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뷰] 학교 밖에서 내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지나'의 편지

🌞 : 독자님, 학창 시절 한번 쯤 자퇴를 고민해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최근 "학교의 의미가 없다"며 학교를 떠나는 청소년들이 많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학업 중단 청소년', '부적응 청소년', '기회 청소년'... 그리고 지금 '학교 밖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학교 밖에 존재하는 청소년들의 자리에 대한 인식과 지원은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요. 2022년, 지금도 여전히 갈 길은 멀어보이지만 더더욱 학교 밖에서 청소년의 자리를 찾기 어려웠던 2015년, 참여 활동을 경험하셨던 지나님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청소년학을 전공했고, 지금 직업상담사로서 사람들을 상담하고 만나고 있는 김지나라고 합니다. 고용노동부의 국민취업제도에 많은 분들이 원활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상담과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눈에 밟히는 사회의 광경이 있나요?

직업상담을 하면서 청년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고립된 청년들을 많이 보게 돼요. 그런 청년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한 청년들이 눈에 밟혀요.

지나님의 청소년 시절이 궁금합니다. 고등학생 때 학교를 자퇴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되돌아보면 저는 그냥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 한 조용하고 소심한 청소년이었던 것 같아요. 대학을 가는 데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도 항상 하고 싶은 게 많았던 기억이 나요. 음악, 의학, 심리학을 포함해서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있었어요. 학교 생활도 무난했는데, 언젠가부터 야간 자율학습을 하다보면 내가 앞으로 인생에서 내릴 수 있는 선택지가 대학밖에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무언가 선택할 수 없는 상황이 답답해서 자퇴를 마음먹었고, 큰 계획이 있었다기보다는 일단은 내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일들 중에서 뭐라도 해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학교 밖으로 나왔어요.

그렇게 학교 밖으로 나오고 나서는 어떠셨어요?

처음에는 말 그대로 세상에 내던져진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학교에 다닐 때는 사실 시키는 일만 잘 하는 것이 내 본분을 다 하는 것이었는데, 스스로 무언가 해 보려고 하니까 누군가 나에게 시키기는 커녕,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가 자퇴했던 2015년 쯤만 해도 자퇴생은 학교 부적응자, 학업 중단자라는 이미지가 컸기 때문에 지금처럼 학교 밖 청소년에게 많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어요. 그런 사회적인 인식과 그것에 대한 제 스스로의 위축감때문에 하고 싶었지만 못했던 일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밖에 나와서 할 수 있었던 일이 있다면요?

지금은 '학교 밖 청소년 특별법'이 제정되어 있어서 학교 밖 청소년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나 지원을 제공하는 곳들이 많이 생겼지만, 그때는 청소년 수련관에 찾아가는 게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그래도 그때 찾아갔던 기관에서 좋은 선생님과 또래 청소년들과 인연이 닿아 이후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말씀드렸듯이, 당시에 학교 밖 청소년은 곧 학업 중단자 또는 부적응자로 인식이 됐었는데요. 그런 인식을 바꾸고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기 위해서 당시에 있던 자퇴생 온라인 커뮤니티 '세학자'와 기관에 모인 청소년들과 함께 '학교 밖 청소년 포럼'을 열었어요. 대성공이었습니다. 국가와 행정이 학교 밖 청소년에 별로 관심이 없던 시기에 자퇴한 청소년들이 이런 식으로 프로그램을 열었던 것은 최초여서, 당시에 여성가족부 장관도 행사에 방문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런 포럼을 두어 번 열었었고, 이후에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대한 담론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조례나 특별법을 위한 자문단에 당사자이자 지역 대표로 들어갔던 기억도 있습니다.

2015년 당시 처음으로 개최했던 '학교 밖 청소년 포럼' 포스터

학교 밖 청소년 당사자들이 직접 준비하고 진행하였다. / 본인제공

청소년기 활동을 통해 무엇을 얻으셨어요?

먼저, 저희가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진행했던 포럼이 잘됐을 때 효능감이 컸어요. 그렇게 큰 사회적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 관심이 너무 즐거웠고. 내가 내 경험과 어려움을 이야기하는 것을 이 사람들이(어른들이) 들어주네? 하는, 주체가 되는 기분을 그때 느꼈어요. 다음으로는 같은 학교 밖 청소년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면서 소속의 부재에서 오는 결핍을 채울 수 있었어요. 학교에 다닐 때는 당연히 그 학교에 소속된 학생이 되는 거니까 몰랐는데, 학교를 잃은 청소년은 정말 아무런 소속도 보호해주지 않는 '사람1'이 되거든요. 그래서 내가 구성원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커뮤니티가 중요했었고, 그 당시에 깨달았던 커뮤니티의 힘을 지금까지도 계속 가지고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교에서 청소년학을 전공했다고 하셨는데요, 어떤 동기에서였을까요?

처음에는 참여에 의의를 뒀다면, 이후에는 참여 이상의 것을 고민하게 됐어요. 참여의 기회를 만들거나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청소년학을 전공하면 바꿀 수 있는 게 있을 것 같아서 막연한 생각으로 진학했어요. 막상 전공을 하면서 느끼는 괴리감이 컸던 것 같아요. 정말 청소년 정책에 유효한 영향을 미치려면 엄청 오랫동안 기관에 근무를 하면서 관리자가 될 때까지 있어야 하는 부분도 있었고, 막상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분들은 청소년 전공자가 아닌 경우도 많았어요. 여러가지 고민을 하다가 지금은 직업 상담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그래도 청소년학을 전공하면서 청소년을 만나고 도울 수 있었던 경험은 저한테 중요하게 남아있어요. 제가 자퇴했던 시기에는 학교 밖 청소년에게게 검정고시 멘토링을 제공하는 사업같은 게 없었거든요. 제가 경험할 수 없었던 정책의 혜택들을 이제는 내가 줄 수 있는 사람이 된 거죠. 그래서 검정고시 멘토링, 정서 지원과 같이 전공자로서 참여할 수 있는 부분에 오랫동안 힘을 보탰었어요. 취약계층 청소년에게도 관심이 많아서 탈북 청소년을 만나는 일도 했었고요.

청소년학과 재학 당시 활동 사진 / 본인 제공

과거 청소년 수련원을 중심으로 활동을 경험하셨는데요, 장단점이 있었을 것 같아요.

기관 중심의 청소년 활동은 무엇보다 공간과 자원이 공짜로 주어지고, 자격을 갖춘 선생님들이 청소년 당사자들이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을 지원하고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 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에요. 그런 한편, 청소년 전공을 하다보면 가장 완전한 형태의 청소년 활동은 오로지 청소년이 주체가 되고, 성인은 지켜보는 역할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배우거든요. 저같은 경우에도, 저희가 시작했던 포럼의 규모가 커지면서 초반에는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 그리고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자유롭게 했는데 점점 제약이 생겼어요. "우리가 자퇴를 해서 행복해요"라는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거에요. 왜냐하면 그때는 학교 밖 청소년을 최대한 줄이고 학교로 복귀시키는 것이 전반적인 정책사업의 목표였으니까 포럼에서 자퇴를 고민하는 청소년과 학부모들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안되는거죠. 그래서 발표 이틀 전에 대본을 다 수정했던 기억이 나요. 그런 부분들이 기관과 행정이 청소년 활동에 연계되면 생기는 어쩔 수 없는 문제점인 것 같아요. 지금은 여러가지로 기반과 여건이 되니까, 성인이 (대체로) 배제된 청소년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청소년들이 정말 주체적으로 참여와 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비청소년과 기관은 주체도, 조언자도 아니고 그냥 후원자로 남아있는 형태로요.

과거 당사자이자, 지금 전공자로서 현행 청소년 정책에 한계를 느끼시는 지점이 있나요?

저는 후기 청소년기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후기 청소년은 만18세에서 만24세 사이의 사람을 이야기하는데요, 청소년기와 청년기 사이 이행기인 시점에서 심리적인 고립감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정체성 고민이 많은 시기입니다. 이 연령대 사람들의 문제가 왜 청년 문제가 아니라 후기 청소년 문제로 다루어져야 하냐고 묻는다면, 노동시장으로의 이행기에 관심을 두는 청년기와 구분되게 후기 청소년은 이에 더한 정체성의 문제까지 안고 있는 시기라는 점이에요. 청소년 지원의 맥락에서 후기 청소년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것은 초, 중기 청소년 지원이나 청년 지원과는 개입 방식 자체가 달라야 한다고 봐요. 지금은 청소년 기관이나 전문가 풀이 후기 청소년 문제를 다루기에 부족해서 더 많은 지원과 발전이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평소에도 청소년 프로그램을 주의깊게 관찰하는 편이에요. 비교적 최근에는 당사자인 청소년이 주체가 되는 프로그램이 많아지는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학교 밖 청소년 포럼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마다 늘 끝맺음으로 언급했던 속담이 있어요. "한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인데요, 결국 청소년이 한 사회에서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청소년의 자율성과 관리자의 역량, 국가의 관심과 지원이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랬기 때문에 되돌아보면 저는 좋은 인연들이 잘 닿아서 특별한 청소년기를 보냈던 것 같아요. 그 순간을 함께 해줬던 선생님,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어요.

ㅡ [생각거리] 학교 밖, 청소년의 자리로 이어집니다 😄

p.s 오늘부터 3일 간, 벼락치기💥로 매일 편지가 발송될 예정입니다. 메일함에 자주 등장하더라도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려요!

ㅡ 즐거운 토요일 저녁에,

미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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