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살아가기 위해: 투석 이후의 삶과 선택
김천섭

매일 밤 불면증에 시달리며 삶에 대한 의욕 없이 지내 온 시간이 벌써 2~3년이 되어 간다. 투석을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 장애인 등록증을 받았고, 그날로부터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지금 돌아보면, 장애인 등록증을 받기까지의 과정과 그 이후의 삶은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나는 올해 50대 중반이다. 처음 병을 알게 된 것은 30대 중반, 단백뇨가 검출되면서부터였다. 대학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고, 콩팥 기능이 좋지 않아 결국 투석을 준비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당시 나는 홀로 할머니를 모시며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시기였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마음뿐이었고, ‘투석’이라는 병의 무게를 깊이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나는 오직 집안을 일으키겠다는 목표로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다. 약 10년 동안 직장 생활을 하며 또래보다 빠르게 직급과 연봉이 올랐고, 삶도 점차 안정되어 갔다. 그러나 과로와 피로가 쌓이면서 몸에 부종이 생기기 시작했고, 콩팥 수치는 점점 악화되었다. 결국 입퇴원을 반복하게 되었고,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태에 이르렀다.

의료진으로부터 “이제는 직장을 그만두고 투석 치료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몸은 조금만 무리해도 붓고, 불면증과 약물 부작용으로 고혈압과 당뇨까지 겹치면서, 1년 중 병원에서 보내는 시간이 집에 있는 시간보다 더 많아졌다.
그동안 모아둔 돈은 병원비와 생활비로 빠르게 소진되었고, 결국 경제적으로도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병원비와 생활비가 부족해지면서 복지 기관의 도움을 받게 되었고, 그때서야 비로소 ‘도움을 받는 삶’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오랜 투병과 경제적 어려움은 많은 장애인들이 겪고 있는 현실일 것이다. 정상적인 직장 생활이 어려운 상황에서 늘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삶은 결코 쉽지 않다. 나 역시 그 과정에서 수많은 좌절과 부끄러움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하고 싶다. 장애를 갖게 된 이유가 무엇이든, 도움을 받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지금은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것이 먼저다. 도움에 대한 미안함은 잠시 내려놓고, 다시 건강을 되찾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날을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재 나는 주 3회의 투석을 받으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부모님을 모셔야 하고, 다시 삶을 일으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나를 버티게 한다. 운동을 병행하고, 이식 센터 상담을 받으며 치료를 준비하고 있다. 치과 치료와 무릎 수술, 안과 치료 등을 통해 몸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경제적인 어려움 역시 국가의 지원과 상담을 통해 해결해 나가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투석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동정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이다. 유연한 근무 환경, 안정적인 의료 접근성, 그리고 치료와 일을 병행할 수 있도록 돕는 사회적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언젠가는 다시 자유롭게 일하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통합 돌봄 시대, 기본 생활이 보장되는 공동체 돌봄 실현을 위한 전제 조건-2

아이들의 욕구를 이해하지도, 이에 반응하지도 않는 이들, 피부의 연약함을 모르는 이들 또는 그 연약함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의 손에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은 분명 위험한 일이다. — 수전 그리핀(2018)

대구시 안심마을 공동체: 아동 및 발달 장애인 통합 돌봄 실현

대구광역시 동구의 끝자락에 위치한 안심마을은 2007년부터 안심1동을 중심으로 형성된 마을 공동체 기반 생태계가 풍부한 곳이다. 이 지역에서는 일찍부터 주민들이 자신의 생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마을 도서관을 설립하고, 이후 공동 육아 및 마을 교육, 장애인 돌봄, 먹거리와 마을 문화 등 다양한 생활의 필요와 욕구를 마을 자치로 실천해 왔다. 그 계기는 2003년에 장애 통합 어린이집 이주, 2008년에는 ‘반야월 행복한 어린이 도서관 아띠’를 주민 스스로 기금을 모아 개소하면서 본격적인 마을 공동체 활동이 시작되었다.

그 이후 16년 동안 안심마을에는 초등 방과 후 마을 학교, 로컬 푸드 매장, 카페, 마을 식당, 반찬 가게, 마을 책방, 자립 생활 주택, 공유 주택, 햇빛 발전소, 마을 방송국, 발달장애인자립지원센터 등 25여 개가 넘는 마을 공동체 조직이 생겼으며, 상당수는 법인격을 갖추고 있다. 안심마을 전체로 100여명의 활동가와 협동조합 직원들이 일하고 있으며, 각종 마을 공동체 활동에 연인원 2,000여명의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 안심마을 내 협동조합 가게에는 현재 20여 명의 발달 장애인 청년들이 마을 일자리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안심마을은 초창기 공동체 기반을 만들어 온 주민들이 점점 중년 세대에 접어들고 있다. 그래서 후대 세대를 위해 마을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욕구를 반영한 문화 공동체 형성, 그리고 50플러스 세대의 인생 이모작 활동과 이웃 돌봄 등으로 고민이 확장되고 있다. 

안심마을이 앞으로 만들어 갈 ‘마을 통합 돌봄’의 미래가 어떻게 진전될 지는 미지수이지만, 여전히 현재 마을내 다양한 공동체가 네트워크 구축하며, 진화하고 있다. 안심마을은 협동조합과 기관들이 참가하고 있는 상설적인 협의 기구인 ‘인권, 자치, 협동을 지향하는 안심마을 사람들’이 2019년 창립되어 마을 내 소통과 사업 집행 등 사람 중심 네트워크를 통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며 소통하고 있다.  

안심마을은 마을 공동체 활동 방향으로 하고 싶은 사람이 먼저 나서게 하고, 옆에서 같이 돕고, 일상 속에서 신뢰를 만들어 가고, 다양한 목소리가 마을 내에서 공존하는 것을 지향한다. 안심마을은 19년 동안 마을이란 생활 공간에서 돌봄 생태계를 구축해 가며 ‘내가 살아가면서 마을에서 필요한 생활 인프라를 마음 편하게 이용하는 것이다’라고 말하는 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살아있는 마을 공동체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마을 공동체 돌봄은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미래 정책이다

마을 돌봄 정책의 전환은 단순히 제한된 물리적 환경 속에서 가족 돌봄을 누군가 대신하거나 돌봄 부담 비용을 경감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 생활 공간에서 돌봄 권리의 주체로서 주민 당사자가 보편적 욕구를 실현하는 ‘사회권’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전국의 마을 공동체 만들기 활동은 오랫동안 ‘아이부터 어른까지 내가 사는 곳에서 행복한 삶을 일구어가는 마을’을 꿈꾸며 활동해 왔다. 

한국은 새로운 돌봄통합지원법 시행 과정에서 지방 정부 차원에서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읍·면·동 생활권 단위의 돌봄 통합 지원 생태계 조성’을 위해 지역사회 주체로서 공동체가 주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앞으로, 마을 공동체는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사회적 돌봄망을 촘촘하게 만드는 상상력을 가지고, 다양하고 개방적이며 편견없이 마음을 모으고, 공동체 가치와 사람을 중심에 두고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틈을 더 세심하게 살펴나가야 한다. 

마을은 앞으로도 통합 돌봄을 위한 공론장이자 공동체를 통해 사회적 처방을 펼쳐 갈 미래의 돌봄 공간이 될 것이다. (끝)
외부 기고 · 인터뷰
지난 한 달간 발표된 장애인 건강과 보건의료에 관한 협의회 회원의 기고나 인터뷰를 선별하여 싣습니다. 회원과 독자의 제보 환영합니다. (kahcpd@gmail.com)

서인환의 회초리
서인환 님은 장애인인권센터 대표 이사로 우리 협의회 부회장입니다.

조주희의 기고문
조주희 님은 총신대학교 교수로 우리 협의회 교육이사입니다.
한국장애인보건의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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