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25일 ~ 10월 10일 신작 소개 🙉 여러분은 '시간예술'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시간예술은 발생하는 동시에 소멸하는 연극, 음악과 같은 예술들을 말합니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는 말처럼 시간의 본래 특성과 마찬가지로 연극이나 음악과 같은 공연예술도 나타났다가 사라지며 흘러간다는 의미에서 '시간예술'이라는 말을 쓰는거죠. 저자 목정원은 『모국어는 차라리 침묵』에서 시간예술과 같이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자신에게조차 작품이 충분히 희미해졌을 때에 글을 쓴다고 하는데요. 저는 희미해진 것에 담긴 슬픔을 더듬는 일에 겁을 내는 사람이라, 저자의 태도가 영영 이해할 수 없는 일처럼 멀게 느껴지는 한편,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나도 기억 속에 슬픔과 아름다움으로 남은 흔적들을 저자와 함께 용기 내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으로 말이에요. "나는 당신에게 노래를 나누어준다. 당신은 또 다른 곳으로 가 노래의 일부를 나눠줄 것이다. 목도한 슬픔을 당신의 몸에 기입하며. 당신의 호흡대로 춤추며. 다시 사랑하며. 그렇게 우리는 비로소 우리 자신이 되었다가, 마침내 우리가 아닌 것들로 흩어진다. 죽음 이후에는 정말로 영혼만 남게 될까. 그때도 서로를 사랑할 수 있을까. 서로를 비춰볼 몸이 없어도. 모든 계절을 춤으로 시작할 수 있을까." - 172쪽 이 책은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자 페미니스트, 정치인 등 자신의 다양한 정체성과 경험을 토대로 실패와 상실을 어떻게 내 삶으로 가져올 것인지 탐구하고, '좋은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금 질문을 던지는 책입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하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성공'은 언제나 경제적인 의미가 담겨있는 말처럼 느껴집니다. 특히 최근 주식 투자에 대한 열풍이 거세지면서 과정이 어떻든 결론적으로 도달하게 될 성공점에 '부'만 있으면 된다는 태도가 만연해졌고, 이는 삶의 여러 과정들을 그저 불완전한 것으로 인식하게 되는 문제를 낳게 되었지요. 이 책은 이러한 21세기식 좋은 삶이 배태하고 있는 문제들을 짚어내고, '불완전함'을 삶의 일부로 보고 그것을 용인하는 공동체를 꾸리는 일에 주목합니다. 제가 이 책에서 특히 궁금한 파트는 2장, <이 세계는 왜 여성의 실패를 원하는가>입니다. 일의 세계에서 여성에게는 남성보다 훨씬 엄격한 잣대가 들이밀어지며, 여성은 성과 뿐 아니라,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자질(부드러움, 친절함 등)로 판단되는데요. 만약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데 실패하면 거센 비난이 따라온다는 사실을 아마 일하는 여성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실거예요. 이 책을 주축으로 여성의 실패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기를, 이를 통해 여성들이 각자의 경험들을 공유하고, 더 나아가 실패의 경험을 받아들이는 공동체와 사회 시스템의 구축을 함께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실패는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경험이 아니라, 오히려 어떻게든 함께 공유하는 경험이 될 것이다. 서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잘 사는 법에 대해 각자 다른 이론을 가지는 수준을 넘어서서, 함께 나아가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생각하는 대안에 도달할 수 있다. 우리는 실패할 수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잘 살아낼 수 있다." - 300쪽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여성의 자기불신에서 비롯된 가면증후군에 대해 다룬 책입니다. 자신의 능력을 숨기거나 축소하며 겸손한 태도를 취하고, 모든 실패에 자기 탓을 하며 자책하고 있을 수많은 여성들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덧. 당신의 실패는 당신의 탓만이 아니며, 당신의 성공은 전적으로 당신의 것임을 잊지 말자구요!) : 여성의 성공을 의심하는 사회, 그리고 여성이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는 그릇된 고정관념으로 성차별을 자행했던 사례들을 소개하며, 여성 정치인과 기업가들에게 국가 운영을 맡겨 금융위기를 극복 중인 아이슬란드의 사례를 통해 국가와 기업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대해서 제시하는 책입니다. 여성의 실패가 단순히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님을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확인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의학, 과학의 진보와 함께 그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생명윤리학의 여러 쟁점들을 살피는 책입니다. 생명윤리학은 1972년 언론에서 폭로된 앨라배마주 메이컨 카운티의 매독 실험(미 공중보건국이 1930년대 초부터 40년간 600명의 저소득층 아프리카계 미국인 남성을 대상으로 해온 실험), 1950년대 지적·신체적 장애가 있는 아동 수천 명이 수용돼 있던 윌로브룩 스쿨에서 이뤄진 반강제적인 A형 간염 실험 등의 대형 사건들에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쏠리면서 부상하게 된 학문입니다. 책에서 다루는 생명윤리학의 쟁점은 전염병 예방이나 백신 접종 등의 공중보건 이슈에서 동물/인체 실험, 임신중지, 재생산 기술, 유전자공학 등 많은 문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마스크 착용과 같은 규제들을 거부하거나 정치적인 문제로 치환시키는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서 공중보건 이슈를 대하는 생명윤리학자들의 태도와 관점은 어떠한지에 대해서 궁금해져 이 책이 읽고 싶어졌는데요. 팬데믹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사회적 이슈들에 대해 생명윤리학은 어떻게 응답할까요? 👓 함께 읽으면 좋은 자료 3) 코로나 19로 인한 자원 부족 상황에서 의료 자원의 배분 정의, 이경도 (2020, 한국의료윤리학회지 vol.23) : 코로나19 환자들의 급증으로 중증환자 전담병상이 부족해졌다는 뉴스를 보신 적이 있으실텐데요. 이러한 극심한 의료 자원 부족의 상황에서 누구를 먼저 살리고 누구를 치료하지 않을 것인지 결정하는 문제, 즉 배분 정의와 관련된 논의를 전개하는 인터뷰와 논문입니다. ▶시리즈명 : 텍스트 프레스와 친구들 총서 ▶시리즈 소개(출판사 제공) : 텍스트 프레스와 친구들이 함께 또 따로 모여 책을 만듭니다. 우리의 관계가 은폐하는 것들이 있겠지만, 그것보다 함께일 때 비출 수 있는 무언가에 더 큰 의미와 애정을 가집니다. ▶시리즈 정보 : 현재까지 총서 01 『에코 에쎄이』, 02 『예의 있는 반말』, 03 『은유 수업』(21년 9월 발행)까지 총 3권 출간되었습니다. 105*188mm, 115~154g 정도로 작고 가벼워 휴대성이 좋습니다. 텍스트 프레스의 <텍스트 프레스와 친구들 총서>는 여러 필진들이 함께 모여 쓴 다양한 형태의 글 모음집입니다. 👓 총서 1 『에코 에쎄이』는 주체적 식사와 진짜 소비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도 하고, 환경을 생각하지 않고 그냥 좋아서 한 일(육류 소비를 적게 하고, 빈티지 의류를 자주 구입하는 일)이 환경을 위한 일로 치부되어 칭찬을 받는 일에 느낀 민망한 기분을 이야기하기도 하며, <불모지장>을 기획하게 된 배경과 과정을 소개하며 나의 앎을 누군가의 삶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결심을 하기도 합니다. 저는 이 책의 <은행나무 은행나무, 은행나무>라는 글을 가장 좋아합니다. 이 글은 은행나무를 사랑하는 저자가 재작년 초여름, 자신에게 말을 걸어온 은행나무와의 인연을 시작으로 은행나무의 '살아있음'을 자각하고, '그' 은행나무와 재회하며 아름다움을 느끼고, 은행나무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은행나무를 보며 경험하는 감정과 느낌을 분석하여 작성한 글입니다. 이 글을 읽고 난 이후로, 저도 글쓴이처럼 예전에 마주쳤던 그 나무들을 다시 찾아가 말을 걸고 싶어졌어요. 너의 존재를 통해 나도 살아있음을 느꼈고 그래서 조금 더 살아보기로 결심했다고, 그 때 정말 고마웠다는 인사와 함께 말이에요. "우리 동네의 은행나무가, 아니 서울 전체의 은행나무가 서로 연결되어 나를 도왔다. 내가 다시 삶을 돌아올 수 있도록. 내가 살아있도록 말이다. 올해는 만나는 은행나무마다 더 개별적인 이름을 붙여주고 소리 내어 불러줘야지 다짐한다. 어김없이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다. '그' 은행나무를 다시 만나러 갈 것이다. 이제는 마치 연례행사와 같다. 그리고 내가 이름 모를 은행나무들에게 생명력을 얻은 것처럼 나도 생명력을 돌려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 208쪽 👓 총서 2 『예의 있는 반말』은 디학(디자인 학교)의 열다섯 필진이 '평어'라는 새로운 언어체계를 디자인해 사용하며 느낀 것들을 기록한 책입니다. 평어는 존댓말도 반말도 아닌 말로, 간단한 규칙만 지키면 되는 새로운 언어체계입니다. 평어는 활발한 의견교류와 피드백을 가능하게 하는 건강한 수단이자 자연스레 대화의 물꼬를 터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디학의 평어 실험 사례를 통해 기존의 존비어체계에 문제의식을 갖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흐름에 동참하길 제안하는데요. 평등한 공동체를 지향하는 곳이라면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평어 사용 규칙> - 언니, 형, 선배와 같은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서로의 이름을 불러준다. - "ㅇㅇ아~", "ㅇㅇ이는", "야!" 등의 반말 호칭을 사용하지 않고 "ㅇㅇ, 어떻게 생각해", "ㅇㅇ은 괜찮아" 라고 말한다. - 이 때, 상대방을 절대 하대하지 않도록 유의한다. 👓 총서 3 『은유 수업』은 레이코프의 은유 이론을 글쓰기 수업에 알맞은 형태로 재구성하여 배우고, 주제를 정해 은유적 글쓰기에 도전한 결과물입니다. 은유 수업의 전제는 '누구나 삶에서 매일 은유를 사용하며 살아가기 때문에, 은유 능력은 누구에게나 내장된 능력이다'(15쪽)인데요. 은유 이론을 소개하는 챕터에서는 간단한 퀴즈와 함께 이론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 은유가 삶의 구석구석에 자리 잡고 있음을 독자로 하여금 일깨워주는 역할을 합니다. "『해리포터』의 마법 학교 호그와트 건물에는 석상 장식들이 있다. 갑옷을 입고 무기를 든 전사들, 볼드모트의 군대가 몰려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리는 순간이 오기 전까지 이 석상들의 다른 차원은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장식의 비밀을 알고 있는 마법사 맥고나걸은 건물을 마주보면서 주문을 외친다. "피에르토툼 로코모토르." 석상들은 살아나고 공동체를 지키는 군대가 된다. 평상시의 장식들이 전시의 군대를 품고 있었던 것이다. 이 주문은 친구들(pier), 모두(totum), 이동(locomotor)을 뜻한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은유(metaphor)도 원래 이동을 뜻한다. 우리는 이 책이 이동(=은유)의 능력을 품고 있는 독자들에게 저 이동의 주문이 되어준다면 더 바랄 것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 15쪽 이 시리즈에는 글 뿐만 아니라 그림, 사진, 각종 도식, 평어 번역본(영문), 퀴즈 등 다양한 콘텐츠가 담겨 있습니다.(사진참고) 시리즈의 전체 도서 얇은 책이지만, 독서 경험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건 이러한 콘텐츠들도 한 몫을 한 것 같아요. 문제의식을 가지고 실천의 영역을 고민하며 직접 실험에 동참한 필진들의 의미 있는 책을 읽고 싶지만, 글만 빼곡히 담겨 있는 책이 조금 두렵고 버겁게 느껴지는 분들에게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시리즈인 것 같습니다. 들불레터, 어떠셨나요? 들불은 여러분의 의견과 이야기가 궁금해요. 아래 버튼을 클릭하시면 익명으로 의견을 남기실 수 있답니다! instagram @fieldfire.kr e-mail contact@fieldfire.kr 카카오 뷰 @들불 수신거부 Unsubscrib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