 작품 활동에 집중하기 어려운 시기를 지나오며 작가 유영국은 얼마나 지쳐있었을까요. 마흔여덟 살이 되던 1964년에 모든 미술 단체활동을 중단한 유영국은 개인 작업 활동에 몰두하며 전업 미술작가가 됩니다. 이 시기에 발표된 다양한 드로잉과 산을 모티브로 한 대형 사이즈의 추상회화들은, 그가 “잃어버린 시간”이라 일컬은 지난 20년을 만회하려는 듯, 압도적 집중력과 에너지, 대담한 구상과 그림체를 통해 풍경과 마음의 심연을 깊은 심도로 표현합니다.
|
<Colors of Yoo Youngkuk, ©유영국. 국제갤러리, LARKET 촬영> |
# 관람 포인트 2
산에 꾹꾹 눌러 담은 마음.
|
<Colors of Yoo Youngkuk, ©유영국. 국제갤러리, LARKET 촬영> |
멀리서 바라본 산은 우직하면서도 단조로울 만큼 상징적입니다. 보통 산을 그린 그림은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풍경을 이루는 봉우리와 골짜기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직접 보거나 겪지 않으면 알기 어렵습니다. 작가 유영국은 산의 대소사를 일일이 말하진 않으나 안팎에 머무는 거침과 부드러움, 메마름과 푹신함, 단정한 모습부터 거친 모습까지 다양한 색의 물감과 면의 분할 그리고 촉촉한 유화의 마티에르 사용에 걸쳐 산의 면면을 표현합니다. 유영국의 산들이 실제로 저러한 풍경을 띄고 있었는지는 그 시간과 기후를 마주한 사람만이 알고 있겠지만, 작가 유영국은 조형 언어의 탐구를 통해 우리에게 산에 대한 지평을 넓힐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도자 같습니다. |
# 관람 포인트 3
유영국 그림 탐방로, K1, K2, K3
|
<Colors of Yoo Youngkuk, ©유영국. 국제갤러리, LARKET 촬영> |
이번 전시에서 유영국의 작품들을 국제갤러리 K1, K2 그리고 K3 전관에 걸쳐 감상하실 수 있는데요, 산책하듯 공간에서 공간으로 이동하며 산의 이미지를 따라가다 보면 절제미가 돋보이는 정상으로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덜어냄을 통한 절제의 삶을 지향하던 작가의 철학이 반영된 일련의 미적 등반로를 목격한 느낌이 듭니다.
국제갤러리 K1에서는 작가의 대표작 및 초기작을 중심으로 유영국 세계관의 쇼케이스를 보여줍니다. 유영국의 색채 실험과 조형 언어를 간결하게 파악할 수 있는 대표작들로 꾸려진 입구 근처의 공간과 안쪽에 위치한 전시장은 50년대 및 60년대 초중반 작품을 중심으로 구성되는데, 이 공간에서는 특히 자연의 요소를 추상적 형태로 변환해 더욱 단순화된 형태와 유화의 재질감(마티에르)을 살린 작품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
<Colors of Yoo Youngkuk, ©유영국. 국제갤러리, LARKET 촬영> |
이정표의 숫자와는 상관없이 마음 가는 길 따라 에디터는 K3 에 먼저 들어섰습니다. 독채처럼 생긴 은빛 그물의 공간에는 마침 아무도 없었기에 온전히 스스로 집중하는 감상의 경험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 안에 펼쳐진 산의 이미지들은 더 미니멀하고, 푸른 느낌이 강해 마치 혼자서 야간 산행을 하다 마주치는 서늘한 산의 모습 같았습니다. |
<Colors of Yoo Youngkuk, ©유영국. 국제갤러리, LARKET 촬영> |
60년대 중후반 및 70년대에 유영국의 작업은 기하학적 추상과 조형 실험이 절정에 달했습니다. 어떤 단체의 활동에도 가담하지 않고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면서 절제된 감정과 순수한 조형 연구의 의지가 화면에 전면 부각되어 있습니다. 어둠 속에서 보아도 밝은 곳에서 보아도 오롯이 ‘산’ 뿐인 이미지를 가감 없이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건물을 빙 돌아서 도착한 K2 건물의 옆문으로 입장합니다. 여기서는 마치 서로를 지탱하고 있는 한자 사람 인(人)을 닮은 기와의 형태부터 듬직한 언덕의 형태까지 기대고 싶은 따스한 이미지로 가득 차 있습니다. 색상 덕분인지 약간은 쿠바 여성 회화 작가 카르멘 헤레라(Carmen Herrera)의 다채롭고 세련된 단면들도 생각이 나고, 데이비드 호크니 (David Hockney)의 구불구불한 언덕 위 논밭 풍경의 융합을 보는 듯 하였습니다. 비슷한 작품들이 떠오른 덕분에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사실 한국의 산 너머 어딘가의 이국적인 자연풍경 같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
<Colors of Yoo Youngkuk, ©유영국. 국제갤러리, LARKET 촬영> |
참고로 유영국은 70년대 후반 심장박동기를 달고 죽음의 문턱에서 삶으로의 회귀를 반복하였고 오랜 투병 생활 끝에서 탄생한 평화롭고 서정적인 회화는 삶과 죽음의 완벽한 평행 상태를 은유하기라도 하듯 따스한 생의 빛으로 잔상을 남깁니다.
|
<Colors of Yoo Youngkuk, ©유영국. 국제갤러리, LARKET 촬영> |
끊임없이 이어지는 크고 작은 강렬한 색채를 바라보다 잠시 감은 눈 안이 뿌옇게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미묘한 전시. 마치 소설 ‘무진기행’의 안개 속 또는 영화 <헤어질 결심>의 이포 한복판처럼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한 가지 주제를 깊게 들여다보는 작가의 탐구 정신과 산과 자연의 면면을 마주하고 싶은 누구나 방문했으면 하는 전시입니다.
|
<Colors of Yoo Youngkuk, ©유영국. 국제갤러리, LARKET 촬영> |
⚫ 장소 : 국제갤러리 서울점 K1, K2, K3
⚫ 주소 : 서울 종로구 삼청로 54
⚫ 관람료 : 무료
⚫ 관람시간 : 월-금 오전 10시-오후 6시 / 일요일 및 공휴일 오전 10시 -오후5시
⚫ 기간 : 2022.08.21 까지
⚪ 문의 : 02-735-8449
|
산처럼 쌓여있는 삼청동의 기와 풍경을 지나 언덕에 위치한 전통차 카페 ‘차마시는 뜰’에 가면 금세 녹아 없어질것같은 산 위의 눈처럼 소복히 쌓인 하얀 빙수와 오미자 시럽을 곁들여 새콤하고 부드럽게 자연을 맛볼 수 있습니다. |
⚫ 장소 : 차마시는뜰
⚫ 위치 : 서울 종로구 북촌로11나길 26
⚫ 특징 :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자연의 운치가 들어오는 한옥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전통차와 빙수가 별미. (전 메뉴 만원 내외)
⚫ 영업 시간 : 화-금 12:00-21:00 / 토-일 11:00-21:00 (월 정기휴무)
⚪ 문의 : 02-722-7006 |
신청 가능 기간 : 7.20~ 7.26 / 발표 : 신청 시 등록한 정보로 개별 안내 |
라켓레터를 우편 ✉️ 으로 받아 보고 싶다면? |
라켓팀이 어떻게하면 전시 정보를 즐겁게 전달할까 고민하던 중, 우편 서비스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라켓레터 우편 서비스는 당분간 시범 서비스로 운영되며 무료로 운영합니다. 앞면은 뉴스레터 보고, 뒷면은 포스터로 내 방 인테리어로 활용 가능한 라켓레터를 경험해보세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