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 FREVIEW vol.37 VIVIENNE WESTWOOD EDITOR'S LETTER 우아하면서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전 세계 셀레브리티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한국에서는 우주선 모양의 로고로 잘 알려져 있죠. 저도 비비안웨스트우드의
로고가 박힌 액세서리가 너무 갖고 싶어 홈페이지에 들락거렸던 기억이 있어요. 로고를
자세히 보면 화려한 보석으로 섬세하게 디자인된, 중앙 원(ORB)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에게 직접 사용을 허가 받은, 영국 전통왕권의 공식적인 상징이에요. 여기다 ‘미래’를 뜻하는 링이 더해지면 ‘전통’과 ‘미래’가 결합된 독창적인
로고가 탄생하죠. ‘뒤를 돌아보는 것이 미래를 창조해 내는 방법’이라고
믿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시류에 편승하지 않는 모습에 경의를 표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가치관에 대항하는 동시에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새롭게 정의하죠. 그들이 보여줄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이보다 훨씬 많을 터.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일생과 이번 22SS 컬렉션을 함께 되짚어 볼거에요. ‘펑크
정신’의 본질과 매력이 무엇인지 감을 잡아보는 시간이 되시길. # 펑크의 여왕, 비비안 웨스트우드 현재
나이 여든. 적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적인 명성을 누리며 디자인 활동을 하고 있는 주인공은
바로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펑크의 여왕이자 영국 패션 대모로 불리고
있죠. 영국 여왕으로부터 1992년에는 OBE(대영 제국 훈장)를, 2006년에는
DBE작위(2등급의 작위급 훈장)을 수여받기도. 그녀의
브랜드는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한 ‘Vivienne Westwood’로, 디자이너의 정체성과 신념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개성과 혁신을 추구하는 아방가르드 무드에 자의식, 문화적 전통을
혼합해 전례 없는 창조적인 스타일을 창조해 내고 있어요. # 숨겨진 나의 열망을 발견하는 순간 영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를 이야기할 땐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빼놓고 논할 순 없습니다. 여든의 나이로 여전히 독보적이고 실험적인 디자인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 패션계에 지울 수 없는 한 획을 그어 나간 이 디자이너는 사실 원래 평범한 선생님이었습니다. 비비안의 인생은 한 학생을 만나고 180도 바뀌게 됩니다. 학생의 이름은 ‘말콤 맥라렌’, 잘 나가는 의류회사 집에서 자란 맥라렌은 ‘반항’의 아이콘이었죠. 성, 마약, 로큰롤을 일삼던 문제아인 그는 비비안의 삶에 대전환점을 가져와준 존재입니다. 맥라렌은 반권위주의적인 문화를 비비안에게 전달했고, 비비안이 이를 ‘패션’이라는 수단으로 풀어낼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지했어요. 비비안은
맥라렌과 연인 사이로 발전했는데, 그때 비비안은 자신의 내면에 있는 ‘반항’적인 정체성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반항 정신이 담긴
‘옷’을 제작해요. 맥라렌이
매니저로 있던 전설의 록 밴드 ‘섹스 피스톨스’를 위한 의상을요. 이 경험을 발판으로 비비안은 과격한 문구와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기성세대에 반발하는 패션을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1971년에는 맥라렌과 함께 런던 킹스로드에 그들의 첫 번째 숍, ‘Let it
Rock’을 열고 아웃사이더를 위한 도피처를 만듭니다. 시간이 점차 지나 그녀는 전 세계
펑크 열풍을 이끄는 패션 디자이너로 성장하게 되죠. 가죽 패션과 메탈 체인이 돋보이는 펑크 룩을 선보인 그녀는 숍 이름을 ‘섹스(Sex)’ ‘선동가들(Seditionaries)’등으로 바꾸면서 당시 펑크 문화를 대변하는 분출구가 되어 줘요. ‘world’s end’으로 숍 이름을 바꾼 뒤로는 로맨틱 스타일의 해적 패션을 전개하고 1981년에 처음으로 ‘비비안 웨스트우드’라는 이름을 내걸고 컬렉션을 선보입니다. 훗날 ‘영국 패션계의 여왕’. ‘살아있는 국보’라는 별칭도 얻은 ‘비비안 웨스트우드’. 현재는 환경운동가로서도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어 많은 이들의 존경을 사고 있습니다. # 평범한 건 거부한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과거의 역사나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 현재 문화에 결핍되어 있는 대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자신의 패션을 정립해 나갔습니다. “일부러 혁명을 일으키고자 한 건 아니다. 왜 한 가지 방식으로만 해야되고, 다른 방식으로 하면 안 되는지 알고 싶었을 뿐이다” 가령 ‘세비지(Savage, 1982 FW)’ 컬렉션에서는
북미 원주민들의 문화에서 영감을 받았죠. 당시 기하학적 패턴의 이국적인 의상으로 넘쳤다고. 특히나 주목받았던 시도는 갈색 새틴 브라를 티셔츠 위에 덧입힌 스타일링이었죠. 최초로 속옷을 겉옷 형태로 재탄생시킨 것. 서구 복식에서 오랫동안
규정지어온 ‘겉옷’과 ‘속옷’의 역할을 철저히 뭉개 버린 사건이었어요. 오늘날까지 패션 비평가들에
의해 포스트모던 패션의 중요 사례로 꼽히고 있죠. 또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1984년 파리 ‘미니 크리니(Mini-Crini, 1985 SS)’ 컬렉션이었습니다. 발레 <페트루시카(Petrushka)>에서 영감을 받아 빅토리아
시대의 상징인 크리놀린을 축소 버전 ‘미니 크리니’를 소개했어요. 크리놀린은 단이 넓게 퍼진 커다란 스커트 속에 입었던 속치마예요. 플라스틱
뼈대로 만든 가벼운 미니 크리놀린은 미니 마우스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폴카 도트 스커트, 플랫폼 슈즈와
결합되어 미성숙하지만 섹시한, 미묘한 ‘에로티시즘’을 불러일으켰죠. 1980년대 어깨를 부풀리던 당시 패션 트렌드와는
현저히 상반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 펑크의 근본, 비비안의 디자인 비비안웨스트우드는 1970년대 펑크족과 록 뮤직 시기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사회와 관련된 주제를 자신의 디자인에 반영해 왔습니다. 특히 ‘타탄체크’는 그녀의
시그니처 디자인이에요. ‘McAndreas’라는 고유의 타탄체크무늬를 개발하기도 했는데, 이는 서로 다른 류의 타탄을 믹스매치해서 전통적인 체크 패턴과는 다른 풍부한 색채를 자랑하는 것이 특징. 당시
영국 왕실적인 디자인으로 타탄체크, 트위드, 니트 트윈 세트, 왕관 등이 꼽혔는데,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이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탐구했습니다. 왕실의 근엄한 상징들을 가볍고 섹시한 패션의 재료로 바꾸어 버리면서 영국 문화의 보수성에
대한 조롱과 애정을 거침없이 드러냈죠. 입체 드레이핑(Draping) 마네킹에 천을 대고 직접 주름을 잡고 다트를 넣는 방식 비비안은 소재를 재단하고 봉제해 옷을 만드는 일반적인 테일러링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2008년 영화 ‘섹스앤시티’에서
제시카 파커가 입은 풍성한 비비안 웨스트우드 드레스를 보면, 그녀가 이러한 테일러링 방식을 채택한 이유를
알 수 있을 터. 금빛 코르셋과 광택이 도는 스커트, 날렵한
목 라인이 특징. 플랫폼 10cm 정도의 두꺼운 발판이
있는 신발 1993년 나오미 캠벨이 굽이 40cm가
넘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플랫폼을 신고 무대에서 내려오던 중 넘어진 사건, 아시나요? 이에 대해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자연스러운 것을 싫어한다. 재미없고 지루하다. 때로는 아픔이나 불편함도 참아야 한다. 그래야 특별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내 옷은 멋지다” 라고 발언했다고 합니다. 플랫폼 슈즈야말로 비비안의 디자인 철학이
가장 잘 담긴 아이템이라고 칭할만 하네요! #22SS COLLECTION 비비안웨스트우드는
요즘 그들의 수십 년 전 컬렉션 중 일부를 되살려 동시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을 손 보이는 걸 즐기는 듯합니다.
이번 22ss 컬렉션은 비비안이 좋아하는 컬렉션 중 하나인 ‘타이드 투 더 마스트(Tide to the mast)’를 재해석했어요. ‘타이드 투 더 마스트(Tide to the mast)’는 1998년 봄의 해적과 항해사를 주제로 한 판타지아 컬렉션이었어요. 그래서
이번 컬렉션은 마린룩 스타일이 돋보이는, ‘세이브 아워 소울(Save
Our souls)’. 덜 소비하고, 잘 선택하고, 오랫동안
유지하자’는 철학을 담아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무한한 상상력을 뽐냈습니다. 다양한 패턴이 조합된 팬츠, 스웨터 베스트 등은 여전히 신선하며, 또 펑키합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비대칭 입체감이 돋보이는
테일러링, 과장되고 오묘한 스타일링, 시그니처 타탄체크 레이어링을
활용한 아이템들이 줄을 이었어요. 진주 목걸이를 여러 개 레이어드하고 하트 미니백으로 포인트를 줬어요. 우아함과
디테일, 테크닉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은 스타일링, 그저
완벽해요! 화이트
페도라를 활용하여 포인트를 준 부분도 눈 여겨보세요. 스웨트 셋업은 일반적으로 ‘이지’한 느낌이지만, 안
어울릴 법한 아이템 매치로 전반적인 무드가 확연히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폭풍우가
몰아칠 때 해적들은 돛단배에서는 모든 것을 묶거나 바다에 떠내려 보내야 했죠.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여성과
아이들 또한 배의 갑판으로 이동해 바다가 그들을 덮칠 수 없도록 몸을 안전하게 묶어야 한 사실에 영감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페미닌한 맥시드레스에 펑크한 비니와 악세사리들을 믹스매치해서 우아하면서도 트렌디하게 풀어냈어요. 길게 늘어뜨린 구슬 목걸이와 시그니처 로고가 반짝이는 초커도 재미있는 요소죠.
비비안 특유의 펑크하고 섹시한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룩입니다. 이 또한
볼드한 사선 스트라이프지만, 색다른 버전의 톤과 스타일링으로 ‘펑크
정신’을 향한 비비안의 열정을 담았습니다. ‘드레스에 조거팬츠’를
매치한 사실만으로 인상 깊은데, 심지어 서로 다른 패턴이 주입된 모습.
‘이게 바로 앤드로지너스(Androgynous)*지!’, 완벽한
샘플을 제시하는 느낌입니다.
여기에 또 아예 다른 컬러와 패턴의 백을 매치한 부분은 비비안이 항상 즐거움이 가득한 모험을 하고
있다는 걸 전해주는 듯합니다. *앤드로지너스(Androgynous): 남자와 여자의 특징을 모두 소유하고 있는 것 비비안이 좋아하는 ‘레드’, 예상치
못한 순간에 대거 등장하죠. 여기서도 포인트 컬러로 활용됐습니다. 전반적으로 난도 높은 스타일링 테크닉을 보여주는 룩이에요. 상의에
셔츠와 타이를 묶어서 스타일링한 센스가 눈에 띄죠. 거기다 삭스로 조거팬츠를 살짝 감싸고, 체크 슬립온 슈즈를 매치한 게 재밌는 요소. 여기다 시그니처 패턴의
토트백으로 마무리하면, ‘가히 비비안스럽다!’ 감탄 난발할
스타일의 탄생. # 새로운 미래를 향하여 우리는 취향껏 옷을 입으면서 자신을 인간답다고 느낍니다. 패션을 도구
삼아 성격을 드러내는 기회로 삼기도 하죠. 자신의 직관과 믿음에 따라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내가 입고 싶은 패션을 만들어 가는 것.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 듯합니다. 비비안 웨스트우드는 ‘창조’를
뭔가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창조적 활동을 간과하기 쉽다고 전합니다. 창조는 놀라울 정도로 아주 일상적이고 작은 순간에서 일어난다는 거죠. ‘마음에
들었다’, ‘난 이게 끌린다’ 여러분에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는
자체가 이미 창조의 선별 과정이 시작된 것임을 잊지 마시길. EDITOR: 허아란, 스타일이고 아티스트 하한슬 DESIGNER: 황예인, 유현상 패션, 향기, 음악, 그리고 몇몇 잊을 수 없는 공간들. 당신의 취향을 만들어줄 단 하나의 뉴스레터 EGOZINE. Find your style ego. 오늘 EGOZINE은 어떠셨나요? 피드백을 주신 구독자 분들 중 매달 한 분을 선정해, 소정의 상품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