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를 입는 사람들, SKATE BOARD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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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l.13

SKATEBOARDER STYLE

EDITOR'S LETTER

공중에서의 턴. 허리를 숙여 중심을 잡고, 민첩한 움직임으로 만들어내는 리듬. 순간의 속도를 오직 스릴로만 즐기진 않아요, 의도한 대로 움직이기 위해 반복하고, 감내합니다. 무대가 된 거리 한 복판에서 움직임을 창조해 내는 스케이트 보더들. 중력의 힘을 거스르는 듯한, 아무것도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그 모습을 본 누군가라면 한 번씩은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자신을 꿈꿔봤을 거에요.

자유를 갈망하고, 빠른 속도감을 좇는 건 자연스러운 본능이죠. 가끔 보이는 홍대 스케이트 보더들의 공연 앞에서 우리가 서서히 움직이길 멈추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발길을 붙잡는 건 그들의 화려한 스케이팅 스킬, 현장에 감도는 뜨거운 분위기 때문만이 아닌, 어쩌면 어릴 적 놀이터 기구 꼭대기에 올라가 보게 만들었던 그 무모한 용기에 대한 그리움이 아닐까 싶어요.

출처: 영화 mids90 中

그런 면에서 오늘날의 스케이트 보드가 의미하는 건 단순한 ‘반항’이 아닌, 삶을 대하는 열정일 겁니다. 지금은 스케이트 보드는 이제 보드와 하나된 이들이 펼치는 자유로운 거리 예술, 혹은 퇴근을 한 직장인이 한강에서 소소하게 즐기는 취미 수단이 됐어요.

그래서 이번 이고진에서는 ‘스케이트 보드 패션’을 다뤄볼까 합니다. 스케이트 보더 만큼이나, 젊고 낙천적이며, 자유로운 에너지를 뿜고 있는 세 가지 브랜드를 소개해드리려고 해요. 스케이트 보드를 타지 않아도 추천합니다. 그럼에도 스케이트 보드 패션은 다른 어떤 패션보다 느긋하고 편안하니까요.

정형화된 미가 아닌 감성이니까

출처: Hugh Holland 공식 웹사이트

1940년대, 캘리포니아의 서퍼들은 파도가 없는 날에도 육지에서 서핑을 즐기고 싶었어요. 이러한 발상이 오늘날의 ‘스케이트 보드’의 기원. 그래서 초기에는 보더와 서퍼들의 옷 입는 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해요. 사이즈가 크고 밝고 선명한 무늬의 배기 팬츠, 서퍼 트렁크, 과감한 그래픽 티셔츠, 맨발 혹은 반스 등.

70년대에 들어서고 서퍼들이 네온 컬러를 사용해 경쾌한 패션을 만들어가는 것에 비해, 보더는 펑크한 느낌을 가미하기 시작합니다. 올 블랙으로 입거나, 해골과 뼈 같은 그래픽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는 거죠. 그리고 90년대에 들어서면서 힙합 문화와 섞여 펑퍼짐한 오버사이즈 옷을 입게 됩니다.

출처: 영화 mids90 中

루즈한 팬츠, 박시한 티셔츠, 그리고 반스. 스케이트보드 하면 떠오르는 전형적인 스타일이지만, 사실 오늘의 스케이트보드 문화는 한 가지 특정한 스타일로 규정지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나는 스케이트보더니까 루즈한 바지밖에 입지 않아”라고 말할 수는 없거든요.

스케이트 보드는 알다시피 땅, 즉 우리가 흔히 다니는 거리에서 타죠. 화려한 트릭을 구사하거나, 내리막에서 속도감을 즐기거나, 가볍게 크루징을 즐기는 등 타는 방식은 다 다르지만 스케이트보드만이 전달하는 에너지, 특유의 자유로움은 변하지 않습니다. 거리에서 시작한 문화, 어떠한 스타일이든 거리에 자유로움을 선사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다임(DIME)

처음으로 소개해 드릴 스케이트 보드 브랜드는 ‘Dime(다임)’이에요.

그들이 처음부터 패션 브랜드로써의 입지를 다져 나간 건 아닙니다. 시작은 2005년 캐나다 몬트리올의 작은 스케이트 보드 크루, ‘다임 스토어 크루’였어요. 스케이트 영상을 제작하여 비디오 클립을 온라인으로 올렸죠. 90년대 스타일의 향수를 B급 감성으로 재치 있게 풀어낸 그들의 클립 비디오는, 전 세계 스케이트 보드 팬들을 다임 크루의 팬으로 만들었습니다. 붐뱁 장르의 음악을 배경으로 빈티지한 무드의 저화질의 영상을 마구 덧대어 편집한 것이 영상의 특징. 화려한 스케이팅 스킬과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큰 쇼맨쉽을 지켜보고 있으면 괜히 함께 보드를 타고 싶다는 마음이 들곤 합니다.

특유의 로파이한 무드의 영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다임 스토어 크루는, 친구들 100명에게 다임 티셔츠를 나누어 주기 시작한 뒤로,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케이트 보드 패션 브랜드로 단숨에 성장했습니다.

출처: DIME VIDEO

“첫째는 유머감각,

둘째는 스케이트 보딩”

-DIME-

다임은 정통 스케이트 웨어에 스케이트 보드 문화, 90년대 힙합, 거리 예술에서 영감 받은 위트 있는 그래픽을 더합니다. 다임 로고나 재밌는 그래피티가 새겨진, 루즈한 실루엣의 클래식 후디, 크루넥, 스웻 팬츠, 패널드 캡에서 다임이 ‘편안함’에 초점을 둔 디자인을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 지 알 수 있죠. 다른 스케이트 보드 브랜드보단, 색감에 차별화를 두고 디자인은 훨씬 깔끔하고 심플한 편.

다임은 유머스러운 뉴욕 스케이트 브랜드 올타이머즈와 프로덕트를 진행하여 화제가 되기도 했죠. 또 그들만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하기 위해, vans / dc shoes / spitfire 같은 스케이트 브랜드들 하고만 협업합니다. 여기서 재밌는 사실은, 2015년부터 반스와 손 잡고 스케이트 보드 대회를 개최하고 있다는 것. 들어보셨을지 모르겠어요, 그 이름하여 ‘Glory Challenge’. 딱딱한 기존의 스케이트 보드 대회와는 정 반대로, 유연한 분위기에서 진행하는 매력적인 행사입니다. 다임의 스케이트보드 문화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죠.

폴라 스케이트(POLAR SKATE CO)

스트릿하게 자주 입으시는 분들이라면, 카시나 같은 곳에서 한 번쯤은 보셨을 거에요. 프로 스케이터이자 비디오 그래퍼인 ‘Pontus Alv’가 스웨덴 도시 ‘말뫼’에서 창립한 스케이트 보드 기반 브랜드, 폴라 스케이트(Polar Skate). 말뫼는 스웨덴에서 스케이트 보드로 가장 유명한 도시입니다. 세계적인 스케이트 보더 중 한 명인 Oskar도 이 도시 출신이죠.

출처: 폴라 스케이트 공식 홈페이지

스웨덴 출신 브랜드 답게, 심플하고 차분한 실용주의를 추구하는 북유럽 감성이 느껴지면서, 미국 베이스 브랜드인 슈프림이나 스투시보단 훨씬 밝고 쾌활한 느낌을 받는 브랜드입니다. 다양한 그래픽, 일러스트와 독특한 색조합에서에서 북유럽 무드를 물씬 느낄 수 있죠. 역시나 스케이트 보드 브랜드 답게, 옷들은 루즈하고 박시한 핏이 주를 이룹니다.

출처: 폴라 스케이트 유튜브

현재는 아트워크, 사진, 비디오 등 다양한 문화 장르를 접목시키고 가지각색의 브랜드와 협업 컬렉션을 진행하면서 그만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어요. 특이한 것은, 타 브랜드와 따로 협업을 할 때가 아니면, 시즌 룩북이 없다는 점. 이는 보드의 아트워크, 스케이트 비디오, 스케이터들의 프로필에 좀 더 주목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설계인 듯 합니다.

라브로스(LABROS)

스케이트 보드를 기반으로 하는 브랜드가 사랑받는 것은 국내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최근에는 심지어 스케이트보드 문화를 차용한 스트리트 브랜드들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나 돋보이는 브랜드가 있습니다.

쇼미더머니 애청자시라면, 이 브랜드의 옷을 한 번쯤은 봤을 테죠.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라브로스’. 2013년 4월, 로스엔젤레스에서 처음 설립한 브랜드에요. 설립 초기에는 규모가 큰 편은 아니였습니다. 주로 온라인 상점을 통해 superme 컬렉션을 리셀하고, 자체 제작 티셔츠를 몇 장 만드는 정도였으니까요.

출처: 라브로스 유튜브

시간이 지나 한국에서 점차 주목을 받기 시작하자, 본사를 서울로 이전하게 됩니다. 2014년 11월, 홍대에서 첫 라브로스 매장을 오픈해요. 그리고 Dime처럼 B급 감성을 담은 유튜브 영상을 제작하여 팬들에게 매번 웃음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Labros made clothes that they want to wear."

(우리는 우리가 입고 싶은 옷을 만들 뿐.)

-LABROS-

2016년 5월에 온라인을 샵을 런칭한 이후 지금까지, 여전히 그들이 좋아하는 옷을 만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아, 참고로 저는 개인적으로 라브로스의 비니를 정말 좋아해요.

스케이트 보드, 꼭 타지 않아도 돼

반스에 루즈한 핏의 청바지면, 어떤 옷차림이든 힙해집니다. 진짜 스케이터 보더가 된 듯한 으쓱한 기분이 들죠. 그런데 ‘나도 스케이트 보더 처럼 입을래!’라고 처음부터 정할 필요는 없어요. 스케이트 보더 패션은, 어떤 옷을 입던 간에 보드를 탈 때 편안하다고 느끼면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거니까요.

가을 분위기를 반영하는 톤온톤 브라운 컬러와 청량한 그린 컬러가 포인트인 룩. 포인트가 되는 요소들을 제외하고는, 다 블랙으로 합을 맞춰 적절한 밸런스를 맞췄습니다.

니트 베스트에 라브로스의 비니를 매치하여, 스포티하면서도 클래식함이 느껴지는 믹스매치 스타일링을 완성했어요. 비니의 체커보드 포인트 패턴과 롱삭스의 스트라이프 패턴에서는 ‘역동성’을 느낄 수 있을 테죠. 그래도 스케이트 보드는 타야 하니까, 발 안 아프게 마무리는 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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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LABROS_Checkered Beanie

2. LABROS_TGL Heart Jacket

3. SUARE_half turtleneck knit

4. MOONSUN_Argyle Hole Knit Vest

5. DICKLES_USA 428 Workwear Half Pants

6. JANSPORT_Super Break Black

7. TRISTAN LLIDLOW_LUWE Air Cushion Pro Long Socks

8. VANS_Core Classic Black Old school

컬러 조합은 어렵다, 감 있는 사람만 잘 한다, 말은 많지만 사실 무슨 상관인가요? 자기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색 조합은 누구든 있기 마련이며, 뭐든 입었을 때 자연스럽다고 생각이 들면 그만입니다.

무난한 모노톤의 이너 위에 라이트블루 계

열의 아우터로 은은한 색감을 더해줘 보는 겁니다. 그리고 오히려 블루와 반전되는 강렬한 레드로 나만의 위트를 하나 선사해보는 거죠. 레드 하나가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에, 굳이 액세서리에서도 색감으로 도전할 필요는 없죠. 이너 컬러를 따라가게 뒀습니다.

‘페미닌한 느낌의 스트릿’을 누군가 요청한다면, 모범답안 같은 룩의 완성. 팬츠와 탑의 그래픽에서 은연중에 통일감을 느낄 수 있죠. 무지가 아닌 패턴이 있는 아이템들은, ‘스트릿함’을 강조하기에 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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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DIME_TRACKMASTER 9000 HOODIE

2. COST PER KILLO_CIRCLE BLOUSON

3. S/E/O_PLEATS PANTS

4. KIJUN_SLEEPING MUSE BAG WHITE

5. GANNI RECYCLED PUBBER CHELSEA BOOTS

겨울의 스케이트 보더들은 어떻게 입을까요? 차가운 공기를 가로지르며 앞으로 나아갈 보더들을 상상하며 구상해 봤어요.

전반적으로 어두운 계열로 통일한 옷 대신, 신발과 헤어 액세서리에서 포인트를 줬습니다. 그래픽과 카펜터 진, 그리고 아디다스 슈퍼스타로 보더스러운 위트를 더했어요. 팝한 패턴과 컬러를 가진 베이프 아디다스 슈퍼스타로 자칫 칙칙해 보일 수 있는 룩을 방지했죠. ‘스케이트 보더’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비니나 캡 대신, 귀도리 비니를 매치하여 보온성뿐만 아니라 귀여움까지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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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OLA SKATE CO_SKATE DUDE KNIT SWEATER

2. THE NORTH FACE_M'S 1996 ECO NUPTSE VEST

3. CARHARTT FIELD_DOUBLE KNEE PANT

4. EBBETS FIELD_EAR FLAP BEANIE

5. ADIDAS X BAPE_SUPERSTAR 80S GREEN

패션을 즐길 줄 아는 당신이라면

신선함과 반항심 가득한 청춘의 상징이었던, 그래서 서브 컬처로 취급됐던 과거 스케이트 보드 문화.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 삼을 정도로 메인 스트림에 속하여 특유의 그 반항심이 많이 무뎌 진 것 같습니다. 시대를 관통했던 그 반항 정신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해방’과 ‘자유로움’의 형태로 남아있죠.

여러분이 원하는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아, 마음이 답답한 날이 이면, 그 땐 이 ‘반항심’이 담긴 너바나의 목소리가 낭만적으로 느껴질 터. 마치 인적 없는 도로 위에서 홀로 스케이트 보드를 타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마지막으로 이 곡을 꼭 들어 보시길 바랍니다.

STYLING: 스타일이고 아티스트 하한슬

EDITOR: 허아란

DESIGNER: 황예인, 유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