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바람의 계절입니다. 긴 연휴 동안 선선한 바람맞으며 참 좋은 시간 보냈는데요. 청명한 하늘을 마주할 수 있는 이 짧은 시기에, 여러분은 어떤 추억을 만들고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저로 말할 것 같으면 연휴의 끝자락에 ‘공릉’으로 떠났습니다. 공릉은 세련된 음식과 디저트, 그리고 소주 한 잔 즐기기 좋은 감성 술집이 반기는 곳이었는데요. 벌써 추석도 지났다고, 한 해가 이렇게나 빨리 지나갔다는 사실에 놀랍다는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공릉에서의 하루가 훌쩍 지나갔다죠.

오늘은 공릉의 세 가지 감각적인 공간들을 소개합니다. 오늘 아니면 내일, 혹은 어쩌면 며칠 후에는 급격하게 추워져서 즐기지 못할 수도 있는 올해의 소중한 가을. 공릉동에서 누구보다 특별한 일상을 써보시길!

거창한 점심 대신, 느긋하게 즐기는 브런치가 먹고 싶을 때가 있죠. 느지막한 오후에 공릉동에 방문하셨다면, 차분한 분위기의 브런치 카페 ‘메모아’에 가보심이 좋을 겁니다. 브런치라면 역시 메뉴가 많아서 고르기 힘들어야 정석인데요. 메모아는 파스타, 뇨끼, 리조또, 샐러드, 샌드위치 등 다채로운 메뉴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단순하지만 기본에 충실하여 건강하게 맛있다는 평.

오렌지와 블랙. 두 색깔을 마주하면 저는 이 카페가 생각납니다. 공릉동의 대형카페, ‘메트로폴리스’가요. 블랙 테이블과 오렌지 소파의 강렬한 대비가 멋진 이곳은, 단순히 커피와 디저트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건강한 내일을 이뤄나갈 수 있는 하나의 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공간입니다. 직종과 취향이 다른 사람들을 모두 포용하고 싶다는 의미죠.

공릉동을 무작정 돌아다니다가, 옛 경춘선 기찻길 철길 쪽에서 작은 술집을 발견했습니다. 자칭 마이웨이 퓨전술집, ‘남자 서른’을요. 테이블 3개에, 최대 5명만 수용할 수 있는 바 테이블이 있는 아담한 공간이지만, 한쪽을 시원하게 개방하여 가을바람을 즐길 수 있어 이미 단골손님이 확실하게 잡힌 듯 보입니다. 방문하는 사람들이 꽤 많아요.

밴드의 이름처럼 파란색(Blue)가 연상되는 음악적 색을 가지고 있네요.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인디팝의 신흥 강자, ‘Fiji Blue(피지 블루)’를요. 이들은 자신들의 음악을 "Sad boy chill House"라고 지칭하며, 표현처럼 화자의 슬픔이 담긴 가사와 부드럽고 희망적인 사운드가 조화된 음악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죠.

오늘 소개해 드리는 곡, ‘Feel Something’은 작년에 발매된 정규앨범 타이틀곡입니다. 바람 부는 가을 날씨에 듣기 좋은 팝 음악으로 꼽히기도 하는데요. 부드럽고 경쾌한 사운드와 벨벳 같은 보이스가 어울린 곡으로, 어쿠스틱 리듬에 조금은 쓸쓸한 가사를 담고 있죠. Fiji Blue 는 이 곡을 '사랑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할 때 겪는 감정. 그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퇴근길, 어디선가 가을바람이 불어와 문득 몸이 시리게 느껴진다면 이 노래를 가만 들어보시길 바라요. 이렇게 계절에 어울리는 음악을 듣는 태도야말로 작은 불씨가 되어 마음을 따듯하게 데워줄지도 모르니까요.