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간지점의 김옥정 작가를 만나보세요!
💧 중간지점 × 땡땡 콜렉티브 💧
『땡땡레터』 시즌 4는 땡땡 콜렉티브가 ‘중간지점’과 협력 기획한 전시 《Surface Tension》에서 시작했습니다. 지난 8개월 동안 두 공동체는 다양한 형태로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 대화를 바탕으로 전시를 만들어갔습니다. 이번 특집 호의 마지막 레터에서는 땡땡 콜렉티브의 현지와 중간지점의 김옥정 작가의 만남을 소개합니다.
교차하는 마음으로, 김옥정
한국과 독일을 넘어 온라인에서 김옥정 작가를 만났다. 그동안 회의를 통해 만나기도 했지만, 김옥정 작가와 작업에 대해 들을 수 있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옥정입니다. 저와 제 주변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관계나 어떤 사물 혹은 사건에 대한 제 생각 또는 감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화면 안에 등장하는 대상, 색이 주는 뉘앙스 그리고 붓 터치의 밀도 등을 중심으로 제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보여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림의 내용이나 과정이 지금 당장은 따스하지 않더라도 따스함을 전달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Google Meet에서 만난 김옥정 작가
(이미지 제공: 조현지)
— 이번 전시 《Surface Tension》에서 선보인 〈완곡한 칸〉은 어떤 작업인가요?
〈완곡한 칸〉은 그림이 그려진 두 개의 나무판이 십자로 교차한 작품 두 점입니다. 두 개의 나무판이 끼워져 한 개의 입체물이 되었고, 두 개의 나무판이 교차하여 총 네 개의 구역이 생겼습니다. 구조물의 구역을 나눠서 보면 여덟 개의 면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좌) 〈완곡한 칸〉, 2022, 나무판에 분채와 색연필, 22.4(H)×30(W)×30(D)cm.
(우) 〈완곡한 칸〉, 2022, 나무판에 분채와 색연필, 22.4(H)×30(W)×30(D)cm.
(이미지 제공: 김옥정)
전시를 준비하며 중간지점과 땡땡콜렉티브는 1:1, 2:2, 4:4 처럼 사람의 수를 나눠서 누군가 소외되지 않도록 대화를 이어나갔는데요. 구역이 나눠지고 경우의 수가 생기는 모습이 저희가 대화를 나누었던 방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구조물의 모양이 두 단체가 교집합을 만들어 나갔던 전체적인 틀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여기에 작업을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 개의 판이 교차하는 모양인 것도 마음에 들었고요.
나무판의 한 면이 A5 정도의 크기로 크지 않아서, 어떤 그림을 그리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요. 그림을 그릴 칸이 넉넉하지 않다는 점에서 저희가 엽서로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올랐습니다. 엽서라는 한정된 크기 안에 각자 멤버들에 대한 생각을 써 내려간 대화 방식이었죠. 엽서를 살펴보는데, 괄호가 많고 사람의 특징을 표현할 때 비유적인 표현이 많이 쓰였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왜 이런 방법으로 썼을까.’ 대해 고민했습니다.
저도 공간을 운영하고 중간지점 멤버로 활동을 하면서 말이 참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었거든요. 공동체를 위해서 누군가는 누군가에게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을 꼭 해야 할 때도 있고, 누군가는 하고 싶은 말을 꼭 참아야 하는 순간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기 때문에 말을 전달할 때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 의도를 전달하는 완곡한 표현이 되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엽서라는 매체를 통해서 이런 점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엽서에 담긴 우리들의 태도도 이러한 이유의 일부분이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완곡한 말과 완곡한 태도에 포인트를 맞춰서 좁은 나무 칸을 다시 칸칸이 연필로 나눠서 더 좁은 칸을 만들기도 하고, 그 안에 완만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도형들, 괄호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를 담아 작품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 〈완곡한 칸〉을 작업하면서 가장 집중한 부분, 관객에게 전달되었으면 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칸칸이 그리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각각의 칸을 자세히 봐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이번 작업은 날카로운 선이 없게 그리려고 했어요. 작품 속의 완만하고 둥글둥글한 칸들을 통해 저의 의도를 알아차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 평소에 어떤 과정을 통해서 작업을 하시는지도 궁금해요.
작업할 때 팟캐스트를 많이 들어요. 작업이 저에게서 출발하다 보니,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스스로 궁금한 것처럼 다른 사람의 생각이 궁금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듣는 것도 좋아해서 팟캐스트를 많이 듣습니다. 그리고 머릿속에 날아다니는 생각의 덩어리들을 잡아서 생각을 정리한 문장을 많이 써 놓고 있어요. 드로잉도 많이 하는 편인데, 드로잉에 단어를 쓰거나 나열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을 조각조각 모으고 꾸려나가면서 작업을 회화로 만들면서 저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 앞두고 계신 전시 《Behind you 100%》(아트랩반, 2022. 10. 14. ~ 11. 5.)에 대해 알고 싶어요.
10월에 김기정 작가와 2인전을 하게 되어,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김기정 작가와 친구가 된 지 10년이 되었는데,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작업 동료인 저희의 관계를 되게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이 많더라고요. 기정작가와 같이하는 일이 많아서 일주일에 일곱 번 볼 때도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사이가 좋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아요. 《Behind you 100%》는 이런 저희 둘의 관계에서 출발한 전시입니다. 전시 제목 ‘Behind you 100%’가 ‘전적으로 너를 지지한다’는 의미인데, 전시 내용이 전시 제목 자체라고 볼 수 있어요. 친구로서, 동료 작가로서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의지하는 모습을 여러 지지체의 형태를 빌려 시각적으로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 작가로서, 기획자/운영자로서 김옥정은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내가 위치한 중심점이 바뀐 것.’ 그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해요. 작가일 때는 한 영역에서 중심점이 오롯이 내 것이고, 나만 설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중간지점의 운영자일 때는 제가 서 있는 지점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바뀌는 것, 중심점이 아닐 때도 있고 중심점일 때도 있는, 이렇게 위치가 바뀌어 가는 것이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 작가로 시작하여 기획자/운영자의 업무를 맡게 되었을 때 힘들기도 하지만, 색다른 즐거움이 있을셨을 것 같기도 합니다. 기획자/운영자로서 언제 즐거움을 느끼시나요?
공간을 운영하며 힘든 점이 있지만, ‘내가 진짜 이 세계를 좋아하는구나, 싫을 때도 있지만 나는 그래도 이 세계를 사랑하는구나.’를 느낄 수 있을 때 보람이나 뿌듯함, 즐거움을 느꼈던 것 같아요. 여러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작가님이 전시를 꾸려 나가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그 작품을 정말로 좋아하게 될 때,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 ‘중간지점’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중간지점에서 홍보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중간지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많은 사람한테 널리 퍼지고 퍼지도록 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 공동체를 지속하기 위해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중간지점 운영에 올해까지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내년에는 새로운 멤버들로 중간지점이 구성될 예정이에요. 그래서 그런지 ‘지속’이라는 단어를 유연하게 바라보는 태도가 우선시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중간지점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중간지점이라는 이름처럼 중간지점에서 5년 동안 만났다가 이제 헤어지지만, 시간이 지난 뒤에 또다시 중간지점에서 만날 수도 있고, 넓은 의미에서 중간지점 공동체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중간지점과의 유연한 헤어짐이라고 생각합니다. 말은 반대되지만, 공동체를 유연하게 바라보는 것이 오히려 공동체를 견고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식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Surface Tension》에서 김옥정 작가는 전시를 준비하며 나누었던 대화의 과정을 포착하여 완만한 곡선으로 이루어진 이미지로 담아내었다. 둥근 모양의 도형과 괄호를 보고 있으면, 서로를 위해 부드럽게 표현하는 따스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때로 뾰족한 말과 태도로 상대에게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그렇지만 완곡한 표현으로도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너그럽게 보듬어 줄 수 있는 우리가 되길 바라며 김옥정 작가의 유연한 지속을 응원한다.
👻 김옥정
나와 주변의 이야기에서 출발한 그림을 그린다. 사람, 관계 혹은 어떤 사건에 대한 나의 생각과 감정에서 뻗어나가는 이야기를 회화에 담고 있다. 주요 전시로는 《모두에게 우산을》(무음산방, 2022)와 《Muddy Forest》(갤러리인, 2022), 《자르고 남은 구름》(중간지점, 2020)이 있다.

《Surface Tension》


일시 2022. 9. 17. ~ 10. 9.

시간 오후 1~7시 (월요일 휴무) 

장소 중간지점 하나 (서울시 중구 을지로14길 15 장양빌딩 703호)

참여 땡땡콜렉티브(김강리, 이아현, 조현지, 최수연) × 중간지점(김기정, 김옥정, 박소현, 이은지)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시각예술 창작산실 공간지원

디자인 스튜디오 미정

16호
발행인: 땡땡 콜렉티브
발행일: 2022/09/22
문의: 00collective2021@gmail.com
stibee

좋은 뉴스레터를 만들고 전하는 일,
스티비가 함께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