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ASE가 가진 세가지 목소리

'Vase'

꽃을 꽂는 병.

2022.05.20

흙으로 감싸고 돌을 디디며 태어났다. 아무래도 세상의 복잡한 문법 따위는 모르고 성장한 그들이다.

젊게 방랑하다 정착지는 유리 조형물. 흠집 하나 내지 않는 박물관, 감히 손댈 수 없는 예술관 속이다. 땅에 쏟아져 흐트러진 투명한 물 위에서 갖은 형태의 꽃들은 몸을 섞으며 분방하게 떠다닌다. 그 광경이 늘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유리를 뿌옇게 만드는 작고 사랑스러운 호흡들이 언젠가는 멎을까봐. 살아가는 동시에 생명을 빼앗기는 곳임을 알아서 나는 그 눈부신 장면으로부터 쉽게 눈을 떼지 못하겠다.

아티스트 하한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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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유리로, 꽃의 아름다움을 최적으로 강조할 수 있는 강점을 지녔다. 스칸디나비아 인테리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패널이 나뉘어 있어 각각 다른 종류의 꽃을 꽂아도 매력적일 것.

2022.05.18

아침부터 집 밖을 나돌아 다니는 이유. 아기자기한 내 사람에게 건넬 꽃을 찾기 위해. 내일 하루를 가지런히 장식해 줄 즐거움 하나를 선물하고 싶다. 번져가는 노을, 빛의 산란을 따라 이리저리 달리다 걷다, 다시 뛰다가 그러다 꽃집을 발견했을 때란. 왜 이렇게도 배시시, 영광스러울까.

겹겹이 붙어 핀 장미 넝쿨에서 홀로 삐져나온 듯한 꽃 한 송이를 샀다. 돌아가는 길은 발걸음이 가볍다. 아침 햇살의 질감을 느끼며 괜히 민망해 헛헛해진다. 행복한 표정을 보며 같이 행복하고 싶은 이기적인 마음 아니냐, 뭐라고 하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잠에서 깨 처음 마주하는 것이 이불 먼지바람 이는 황무지가 아니라, 꽃향기 은은하게 퍼져오는 봄의 정원이길 바랐다.

디렉터 황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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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재미있는 상품을 만들고 다양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는 세라믹 스튜디오. 다양한 실험을 통해 흥미로운 발색의 오브젝트들을 만들어낸다. 비비드한 컬러를 자랑하는 알록달록한 화병들은 우리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할 터.

2022.05.29

장미를 바라보며.

화병에 꽃들이 들락거린다. 모두 졸업식, 데이트, 생일 때나 받은 선물이다. 대열에서 이탈해 내게로 온 이들은, 특별한 날의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었다.

며칠전 장미 다발을 선물받았다. 품에 안아 집에 도착했을 때, 이들은 담담하고 의연한 표정이었다. 이윽고 구깃한 종이와 후광이 비치는 비닐 잡것들을 벗겨내 주자, 자기는 ‘꽃’이라며 초연한 미소를 보여주었다.

화병에 머무는 동안에는 큰 의미 없이 그저 조용히 지냈다. 그런데 내가 조금 슬펐던 것은,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는 슬픔으로 눈물 훔치던 모습을 봐버렸기 때문이다. 꽃잎을 뚝뚝 떨어뜨리며 조용히 흐느낀 이들은, 한 번뿐인 무대에서 모든 것을 보여준 뒤 가장 건조한 형태로 유유히 빠져나가면 되었다. 밑동만 남은 나무, 그게 일생 끝이었다.

에디터 허아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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