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에서 나눈 지난 이야기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올 상반기, 유럽 등 일부 국가에선 불안한 시장 심리로 식료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촉발된 이번 식량난은 종전의 식량난과는 다른 양상을 보였습니다. 전 세계 곡물 재고량은 크게 부족하지 않았지만, 국경 폐쇄와 이동 제한으로 물류 흐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몇 달간 물류가 지나는 주요 도로와 항구가 폐쇄되고, 비행과 선박의 운항이 멈추면서 곳곳에서 운송 병목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이로 인해 한쪽에선 식품이 쌓여가지만, 다른 한쪽에선 이를 전달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졌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정교하게 연결된 글로벌 식품 공급망은 평소엔 신선하고 값싼 식품을 제공하지만, 한 번 붕괴되기 시작하면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를 겪어본 적 없는 위기에 빠뜨립니다.

글로벌 식량 공급망 붕괴 아동 매달 1만 명 추가로 아사
공급부족으로 인한 식량 품귀와 비축은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는 가뜩이나 코로나19 여파로 소득이 감소해 힘든 저소득층에게 이중으로 부담이 되었습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현재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전 세계 노동자가 20억 명이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3명 중 한 명꼴로 생계가 더 힘겨워진 것입니다사이언스지는 특히 중진국 이하, 사하라 이남의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국가들의 빈곤 문제가 특히 심각해졌다고 전합니다. 새 정부가 들어선 남수단의 식량 위기는 특히 절망적입니다. 남수단 수도 주바에선 2월 이후 밀 가격이 62%, 주식인 아열대 작물 카사바 가격도 41%나 폭등했습니다. 인도 첸나이의 감자 가격은 27% 올랐고, 미얀마 양곤의 녹두콩 가격은 20% 상승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은 전세계 기아 인구가 지난해의 두 배에 가까운 265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유엔 행동요구(Call to Action)는 지난달 28, 유엔 산하 4개 기관에 코로나19의 영향으로 128천 명의 아동이 추가로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매달 아동 1만 명 이상이 추가로 아사(餓死)할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식량 위기로 대규모 기아 난민도 발생하는데, 이동과 접촉이 제한되다 보니 인도주의적 구호 활동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구 반대편에선 식량 폐기..코로나의 아이러니
같은 시각, 지구 반대편에선 수확하지 못하거나 운송하지 못한 농축산물이 폐기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다수의 유럽 국가들은 루마니아, 불가리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노동력으로 농작물을 수확해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유럽연합(EU) 국가들이 국경을 봉쇄하자, 이들 노동자의 발도 묶였습니다. 20만 명의 인력이 부족해진 프랑스는 농업부 장관이 자국민에게 농사일에 나서달라고 호소할 정도였습니다. 전국에 봉쇄령을 내린 인도 역시 동부 지역 이주노동자들의 이동 제한으로 15톤의 포도가 폐기됐고 호주는 아보카도 공급 과잉 사태에 직면했습니다. 벨기에에선 창고에 쌓인 감자가 75만 톤에 달하고, 미국에서는 100만 파운드(45kg)의 양파가 도랑에 버려졌습니다

일본과 대만, 아랍에미리트(UAE)와 같은 부유한 농산물 수입국들은 웃돈을 얹어서라도 식량을 최대한 확보한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대만과 UAE2008년 금융위기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식량 재고분을 비축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농산물의 3분의 2를 수입에 의존하는 대만은 10년 전부터 법적으로 정해놓은 최소 재고분의 3배에 달하는 90만 톤의 쌀을 비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전체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에 더 큰 타격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의 격차가 더 심각해지면서 누군가에게는 실제적인 생존의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식탁을 공유하는 글로벌 시대, 이슈로 떠오른 식량 안보
대지와 식탁을 잇는 글로벌 식품 시스템은 전 세계 국내 총생산(GDP)10%를 차지하며, 대략 15억 명을 고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전세계 인구 5명 중 4명은 부분적으로 다른 나라에서 생산된 식품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식품 산업의 세계화가 심화될 수록, 세계 각국은 식량 자급률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며 수급 대책을 세우고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어떨까요? 주식인 쌀을 자급하고 있어 국민들의 식량 부족 문제에 대한 체감도가 낮은 편이지만, 실제론 매해 자급률이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라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농산물 전체 자급률은 199984.9%에서 201971%로 떨어졌습니다. 식량으로만 보면 같은 기간 54.2%에서 45.2%로 하락했습니다. 쌀의 자급률은 2018년 기준 97.3%에 이르지만 2위인 밀은 1%가량에 불과합니다. 사실상 국내에 필요한 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셈입니다. 콩 자급률도 20% 안팎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곡물 수출국들이 자체적 식량 확보를 위해 수출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우리가 받을 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밀을 수출하는 러시아는 코로나 발생 후인 지난 3, 10일 간 모든 곡물의 수출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내린 바 있습니다. 세계 3위 쌀 수출국인 베트남도 쌀 수출을 제한했다가 4월부터 기존 수출량에서 40%가량 감소한 물량을 수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미·중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자유무역을 통한 식량안보는 더욱 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국제 기구들은 다만, 각국의 식량 안보와 국제 협력이 결코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코로나 팬데믹 등이 촉발한 글로벌 식량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그 어느 때보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코로나19로 식량가격 상승이 지속하면 모든 국가의 식량안보에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며 국가간 협조를 당부했습니다. 특히 식량 시스템 혁신 분야에선 식품공급망의 복원력 향상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습니다. 식품 전자상거래나 배송을 위한 온라인 플랫폼 설치, 농식품 기업의 유지·강화를 위한 지원 등이 그 예입니다. 식량 운송·보관과 관련해 냉장 유통시스템의 강화도 포함됐습니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가 식량 정책과 관련해 독자 행보를 강화하고 노골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은 일이라고 지적합니다, 일부 국가의 식품 수출 제한 조치는 세계 물가의 상승 곡선이라는 또 다른 위기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격 변동성은 공급의 불확실성을 유도하고, 생산성이나 식품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투자를 없애 위기를 더욱 심화합니다

코로나19 장기화..함께 고민해야 할 지속가능한 세상 
주요 20개국(G20) 농업·식량 관계 장관은 지난 4, 긴급 화상회의를 열어 코로나19에 대처하는 각국의 봉쇄 조처로 국제적인 식량 공급망이 교란되면 안 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비상 조처의 목표는 명확해야 하고, 비례적이고 투명해야 하며 임시여야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또한 "이들 조처가 국제적 식량 공급망을 교란하거나 교역을 막는 불필요한 장애물이 돼선 안 된다"고 주문했습니다. 식탁을 공유하는 글로벌 시대, 전문가들은 지금이야말로 더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며, 공정한 글로벌 식품 시스템을 이야기할 수 있는 때라고 조언합니다여러분은 이번 다이어리에서 어떤 부분에 주목하셨나요? SDF팀은 여러분의 의견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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